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일천 글자 미니 에세이 | 양장본 Hardcover)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일천 글자 미니 에세이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첫 소설집 『라요하네의 우산』이 ‘2017년 세종도서 문학부문’에 선정됐던, 경북 포항에 살고 있는 소설가 김살로메의 첫 산문집. 작가는 작정하고 일천 글자로만 된 미니 에세이를 썼다. 작가가 찍은 십여 편의 사진과 함께 80편의 짧은 산문을 엮었다. 일상에서 느낀 가족, 이웃, 문학에 대한 순간의 심상을 캐리커처처럼 그려냄으로써 글 쓸 당시의 작가의 내면 풍경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다.
단상 속에서 그이는 이웃과 사람을 불러내고 책과 문학을 품는다. 그러다가 깨치거나 반성할 것이 있으면 메모를 한다. 대개 소설이 되는 그 기록에서 씨앗 같은 아침놀이나 비에 젖은 꽃잎처럼 떨어져 나온 말들이 미니 에세이가 되었다. 소설로 묶기에는 따뜻한 말들, 이를테면 아무리 싸우려고 해도 미소부터 나오는 하루, 내 뺨을 때리는데도 안아주고 싶은 상대, 가끔은 떠벌이지 않아야 할 때를 놓쳐버린 찰나의 비애, 무심결에 맞서는 매서운 바람의 기척 등, 때론 스미거나 거슬러 오르는 말들이 모여 ‘일천 글자 미니 에세이집’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으로 태어났다.
김살로메의 마음이 오래 머무는 곳은 문학이다. 그이는 사실 이 단상집의 전체 색깔을 문학으로 칠하고 싶어 했다. 나는 어떤 순간에 문학적 영감을 느끼는가, 나는 어떤 문장을 쓰고 누구의 문학을 본받고 싶은가, 도달할 수 없는 문학의 경지를 극복하려 나는 어떤 노력을 하는가. 그이는 이런 것들에 대해 담백한 문체로 자신의 속내를 들려준다.
소설가인 김살로메가 이 단상을 왜 쓴 것일까. 그이는 자신이 소설가인 것을 이 글 속에 감추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러나 짝사랑을 감추는 것이 차라리 쉽지, 소설가가 글을 쓰면서 자신을 숨기는 것이 가능한가. 그이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썼을까.
아마 짧은 산문을 통해서라도 쓸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소설로 묶기에는 싸움이 되지 않는 일들. 아무리 싸우려고 해도 미소부터 나오는 소재. 심지어 내 뺨을 때리는데도 안아주고 싶은 상대. 그런 상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게 누구인가. 김살로메는 아주 대놓고 그 상대를 고백했다. 가족. 친구. 문학.
그이는 문학 앞에 서면 그 매혹에 눈이 먼다. 그이가 문학하는 괴로움이나 그로 인한 불면을 호소하고 있더라도, 그것은 상대를 아플 만큼 사랑한다는 엄살이다. 그이에게 문학처럼 유효한 것이 있었던가. 그이가 읽은 많은 작품들과 정제된 언어들도 문학을 위해서만 의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미니 에세이는 한마디로 사람과 문학을 바탕으로 한 김살로메의 일상 고백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이의 글은 투명하다. 투명한 사람이 쓴 투명한 미니 에세이. 막 소리 내어 욕망하지는 못하지만 그이는 분명히 남다른 감각과 체험을 지닌 작가이다. 세계와의 충돌을 인정하지만 조화로운 공존 또한 모색하려는 성찰적 자기 고백. 더하고 보탤 것 없이 작가는 이 짧은 산문을 통해 쨍한 유리창처럼 자신을 드러내 보인다.
김운규 문학평론가(한동대 교수)는 해설을 통해 이 산문집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에는 지은이의 몇 가지 내면풍경이 펼쳐져서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물론 그이의 일상이다. 책을 열어 보면, 잔잔한 일상을 배경그림으로 깔고, 그 위에 좀 여러 장의 자화상을 전시해 두었다. 책을 읽고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과 정을 나누다가, 깜짝, 깨달은 것이 있으면 메모를 하고 소설을 쓴다. 그리고 이 모든 그림의 물감은 지은이의 감성이다.”
저자

