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도시 (양순복 시집)

B형 도시 (양순복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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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양순복 시집‘B형 도시’는 양순복 시인이 명명한 새로운 도시이다. 자기 안에 갇혀서,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스스로 소외시키며 기계에만 의존하는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관계 맺음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잃어버린 새로운 형태의 도시로 명명하고 꼬집어 고발한다. 현대인은 사회로부터 소외되기도 하고, 기계나 기술에 의해 소외되기도 하고, 스스로 자기를 곁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소외시키기도 한다. 그리하여 모두가 고립되어 현대라는 소통 부재의 바다에서 각기 따로따로 떠도는 외딴섬으로 살아가고 있다.
외딴섬에서 오로지 배터리 충전된 스마트폰에만 의지한 채 진정성 없이 떠다니는 ‘발신인 모르는 편지’를 읽는 익명의 사람들, 그것에 의해 울고 웃고 찡그리며 노예가 되어 가는 사람들, 나아가서 그 사람들 자체가 발신인 없는 편지가 되어 떠다니는 부유물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메스를 가하고 있다.
저자

양순복

시인은강동구청공무원으로서30년동안명예퇴직시까지바쁜일상을보냈으면서도,시를향한애정과열정을이어온다.사물의미학을찾는시인의마음으로,시민을대하며봉사를해온것이다.시인은말한다.아무것도가진것없는가난한시인으로수많은파문의흔적을지우고살아가고싶은사람이라고….

ㆍ현재시인은한국문인협회복지위원과한국시인협회,종로문인협회,강동문인협회,송파문인협회이사뿐만아니라,문학의봄작가회,풀무문학그리고서울시글사랑회원으로서꾸준히문학활동을하고있다.

ㆍ시집으로는「움집위에핀이슬꽃」과다수동인지가있으며,2017년5월8일서울신문에‘그래너도꽃이다’를발표하였고,지하철응모시에‘노을이질때면’이당선되어게재되었다.

목차

시인의말-작은꽃잎한장한장열리는소리ㆍ4
서평-꽃이진후를주목하는시안詩眼ㆍ107
-양순복시집『B형도시』_이혜선(시인,문학평론가)

1별이지지않는바다
별ㆍ14
꽃이진후ㆍ15
오월의기도ㆍ16
몸짓ㆍ17
차茶의향기ㆍ18
풀잎이하는말ㆍ19
겨울숲학교ㆍ20
물새우는가을저녁ㆍ21
어느4월의득음ㆍ22
무시래기꿈ㆍ24
빈자리ㆍ26
새벽달ㆍ27
B형도시ㆍ28
가을밤ㆍ29
별이지지않는바다ㆍ30
사막의밤ㆍ31
돋을볕떠오르면ㆍ32
보름달ㆍ33

2산골동화
산골동화ㆍ36
나뭇잎길ㆍ37
그늘의달인ㆍ38
나비에잡히다ㆍ39
반전反轉ㆍ40
잡념ㆍ41
비가悲歌ㆍ42
여명黎明ㆍ43
춘설春雪ㆍ44
그대별이내가슴에뜬이유를알겠다ㆍ45
염장鹽藏ㆍ46
그런사람하나있다ㆍ47
정오의미소ㆍ48
곡우穀雨의기도ㆍ49
산과해ㆍ50
무의도無衣島ㆍ51
환청幻聽ㆍ52
그래너도꽃이다ㆍ53

3구름의문장
구름의문장ㆍ56
강동선사문화축제ㆍ58
율곡촌에서시를짓다ㆍ59
천호역ㆍ60
한강찬가讚歌ㆍ61
십자성마을ㆍ62
천년의기억ㆍ63
연안포구의밤ㆍ64
아우라지ㆍ65
백년의약속ㆍ66
등불축제ㆍ67
한강의오월ㆍ68
입동무렵ㆍ70
별안에별을안고ㆍ72

4작약이피는계절
작약이피는계절ㆍ75
나무학교ㆍ76
나팔꽃ㆍ77
꽃밭의오후ㆍ78
소금꽃ㆍ79
달맞이꽃ㆍ80
깻망아지ㆍ81
봉선화ㆍ82
박꽃ㆍ83
산유화ㆍ84
담쟁이연가ㆍ85
별은꽃이다ㆍ86
코스모스길ㆍ87
뿌리는고집이세다ㆍ88

