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이이야기를끝까지들어주기를
함께분노하고구역질해주기를“
《그들의슬픔을껴안을수밖에》는친족성폭력및가정폭력생존자의삶이사유와글쓰기로존엄을되찾는모습을담은개인적기록이다.동시에45년동안사유의부재가어떻게이세상을파괴해왔는지,그파괴의역사속에서도포기하지않고더나은세상을사유하는사람들이어떻게타인과세계를구원했는지증명하는사회적기록이기도하다.
이브엔슬러는콩고민주공화국판지병원에서내전에휩쓸려성폭행을당한여성들을만난다.전쟁에의해순식간에인권과존엄이짓밟힌그들은개인이감당하기어려운상처에도불구하고미래를꿈꾼다.희망을,삶을놓지않는다.그리고그들곁에는그들이겪은상처와경험에공감하며회복을돕는사람들이있다.이들모두이세상의잘못을바로잡기위해기꺼이사유하고저항하는사람이다.이런이들의이야기를찾아다니고글로기록하며이브엔슬러는우리모두에게요구한다.나의아픔과다른이의아픔에서시선을돌리지말것을.이현실을마주한이상,진실이무섭고섬뜩하더라도모른척말것을.이모든절망에굴하지않고함께더나은세상을사유해줄것을.
이모든시대의슬픔을껴안고
타오르는글로저항하기
이브엔슬러의슬픔은그가만나온타인들의슬픔과뒤엉켜시대의슬픔이된다.그래서이책은“너무늦어버린슬픔”이흘러모인형상이다.이브엔슬러는자신의슬픔을집요하게파헤치며나아간다.친족성폭력과가정폭력으로얼룩진그의어린시절을지나난민,노숙자,여성,에이즈환자등사회가외면한사람들의슬픔까지기꺼이자신의슬픔으로껴안는다.모두의슬픔을껴안은이브엔슬러는글을쓸수밖에없다.글쓰기만이이혼돈과폭력속에숨은의미를찾아주었기에.그는세상이의도적으로주목하지않는아픔을목격하고그것이지금여기이곳에존재했음을글쓰기로증언한다.그래서이고통은실재가되어자신을지우려했던세상에저항한다.그의글쓰기는저항이다.
이브엔슬러는세상에의해‘비정상’으로규정되어하릴없이미끄러지는이들이더이상사라지지않도록‘단어로쌓아올린벽’을만들었고또그렇게벽을쌓아가며‘나’를지켜냈다.아무도돌아보지않는사람들을이곳에존재시키기위해그가부단히쌓아올리는단어들은어느때에는단단한세상에균열을내는날카로운유리조각같기도,또어느때에는외로운우리의살갗을덮어주는부드러운천같기도하다.어떤저항은단어를쌓아가는것만으로도완성된다는것을,이브엔슬러는자신의온생애로증명해보인다.《그들의슬픔을껴안을수밖에》는한사람이치열하게걸어온평생의궤적이자뒤엉킨슬픔의덩어리,미래를향한찬가다.
다른어떤미래도없다는듯이사유하고행동하라
세상이정말로그렇게바뀔때까지
그렇다면우리는이슬픔들을어떻게해결할것인가?우리는우리에게주어진현실만이전부라는착각에타인의슬픔을알려고하지않고고립된채병들고있다.어쩌면우리는팬데믹이전부터고립되어있었는지도모른다.팬데믹이우리를단절시킨것이아니라우리가이미단절되어있음을드러내준것일뿐.무한경쟁과각자도생이시대정신이된이세계에서단절되기는쉽고사유하기는어렵다.그러나그렇기에우리는더치열하게사유하고연결되어야한다.타인의아픔을기꺼이,있는그대로목격할용기를내야한다.
《그들의슬픔을껴안을수밖에》에서말하는진정한사유는“기억하기,인식하기.책임지기의행위를수반”하고“눈앞에있으나우리가바라보기를거부하는바로그것에서눈을돌리지않고들여다보고살펴보고수치심을기꺼이끌어안으라고요구하”는것이다.사유에는“실수와잘못,악행을인정하고사과하면필요하다면생각이나행동을바꾸는일까지도”포함된다.지금우리에게는세상을바꿀,행동하는사유가필요하다.이제이책은단절된우리가다시연결되기위한더깊고넓은사유의길잡이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