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의 여름 (동부수필 6집)

토론토의 여름 (동부수필 6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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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동부수필문학회 제6집 『토론토의 여름』은 지나온 시간을 문장으로 되살리고, 평범한 일상에서 삶의 깊은 의미를 발견하는 수필집이다. 고향과 유년의 기억, 어머니와 할머니의 손길, 젊은 날에 맺은 소중한 인연, 여행과 자연, 노년의 일상, 그리고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까지 여러 작가가 살아오며 가슴에 품어온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봄비와 진달래, 바다와 섬, 오래된 나무와 길, 밥 한 끼와 김치처럼 무심히 지나칠 법한 풍경과 사물도 작가들의 시선을 거치면서 한 사람의 생을 증명하는 특별한 기억으로 되살아난다.

『토론토의 여름』에 담긴 이야기는 어느 한 사람만의 추억에 머물지 않는다. 세월은 사람과 풍경을 데려가지만, 글은 그 시간을 다시 불러 앉힌다. 작가들은 나이 들어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된 사람과 사건, 상실과 아픔을 지나 얻은 깨달음, 오늘의 소소한 일상이 지닌 소중함을 담담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누군가의 봄과 여름, 또 다른 누군가의 가을과 겨울이 한 권에 모여 저마다의 ‘인생의 계절’을 이룬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독자 역시 잊고 지냈던 고향과 가족, 그리운 사람과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 『토론토의 여름』은 다른 이들의 삶을 읽으며 어느새 자신의 오래된 계절과 다시 만나게 하는 책이다.
저자

동부수필문학회

2026년 현재 이희순 수필가가 회장을 맡아 이끌고 있는 ‘동부수필 문학회’는, 수필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지역 수필 문학의 저변확대와 질적 수준 향상을 통한 창작력 제고 및 동호인 간 교류와 우호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2010년 12월 당시, 원로 수필가 임병식 외 12인의 여수, 순천, 광양 지역 수필 인이 모여 임병식 지도위원, 엄정숙 회장, 양달막 총무 등을 선출하고 매월 한 번씩 모이고 있으며 현재 대다수 회원이 수필작가로 등단하였고 〈한국수필〉 〈수필세계〉 〈그린에세 이〉 〈에세이21〉 〈푸른솔문학〉 〈창작산맥〉 등 수필 전문지에 작품 기고, 각종 문학상 수상 등으로 중앙 수필 문단의 관심과 호평을 받고 있다. 2023. 4월, 법인으로 보는 단체’ 등록 (고유번호: 229-82-70059)
2015년 11월 동인지 〈동부수필〉 창간호, 2019년 10월 제2집, 2023년 제3집〈민들레 홀씨〉, 2024년 제4집 〈까치 소리〉를, 2025년에는 이번 동인 수필집과 전남문화재단 후원 선정도서로서 동부수필문학회 창립 15주년 특집 ‘넥타이 속에 담긴 시간’을 출간하였다.
동부수필 문학회는 매월 모임을 통해 회원 작품 합평 및 토론, 유명 수필가 초청 강연, 수필 교실, 문학기행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온다. 특히 올해는 회원들의 개인 작품집 출간을 비롯해 이희순 회장이 아동문학가로 등단하였고, 임병식 원로 수필가가 제3회 유혜자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목차

권두시 | 계절의 기록-곽경자 4


임병식
보냄갈이 14
애양원의 추모비를 보며 16
화전(花煎)놀이 추억 19

엄정숙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곳으로 간다 26
소소한 일상 31
김장철에 만난 철학 한잔 35

곽경자
계절의 기수 42
숭어 떼 뛰어오르듯 44
엄마라는 이름으로 48

윤문칠
노을빛에 취한 커피 향 54
‘꼰대’ 선생님의 추억 58
외롭게 꽃을 피우는 잘피 62

김종호
사전 영결식 68
토론토의 여름 72
영원한 내 편, 할매와의 첫 약속 76

이선덕
가을에 핀 장미는 그리움이다 84
건망증 88
그린을 풀다 91

이희순
카르네아데스의 판자 96
천국에 없는 것 100
전조등을 닦으며 102

양달막
뽀삐 108
찬이 111
도둑놈, 도둑님 116

이승훈
금연 40일째와 예수님 광야 40일 112
나는 오늘도 골고타를 걷는다 127

차성애
첫 해외여행 134
그늘의 품 138
황칠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142

박주희
헬렌 켈러의 자서전에 밑줄을 긋다 148
수평을 긋다 152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글을 써라』를 읽고 156

