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줏빛 끝동의 비밀 : 약초꾼 소년, 폐위된 왕후를 만나다 - 오늘의 청소년 문학 45

자줏빛 끝동의 비밀 : 약초꾼 소년, 폐위된 왕후를 만나다 - 오늘의 청소년 문학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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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손에 쥐어진 염료와 천,
나는 어떤 색으로 물들어 갈 것인가
수양대군이 정권을 장악하고 왕위에 오른 뒤, 노산군(단종)은 유배지에서 세상을 떠났다. 왕실과 조정에는 수차례 폭풍이 몰아쳤다. 그렇다면 백성들의 삶은 어땠을까? 《자줏빛 끝동의 비밀》은 그 사건들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소년 ‘단오’의 이야기다. 비루한 상황 속의 한 소년이 군부인으로 강등된 단종의 왕비를 만나면서 그저 궁궐 안의 이야기로만 여겼던 일과 그 안의 인물들에 스스로를 겹쳐 보며 자신만의 가치관을 만들어 나간다.
단오는 어릴 때 입은 화상의 흉터를 얼굴과 몸에 가득 안고 살아간다. 흉터는 노름꾼에 한량인 아버지가 집에 불을 질렀을 때 입었다. 아들의 얼굴에 입힌 상처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아버지는 또 노름빚으로 끌려갈 때 단오를 데려간다.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준 상단 주인 청파는 뜻밖에도 단오에게 아버지를 대신해 빚을 갚으라고 제안하고는 단오가 약초를 캐 나루터에서 장사를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청파에게는 꿍꿍이가 있었으니, 단오를 이용해 군부인을 곤경에 빠뜨리고 반대파를 완전히 치워 버리려는 속셈이었다.
궁에서 쫓겨난 군부인은 사가에서 염색 일을 배우며 살고 있었는데, 청파는 단오에게 아버지와 동생들을 볼모 삼아 군부인이 염색한 천을 훔쳐 오라고 명령한다. 청파를 만나기 전부터 동무와 함께 군부인의 사가에 왕래하며 군부인에게 마음의 위로를 받고 있던 단오는 고민에 빠진다. 고작 천 조각 좀 훔치는 게 그리 큰일인가 싶다가도 그 천으로 청파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혼란스럽다. 잘못된 일 같지만 자신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청파의 말을 따를 것인가, 자신의 용모와 처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따뜻하게 대해 준 군부인을 위해 양심을 지킬 것인가. 《자줏빛 끝동의 비밀》은 끊임없이 단오를 괴롭히는 고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외부적인 갈등과 압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해소하는 반전으로 독자를 이끈다.


역사란 ‘우리’의 거울이기 전에 ‘나’의 거울
교과서 밖에서 놀며 배우는 역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계유정난은 ‘권력에 눈이 먼 삼촌이 힘없는 조카가 가진 것을 빼앗았다’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 사건을 다룰 때도 세조를 악독하게, 단종을 한없이 불쌍하게 그린다. 그런데 단순히 이렇게 바라본다면 이 역사적 사건에서 과연 청소년들이 고민하고 배울 것이 있을까? 《자줏빛 끝동의 비밀》은 사건의 가장 주요한 당사자로 보이는 세조와 단종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림으로써 이 질문에 답한다.
소설에서 주목한 인물은 세조의 편에 서서 자금을 댔던 청파, 궐에서 쫓겨난 군부인 송씨, 그 사이에 끼인 단오다. 한눈에 봐도 신분부터 다른 세 사람이지만, 더 중요한 차이는 삶에서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느냐는 것이다. 청파는 ‘나에게 필요한 일’을 위해서는 양심이랄지 윤리의식 같은 것은 외면해도 된다고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이 다치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한편 군부인은 무엇보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겼고, 귀천이나 용모와 관계없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아꼈다.
단순히 이런 두 사람 가운데 누구처럼 살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누구나 두말할 것 없이 군부인을 가리킬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을 계유정난과 단종 복위 운동이라는 역사적 흐름 안에서 조명하면서, 그리고 가족을 인질로 잡힌 채 청파의 도움을 받는 처지였던 단오의 시점에서 바라보면서 이런 일이 실제로 나에게 벌어졌을 때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고민스러워진다. 특히 뒤로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점점 심해지는 내적 갈등을 겪는 단오에게 독자는 결국 자기가 생각한 방향으로 단오가 행동해 주길 바라게 된다.
역사적 사건을 그저 예전에 있었던 일 또는 시험을 치르기 위해 외워야 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고 그 당시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 보는 것, 그리고 거기에서 느낀 바를 나의 생활과 삶에 가져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역사를 대하는 건강한 태도이자 역사 소설의 존재 가치가 아닐까. 이것이 《자줏빛 끝동의 비밀》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긴 독자에게 건네는 선물이다.

