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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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직설적이고 유머러스한 육성으로 담아낸 작가 위화의 통찰력!
《허삼관 매혈기》와 《인생》으로 잘 알려진 중국 작가 위화의 글쓰기와 독서, 사람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담은 에세이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서울, 베이징, 프랑크푸르트, 뉴욕, 베오그라드 등 세계 곳곳에서 그곳 독자를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책으로, 장벽 없이 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입말을 살려 옮겼다.
저자

위화

1960년중국저장성에서태어났다.단편소설〈첫번째기숙사〉(1983)를발표하면서작가의길에들어섰다.〈세상사는연기와같다〉(1988)등실험성강한중단편소설을잇달아내놓으며중국제3세대문학을대표하는작가로주목받기시작했다.이후첫장편소설《가랑비속의외침》(1993)을선보인위화는두번째장편소설《인생》(1993)을통해작가로서확실한기반을다졌다.장이머우감독이영화로만든《인생》은칸영화제에서황금종려상을수상했고,이는세계적으로‘위화현상’을일으키는기폭제가되었다.이작품은중국국어교과서에실리기도했으며,출간된지20년이넘은지금까지도중국에서매년40만부씩판매되며베스트셀러순위를굳건히지키고있다.《허삼관매혈기》(1996)는출간되자마자세계문단의극찬을받았고,이작품으로위화는명실상부한중국대표작가로자리를굳혔다.이후중국현대사회를예리한시선으로그려낸장편소설《형제》(2005)와《제7일》(2013)은중국사회에첨예한논쟁을불러일으켰고,전세계독자들에게는중국을이해하는통로가되어주었다.산문집으로는《사람의목소리는빛보다멀리간다》,《우리는거대한차이속에살고있다》등이있다.

목차

1 읽고쓰기

나와동아시아--서울2017.5.2
문학잡지백권읽느니바이런의시한줄을--상하이2007.4.20.
제목은아직도미정입니다--베이징2008.10.16.
소설가의장애물--베이징2014.5.6.
한사람과한잡지--우한2017.4.10.
넓은문학을말하다--우한2017.4.11.
최초로읽은것,쓴것--우한2017.4.12.
진리에대한추구를포기하지말것--우한2017.4.19.
국어와문학사이--중산2017.5.11.
문학은인생보다긴길--뉴욕2016.5.11.
세계를유랑하는나의책들--브뤼셀2017.9.21.
원작과겨루어비겨야좋은번역이다--프랑크푸르트2009.9.27.
한민족의전통에는그들만의개성이있다--서울1999.6.15.


2 사람으로살기

우리와그들: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서울2017.5.23.
사람을안다는것--밀라노2017.9.14.
현실인지아닌지알수없는세가지이야기--난징2017.5.13.
〈아빠는출장중〉과기억의착오--베오그라드2017.6.10.
재떨이를주고는금연이라니--뉴욕2016.5.12.
내친구마위안--베이징2017.11.18.
독자와만나다:네가지질문과네가지답변--우한2017.4.14.
“너희집,CNN에나오더라”:이보안드리치문학상수상소감--비셰그라드2018.1.27.

루마니아독자여러분께보내는감사의말
덴마크독자여러분께보내는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지난세기세계는루쉰의작품을통해중국을알았지만
지금은위화가있다”(〈뉴욕타임스〉)

38개국사람들이35개언어로읽은작가,
일본에무라카미하루키가있다면중국에는위화가있다
아시아의다음노벨문학상수상자를점칠때마다빠짐없이거론되는작가가둘있다.무라카미하루키와위화다.위화는현존하는중국작가중전세계에서가장유명하다해도과언이아니다.그는1993년처음출간된이래중국에서만400만부가팔린《인생》으로2012년에노벨문학상을수상한모옌보다더대중적인인기를누리고있기도하다.이후발표한《허삼관매혈기》로세계의호평을받으며인기작가자리를굳히더니《제7일》과《형제》로중국사회에첨예한화두를던지고는가장논쟁적인작가라는이름을얻으며문호반열에올랐다.

