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여름날

눈 내리는 여름날

$19.19
Description
반세기 동안 모국을 떠나 살아온 한 이민자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권영규 수필집 『눈 내리는 여름날』은 도쿄와 시드니를 거쳐 온 삶의 궤적을 깊고 잔잔한 문장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1978년 일본에서의 고된 직장생활과 육아, 그리고 1988년 호주로의 이민이라는 전환점 속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변화와 도전을 겪어왔다. 삶의 후반부에 이르러 비로소 마주한 여유 속에서, 그동안 교민 언론에 실었던 글들을 모아 한글과 영어로 나란히 실은 이 수필집은 세대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가족과 독자 모두에게 다가가고자 한 작가의 따뜻한 바람을 담고 있다.

책 제목이기도 한 ‘눈 내리는 여름날’은 모국과 계절이 반대인 시드니에서 경험한 한 순간의 감정에서 비롯되었다. 무더운 여름날 스테이트극장에서 종이 눈보라가 쏟아지던 그 순간, 작가는 북반구 겨울의 눈을 되찾듯 오래된 그리움에 잠긴다. 이처럼 책 속의 수필들은 일상의 작은 장면과 추억, 이민자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모국과 새로운 터전이 동시에 가슴속에 존재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화려함보다 진솔함을, 과장보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글들은 독자에게 오래도록 머무는 여운을 남긴다.

더불어 작가는 이번 책에 첫 단편소설까지 함께 실으며, 수필 너머의 새로운 문학적 시도를 조심스레 펼쳐 보인다. 『눈 내리는 여름날』은 단순한 회고를 넘어, 이민자로 살아온 이들의 기억과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고자 한다. 두 언어로 섬세하게 다듬어진 이 기록은 한국어 독자뿐만 아니라 영어권 독자들에게도 공감을 전하며,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눈 내리는 여름날’을 떠올리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다.
저자

권영규

ㆍ서울출생
ㆍ이화여고,이화여대졸업
ㆍ1988년호주이민
ㆍ2006년소설가이효정선생님주관문예창작교실제4기수료
ㆍ2012년〈문학시대〉수필부문등단
ㆍ2025년현재이효정문학회(aka시드니한인작가회)회장
ㆍ본회동인지제5집2007년〈시드니수필〉,제6집~제12집〈시드니문학〉에작품게재
ㆍ2024년디아스포라웹진‘너머’7호에‘인연의끈’게재

이책의삽화는권영규의딸케이가담당하였습니다.

목차

프롤로그 4
부록 378

1부
제2의고향호주에살어리랏다 12
거리의아침식사 17
눈내리는여름날 22
손님월터 26
셰릴의환갑파티 30
아름드리나무 34
단출하게살아가기 39
인연의끈 44

2부
인연의도미노 52
신부(新婦)의표정변천기 55
산모와미역국 59
사랑의힘 64
마지막이된배웅 68
내마음에쌓인저금 72
향기로운우정 77
아,버지니아! 82

3부
이시대의바벨탑 91
바야흐로휴대폰시대 95
문화의힘 99
제주도해녀를만나다 103
문화유산계승의힘 108
떳떳할수없는역사 112
천재(天災)와인재(人災) 117
우리아주멀리서왔어요 122

4부
장인정신 129
새해를맞으며 133
이또한지나가리라 137
영혼의흔적은어디에 142
인생의황금기에서 146
인생소나타 149

단편소설
아버지의봄 153

출판사 서평

반세기이민의시간을건너온한여인의기억과고백,
그리고다시쓰는모국어의사랑

권영규수필집『눈내리는여름날』은반세기동안모국을떠나살아온한이민자의시간이고스란히응축된기록이다.1978년,도쿄에서의직장생활과출산,육아로치열하게살아냈던10년의나날들,그리고1988년서울올림픽의함성이세계를울리던그해호주로의이민을결심하며시작된또다른삶.이책은그지난한여정을지나온한여성의목소리로쓰인,삶의증언이자세대를관통하는따뜻한메시지다.

