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은 락엽이 아니다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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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북한 최고의 드라마 작가 리희찬의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는 김정은 시대의 부모 자식 간 세대론적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리희찬은 북한의 영화 시나리오 전문 창작기관인 조선영화문학창작사 사장을 지냈고, 북한은 물론 중국에서도 유명한 영화문학 시리즈 ‘우리 집 문제’의 저자이기도 하다.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는 그의 첫 장편소설로, 약제 공장 지배인 홍유철과 약국장 진순영 부부와 아들 홍경식을 한 축으로, 지배인 운전사 최국락과 대학 나온 의사 오순 부부와 딸 최기옥을 한 축으로 한다.

두 집안의 위계적 구도가 드러나고 경식과 기옥의 연애 감정 속에 인격 함양과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그려진다. 대학 입학 문제를 두고 부모의 욕망과 자식의 기대가 충돌하면서 감정적 대립과 함께 드러나는 일탈적 갈등이 기존 북한 소설의 무갈등적 서사의 흐름과 다르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북한식 사회주의 현실을 주제로 다룬 북한 문학은 사회주의 속살을 보여주며, 남한에서도 동시대 감수성으로 접근되어 공감대를 확보할 것이다. 남대현의 『청춘송가』와 백남룡의 『벗』 『60년 후』 등이 1990년대 북한바로알기운동 차원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홍석중의 『황진이』 등이 2000년대 남북 문학 교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리희찬의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는 2018년 한반도 해빙 분위기 속에서 평화체제 구축의 신호탄을 여는 가운데 현재 북한 사회의 빛과 그림자와 생생한 현실적 욕망을 날것으로 드러내는 텍스트로 읽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저자

리희찬

1938년에함경남도홍원군홍원읍에서태어난리희찬은1955년에고급중학교를졸업한후조선인민군에입대했다가제대후김일성종합대학조선어문학부에서공부하였고졸업한뒤에는사회과학원주체문학연구소연구사,조선영화문학창작사작가,사장으로활동했으며1988년에김일성상계관인이되었다.대표작으로『우리집문제』『우리옆집문제』『우리큰집문제』『우리는모두한가정』등‘우리집문제’시리즈가있다.전쟁영화문학으로『축포가오른다』(1978)『추억의노래』(1986)등이있으며현대생활을묘사한작품들로『우리는묘향산에서다시만났다』(1982)『금강산으로가자』(1987)『대동강에서만난사람들』(1993)등이있다.일부작품은중국에서도원본이상영되거나중국어로번역제작되었다.

목차

1.재미나는집
2.말없는고백
3.‘산신령’의손자
4.착한사람
5.그들의아들딸들
6.새로운걱정거리
7.캄캄한밤
8.‘현상모집’당선자
9.처녀의고민
10.그를알기시작하였다
11.첫스승들과그의제자들
12.당사자들
13.수수께끼
14.새로생긴문제
15.웃음끝에싸움
16.싸움끝에웃음
17.서로다른생각
18.밤길
19.경식의일기장
20.언젠가는꼭다시만난다
21.끝나자새로시작
22.같이가자

발문김정은시대,진솔한재담으로드러나는사회주의속살
-북한식가정교육과대학입학문제의형상화|오태호

단어표기와뜻풀이

출판사 서평

김정은시대를생생하게보여주는북한의최신소설!
북한최고의인기드라마작가가쓴북한사회의빛과그림자

북한최고의인기드라마작가리희찬의『단풍은락엽이아니다』는일기장을통한소통과교감,자유주의와놀새등의표현,지배인아들의대학진학문제,청년동맹원들의우정과사랑,정년을앞둔은퇴(명예퇴직)문제,돈의양면성,공적모범과사적기대가충돌하는가정교육문제,야근을반복하는과잉노동,사회주의사회의위계화된구조등김정은시대다면적표정의북한식사회주의현실을생생하게보여준다.

작가는북한최고의대학김일성종합대학조선어문학부에서공부한후먼저시나리오로이름을날렸다.40대에들어서야첫소설을발표했고이후꾸준히베스트셀러를내놓았다.무엇보다그를상징하는작품은북한은물론중국에까지번역제작되어유명한영화문학시리즈‘우리집문제’이다.웃음속에신랄한비판,특색있는교훈을주며북한의‘가정혁명화’에큰역할을했다고평가되는이작품은북한사람이라면모르는사람이없다해도과언이아닐정도의위상을지니고있다고한다.

작품은2011년가을에서2012년가을까지를주배경으로하며,급양관리국에서인민생활향상이라는당의호소를받아들여돼지목장확장공사를진행하면서동맹위원장기옥과창고원경식의만남이이어지고인격을둘러싼계도와연애담이그려진다.부부의사랑의결실인자식을눈먼부모가잘못양육함으로써발생하는가정교육의문제를다루고있기도하다.기옥과경식의우정과연애감정을밑바탕에깔고있지만,결과적으로외동아들인경식의자유주의적기질을그의부모인홍유철과진순영이방치함으로써그릇된인격을형성하게만들었음을깨닫는각성구조를그린것이다.