백이석
그들이 아직 일하는 이유? 162
측은지심의 힘 166
칼솟의 본고장 따라고사 발스 169

이승애
빈집에 온 손님 176
길을 걷다 181

임경화
아는 노래, 오래된 노래 188
여름의 일 192
대추나무와 모과나무 집 앞에서 196

오순아
자왈에 강 낭해왕 불때시녜 202
새치 엄마 흰머리 엄마 206
집, 시절들과 해후하다 210

김태정
훨훨 날아가기를 216
정상보다 소중한 길 위의 시간 221
신작로 위의 길 225

김인옥
감나무 사랑 걸렸네 234
parking은 잘 하셨나요 239
스승의 날 242

동부수필문학회 소개 247

출판사 서평

지나온 시간을 문장으로 되살리고, 오늘의 삶을 다시 바라보다
_동부수필문학회 제6집 『토론토의 여름』

한 사람의 생은 지나온 시간의 총합이지만, 그 시간이 모두 기억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어떤 순간은 수십 년이 지나도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오래전 어머니가 화전을 뒤집던 손, 소와 함께 밭을 갈던 풍경, 낯선 곳에서 맺었던 인연, 먼저 떠난 사람의 빈자리, 평범한 식탁과 설거지,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 하나까지도 마음에 닿는 순간 삶의 한 장면이 된다. 그리고 수필은 그렇게 흩어진 순간을 다시 불러내어 한 사람의 생을 새롭게 읽게 하는 문학이다.
동부수필문학회 제6집 『토론토의 여름』은 바로 그러한 ‘삶의 기억을 되살리는 문학’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집이다. 2026년 발간된 이번 작품집에는 여러 필자가 저마다 살아온 시간과 그 안에서 건져 올린 생각을 담았다. 「보냄갈이」, 「화전놀이 추억」,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그곳으로 간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노을빛에 취한 커피 향」, 「영원한 내 편, 할매와의 첫 약속」, 「가을에 핀 장미는 그리움이다」 등 제목만 보아도 기억과 사람, 자연과 세월을 아우르는 이 동인 수필집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기억은 지나간 시간을 다시 살아 있게 한다
무엇보다 『토론토의 여름』을 관통하는 힘은 기억이다. 그러나 여기서 기억은 지나간 시절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 과거를 현재로 불러내어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묻고, 그 시간을 통해 지금의 자신을 이해하려는 성찰이다.
임병식의 「보냄갈이」에서 묵은 땅을 뒤집는 일은 단순한 농사일을 넘어 묵은 시간을 뒤집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삶의 행위로 확장된다. 사라진 소와 농촌의 노동은 추억 속 풍경으로 끝나지 않고 삶과 기억을 다시 일으키는 상징이 된다.
「화전놀이 추억」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잘 드러난다. 솥뚜껑에 진달래꽃을 올려 화전을 부치던 봄날, 장작불 냄새와 막걸리 사발, 사람들의 웃음, 그리고 화전을 뒤집던 어머니의 손은 한 시대의 생활사이면서 개인의 가장 따뜻한 기억이다. “꽃은 천천히 먹어야 향이 난다”는 어머니의 말은 시간이 흐른 뒤 삶을 대하는 태도로 되돌아온다. 빨리 지나가면 놓치는 것이 있고, 오래 음미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는 깨달음이다.
이 동인 수필집에서 자연과 계절 역시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봄비와 진달래, 바다와 섬, 노을과 커피, 장미와 나무, 그늘과 수평선, 대추나무와 모과나무, 감나무 같은 자연의 대상들은 저마다 한 사람의 기억을 여는 문이 된다. 권두시 「계절의 기록」에서 봄비가 내리자 화자는 어린 시절 뛰놀던 대부산과 문바위, 안개와 바다, 어른들이 부르던 민요를 떠올린다. 육지에 살면서도 다시 섬을 그리워하는 마음에는 고향이란 떠나온 장소가 아니라 평생 마음속에 남아 있는 내면의 풍경이라는 사실이 배어 있다.

나이 들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삶의 풍경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나이 듦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 동인 수필집의 노년은 단순히 쇠락이나 상실의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지나온 삶에서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사소한 것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에 가깝다.
엄정숙의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그곳으로 간다」는 노년에 이른 화자가 젊은 시절 외국 회사에서 일하며 만났던 사람들을 되돌아본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기억 속에 살아 있다면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삶 속에서 장수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젊은 시절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수십 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문장 속으로 돌아오고, 작가는 글을 쓰면서 말 그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다.
그래서 『토론토의 여름』에서 글쓰기는 특별한 의미를 얻는다. 지나간 삶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생을 다시 읽고 다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엄정숙은 글의 씨앗을 주워 마음에 심고 그것을 낱말과 문장으로 배열하며 끝까지 퇴고하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퇴고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 대목은 동부수필 제6집의 문학적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필을 쓴다는 것은 이미 지나가 버린 삶을 고치는 일이 아니다. 지나온 시간을 다시 바라봄으로써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의미를 발견하고, 지금의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 세월이 흘러야 비로소 이해되는 사람이 있고, 나이가 들어서야 새롭게 보이는 사건이 있다. 수필은 바로 그 뒤늦은 깨달음에 문장을 부여한다.

