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나를 덮칠 때 파도를 타고 나를 일으키다

파도가 나를 덮칠 때 파도를 타고 나를 일으키다

$19.20
Description
두려움을 성숙의 기회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작가의 모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가끔 내 삶이 낯설 때가 있다. 과연 내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으로 흔들릴 때마다 내가 짊어진 삶의 무게에 버거워지기도 한다. 가까운 사람과의 갈등을 겪을 때, 그 질문은 한결 어렵다.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갈등으로 상처를 받고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터널 같던 시간을 지나오며, 그런 질문과 고뇌가 상처만으로 남지는 않는다는 것 또한 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치유하려는 노력이 또 새로운 날들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작가 차상수는 어린 시절에 자신도 모르게 당한 일로 인해 수치심에 가려 살아왔다. 사춘기 때 벌어진 가정의 큰 일로 외로운 때를 보내야 했다. 맘껏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외로움 속에서 바람과 하늘과 자연을 벗 삼아 지냈다. 마음 한편은 항상 웅크려 있었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지만 웅크림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결혼 후의 삶도 그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던, 길고 긴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럼에도 작가는 문득 그 틀을 흔들어 보기 시작한다. 삶의 파도처럼 덮친 뇌종양 진단이 먼저 계기가 되었다. 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의 내부에 숨죽여 있었던 자신만의 힘을 발견한 것이다. 뇌종양 수술 후 기억이 사라지는 듯한 당혹스러운 느낌을 경험하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지만 직장과 대학원, 가정을 오가며 성취를 이뤄냈다. 뇌종양 수술을 받은 10년 후에 이번에는 폐암 진단이 덮쳤다. 그러나 작가는 그 파도 같은 시련에서 물살을 헤치는 방법을 어느새 스스로 익혔다는 것을, 폐암 완치 판정과 함께 새삼 깨달았다.

제주도 이호테우 해수욕장 근처에 살고 있는 작가는 제주시의 기간제 교사로 매일 학교에 나가 아이들에게 열정을 쏟는다. 쉬는 날이면 이호테우 해수욕장에서 서핑을 배운다. 61살이 된 나이에도 젊은이들과 함께 서핑을 배우는 모습이 참 멋지다.

파도타기에 도전한다는 건 작가에게 무섭고도 두려운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두려움에 들어가길 선택한 건 “내 안 깊은 곳에 웅크린 두려움을 무너뜨리기 위함이었다”라고 말한다. 경험한 적 없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마다 두려운 감정에 다른 모든 감정을 빼앗기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두려움이 기쁨으로 바뀌기도 한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책에서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파도타기에 도전했더니 거친 파도도 부드럽게 느껴졌다고 했다. ‘아, 그런 거구나! 두려운 건 내 생각일 뿐이었어. 사람도, 일도, 그 어떤 것도 나에게 다가올 때 내가 두려워 한 건 그냥 내 생각일 뿐이었어. 그 두려운 생각을 뛰어넘어야 해. 난 지금 그걸 해내고 있어.’라는 작가의 표현은 두렵다고 여기며 다가서지 못하는 일에 도전할 용기를 준다.

“두려움에 저항하여 내 생각과 행동을 바꿔야만 했다. ‘어떤 감정을 선택하지, 나를 살리는 감정은 무엇이지’, 나에게 이로운 감정이 감사하며 기뻐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우선 산책할 준비를 하고 집 밖으로 나갔다. 내가 지내고 있는 주변 자연을 찾아다녔다. 산, 바다를 찾아갔다. 동네 공원에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였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산속 새들, 나무, 꽃들로부터 기쁜 감정을 채워갔다.”

작가는 미국에 있는 딸을 만나기 위해, 파도타기에 도전했다고 했다. 자녀 앞에서 늘 어린아이 같았던 자신을 바꾸려는 몸부림이었다. 외로움과 싸우며 일자리를 구하는 딸을 생각하며 도전했다고 했다. 지친 딸에게 포근한 품으로 안아주길 원했다. 그 품을 만들기 위해 강해져야 했다. 작가가 파도타기에 도전한 후, 미국에서 딸을 만나 헤어지기까지의 긴장과 행복한 순간들이 담겨 있다. 작가의 딸에 대한 사랑과 딸의 엄마에 대한 사랑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다. 작가의 남편을 이해하려는 의지와 아들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 불안정한 가정에서 성장하게 한 것에 대한 미안함, 건강한 모습으로 성장해 준 자녀에 대한 고마움이 곳곳에 묻어 있다. 드러내고 싶지 않았을 가정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써 내려갔다. 깨어질 듯한 가정을 부여잡고 건강한 가정으로 세워가고 싶은 작가의 간절한 마음이 숨김없이 담겨 있다. 가정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가는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자는 바로 자신이라고 말한다.