북한식리얼리즘의새로운표정들
입체적인인물,인간적인인간의형상

이작품은긍정적인물이었던홍유철과진순영이작품초반부를넘어서면서자식을과잉보호하는부정인물로그려진다는점에서매력적이다.고상한인물의무갈등적캐릭터를형상화했던기존의방식에서벗어나다양한성격의변화를보여주는입체적인인물의형상을생생하게보여주고있다는점에서흥미롭다.긍정인물의부정성이함께거론되고부정인물로까지호명되면서성격과감정의변화속에인물의입체성을드러내는작품이북한텍스트에서는보기드물다는점에서김정은시대의새로운인물형상화로판단할수있다.

감정이생생하게살아있는인물들을보여준다는점에서북한문학의새로움을선사한다.지배인홍유철이최국락을은퇴시키거나자식에게폭언을퍼붓고,운전수최국락이가부장적모습을보이거나강제명퇴를당하고,진순영의드라마적오해와자식에대한과잉보호,오순의상급자집안에대한분노와감정의직설적표현,기옥의과감하고솔직한타인평가등이다.

타인에대한분노를적절하게형상화한표현들이곳곳에등장하면서실감나는이야기로서의공감대를확보한다.공산주의적인간형으로서신념의화신이아니라감정을날것으로드러내는인간적인인간의형상을보여주는대목이다.결국이작품은등장인물내면심리의유연성과유동성을포착하여기존의북한소설이지녔던획일화된캐릭터의면모를벗어나게형상화했다는점에서의미가깊다.

2018년김정은시대의북한소설은인민생활향상을지향하면서진솔한감정을솔직하게표현하며생생하게살아있는새로운인물을포착하고있다.이런인물이많아질때남북문학교류의가능성이확대되고문학적소통을통한한반도의평화체제구축에더욱기여할수있을것이다.그앞자리에리희찬의『단풍은락엽이아니다』가자리한다.

이제야채우게되는아시아문학의빈칸,북한문학선

지난12년에걸쳐‘아시아의내면적교류’를지향하며문예지《아시아》,‘아시아클래식’시리즈와‘아시아문학선’을꾸준히발간해온아시아출판사는그간빈칸으로남겨두었던북한의대표소설들을차례로선보인다.아시아문학선16권과17권으로북한대표작가백남룡의『벗』과『60년후』를선보였고,이어18권과19권으로남대현작가의『청춘송가1,2』를선보였다.20권으로북한최고의드라마작가리희찬의『단풍은락엽이아니다』를선보인다.

[책속으로이어서)
“찾아오기전에내가먼저맞받아찾아가겠수다.어데다대구……”
“뭐?”
“지배인도혁명과업을수행하는사람이고운전사도혁명과업을수행하는사람인데,그래우리사회에어디높은집이따로있구낮은집이따로있답디까?”
오순은너무화가나서펄펄뛰다싶이하였다.
여기에기옥이까지불붙는데키질을하며투덜대였다.
“내가그못난이한테시집가?흥,어머니!그집에찾아갈때나도같이가자요.같이가서내가다빠개겠어요.……”
최국락의호령소리가방안을들었다놓았다.
“이건무슨란장판(난장판)들이야?이집은가장도없구웃사람도없는제개비네집안(아랫사람이윗사람을업신여기는집안.질서와규율이없는집안)이야?”
_‘수수께끼’중에서

어쩌면우리아버지가……경식은울음을참느라고손으로입을막으며어깨만을들먹이다가끝내는흑흑소리를내고야말았다.
그제야홍유철은한발두발원탁앞에서천천히몸을돌리였다.
“경식아……”
“아버지!”
경식은와락달려가서아버지의두손을부둥켜안았다.보온병의더운물이쏟아진아버지의손등은아직도따거운듯하여경식의가슴을마구허비였다.
“아버지!나를때려주십시오.아버지앞에죄를지은이놈을때려주십시오,아버지.”
홍유철은아무대답도없었다.다만이번에는경식의손등에뜨거운것이뚝뚝떨어질뿐이였다.
흐느끼며고개를들어보니아버지도울고있었다.
_‘끝나자새로시작’중에서

“언젠가우리약초포전을같이걸으면서그때자네가이런말을했던생각이나네.꽃보다더고운게잘익은열매인것같다구……하긴꽃이왜곱게피겠나?사랑이지!그사랑이열매를낳거던.잎사귀가푸르싱싱한건제가낳은그열매를자래우기위한거구단풍이그처럼불타는건마지막까지저를깡그리다불태워서제가낳은열매를딴딴히여물도록하기위해서가아니겠나?그런데나는제이름석자를치장질하는데만온정신을팔았지.제가낳은열매를충실히여물도록할생각은미처못했거던.……”
홍유철은잠시쭈그리고앉아서손으로흙을파헤치더니거기에은행씨를정성껏심어놓고꽁꽁다져주었다.
이한알의씨앗도이제멀지않아저를낳아자래워준저은행나무와꼭같은모습으로이대지에솟아나서무성한가지를활짝펼치게될것이다.
_‘같이가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