상실과 아픔까지 삶의 의미로 품어내다
『토론토의 여름』에는 밝고 따뜻한 추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죽음과 이별, 외로움과 후회, 역사적 상처와 인간관계에서 오는 아픔 역시 곳곳에 자리한다. 그러나 작품들은 상처를 과장하거나 슬픔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그것을 통과하며 얻은 깨달음을 담담하게 건넨다.
임병식의 「애양원의 추모비를 보며」는 손양원 목사의 삶을 통해 인간이 다른 인간을 어디까지 품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애양원의 추모비 앞에서 시작된 생각은 한 개인의 신앙과 희생을 넘어 여순과 한국전쟁이 남긴 시대의 상처로 이어진다. 한 사람의 삶은 끝나더라도 그가 남긴 사랑과 정신은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간다. 개인의 체험에서 시작한 수필이 역사와 인간, 사랑과 용서에 대한 질문으로 넓어지는 지점이다.
엄정숙의 「김장철에 만난 철학 한잔」 역시 일상의 작은 사건에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조카의 죽음이라는 절박한 순간에도 자신의 김장 이야기를 계속하던 지인에게 서운함을 느끼지만, 작가는 곧 그 모습에서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자신의 모습까지 발견한다. 타인의 허물을 바라보다 자신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러한 태도야말로 좋은 수필이 지닌 미덕 가운데 하나다. 수필은 타인을 심판하는 문학이라기보다 타인을 통해 결국 자신을 들여다보는 문학이기 때문이다.
『토론토의 여름』에는 이처럼 거창하지 않은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밥 한 끼와 김치, 오래된 책 한 권, 길 위에서 만난 사람, 한 그루 나무, 어머니와 할머니, 고향 마을과 옛 직장, 여행지의 풍경,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의 기억이 문장의 중심으로 들어온다. 평범하기 때문에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작가들의 시선을 거치면 그것들은 한 사람의 생을 증명하는 귀중한 기록이 된다. 수필의 힘은 특별한 인생을 보여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인생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아내는 데 있다는 사실을 이 동인 수필집은 다시 확인시켜 준다.

저마다의 계절이 모여 한 권의 인생이 되다
동인 수필집의 표제인 ‘토론토의 여름’은 의미심장하다. 토론토라는 먼 지명과 ‘여름’이라는 계절이 만나면서 제목은 자연스럽게 이동과 시간, 낯선 세계와 삶의 한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독자가 만나게 되는 것은 특정한 한 도시의 여름만이 아니다. 누군가의 봄날이고, 또 다른 이의 가을이며, 어느 사람의 혹독했던 겨울이기도 하다. 결국 이 동인 수필집에 담긴 수많은 계절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을 꺼내놓은 ‘인생의 계절들’이라 할 수 있다.
동부수필문학회 제6집 『토론토의 여름』은 화려한 사건을 앞세우기보다 오래 살아온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삶의 결을 천천히 보여준다.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누구를 만났고 무엇을 잃었으며, 무엇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 질문 끝에서 독자는 어느새 자신의 기억을 꺼내게 된다. 내게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고, 돌아가고 싶은 한 계절이 있었으며,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야 이해되는 순간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세월은 사람과 풍경을 데려가지만, 글은 그 시간을 다시 불러 앉힌다. 그것이 『토론토의 여름』이 지닌 가장 따뜻한 미덕이다. 동부수필문학회의 작가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건져 올린 삶의 조각을 문장으로 이어 붙이며, 평범한 하루도 기록되는 순간 한 사람의 역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동인 수필집을 덮고 나면 ‘그들의 이야기’를 읽었다는 느낌보다 내 삶의 어느 오래된 장면을 함께 돌아보고 왔다는 느낌이 오래 남는다. 누군가에게는 고향의 봄비가, 누군가에게는 어머니의 손이, 또 누군가에게는 먼저 떠난 사람이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한 사람의 삶은 사라져도 그 삶을 기억하는 문장은 남는다. 『토론토의 여름』은 그렇게 저마다의 지나온 계절을 한 권의 문학으로 되살려낸다. 그리고 그 문장들 사이에서 독자 역시 자신의 지나온 계절과 조용히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