5엄마라는이유로
엄마라는이유로ㆍ91
노을이질때면ㆍ92
자화상ㆍ93
무당벌레를닮은여자ㆍ94
복어의꿈ㆍ95
흑백사진ㆍ96
낙타는오늘도ㆍ97
가늠하다ㆍ98
어린날,나는ㆍ99
섬진강산그림자ㆍ100
달항아리ㆍ101
무심한계절이여ㆍ102
오수午睡ㆍ103
접시꽃이피었습니다ㆍ104
산다는건ㆍ105
내안에는언제나바다가산다ㆍ106

출판사 서평

꽃이진후를주목하는시안(詩眼)
이혜선(시인,문학평론가)

1.들어가며

시는사물의내면과의대화이다.사물(세계)에다자기의내면을투사(projection)하고그세계他者로하여금시적화자대신말하게하거나,세계를자신의내부로끌어들여동화同化시켜서세계와자아가동일화를이루게하는표현장치가시이다.
양순복시인은주로자연을객관적상관물로하여자연에자신을투사하거나반대로자연에서삶을읽어내고삶의지향점을밝히는혜안을지닌시인이다.
양순복의시는따뜻하고밝고긍정적이다.그뿐만아니라남들이간과하기쉬운사물의이면을그사후事後,死後의의미까지천착하는깊이있는시안을지니고있다.



2.꽃이진후를주목하다

꽃잎이이슬에젖는건
젖은발로달려오는
별빛때문일거야

꽃진그자리에
서둘러새잎돋우는건
푸른그늘이되고싶은
열망때문일거야

꽃잎하나둘떨구는건
지워야할기억보다
보고싶은마음이더욱더간절해서
묻는늦은안부일거야
-「꽃이진후」부분

3월부터피는꽃들이4월이되자한꺼번에다피어나온통황홀한꽃동산을이루고있다.이처럼아름다운꽃앞에서우리는꽃이피어있는상태의아름다움을찬미하고노래하기는쉽다.그러나양순복시인은꽃이피었을때의황홀함과아름다움에취하기보다는꽃잎하나둘떨구며꽃이진후에,늦은안부를묻는시인이다.젖은발로달려오는별빛을받아이슬에젖는꽃잎을바라보며눈을맞추는시인이다.피어있는꽃만아름답고가치있는것이아니라꽃진자리에새잎이돋아타자들에게푸른그늘을드리워주고싶은잎의열망에눈을맞추는시안을지니고있다.꽃이진다는것은꽃의죽음死이지만,꽃이진자리에새잎이돋아나고,더욱이새생명잉태의열매가맺히는것은꽃잎의단순한죽음을넘어서서생명을지속시키는우주적인역사이다.양시인은이러한새로돋는잎과새생명이보고싶어서꽃진자리에‘늦은안부’를묻고있다.

단칼에목잘려나가야한다는사실을
어찌알았겠노
푸른눈물흘리며저항한번못하고
제살꿰매면서
오로지좋은시래기가되기위해서는
이앙다물고참아야한다고
목줄기와목줄기줄에엮인채
설한풍雪寒風기나긴밤서로토닥여가며
가려운줄기벽에다비비고문지를때
바스락바스락,버럭버럭,소리쳐봐도
누렇게야위어만가던빛
삭풍에얼었다녹았다
그누구따스한눈길한번주지않아도
수십번비우고또비우고나서야
또하나의꿈을이루었나니
-「무시래기꿈」부분

「무시래기꿈」도꽃이진후의삶에주목하는작품이다.오직뿌리만을살찌워야한다는일념아래푸른줄기를세우면서비와바람,천둥과먹구름을받아내던날들은,출산과육아는물론이고자녀교육을위해동분서주하며자신을돌아볼여유라곤없던젊은날의삶이다.그런데‘단칼에목잘려나’가듯이젊은날은가고푸른눈물흘리면서노년의자신을받아들여야하는날이오고말았다.젊은날처럼푸른삶은아닐지라도현실을받아들여야한다.직면한현실속에서최선을다해‘좋은시래기’가되기위해제살을스스로꿰매기도하고,세상의찬바람에얼었다녹았다,눈바람부는긴긴겨울밤에도서로토닥여가며자신을비워내야한다.젊은날의서슬푸르던결기와오기를수십번비우고또비우고나서이루어낸또하나의꿈,그이름은‘조선의무시래기’이다.
푸르던꽃의시간을지나서천신만고끝에이루어낸누런무시래기-무엇이든품어안을수있는따스한색깔,된장이건나물이건생선조림이건그어느것에도몸섞어깊은맛을우려내는무시래기,꽃이졌다고낙망하지않고,목잘린상황을탓하지않고꿈을이룬무시래기의삶은그대로우리들의삶,고난과질곡의역사를견뎌내어오늘의발전과풍요를이루어낸우리조선인의삶에대입된다.

