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고래 (이대환 장편소설)

붉은 고래 (이대환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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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반도의 살벌한 격랑을 헤쳐 나아간 허씨 삼형제의 대서사시
분단조국을 품고 순정한 신념에다 삶을 지져낸 청춘들의 사상 여정 첫째(허경민)는 가족을 북녘으로 보낸 조총련 간부, 둘째(허경윤)는 1980년대 초반 남한의 막강 권력자, 막내(허경욱)는 일본으로 밀항해 큰형을 만나고 동해 바다를 종단으로 관통하고는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다. 광복 80년이 곧 분단 80년을 기록한 지금, 그들 포항 출신 삼형제가 젊은 날에 걸어갔던 실화에 근거한 이대환 작가(67세)의 장편소설 『붉은 고래』가 출간되었다. 760 쪽의 두꺼운 책에는 ‘1945년 해방 후, 이 땅 모든 청춘의 사상 여정’이란 말이 부제처럼 달려 있다. 140개의 소제목으로 이어진 이 소설은 실제로 기나긴 에세이를 쓰는 자세로 담담히 이야
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저자

이대환

1958년포항출생.장편소설『말뚝이의그림자』『새벽,동틀녘』『겨울의집』『슬로우불릿』『큰돈과콘돔』『총구에핀꽃』,소설집『조그만깃발하나』『생선창자속으로들어간시』,평전『박태준평전』『한흑구아리아:모란봉에모란꽃피면평양가겠네』,산문집『프란체스코교황그리고무지개』『하얀석탄』등이있다.1980년국제PEN클럽한국본부주관장편소설현상공모에당선돼소설가로이름을올리고1989년《현대문학》지령400호기념장편소설공모에당선돼연재하면서《창작과비평》1990년가을호에중편소설「철의혀」를발표하고작가의길을걸어왔다.

목차

사랑하는아들딸에게,아르니에르에서의목욕,일파운드와마르크스,집과신사,무지개,모친위독,문답하나씩,연쇄사건,한국식,아버지와아들,비법,움막,최후진술,빈센트반고흐,세청년,십자가,큰시야,작은고추,안네,다락방,서리,코끼리,객담,해광호,멀미,채송화,바람드센밤,오붓한피난,빨갱이들,수평선,아주짧은밤,육군대장,종불알,어둠의잔해,작은형의‘손님’,두노파,시계,정문섭,부다페스트,신원조회,왕서방,베오그라드,소주의힘,주세희,지각한가족사진,분서와편지,해물탕의밤,고3늦가을,첫눈,베네치아에서,나쁜엇길,강석표,솔밭의겨울,달리는열차안의정지된공간,담쌓는날,백색의이별,메이의애인,콜로세움,국경선넘기,강철은어떻게,호각소리,아시시에서,만년필,누에처럼,와선,코리안소스,매춘,이백,509호물고기,하극상,다시아시시,충격들,꽃의도시,나사못,큰형의비밀,이상한손가락,눈빛또는혓바닥,귀국선,새순,무엇을할것인가?,무엇을하지못했는가?,첫사유재산,행복한여름에,한가위아침,알프스에서,1964년가을과겨울,편동성,벼락맞은태권도사범의발,병역기피,섬광,천장한모서리,젊고똑똑한,수수께끼,자술서,귀향,신사적인시간,로스카이도스의십자가,톨레도의저물무렵,1020,다시쓴1967년여름,주의한토막,큰형의비단구두는?,조국의등은이런것인가?.동해종단,줄거리와설렁탕,조카의심문‧삼촌의‘합목적적’과6·15선언,청진에서평양으로,초대소와할머니그리고토끼,학습,모란봉의봄,비상식량,최후총화,자아비판,최종통보,1020의생존훈련,비단조선옷,귀향의손가방,인간관람불가,속성일급빨갱이,공작사명,무슨행운이었는지,농부의나팔소리,반간과전향,악질과헬기,거짓말탐지기,비뚤어진계급장,꿈속의만년필,오나으리들,햇빛없는보르도,사형과벼락,반국가단체가입은무죄,방실방실웃는,바보의파란잡초,오래된비밀:감췄던열두달,오래된비밀:불쏘시개,오래된비밀:아,강석표,오래된비밀:잉어찜과빨갱이,오래된비밀:구더기와위대한초상,오래된비밀:암호명‘보천보’,전향서,외는편지,백기백,그날의조기,인듀어런스,모나리자,정말친형?,성탄절,형과아우,늙은두주먹,손자의편지,너무늦은축하주와콧수염,꽃의편지,‘하나님의초상’과고독한두인간,브란덴부르크문,다시사랑하는아들딸에게

