조선 소녀 찔레 - 오늘의 청소년 문학 42

조선 소녀 찔레 - 오늘의 청소년 문학 42

$14.00
Description
인조의 깨진 이마보다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병자호란’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열이면 열 인조가 머리를 땅에 찧으며 이마에서 피를 뚝뚝 흘리는 장면을 떠올린다. 우리 민족은 고대로부터 셀 수 없는 외세의 침략을 받았지만 삼전도의 굴욕은 그중에서도 유례없이 모욕적인 항복이었고 그 모습 자체가 충격적이었기에 더더욱 우리의 뇌리에 선명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오늘날 병자호란을 돌아보면서 가장 주목해야 할 장면일까? 《조선 소녀 찔레》는 이렇게 말한다. “그깟 이마 좀 깨진 걸로 유난은.”
《조선 소녀 찔레》는 역사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전란 속 민중들의 설움을 열여섯 살 소녀 찔레의 눈으로 바라보는 청소년 역사소설이다. 그리 유쾌하지도 않은 역사를 왜 굳이 다시 펼쳐 봐야 하는지, 소설을 다 읽을 때쯤에는 독자 스스로 답을 찾게 될 것이다.
저자

심진규

저자:심진규
교실에서만나는학생들에게스스로를780년넘게살아온도깨비라고소개하는철없는선생이자방학에만글쓰는간헐적작가입니다.
2016년한국일보신춘문예동화부문에당선되며글쓰는일을본격적으로시작했습니다.역사속에서이야기의씨앗을찾기를좋아합니다.
지은책으로청소년소설《섬,1948》,동화《강을건너는아이》,《안녕,베트남》,《아빠는캠핑중》,《조직의쓴맛》이있습니다.

목차


채찍비
나라잃은백성
이별
심양
두번째이별
만남
눈물을품은희망
새로운세상을꿈꾸다
다시조선으로
이루지못한꿈
다시떠나는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이야기의재미와역사의맥락을
함께잡은완성형역사소설

최근출간된청소년역사소설상당수는흔히말하는‘퓨전’장르물이다.현대의주인공이과거로시간여행을하는등판타지요소로흥미를유발하고몰입감을얻는다.청소년독자가소화하기에역사라는소재가딱딱하고지루하다는생각에서이루어진시도였을것이다.실제로이런방식으로쓴작품들이많은사랑을받기도했다.그러나이러한작품들은대개과거를배경으로할뿐실제역사의굵은선을함께짚어내는데는어려움을겪었다.

《조선소녀찔레》에서는다른매개체없이주인공찔레가독자를곧장역사속으로데리고들어간다.소설은전쟁의피해를고스란히입어가족을잃은찔레가청나라병사들과노예사냥꾼들을피해도망치는장면으로시작하는데,그속도감과흡인력은여느스릴러못지않다.또작가가상상력과구전설화를동원해그려낸찔레의가족사와청나라로끌려간조선인포로들의생활상,노예시장의일화등에서당시일반백성들이어떤어려움을겪었을지도짐작해볼수있다.왕조와지배자중심의역사에서는중요하게다뤄지지않는민중들의‘진짜’역사를‘허구’의이야기로만나는것이다.

이것만으로도충분한의의가있지만이소설의백미는찔레가소현세자를만나는데서부터다.그때부터찔레의이야기가소현세자가꿈꿨던세상과세자일행의귀국,인조와의갈등과세자의죽음까지큰줄기의역사와자연스럽게버무려진다.작은주인공을커다란역사의한가운데에던져놓음으로써,그동안한가지의관점으로만바라봤던역사속사건을자연스럽게다른시각으로살펴보게한다.