바람은
바람의이름을불러주고
나무는
나무의이름을불러주고
등과등을
어깨와어깨를서로기대
알몸으로호호입김불어가며
극한추위를견뎌내는것
-「겨울숲학교」부분

꽃피고
꽃진다
몸살앓아눕거나
아쉬운마음저미지말자
-「어느4월의득음」부분

「겨울숲학교」도꽃이진후의겨울나무를노래하고있다.봄이오면또꽃을피우고,꽃진자리에새순돋우고가지를뻗어가겠지만,그꽃이진후의가을,잎이모두떨어진후의겨울에도나무는서로의이름을불러주고,어깨와어깨,등과등을서로기대어알몸으로극한추위를견뎌나간다.그것은「어느4월의득음」처럼꽃피고,꽃진다고몸살앓아눕거나아쉬운마음저미지않고,자연과우주의섭리에순응하는삶이다.꽃이피는황홀함뒤에는오랜기다림과인고의삶으로피워내는또다른꽃,또다른꿈이있다는것을알기때문이다.


3.인간소외소통부재와그극복

1807년에헤겔은정신의활동으로창조된사물이자립하여창조자에게대립함으로써인간정신이부정되는개념으로‘소외疏外’라는개념을제시하였다.그후로마르크스와에리히프롬에이르러소외의개념이더욱확대되었다.‘현대인들이사회적으로겪고있는온갖병적인것들’‘인간이본래지니고있는인간성이상실되어인간다운삶을잃어버리는현상’이라는뜻으로인간소외는현대사회를비판하는개념이되었다.인간이자기들의생활을풍부하려고만들어낸물질이인간으로부터독립하여거꾸로인간을지배하고마는현상을가리키는말로도쓰인다.
이처럼현대인들은얼른보기에는물질적풍요속에자유를누리며살고있는것같지만사실은발달된기계화의부속품으로전락하여자유로운창조의길을포기한무기력한존재이며,외부의권위에무조건순응하는자동인형이되어가고있다.더욱이첨단과학기술의발달로새롭고편리한기계를사용하면서,그기계나기술의주인이되지못하고오히려기계의도움없이는하루도살아갈수없는노예가되어가고있다.사회의기존가치로부터자신이멀리떨어져있는느낌,사회적관계에서느끼는고독감이나고립감무력감등으로소통부재를느끼면서더욱기계에만의존하게되어간다.

사람들은누구나각자의섬을갖고산다
그섬에서발신인없는편지를읽는다

전동차문이열리고
우르르안으로뛰어드는성미급한사람들,
자리에앉거나서거나
각자의섬에불밝혀놓고
혼자서웃고울고너스레를떤다

“이섬에서저섬을잇기위해서는
반드시배터리충전을잊지말아야합니다.”

수많은섬을부려놓고다시싣는전동차는
습관처럼낯익은멘트를흘려보내고
타인의우체통에담긴발신인없는편지를
이섬,저섬에다수없이부려놓는다

도시의바다는
발신인없는편지를실어나르며
언제나소란스럽고분주하지만
나는그섬을떠나지못한다

※B형도시:기존의도시에대비되는새로운개념의도시.각자의섬에갇혀이웃과단절되고기계에만의존하는현대인의도시.
-「B형도시」부분


‘B형도시’는양시인이명명한새로운도시이다.자기안에갇혀서,타인과소통하지못하고스스로소외시키며기계에만의존하는현대인들이살아가는모습을,관계맺음과타인에대한배려를잃어버린새로운형태의도시로명명하고꼬집어고발한다.현대인은사회로부터소외되기도하고,기계나기술에의해소외되기도하고,스스로자기를곁에있는사람들로부터소외시키기도한다.그리하여모두가고립되어현대라는소통부재의바다에서각기따로따로떠도는외딴섬으로살아가고있다.필자도「호모모빌리쿠스」라는시에서,손에전화기가없으면불안하고허전하여잠시도견디지못하는모바일인간에관해쓴적이있다.이시도외딴섬에서오로지배터리충전된스마트폰에만의지한채진정성없이떠다니는‘발신인모르는편지’를읽는익명의사람들,그것에의해울고웃고찡그리며노예가되어가는사람들,나아가서그사람들자체가발신인없는편지가되어떠다니는부유물처럼살아가는현대인의삶을날카롭게꼬집으며메스를가하고있다.손안의거인전화기로사이버공간에서낯모르는익명의사람들을찾아헤매다가벌어지는사회문제들,충동적인범죄들,점점더외딴섬이되어가는사람들로인해사회전체가외딴바다가되어가서인간의존엄성이무너지고,비인간화되어가는현대사회의문제를새삼짚어보게하는울림이큰작품이다.