한국인이가장많이읽은중국작가위화
그가말하는읽기,쓰기그리고사람으로살기
작가는작품으로말하는법이라지만,작가가직접자신의작품과삶을이야기하는글은언제나독자의환영을받는다.널리알려진작품을쓴작가가하는이야기라면더더욱그렇다.작품의뒷이야기와창작과정,그리고그작품을만들어낸작가의삶을궁금해하는이들이많은탓이다.
우리독자에게는《허삼관매혈기》와《인생》으로가장잘알려진중국작가위화의이력은독특하다.소설가로서의삶은물론이고개인사도그렇다.중국의과거사와현대사가낯설기만한우리독자에게는바로이웃나라일인데도어디먼나라이야기처럼느껴지는탓에독특하게느껴지기도한다.
위화에대해서는세가지일화가잘알려져있다.하나는작가가되기전에치과의사였다는것,또하나는어린시절에루쉰을싫어했다는것,마지막하나는성장기(고등학생때까지)를문학작품읽는것이금지된문화대혁명시대에보냈다는것이다.위화의이력이이렇게독특해진데는중국이라는이상한사회(위화는중국의빈부격차를두고“같은무대에서절반은희극을공연하고,절반은비극을공연하는이상한극장”이라평한적이있다.이말은손석희앵커가JTBC〈뉴스룸〉앵커브리핑에서인용했다.)가한몫을했다.치과의사가된것은나라에서정해준직업이었기때문이고,문학을못읽은것은문화대혁명이라는기이하고비극적인시대에마오쩌둥이나루쉰외에는읽기가금지되었기때문이다.

“사실저는루쉰의작품속에서성장했습니다.초등학교와중고등학교의교과서에나오는소설과산문,시가전부루쉰아니면마오쩌둥의작품이었으니까요.어렸을때저는중국에작가가루쉰과마오쩌둥두사람밖에없는줄알았습니다.”(p.30)

“저는책이없던문화대혁명시대에성장했고,제가진정으로진지하게문학작품을읽기시작했을때는이미소설을쓰고있었습니다.책을읽으면서글을썼던셈입니다.맨처음저의글쓰기에영향을준작가는가와바타야스나리였습니다.(…)여러해가지나며저의글쓰기스타일이가와바타야스나리에게서많이멀어지긴했지만,그를첫번째스승으로만날수있었던것은커다란행운이아닐수없습니다.그는저에게디테일을다루는법을가르쳐주었지요.이런것이한작가가얼마나멀리갈수있는지를결정짓습니다.”(p.38)

소설가로서위화의이력이독특해지는지점은그가소설읽기와쓰기를거의동시에시작했다는데있다.대작가들이성인이되기전세계의고전문학을‘떼는’것과달리위화는스무살이넘어서야가와바타야스나리,헤밍웨이,카프카,스탕달,마르케스,프루스트,포크너,도스토옙스키등을읽었다.문화대혁명후반기에접어들어서는앞부분과뒷부분이유실되어제목도결말도알수없는책을읽으며상상력을키웠다지만,그전에재미있게읽은것이라곤《마오쩌둥선집》에들어있는주해가다였다.
쓰기의역사는더유별나다.위화는자신이처음으로쓴것이문화대혁명시대의대자보였다고기억한다.글씨연습을하기위해쓴것으로,내용은없고신문에서베낀공허한혁명구호가가득했다.그가나중에소설을쓰게된것은,남의입안이나들여다보는일이지겨워서한가해보이는문화관에들어가려면작가가되어야겠다싶어서였다.소설을쓸때그는단편소설부터쓰고,익숙해지면중편,그다음에장편으로서서히길이를늘려가며마치하나의단계를‘클리어’하듯써나갔다.

