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때마다 걸었지

외로울 때마다 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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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송남섭의 시가 있는 에세이집 ‘외로울 때마다 걸었지’는 저자가 독자와 함께 걷는 산책로를 조용히 열어 보이는 듯하다. 수필 중심의 깊은 사색과, 이를 감싸는 시의 은유는 독자에게 마치 시와 수필이 대화하는 공간처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집은 저자가 지나온 삶의 자취와 그 안에서 길어 올린 생각들을 정제된 문장으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특히 송남섭은 다수의 작품을 수록하려는 일반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독자 앞에서 비교적 자신할 수 있는 소수의 작품만 엄선하였다. 이는 작품집 발표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저자의 철학을 드러낸다. 이러한 선택은 독자에게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 한 편 한 편이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심사숙고한 고백처럼 다가오게 한다.
저자

송남섭

ㆍ제천출생
ㆍ2008년「현대수필」등단
ㆍ2020년동국대학교문화예술대학원문예창작학과석사졸업
ㆍ前계간현대수필작가회회장
ㆍ계간현대수필편집위원
ㆍ한국문인협회회원

목차

작가의말 05
추천사┃박판식시인 06


1보고싶다는말은
넘치는나와의이별 16
아침을여는소리 18
외로울때마다걸었지 20
분홍색바다 22
마지막선물 24
보고싶다는말은 28
죽은이들과자는밤 30
어머니는회색도시에살고계시지 32


2그들이함께한
그들이함께한 40
고향다녀오는길 44
어린시절 47
반딧불이 54
제사 56
파묘 61
설날이브 68
아직은봄날 71


3그리운사람들
내기억속의그날 80
무제無題 85
비오는날이면 91
꿈 98
꿈1 100
하얀망촛대 104
그를위로할수있는언어는없다 106
그리운사람들 112


4태풍속으로
태풍속으로 126
재건축아파트 132
재건축아파트1 134
구봉도 137
오늘의설교 140
꽁지머리신부님 141
이웃집여자 143
비워내기 147
나의콘서트 150


5에피소드episode
그해여름 158
기타 160
말 166
말의힘 168
Myeden 172
혹에대한안부 174
어떤편지 175
조호바루JohorBahru한달살기 180
에피소드episode 193

출판사 서평

내기억속의그날,
불꽃속에서찾은삶의소중함

삶에는잊을수없는순간들이있다.그것은단순히기억으로만남는것이아니라,우리의내면깊숙이흔적을남기며삶의가치를재정립하게만든다.송남섭작가가이번시와에세이집[외로울때마다걸었지]에서들려주는‘내기억속의그날’은그러한순간중하나였다.불길이산을집어삼키던그날밤,그녀는자연의위대함과인간의연약함,그리고삶의소중함을깨닫게되었다.

작가는이야기를통해자연의파괴적인힘앞에서인간이얼마나무력해질수있는지를생생히보여준다.작은연기에서시작된불길은산과산을넘어마을을삼키며모든것을집어삼켰다.그것은마치전쟁의한복판에있는듯한느낌을주었고,생과사의갈림길에서사랑하는사람들과헤어져야했던순간들은그자체로비극이었다.그러나작가의시선은단순히재앙에머물지않는다.불길속에서도함께손을잡고피난길에나섰던사람들,무사히돌아왔다는소식에터져나온안도의한숨은인간의연대와희망을엿보게한다.

그날의경험은단순한재난의기억을넘어작가에게새로운깨달음을안겨주었다.모든것을집어삼킨불길조차시간이지나면연녹색으로변하는자연의회복력은경이로웠다.그녀는그광경을보며깨달았다.어떤것도사람만큼소중하지않으며,우리가만나는이들과함께할수있는시간은감사로가득채워야한다고.이깨달음은그녀가삶을바라보는방식을근본적으로바꿨다.

‘내기억속의그날’은단순한회고가아니다.그것은삶의가치를다시금상기시키는메시지다.작가는자연의파괴와회복,그리고그속에서발견한인간애를통해우리에게묻는다.무엇이진정으로중요한가?그녀의대답은단순하지만깊다."사람,그리고함께살아가는순간들."이이야기를읽는우리는자연앞에서겸손함을배우고,우리의일상속에서감사의이유를발견하게된다.

송남섭의수필‘기타’,
우리가겪는감정의변화와그회복과정

송남섭의수필‘기타’는개인적인경험을통해음악과악기,특히기타에대한애정을진지하게그려낸작품이다.작가는피아노와기타를배우고자했던어린시절의갈망과그후에도이어지는미련을솔직하게풀어낸다.음악에대한그의깊은열정은단순한취미를넘어선,자아를찾고회복하는중요한과정으로그려진다.특히,기타의끊어진줄을다시갈고악기점에서새줄로교체하는장면은일상속에서잃어버린것들을다시찾으려는작가의애틋한마음을잘보여준다.

이수필은음악을단순히취미의대상으로만다루지않고,그것을통해자신을치유하고일상의의미를되찾는과정으로묘사한다.또한,시간의흐름속에서기타를돌보며그리움과아쉬움을녹여내는작가의내면을섬세하게표현한점이긍정적으로평가될수있다.기타를다시손에쥐고연주하는장면에서드러나는작가의결단과그로인한감동은독자에게음악의위로와삶의소중함을되새기게한다.

또한,수필속의묘사들은독자가자연스럽게작가의감정을따라가도록유도한다."기쁜우리젊은날"이흘러나오는순간,마치독자가함께음악의세계로빠져드는듯한느낌을주며,음악을통한감정의해방과회복이중요한주제로부각된다.송남섭은자신의삶과음악을엮어진지하면서도따뜻한메시지를전달하고있으며,이는독자들에게깊은감동을주는요소로작용한다.