별끼리소리없이만나는밤에
우리도반짝이는별꽃이된다

별안에서별을찾는사람들
눈먼도시는밤마다별꽃축제를열고
나도그중하나별헤는여인이되어
이름없이지는별하나품고산다

별은별끼리모여별자리가되고
별자리와별자리가모여별나라되고
별나라에그대의황궁이있다면
환궁의심장에큐피드화살쏘아올려
그대가슴에새겨진사랑하나품고사는
사랑의별자리를하나새겨놓고싶다

행여,
그대차가운눈빛에
긴꼬리달고투신하는
긴꼬리별똥별이되어도좋다
-「별안에별을안고」부분

양시인은외딴섬이되어가는인간소외와소통부재를고발하면서한편으로는그극복을기원한다.양시인의시의오브제(objet)가별,식물등이고,식물중에서도꽃과나무가많은것은시인의마음이그만큼따뜻하고긍정적이며,인간은물론이고세상만유와소통을원하고있기때문인것으로보인다.인간소외는인간다운자기의본질을잃고세상의물질적가치를맹목적으로좇으며기계나기술의노예가되어가는현상이다.이러한현상을극복하기위해서는나만의섬에갇혀서타인의눈이나타인과의관계를의식하지않고자기하고싶은대로행동하는즉자적삶에서,타인과의관계를인식하고,타인을이해하고배려하는대자적삶으로의인식과변화가필요하다.생텍쥐페리가『어린왕자』에서여우의입을빌어말하는‘서로길들이기’,즉‘관계맺음’의중요성을인식한다면이세상모든소외와소통부재는다극복될것이다.에리히프롬도산업사회에서의인간소외를극복하기위해서는자기를실현하는자율적인격이되어야하며,인간이본래소유하고있는창조적활동이나사랑이작용해야한다고제시한다.
시인은「별안에별을안고」에서이세상모든이(타자들)를‘별’로,‘반짝이는별꽃’으로치환해낸다.별은소외된인간들과는다르다.혼자반짝이는것이아니고별끼리모여별자리가되고별자리끼리모여별나라가된다.혼자외따로이있을때의별빛보다,함께모여반짝일때그별빛은더욱빛나고멀리가는빛이된다.그리하여마침내그대가슴에새겨진사랑으로승화된다.‘관계맺음’의최고지향점은사랑이다.더나아가서시인은,그대가끝내마음을열지않는소통부재의대상인‘차가운눈빛’이라해도그눈빛에‘긴꼬리달고투신하는’별똥별이되어도좋다고한다.이처럼시인은‘너’로제유提喩되는소외된인간의문을열고자자신을전부던지기도한다.일찍이「B형도시」에서가슴저린인간소외와타인의식을느꼈기에자신이별똥별로산화하여사라지는한이있어도그희생을즐겨감수하겠다는결의로읽힌다.‘별안에서별을찾는’사람,타인을자신의섬안에들여놓는사람들이더많아지는사회가되기를기원하는마음이따뜻하게읽힌다.
‘사람이꽃이되고/꽃이사람이되는/하양분홍부드러운미소’(「코스모스길에서」),‘갈등많은이세상/소통의문열어놓고’(「등불축제」)등에서도사람과자연의소통과동화,소외의극복등의메시지를읽을수있다.


4.생명공동체와자기성찰

양순복시의또다른한축은자연을오브제로하는생명존중,생명공동체의식과자신을돌아보며성찰하는자기성찰의시가차지하고있다.

칠십평생
이산저골짜기짊어지고다니느라
허리가산능선이된할머니
억새지붕처마끝엔
수십년세월흔적이쌓여있다
검둥이와몇마리닭이가족인데
암탉을쫓는수탉과
어미닭을졸졸따라다니는병아리들

춘삼월
누가거들지않아도싹틔우는나무와꽃들
마당한쪽에복숭아나무한그루심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