저자

지혜진

저자:지혜진
지나치기쉬운누군가의마음에대해오래도록쓰고싶은소망이있습니다.계간〈어린이와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습니다.쓴책으로는청소년소설《시구문》,《엑스트라》와동화《감자가싫은날》,《무적딱지》,《초록눈의아이들》,《얼굴없는친구》가있습니다.

목차


자라나는아픔
군부인
아버지의빚
애꾸눈남자의정체
어려운질문들
선택

자줏빛끝동의비밀
싹을틔우기위하여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옳은일이있고,꼭필요한일이있다.
너는어떤것을선택할것이냐?”

그해조선,소년의인생을물들인
만남과선택의이야기

손에쥐어진염료와천,
나는어떤색으로물들어갈것인가

수양대군이정권을장악하고왕위에오른뒤,노산군(단종)은유배지에서세상을떠났다.왕실과조정에는수차례폭풍이몰아쳤다.그렇다면백성들의삶은어땠을까?《자줏빛끝동의비밀》은그사건들과는상관없어보이는소년‘단오’의이야기다.비루한상황속의한소년이군부인으로강등된단종의왕비를만나면서그저궁궐안의이야기로만여겼던일과그안의인물들에스스로를겹쳐보며자신만의가치관을만들어나간다.
단오는어릴때입은화상의흉터를얼굴과몸에가득안고살아간다.흉터는노름꾼에한량인아버지가집에불을질렀을때입었다.아들의얼굴에입힌상처만으로는부족했는지아버지는또노름빚으로끌려갈때단오를데려간다.아버지에게돈을빌려준상단주인청파는뜻밖에도단오에게아버지를대신해빚을갚으라고제안하고는단오가약초를캐나루터에서장사를하는데큰도움을준다.청파에게는꿍꿍이가있었으니,단오를이용해군부인을곤경에빠뜨리고반대파를완전히치워버리려는속셈이었다.
궁에서쫓겨난군부인은사가에서염색일을배우며살고있었는데,청파는단오에게아버지와동생들을볼모삼아군부인이염색한천을훔쳐오라고명령한다.청파를만나기전부터동무와함께군부인의사가에왕래하며군부인에게마음의위로를받고있던단오는고민에빠진다.고작천조각좀훔치는게그리큰일인가싶다가도그천으로청파가무슨짓을할지몰라혼란스럽다.잘못된일같지만자신에게직접적인도움을주고있는청파의말을따를것인가,자신의용모와처지에아랑곳하지않고따뜻하게대해준군부인을위해양심을지킬것인가.《자줏빛끝동의비밀》은끊임없이단오를괴롭히는고민,긴장의끈을놓을수없는외부적인갈등과압박,그리고이모든것을해소하는반전으로독자를이끈다.

역사란‘우리’의거울이기전에‘나’의거울
교과서밖에서놀며배우는역사

대한민국국민이라면누구나아는계유정난은‘권력에눈이먼삼촌이힘없는조카가가진것을빼앗았다’라는한문장으로정리된다.드라마나영화에서이사건을다룰때도세조를악독하게,단종을한없이불쌍하게그린다.그런데단순히이렇게바라본다면이역사적사건에서과연청소년들이고민하고배울것이있을까?《자줏빛끝동의비밀》은사건의가장주요한당사자로보이는세조와단종이아닌다른사람들에게시선을돌림으로써이질문에답한다.
소설에서주목한인물은세조의편에서서자금을댔던청파,궐에서쫓겨난군부인송씨,그사이에끼인단오다.한눈에봐도신분부터다른세사람이지만,더중요한차이는삶에서어떤가치를중요시하느냐는것이다.청파는‘나에게필요한일’을위해서는양심이랄지윤리의식같은것은외면해도된다고생각했고,그과정에서무고한사람이다치는것도신경쓰지않았다.한편군부인은무엇보다사람을소중하게여겼고,귀천이나용모와관계없이한사람한사람을아꼈다.
단순히이런두사람가운데누구처럼살고싶으냐고묻는다면누구나두말할것없이군부인을가리킬것이다.그런데이두사람을계유정난과단종복위운동이라는역사적흐름안에서조명하면서,그리고가족을인질로잡힌채청파의도움을받는처지였던단오의시점에서바라보면서이런일이실제로나에게벌어졌을때과연나는어떤선택을할것인지고민스러워진다.특히뒤로갈수록궁지에몰리고점점심해지는내적갈등을겪는단오에게독자는결국자기가생각한방향으로단오가행동해주길바라게된다.
역사적사건을그저예전에있었던일또는시험을치르기위해외워야하는것으로여기지않고그당시사람들사이에들어가보는것,그리고거기에서느낀바를나의생활과삶에가져오는것이야말로우리가역사를대하는건강한태도이자역사소설의존재가치가아닐까.이것이《자줏빛끝동의비밀》이책의마지막장을넘긴독자에게건네는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