종이책으로 출간되어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작가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좋다. 파도를 타기 위해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작가의 모습이 종이에 묻어 있는 감동을 준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주변에서 찾아 하나씩 채워나간다면 두려움이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오늘도 파도타기를 하며, 밀려오는 파도를 극복하고 다시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있을 작가의 글을 읽다 보니 내 마음도 한 뼘 성장한 것을 느낀다.
저자

차상수

저자:차상수
서울에서33년동안초등학교교사로활동했다.2017년도에서울시모범교사상을수상하고2018년도폐암선고를받았다.그이후,서울을떠나강릉,포항,제주도에서기간제교사로활동하며작가와시니어모델의꿈을키워가고있다.저서《죽음이가꾼삶》(2024)이있다.
이메일su0821knna@naver.com
인스타그램@chasang_sOO
페이스북SangsooCha
브런치스토리brunch.co.kr/@soosoolife

목차


프롤로그10

Chapter1.파도타고
고꾸라지고허우적대고16
무서운파도에맞선다22
바다에서논다28
꼬맹이에게용기를36
근육만들기39
나이가어때서43
큰파도가내등뒤에49
등뒤에서밀어주는손길53
사람을만나다56
알게된다60
이호테우바닷속65
타이밍70
다시일어나생긋미소짓는여유73
두려움이기쁨이되기까지76
내가청년시절로다시돌아간다면82패들링86
방향바꾸기90
준비운동93
바닷속맨발걷기98
큰파도작은파도102
대담해지다107
알고나니110
강아지히트와미소112
고꾸라짐이일어날힘을키우는기회가되다117

Chapter2.미국여행
웅크린아이,아이같은어른이미국에다녀올준비를했다121
나는아들딸에게아이다128
뉴욕투어136
우아한여행148
뉴욕마지막여행156
뉴저지만나교회165
필라델피아에서의첫날170
방안에빨래가득176
딸이살았던필라델피아180
필라델피아에서샌프란시스코로187
내뜻이이루어지지않을때194
샌프란시스코에서LA로204
그리피스천문대에서210
주차비와눈물,LA다저스스타디움216
산타모니카해변에서라스베이거스로222
낯선사람들과캐니언여행시작229라스베이거스를떠나워싱턴으로235
워싱턴밤거리240
복잡한마음245
워싱턴거리에서252
오마하에도착했다259
방구하기첫날265
오마하에서방구하기둘째날268
오마하에서재즈페스티벌273
텍사스지인가정에서하루280
텍사스로데오와간사님부부287
서울과오마하로294
미국에다녀온후298
뉴욕아침301
아픈모습,젊은이를응원합니다304

에필로그307

출판사 서평

따스한손길이있어

사람마다어린시절에겪은크고작은상처가있을지도모르겠다.나를말없는아이로성장하게한그상처는결혼후남편과의갈등이심해지면서더강하게떠올려졌다.웅크리고앉아있는어린아이가보였다.아무도그아이를일으켜주지못했다.내안에그아이가있다는것에관심을두는사람도없었다.나는그동안형제,남편,자녀,친구가그아이를일으켜주기를기대하며살았다.그아이를일으켜줄사람은바로나라는것을깨닫게해준건바로폐암수술이었다.나도당당한내모습이있다는것을꺼내보여주고싶었다.내가파도타기에도전한이유였다.
앞으로나아가지못하고멈춘듯한삶의순간마다조용히다가와등뒤에서밀어주는손길이있었다.변함없이늘나와함께있어주는손길,나는그따스한손길이있어파도타기에도전할용기도냈다.어린자아가두려움에웅크릴때마다곁에다가와톡톡등을두드려주며‘넌혼자가아니란다’,라고,말해주는손길이었다.
나는주저앉고싶지않아파도타기를배웠다.내안에웅크린아이가얼마나용기가있는지보고싶었다.밟힌대로그저그런모습으로남기싫었다.아니라고,내모습은그게아니라고몸부림치고싶었다.나에게함부로하면안되는거였다고.모르는체했어도안되는거였다고.

포근한품이되고싶어

어른으로서살아가는삶은나를바닷속에가라앉히기도하고고꾸라뜨리기도했다.
내가갖는관심은나를그장소로찾아가게했다.나는오늘의힘든상황을희망으로바꾸려는사람들이있는곳을찾았다.활기있게살아가려는사람들속에찾아갔다.
나는거센파도에내안에웅크린아집과자격지심을부숴버리고있었다.내아집과자격지심을비우는과정중하나가파도타기였다.
나는내안에웅크리고앉아꼼짝달싹못하는어린자아를일으킬힘을기르고싶었다.파도타기는그힘을길러주었다.보드위에서넘어지고바닷물에처박혀도다시일어나생긋미소짓는여유를키웠다.
나는두려움을이기기위해바다에들어갔다.다음날도그다음날도두려움을정복하기위해파도와싸움을했다.
나는폐암수술후내가살기위해원망과미움을버렸다.파도에부딪히며그마음을부숴버린다.
아픔을겪고나서야성숙해진다는걸알지만,절망에가득찬딸의모습을바라보는나는마음이아렸다.
파도타기를하는새로운도전은두려움과절망을기쁨으로바꾸는설렘을안겨주었다.심장을콩닥콩닥뛰게했다.
나는딸이내품에안겨맘껏울어주어서행복했다.파도는나에게부드러운힘을키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