출판사 서평

『붉은고래』의첫장면은공민권을회복한허경욱이21세기벽두에런던트라팔가광장에서작은형허경윤의아들허시우(영문학을전공하는유학생)와조우하여여행의첫걸음으로‘마르크스묘소’를찾아간모습이다.그때부터두사람은달포에걸쳐유럽대륙을거의한바퀴돌게되며,삼촌이조카에게긴여로의틈틈이삼형제의젊은날과가족사에대해조곤조곤이야기해준다.종착지는모월모일모시베를린브란덴부르크문이다.거기서허경욱이단한번만이라도기필코만나려는불확실한약속이있다.상대는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외교관으로큰형(허경민)의아들이다.

유럽여행을마치고돌아온허경욱이자신의어린아들과딸을미래의독자로상정하여노트에적어나가는이장편소설은날줄과씨줄을선명히드러낸다.여로에서허경욱이허시우에게들려주는형식으로서술하는가족사가소설의날줄을이룬다.일제말기부터21세기벽두까지가시대적배경이며,공간적주요무대는포항,서울,일본,북한등이다.날줄의서사(敍事)는실화에근거한것이다.소설의씨줄은허경욱과허시우의유럽여로다.허경욱의예리한시선이21세기에막들어선유럽여러지역의풍광과사람살이모습을포착해자신의사상에투영하고해석한다.씨줄은작가의창조적인물이직조한것이다.

『붉은고래』의날줄을이루는실존의허경민은오래전북한에서숨을거두었고,실존의허경욱은십여년전고향에서눈을감았다.실존의허경윤은인생의서산마루에서고독하게이나라의정치판을내려다보며더러는글로써일갈도외치는중이다.세월이묻어버린그이들의실제발자국은엔간히이소설에찍혀있는데,특히작가는주인공이며화자인허경욱을소설에서역사의법정으로소환해놓았다.분단과이념이가혹하게지배하는현실의법정에서무기징역을선고받고십수년감옥살이를감당한뒤가석방으로풀려나왔던허경욱,그의최후진술과최후판결문을경청한뒤에도작가는그의내면이치열하게추구한‘완전한세상’과인간적인또다른가치를놓치지않으려는더듬이를곤두세웠다.

소설은후반부에이르러허경욱의‘오래된비밀들’을털어놓는다.어느날문득평양라디오방송에등장한고향친구강석표의목소리를듣고지도원의만나보라는권유를거절하는장면(〈오래된비밀:아,강석표〉,평양주석궁으로초대돼김일성과대면하고대동강잉어찜을대접받으며“적들이두려워하는훌륭한빨갱이가되라”는격려를받는장면(〈오래된비밀:잉어찜과빨갱이〉),황해도제철소의구더기들이바글바글한화장실에도걸린‘위대한초상’앞에서혼자소변을보는동안그밑의벽을타고기어오르는구더기몇마리를지켜보며드디어그입술에닿게되기를속으로응원하는장면(〈오래된비밀:구더기와위대한초상〉)등이다.
지난2004년전3권으로처음나온뒤2023년가을부터인터넷문학매체〈문학뉴스〉의‘다시읽는문제작’으로연재하면서20년만에다시독자와만나게되었던이소설을이번에증보와
개정을거쳐두꺼운단행본으로묶은이대환작가는이렇게밝혔다.

“햇빛이어둠을걷어낸다.이게자연의섭리다.그러나80년전광복의햇빛이만든분단의어둠은그대로한반도에드리워져있다.그래서나는남북을종단하느라멍투성이가된‘붉은고래’의영혼에이책을바치면서,넘어설경계도없고지켜설경계도없는자유로운바다를맘껏호흡하며찬란하게유영하는그날을기원한다.”

『붉은고래』에등장한삼형제의사상을엿볼수있는말을한마디씩옮겨놓는다.
허경민_“내가족이들어간북녘조국으로막내아우를보내면서,나는이론과현실의변증법적대화,이념과체험의변증법적대화라는진지한공부의여로를생각한다.”
허경민_“출마라는새로운출발앞에서나는정치란돈과음모로하는것이라는통념의비문(碑文)을고쳐쓰는일에도전하고싶다.”
허경욱_“평양에서는나에게도개인의가치란조직과체제와이념에합목적적으로사용될때만가치가있을뿐이라고주입하던데,과연6·15선언에는합목적적함정이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