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시간 (이화정 소설집)

야생의 시간 (이화정 소설집)

$15.00
Description
2023년 심훈문학상 수상작가 이화정 소설가의 첫 소설집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깊이 있게 자아내는 소설”
201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천사의 손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화정 소설가의 첫 소설집. 이화정 소설가의 작품은 우리 사회의 규칙을 깨부수고 그 사이에 난 균열을 응시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균열이 난 세계를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내며 그 상처와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는 것 같기도 하다. 심훈문학상 심사 당시에도 “트라우마와 연결하여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깊이 있게 자아내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는 평을 받았다(심사위원 구모룡·홍기돈 평론가, 방현석 소설가). 추리, 스릴러, SF 등 경계 없는 글쓰기 역시 이화정의 미덕이다.

표제작인 「야생의 시간」은 남편과의 관계가 소홀해지고 일상에 권태를 느끼던 ‘나’의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는 ‘야생의 시간’과 맞닥뜨리게 되는 작품이다. 권태로운 일상을 지탱하던 ‘나’는 여행지에서 만난 ‘샤’에게 충동적인 감정을 느낀다. 그것은 충분히 매혹적이지만 그저 속으로만 들끓는 감정일 뿐이다. 큰 사건 없이 집으로 돌아온 ‘나’는 권태로운 일상을 조율해나가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나’는 계속 ‘야생의 시간’을 갈망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때고 사건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나’는 어떤 시간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고 그 시간을 맞이할 준비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여행지에서 돌아온 ‘나’는 이전과 같은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을 보낸다 해도 삶의 의미가 이전과 완전히 같을 수 없다.
저자

이화정

2018년《국제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천사의손길」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2023년심훈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당신
야생의시간

부겐빌레아속으로
엄마의진심
라스베이거스여인숙
천사의손길

해설트라우마의재현_소유정(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은영은문의손을느끼며일어나는아침에,
타인의신체가위로가될수있다는것을처음알았다.”

「야생의시간」에서와같이이번소설집속에는어떤이유에서든끝없는고독에시달리는이들이등장하고그고독은타인과의만남을통해알게모르게조금씩해소되기도한다.「문」은‘문’의집에입주간병인으로들어가게된은영의이야기다.아버지와단둘이살고있던은영은우연한사고로아버지가죽게된후아버지를버려두고무작정집을나와입주간병인을구한다는광고를보고문의집으로들어가게된다.문은아내를잃고사지가마비되는증상을앓고있는환자였다.문의집에함께살면서혼자서는밥을먹을수도,화장실을갈수도,양치를하거나면도를할수도없는문의손발이되어주는게은영의일이었다.고통과슬픔에초연해진문의상처를어루만지고돌보면서은영은자신의상처도조금씩낫는다는것을느낀다.「부겐빌레아속으로」으로는생의마지막순간을앞둔연희의이야기를그리고있다.호스피스병동에서간병인의도움으로삶을이어가고있던연희는과거의사랑했던이의기억으로계속되돌아간다.

「라스베이거스여인숙」에서는임신거부증으로네명의영아를살해하고유기한홍할머니의이야기와불임으로아이를갖지못한‘민’의아내의이야기가겹쳐지며진행된다.민은고레에다씨의고향집을찾기위해함께D시를돌아보게되는데D시는일제강점기최대상업지구로해방직후에는산업화바람을타며전성기를누렸던골목을품은곳이다.민은그곳에서리노베이션작업을하고있었고고레에다씨가찾는고향이바로D시의유곽이었다.D시의리노베이션사업은반대파들때문에진척이없다가반대파의핵심세력인홍할머니의사망후급물살을타게된다.민은생전의홍할머니를만났을때그녀가아주고운삶을살아온우아하고단정한사람이라고생각했었다.네명의영아를살해하고사체를유기한사람처럼은보이지않는다고.홍할머니의삶의내력을따라가며소설은한개인이감당해내지못하는슬픔과고독이어떻게마음을병들게하는지를그려낸다.
「당신」은원하는기억을지울수있는시술이가능한근미래를배경으로한다.곧여든을바라보는‘나’는과거‘이레이저클리닉’시술(아픈기억삭제치료)을받은적이있다.‘나’는자신의어린날을견디고버티게한‘당신’을버렸다는죄책감에시달리고있어치료가필요하다는진단을받았다.‘나’가버리고,기억속에서까지지우려한‘당신’은‘그이’의얼굴을하고‘나’를찾아온다.‘나’는‘당신’의얼굴을지우는데성공했지만‘당신’의기억을지우는데는실패했을뿐만아니라,그기억은‘그이’의얼굴을하고되살아난것이다.‘나’와‘당신’,‘그이’의기억이혼란스럽게뒤엉키면서독자를매혹한다.
『야생의시간』에수록된다수의작품이독자의마음에큰파문을일으키지만그중에서도「천사의손길」의결말은다소충격적이다.아들을잃은화자와엄마를잃은소년의만남으로얼핏서로가서로의트라우마를치유하는대안관계를제시하는것처럼보였던소설은뜻밖의방법으로두사람을견고히결속시킨다.국제신문신춘문예당선작이기도한이작품은심사당시“아들을잃은화자와엄마를잃은소년의만남을택시호출(천사호출)로연결하고,화자의남편이소년의아버지를살해하고그것을드러내는방식에추리기법을동원해끝까지긴장감을잘이끌었다”(심사위원이순원·이상섭소설가)는평을받았다.

이화정의소설은다채롭다.강렬하게독자의시선을잡아끌고그이야기속에서허우적대게한다.어쩌면나쁜놈들이가득한세상이지만선악의구도로세상을납작하게들여다보는대신나쁜세상에서도살아남은사람들에대해서이야기하고자한다.그것은쉽지않은일이어서더욱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