김살로메

저자김살로메
안동에서태어나그곳에서유년을보냈다.수몰민으로대도시에버려진채십대와청춘을버겁게앓았다.그시절의트라우마가글쓰기의자양분이되었다.아픈어제가모여꽃핀오늘로거듭나는,치유로서의글쓰기에매혹을느낀다.2004년영남일보신춘문예에단편「폭설」이당선되어글을쓰고있다.쓴책으로첫소설집『라요하네의우산』(문학의문학,2016)이있다.여전히바닷가도시(경북포항)에서좋은사람들과책읽기의즐거움과글쓰기의괴로움을나누며살아간다.책장을넘기는횟수만큼감사하고,백스페이스나딜리트키를누르는횟수만큼용서를바라는그러저러한나날이다.

목차

작가의말-미스마플이울던새벽

1부봄비또는안개
2부참쉽죠?
3부장갑낀시인
4부파리의날개처럼
5부먹은밥은글이되고

해설:어느소설가의투명한소망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추가]
평범한우리말단어하나도제대로부리지못하는건내안의정서가외국어낱말처럼서툴기때문은아닐지.두껍게언마음호수에다도끼로바람구멍한점내고싶다.그리하여장갑낀쉼보르스카여사처럼내안의바다표범과고드름을맘껏불러내고싶다.은밀한결구로화룡점정하나찍지못하는불면의밤이또가고있다.
-장갑낀시인

누군가이책이재미있느냐고묻는다면‘아니’라고답하겠고,누군가이책이좋은책이냐고묻는다면‘글세’라고얼버무릴것이다.하지만누군가이책에밑줄을듯고싶으냐고묻는다면‘그렇다’고말할것이고,누군가이책을소장하고싶으냐고묻는다면‘물론’이라고웃어주겠다.앞서가는문장들의너울에독자는속수무책으로헤맬수밖에없다.망망대해에서구해줄조각배한척없이허우적거리는데도맛보는쾌감이랄까.
-숨그네를탔어

이탈리아를여행할때흔히만나는두나무가사이프러스와우산소나무이다.전자는밑이넓다가뒤로솟구칠수록뾰족한긴삼각형모양이고,후자는나무둥치가뻗어가다윗부분잎맥에이를수록핵분열하는것처럼둥글게퍼지는형태이다.각각은직선과곡선,첨탑과돔,자제와허용등의이미지를풍긴다.한데전혀어울릴것같지않은그두나무가연출하는거리의풍광이야말로멋진조화를이룬다.
-타자를안다는것

‘시청視聽’은흘깃보고듣는것을말하고,‘견문見聞’은제대로보고듣는것을말한다.시청과견문은그깊이와넓이가다르다.그런데도아무것도보고들은것이없으면서도‘시청’했다고목소리를높인다.아니면겨우‘시청’했으면서‘견문’했다고착각한다.안본사람이흘려본사람을이기고,흘려본사람은제대로본사람을앞선다.그런부조리한상황이곳곳에서연출된다.
-시청과견문

책속에길이있다는건,반만맞는말이다.때론책을버리고풍경속에흠뻑적어야길이보인다.푸성귀뜯고씻던시린손,쉴자리마련하려굽히던연한무릎,바람막이로서서따뜻한물끓여내던환한미소,이모든것들이자연과어우러져하나의풍경을만들고있었다.책속에만글이있는게아니라그렇게풍경속에도글이있었다.
-풍경이가르친다

좋은수필의전형이라고하는글들을보면대개면죄부얻은과거의상투적회고일때가많다.툇마루에서벌어지는추억식회고담은당연한선택이다.거기서묘사되는모성의희생은위엄깃든찬사가되고,부성의패악은낭만적양념으로포장된다.사람들은으레수필은이래야만하는것이구나,하면서흥미를잃게된다.김수영식대로라면‘회고미학에떨어지고마는’것이된다.
-회고미학을경계함

좋은사람들끼리주고받는눈길은헤플수록무죄였다.한잔의차로부른배를달랠즈음에야마당앞의길고팽팽하게당겨진빨랫줄이눈에들어왔다.쪽물들인천을말리는주인장의심지굳은표정처럼서이쓴바지랑대와툭툭잘린유년의기억처럼매달려있는빨래집게뒤로이른별이뜨고있었다.아쉬울때자리뜨기좋은최적의시간만남았다.
-먹은밥은시가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