인간을움직이게하는
뚜렷한목표설정의중요성

찔레의인생을송두리째바꾼소현세자와의만남은교과서속역사를이야기로풀어내는역할을했을뿐아니라오늘우리독자에게중요한메시지를전달한다.둘의만남은찔레에게가장중요한변화를일으켰는데,바로‘목표설정’이다.청나라에끌려간찔레가갖고있던목표는단한가지,조선땅에돌아가아버지와동생달래를다시만나는것뿐이었다.그러나수차례의도주시도가실패로돌아가고,압록강을목전에둔채다시붙잡혔을때찔레는모든것을체념하고만다.그런데소현세자를만난뒤찔레에게는그전에는감히상상도하지못했던‘새로운세상을만드는데힘을보탠다’라는새롭고커다란목표가생긴다.

이때부터찔레는그전의무기력한모습에서완벽히탈바꿈한활력넘치는소녀가된다.조선에돌아와아버지와달래의비극적인소식을전해듣고도무너지지않을수있었던것또한이런이유에서였을것이다.찔레가끝내시대와환경의벽을넘어서지는못하지만,책을덮고나서독자가씁쓸한뒷맛을느끼기보다는찔레의앞날을응원하게하는것은찔레가거듭되는실패에도굴하지않고삶의목표를다시세워앞으로나아갈줄아는사람으로성장했음을발견했기때문일것이다.이는작중배경으로부터400년가까이지난오늘우리의삶을관통하는메시지이기도하다.21세기에병자호란배경의소설을쓸수밖에없었던,그리고읽어야하는이유다.

책속에서

그때,칡넝쿨사이로시퍼런칼이들어왔다.칼날이찔레의목을스쳤다.곧이어우악스러운손이찔레의목을움켜쥐었다.찔레가손을떼어내려고했지만어림도없었다.찔레는사내의손에끌려나와바닥에동댕이쳐졌다.
“쥐새끼가숨어있었군.”
_본문10쪽<채찍비>

청나라병사가찔레를짐짝부리듯이막사안에던져넣었다.막사안에는찔레또래의여자아이들이여럿있었다.모두겁에질려한쪽구석에쪼그리고앉아있었다.훌쩍이는소리도들렸다.찔레도겁이났다.
_본문34쪽<이별>

“청에끌려가면너같은년은평생남의집허드렛일이나하는노예밖에안된다.그럴바에는내첩이되는게어떠냐?”
“살려주세요.제발살려주세요.”
“으하하하.내가언제널죽인다더냐?지금널살리려는것이다.내가누군줄아느냐?”
_본문38쪽<이별>

세자의말에굳게잠겼던쇠창살이열렸다.안에갇혀서언제어디로팔려갈지두려움에떨고있던사람들이세자일행을뒤따랐다.찔레도사람들과함께세자관소인심양관으로향했다.관소에도착하자관리가사람들에게갈아입을옷을나눠주었다.작은방에서서너명이함께지내야했지만짐승만도못한생활을했던그들에겐대궐같이넓게느껴졌다.짐승취급을받던사람들이따뜻한대접에눈물을흘렸다.
_본문105쪽<만남>

“나는장차조선을유학이아닌과학이우선인나라,ㄱ신분이아닌능력에따라누구나관리가될수있는나라로만들고싶다.네가날많이도와다오.”
세자가찔레를보며말했다.찔레가천천히고개를끄덕였다.
_본문144쪽<새로운세상을꿈꾸다>

“잠시멈춰주세요.”
찔레가어의를막아섰다.흰천사이로보이는세자의얼굴을보며낯빛을살폈다.검게변한세자의얼굴은자신이알던모습이아니었다.조금전에숨을거둔사람의낯빛이아니었다.게다가세자의귀와코,입에서는검은피가흘러나와베개를적셨다.
_본문176쪽<이루지못한꿈>

“찔레야,가만보면너는이름값을하는구나.”
세자의말이무슨뜻인지몰라찔레가가만히있었다.세자가찔레를바라보며말했다.
“찔레꽃은작고여린듯하지만,가시가자신을스스로지켜주지.꽃이지고나면붉고단단한열매를맺지않더냐?
_본문183쪽<다시떠나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