결국,‘기타’는음악이단순히음표와소리로구성된예술이아니라,삶의일부로서우리가겪는감정의변화와그회복과정을함께나누는중요한존재임을일깨워주는작품이다.

시,‘넘치는나와의이별’전문

누군가의힘에밀려나는
유리문안으로들어갔다

파란벙거지모자가물었다
당신은누구세요

16센티혹입니다

숫자8이붙은방으로안내할게요
조금후당신의배에구멍을뚫겠습니다

팔과다리를꽁꽁묶으면
시간의길이를재어보세요

소음같은침묵이윙윙머리위를날았다

이윽고혹은
그오랜웅크림을끝내고기지개라도펴듯
부드럽게쏟아져내렸다

송남섭작가의시‘넘치는나와의이별’은그자체로깊숙하며강렬한메시지를전달한다.이시에서작가는독자에게내면의갈등과자아의해방을탐구하도록유도한다.
첫구절에서"누군가의힘에밀려나는/유리문안으로들어갔다"는표현은외부세계와의충돌이나압박을암시하며,내적갈등의시작을나타낸다.유리문은상반된이미지-투명하고차가운,그리고동시에막힘없는공간을떠올리게하여내면의억압을더욱부각시킨다.

또한,"16센티혹"이나"숫자8이붙은방"같은디테일은우리의일상에서무심코지나칠수있는일련의규격화된요소들을통해개인의고립과기계적존재감을강조한다.여기서혹은단순한신체의일부일수도있지만,동시에내면의괴로움과고통을나타내는상징적인존재로해석될수있다.

시의후반부에서는"소음같은침묵이윙윙머리위를날았다"는표현을통해시간이흐르며겪는내적혼란과그로인한불안정한상태를효과적으로묘사한다.그러나"부드럽게쏟아져내렸다"는구절은그혼란을극복하고한층성숙된상태로변화하는과정을나타내며,시적인위안을준다.

이시는고립,갈등,해방이라는복합적인감정을함축적으로그려내며독자에게깊은사유를불러일으킨다.감각적이고도심리적인요소들을결합하여,독자가시의각구절을천천히곱씹으며자신만의해석을찾아가게하는것이다.

시,‘외로울때마다걸었지’전문

외로울때마다걸었지
어느새마음은고향으로달려가지
기찻길건너마을어귀성황당을지나면
나뭇가지가땅에닿을듯내려앉아
음습한기운이감돌지
맞아,그나무는느티나무였어
그곳을떠올리면쾅!굉음이들려오지
회색연기가피어오르지
성황당나무아래둥그렇게
검은무덤이생겨났지
전쟁이끝나고산천들녘에박힌
탄피와고철을찾아내던고물상이
지뢰탄을건드린거라고
사람들은수군거렸지
놀란사람들이
무덤을향해달려가고
연기는점점흰빛으로변해갔지
이웃집담장에기대보았던그날의기억은
성황당밑을지날때마다
집요하게내머리채를잡아당겼지
그사람은죽었을까아니면살았을까
두려움만남긴그날의궁금함은
풀길이없었지
사람들은이미떠나고
영화속장면처럼그길을걷고있지
오늘도나는.

회상의생생함과장소의이미지화

시속의화자는기찻길,성황당,느티나무등고향의풍경을생생하고구체적으로묘사하여독자로하여금그장면을눈앞에그리게한다."나뭇가지가땅에닿을듯내려앉아음습한기운이감돌지"라는표현은고향의신비로운분위기와동시에약간의불안을불러일으킨다.이러한세밀한묘사는시적공간을구체화하며,독자가화자의감정을더욱몰입하여느낄수있게한다.

전쟁의흔적과인간의두려움

전쟁의여파로생겨난지뢰탄사고를다룬부분은고향의아름다운풍경속에자리잡은비극적인요소를강렬하게대조한다."전쟁이끝나고산천들녘에박힌탄피와고철"이라는구절은전쟁이남긴상처를은유적으로전달하며,이를통해개인적경험이보편적역사와연결된다.또한,"그사람은죽었을까아니면살았을까"라는문장은화자의궁금증과두려움을압축적으로보여주며인간의내면적고뇌를효과적으로드러낸다.

기억의지속성과감정의되새김

이시는특정기억이화자의현재에얼마나큰영향을미치는지를보여준다."집요하게내머리채를잡아당겼지"라는표현은과거의충격이단순한회상이아니라현재까지지속적으로영향을끼치고있음을상징한다.이러한표현은독자로하여금화자의감정에깊이공감하게만들며,기억과트라우마의본질에대해사유하게한다.

문학적장치의활용

이시는생생한이미지와대조적구성을통해시적효과를극대화한다.특히,연기가"회색"에서"흰빛으로변해갔지"라는구절은파괴와치유,혹은혼란과희망사이의미묘한변화를상징적으로표현한다.또한"영화속장면처럼그길을걷고있지"라는구절은현재의화자가과거의기억을다시체험하는방식으로,영화적이미지화가이루어져독자에게강렬한인상을남긴다.

열린결말의여운
"오늘도나는"으로끝나는열린결말은화자의이야기를독자가각자해석할수있게여지를남겨둔다.이는화자의내면적방황과과거에대한집착이여전히진행중임을암시하며,독자에게깊은여운을제공합니다.열린결말은시의주제를강조하고독자로하여금자기성찰을하게하는데효과적이다.

이시는고향과전쟁의비극,그리고인간기억의지속성에대한통찰을통해독자로하여금감정적으로공감하게하며,동시에역사적·사회적맥락을성찰하게한다.시적표현의아름다움과내용의깊이가조화를이룬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