“저는1982년에소설을쓰기시작했습니다.중국이문화대혁명(1966~1976)이라는재앙에서벗어난지몇년되지않은때였지요.그때는문학잡지의황금기로서문화대혁명기간에정간되었던문학잡지들이전부복간되었고,적지않은수의문학잡지가새로창간되었습니다.당시의중국에서는잡지라고하면거의전부가문학잡지였지요.문화대혁명이후에글을쓰기시작한저와같은세대의중국작가들이갖는한가지공통점은먼저단편소설을쓰기시작하여어느정도숙련된다음에중편소설을쓰고,더숙련된다음에장편소설을썼다는것입니다.우리의목표는문학잡지에작품을발표하는것이었지요.그때는작품을단행본으로출판하는일이그다지중요하지않았거든요.중요한것은가장좋은잡지에작품을발표하는일이었습니다.”(p.23)

위대한작가는장애물을피하지않는다
쓰기와읽기경험이중첩되며이어지는위화의문학유랑은흥미롭다.백미는젊은시절의그가‘글쓰기의감옥’에갇혀괴로워하는부분이다.

“제글쓰기에있어서가와바타야스나리의의미는그의작품을통해디테일한묘사를중시하는것을배웠다는점입니다.덕분에저의글쓰기는튼튼한기초를갖출수있었고,그뒤로글을쓸때는거친부분이든섬세한부분이든디테일을무시할수없었습니다.이와동시에오랫동안한작가에게빠져그의창작스타일을학습하다보니갈수록더많은제약을받을수밖에없었습니다.1986년이되자가와바타야스나리는제게더이상날개가아니라함정이었습니다.
바로이때‘비경험’이나타났지요.제가가와바타야스나리의함정에빠져큰소리로구해달라고외치고있을때,마침카프카가길을가다가제가외치는소리를듣고는다가와저를함정에서끄집어내주었습니다.”(p.194)

“처음글을쓰기시작했을때저는줄곧그를흉내냈습니다.그렇게3년이지나서야제가가와바타야스나리의함정에빠졌음을깨달았지요.아직젊을때였고지나칠정도로그에게빠져있었기때문에스스로빠져나올수없는지경이었습니다.제소설은갈수록형편없어지고있었지요.저의글쓰기가가와바타야스나리라는오랏줄에꽁꽁묶여있었던겁니다.”(p.41)

가와바타야스나리라는감옥,그리고소설가로서만난‘대화문을어떻게다룰것인가’과‘등장인물의심리를어떻게묘사해야할것인가’라는장애물을극복하는여정은글쓰기의감옥에갇혀있는많은이들에게영감과공감을주기에충분하다.위화는감옥에갇혀있는이들에게직접적인조언도한다.장애물이란넘어서면별것이아니며,위대한작가는장애물을피하지않는다는것.

글쓰기에는끊임없이앞을막는장애물이나타납니다.동시에글쓰기는물줄기가모여도랑을이루는과정이지요.이게무슨말인가하면,장애물이눈앞에있을때는아주거대하게느껴지지만,이를피하거나넘어서고나면갑자기그리거대하지않게느껴지고,그저종이호랑이에불과함을알게된다는겁니다.용기있는작가들은항상장애물을향해전진하고,종종자신도모르는사이에그것을넘어섭니다.지나친다음에야깨닫고이렇게가볍게지나쳤나하고놀라는경우도많지요.(p.71)

많은작가들이장애물을만나면피하려고합니다.이런작가들이아마전체의90퍼센트이상일겁니다.극소수만이이런장애물을기꺼이대면하지요.자기자신에게장애물을일부러만들어주는작가도있습니다.장애물을넘으면종종대단한작품이나오거든요.(p.72)

위대한작가가말하는‘위대한작가’
맞닥뜨린장애물을넘어서든,장애물을일부러만들어극복하든,위화가생각하는‘위대한작가’는어떤사람인지그가든몇가지예시로살펴본다.일단,훌륭한작가는훌륭한독자여야한다.위화가말하는훌륭한독자란“평범한작품말고위대한작품을많이읽어취향과교양의수준이높아져서글을쓸때자연히스스로아주높은기준을요구하게되는”사람을말한다.

