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온도

관계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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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지음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 『관계의 온도』가 출간되었다. “끊이지 않는 불행한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박지음은 더듬어 전진하며 탈출구를 찾는다”(하성란 소설가)는 평가를 받은 첫 번째 소설집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에 이어 이번 소설집에 실린 9편의 소설에서도 박지음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불행한 사건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거나 속이려 들지도 않고 똑바로 바라본다.
저자

박지음

2014년영남일보신인문학상에「리플레이」로등단했다.2017년제8회월간토마토문학상수상.2018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창작기금지원대상자에선정되었다.소설집으로『네바강가에서우리는』,『관계의온도』가있다.테마소설집으로『나거기살아』(공저),『여행시절』(공저),『소방관을부탁해』(공저)가있다.

목차

내이름은뿌레야꼬
기요틴의노래
돌의노래
너는어디에서살고싶니
오비랍토르
해안길을따라가다보면
세도나
관계의온도
화랑곡나방

해설:감염의온도37.5℃_황유지(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박지음소설가두번째소설집『관계의온도』
관계의불안과사회의불의에직면하여질문을던진다

“나를아프게하고때론위로하며손잡아주던내사람들.나는언제나환하게웃지만자주옹졸해서내게내밀던그손들을잡아주지못했다.그손들을오래붙잡고온기를전하고싶던마음을이책에담았다.”

박지음소설가의두번째소설집『관계의온도』가출간되었다.“끊이지않는불행한사건들에도불구하고박지음은더듬어전진하며탈출구를찾는다”(하성란소설가)는평가를받은첫번째소설집『네바강가에서우리는』에이어이번소설집에실린9편의소설에서도박지음은우리사회가겪고있는불행한사건들을외면하지않고,그럴듯한말로포장하거나속이려들지도않고똑바로바라본다.

“당신을대신해화를내는소설...
우리가왜소설을읽어야하는지그질문에대한답을원한다면단연박지음의소설을읽자.”

우리가처한현실을,특히나잘드러나지않은어두운면들을똑바로바라본다는것은제정신일수가없는일이다.끝없이화가나는일이다.소설가는그불행한사건들을함께보아줄것을요청하는듯하다.우리가미래에희망을갖기위해서라도청산해야할과거가아주많이남아있다는듯과거의일들은소설속에서도자꾸소환된다.과거의일들은,단순히과거로만남아있지않고바로오늘의일들에큰영향을끼치고인물들의인생을완전히바꾸어놓기도한다.그때미래로나아갈수있는인물들은손잡을수있는다른사람이있는자이고,손잡을이도없고스스로자신을세우지도못하는인물들은그자리에주저앉아더어두운나락으로떨어지고만다.
온갖사소한것에도죄를묻고죄인으로낙인을찍어사회에서배제하고폭력을휘두르는야만적인세상에서,박지음작가는우선세상을제대로바라보는일에서부터시작하여그위에다시새로운이야기를만들어가고자한다.

“문학으로의진입과발화의과정이감염으로표현될수있다면우리는박지음의‘관계’를감염의차원에서해석할수있다.그런면에서작가가그리는인물들은이런감염에종종실패하기도한다.관계에실패하는인물들,작가는이들의남루하기까지한생을핍진하게그려내며관계의불안,사회의불의와같은맥을짚는다.”(황유지문학평론가)

추천사

당신을대신해화를내는소설이있다.‘여기서무슨일이벌어지고있는지너는아느냐고,나는아프다고’말하는소설.우리의삶이버젓이한없이깊은바닥에들어있다고묘사하는소설.돌아가는길을영영잃어버린사람의그림자같은소설,그럼에도‘너는갔지만나는끝까지살아낼게’라고다짐하는소설.‘나는개’라고외칠수밖에없는우리의오늘에대해서속이지않는소설.우리가사는여기는‘뿌리까지뽑혀빈구덩이만남은’곳이지만,그럼에도그허적한공간을결국‘당신이언제나돌아오고싶은공간으로만들’겠다는작가의의지를숨기지않는소설.
우리가왜소설을읽어야하는지그질문에대한답을원한다면단연박지음의소설을읽자.모처럼문학의본령을찾을수있는독서가될것이다.그러므로당신혼자읽을소설이아니라우리가함께읽어야할소설이라는데에추호의의심이없다.
_김이설(소설가)

책속에서

엄마이름은썸낭.행운이라는뜻이었다.엄마의손을잡으면행운이내몸에퍼지는것처럼따뜻하고행복해졌다.엄마는내게온행운이니까.엄마는내손을잡고반대쪽손으로는연두를끌어안았다.나는엄마가낳은아들이아니지만,엄마는내엄마라고했다.엄마는내게이름을내려주었는데,뿌레야꼬였다.엄마는나의행운,나는엄마의뿌레야꼬.엄마나이는고작스물세살이었다.엄마는나를가슴으로낳았다고했다.엄마는내가힘들어할때,아니엄마자신이힘들다고여겨질때뿌레야꼬뿌레야께오전설을들려주었다.뿌레야꼬는엄마의나라말로신성한소라는뜻이라고했다.연두는뿌레야께오인데신성한보석이라는뜻이었다.크메르인에게평화와번영을준다는두형제신이었다.힌두의신난디와불교의신부처였다.
_「내이름은뿌레야꼬」중에서

기요틴.
파리의광장에나어울릴법한물건이동남아시아작은나라,수용소에있다.족쇄를차고있던사내들이줄을맞춰머리를집어넣는다.당겼던칼날을놓는순간목이잘린다.잘린머리가도르륵굴러정은의발치에걸린다.잘린머리가눈을뜬채정은을바라본다.다음은너야.잘린머리가소리없이입술로말한다.정은은줄끝에서있다가머리를집어넣고싶어바퀴를굴린다.사슬로만든테두리에걸려바퀴가멈춘다.쇠가부딪치는소리에정은을둘러싸고있던적막이깨진다.
_「기요틴의노래」중에서

―끔찍이도잘살고있구나.다잊어버리고.
수잔은배신감에중얼거렸다.수잔이여수를떠날때는바닷물이핏빛이었다.매일동네를들쑤시고다니던우익청년단체의손가락끝이가리키는곳이죽음의자리였다.그들은다죽었을까.수잔은죽음조차공평하지않다고생각했다.그들은꿔간보리쌀한되를갚기싫어서그손가락으로사람을죽이기도했다.수잔이잊고살았던시간이여수에발을들이자일제히살아나눈앞에아른거렸다.수잔은속이시끄러워조셉을떠올리며한숨을내쉬었다.순덕이였던수잔을구해준친구이면서사랑했던남자.
_「돌의노래」중에서

엄마가허탈한표정을짓더니복도에있는화장실로들어갔다.나는주머니에숨겨왔던작은유리병을꺼냈다.폐쇄회로가천장의모서리부분에있었다.나는등으로폐쇄회로를가리고벽에난구멍앞에섰다.여기아버지를한조각남겨주고싶었다.아기때말이다.다섯살때네가얼마나예뻤는줄아냐.죽은사람도살릴만큼예뻤어.아버지가말했던그다섯살때가이곳에서의시간이었을것이다.나는구멍안에아버지를밀어넣었다.일부라도내가지어놓은공간,아버지가행복했던집에서계속머물러있길바라며.
_「너는어디에서살고싶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