작가는인생의후반부에들어서비로소시간을붙잡을여유를갖게되었고,그동안교민신문과여러매체에발표했던글중서른편을가려뽑아한권의수필집으로엮었다.특히이책은각작품을한글과영어번역으로나란히실었다는점에서독창적이다.한국어글을온전히읽기어려워하는아들딸을위해,세대를건너흐르는언어의강을건너기위해마련한애틋한시도였다.어머니가써온글이어떤빛깔을지녔는지궁금해하던딸에게,이책은‘엄마의글을번역한첫번째다리’가되어준다.

영어번역과정에는여러이들의따뜻한손길이담겼다.전문번역가에게맡기기엔겁이앞섰다는작가는딸Kay와그친구들-NancyLee,SunnyLee,SueHendroff,PhilippaRussell,KateHarris,SungsinRo-의도움속에문장하나하나를더듬었다.최근들어AI번역기술의놀라운발전도작업속도를한층빠르게했다.그러나그어떤기술적도움보다중요한것은작가자신의확인과호주에서생활해온이들의섬세한감수과정이었다.그렇게다듬어진문장들은단순한번역이아닌,‘두언어의숨결이공존하는기록물’이되었다.

책의제목**『눈내리는여름날』**은실린작품중하나의제목이기도하다.모국과계절이반대인시드니에서,어느무더운여름날스테이트극장공연의절정에서종이눈보라가관객석으로쏟아지는순간-작가는그장면을통해북반구의겨울을떠올리며가슴깊은곳에서오래전고향의눈을다시맞는다.그장면은이민자의마음속에늘함께존재하는두개의계절,두개의고향을상징한다.

권영규의수필은화려하거나과장된말대신,일상을글로빚어올리는정직함과체온을가진다.도쿄에서의고단했던젊은시절,호주에서맞은새로운삶,교민언론에기고하던날들의소소한사건들,그리고이민자로서의정체성과모국에대한그리움.작가는그것들을조용한시선으로바라보고,때로는한줄의은유와따뜻한회상으로담아낸다.글의주제와결이저마다다르지만,모든글에는한사람의지난한이민여정이만들어낸깊은감정의퇴적층이자리하고있다.

2006년,시드니교민신문에실린‘문예창작교실’광고를보고꿈틀거리던마음을따라들어섰던늦깎이글쓰기의길.원로소설가이효정선생을만나‘수필문학’이라는장르의매력에빠졌고,그때부터작가는삶의문장을써내려가기시작했다.단순한회고록을쓰고싶었던처음의마음은어느새‘일상이글이되는기쁨’을알아가는여정으로확장되었다.이책은바로그시간의총체다.

이수필집은동시에,이민자로살아온많은이들에게보내는작은위로의손짓이기도하다.고향의냄새가그리운이들,새로운환경에서정착하며여러언어와정체성사이에서흔들렸던이들,그리고가족에게자신의이야기를전하고싶은이민1세대모두가이책속에서공감의문장을발견할것이다.또한한글을모국어로사용하지않는젊은세대에게도,작가의두언어병기방식은세대간소통의가능성을보여준다.

책의마지막에는작가가조심스레내놓은첫단편소설이수록되어있다.수필이자신의삶을쓰는작업이라면,소설은제3자의삶을조명하는또하나의문학적도전이다.아직서툴수있으나,새로운문학의세계를향한작은발걸음이자,작가가이여정에서계속성장하겠다는약속의페이지다.

『눈내리는여름날』은단지한권의수필집이아니다.
이책은한이민자가반세기동안품어온기억과그리움,감사와성찰을두언어로수놓은인생의기록이다.
눈이내리지않는여름날에도마음속에눈이쌓이는날들이있다.
이책은그런순간들을따뜻하게끌어안는글들로채워져있다.
독자들은이책을통해,삶이우리를어디로데려가더라도결국마음은늘‘두개의고향’을품고살아간다는사실을다시한번느끼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