“저는그유명작가들은도대체어떻게소설을쓰는지알고싶었습니다.그래서유명한사람들이남긴유명한글귀에서지름길을찾아보기로했지요.운좋게도잭런던이작가가되려는젊은이에게쓴편지를읽게되었습니다.그편지에서그는바이런의시를한행읽는것이문학잡지를백권읽는것보다낫다는취지의말을했습니다.
저는금세그이치를깨달았지요.시간과정력을문학잡지에낭비하지말라는것이었습니다.아무리뛰어난문학잡지라해도,그잡지에발표된작품가운데50년,백년뒤에도여전히읽힐작품은얼마되지않을거라는생각이었지요.별로뛰어나지않은잡지라면더말할것도없고요.그때부터저는문학잡지를읽지않으려고했습니다.대신본격적으로세계적인문학유산이라할수있는작품을읽기시작했지요.”(p.28)

위화가말하는,위대한작가가갖춰야할가장어려우면서도필수적인요소는바로‘사람이무엇인지아는것’이다.사람이무엇인지안다는것이어떤의미인지설명하며위화는한유대인을구한폴란드농민의사례를든다.2차세계대전이끝날때까지자기집지하실에유대인을숨겨준이폴란드인은왜생명의위험을감수했냐는질문에“저는유대인이뭔지모릅니다.저는그저사람이무엇인지를알뿐입니다.”라고대답했다고한다.위화가꼽은‘사람을아는’작가로는루쉰,셰익스피어,하비에르마리아스,스탕달등이있고,역시사람을아는영화감독으로는안드레이타르콥스키등이있다.

“둘다가리는행위이지만동시에활짝열어보이는행위이기도합니다.앞서말한두가지‘가리는행위’가가장멀고가장깊은인간본성으로통하는길을우리에게활짝열어주고있다는의미입니다.직접적이고강력한방식으로요.다른점이있다면타르콥스키는영화로수치의힘을말하고있고마리아스는서사로놀라움과두려움의힘을얘기하고있다는것이죠.가정을해봅시다.만일구급차를기다리던사람이손수건으로부러진다리를가리는게아니라손가락으로부러진다리를가리킴으로써사람들의동정을구하려했다면이이야기의서술자는타르콥스키가아니었을것이고,그아버지가냅킨으로비데에떨어진딸의브래지어가아니라반라의몸을가리려했다면이런디테일은마리아스의묘사가아니었을겁니다.”(p.297)

저는운이좋은작가입니다
위화의소탈함과털털한유머는《글쓰기의감옥에서발견한것》이주는재미중하나다.그의소탈함은스스로‘운이좋아서’인기작가가됐다고말하는데서도드러난다.그가생각하기에그가인기작가가된데는세번의운이따랐다.첫째는,문화대혁명직후에글을쓰기시작한것,두번째는한사람과한잡지를만난것,세번째는선택한길이전부정확했다는것이다.

“저는제가자주운이좋은작가라고생각합니다.1980년대초는막글을쓰기시작한무명작가들에게는가장좋은시대였습니다.이후세대의작가들은더이상그런시대를누릴수없었으니까요.”(p.63)

“이제편집자들은투고원고를뒤질필요가없어졌습니다.이미아는작가들의작품만으로도충분히잡지를만들수있었으니까요.그래서제가아주운이좋았다는겁니다.2년만더늦게소설을쓰기시작했다면저는지금도이를뽑고있을겁니다.이런것이바로운명이지요.”(p.65)

“저는정말운이좋은작가입니다.한사람을만나야했을때리퉈를만났고,한잡지를만나야했을때〈수확〉을만났으니까요.리퉈와〈수확〉이저로하여금제작품에충분한자신감을갖게해주었습니다.”(p.95)

‘한사람과한잡지’라는제목의글에는위화가처음소설가가되는여정에오르는과정이자세히그려져있다.그는당대최고의문학잡지였던〈수확〉에글을싣기위해고군분투했지만,높은평가를받은단편〈십팔세에집을나서먼길을가다〉가〈베이징문학〉에실리기전까지는그런기회를얻지못했다.〈베이징문학〉의부주간리퉈는이단편을읽고“자네는이미중국문학의맨앞에서걷고있네.”라고평가하며위화를최고의문학잡지〈수확〉에추천했다.
위화가소설가가되기위해‘선택’한것에대한이야기는,‘문학잡지백권읽느니바이런의시한줄을’에담겨있다.위화가한최초의선택은다름아니라문학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