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가족 호칭 개선 투쟁기)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가족 호칭 개선 투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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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가족 호칭 내에 깔린 가부장 중심의 위계와 권력,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여성 차별과 억압에 대한 문제제기를
서사로 풀어낸 자전적 에세이
다수가 말하는 ‘호칭’은 ‘호칭’일 뿐이라는 공허한 주장과 다르게, ‘호칭’ 안에는 오래된 사회적 관습이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체로 ‘호칭’에 담긴 내력이나 유래, 그 ‘호칭’이 발휘하는 효과의 긍정성과 부정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어떠한 관계 안에서 서로를 지칭하는 호칭이 매뉴얼처럼 정해져 있을 경우 고유명사 대신 습관적으로 호칭을 부를 뿐이다. 가족이 변화하는 속도와 달리 박제되어 있는 가족 호칭이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호칭은 그저 호칭일 뿐이라는 말을 되풀이 할 수 없다. 더군다나 다수가 말하는 ‘변화하지 않았으면 하는 가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떤 기준으로 ‘바꿀 것’과 ‘바꾸지 않을 것’을 그토록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라는 선언은 습관과 변화한 현실 사이의 괴리를 세상에 낱낱이 들어내 보이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리고 적절한 호칭을 찾는 여행을 시작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적절한 호칭을 찾는 여행을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는 언젠가는 함께 그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

- 노명우 사회학자, 니은서점 마스터 북텐더
저자

배윤민정

1985년부산에서태어나김해에서자라고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결혼한다음점자도서를만드는회사에다니며책에실린그림을문장으로설명하는일을했다.이미지를언어로옮길때대상에대한사회의가치판단이들어간다는것을깨닫게되면서가족호칭,직업명칭,반말과존댓말등에있는한국어의차별적인속성을민감하게의식하게됐다.

2018년에시가구성원들에게가족호칭을바꿔보자고했다가격렬한반대에부닥쳤다.가족집단안에서말하지않는사람으로살아야만‘가정의평화’를유지할수있다는걸깨닫고무력감에빠졌다가,여성차별적인사회의관습을직접바꿔보기로결심했다.이후광장에나가가족호칭개정을요구하는1인시위를하고,홍보물을통한캠페인을펼쳤다.이때의경험을글로엮어서한국여성민우회누리집과오마이뉴스에연재했다.

성역할에얽매이지않는결혼관계,구성원들이동등한발언권과결정권을가지는민주적인가족문화를만들기위해열심히질문을던지며살고있다.

목차

머리말입을열며

-모든것은나의이한마디에서시작되었다
-동거가족에서부부가되기까지
-아무도나에게‘님’자를붙이지않았다
-호칭은관계의출발점
-제수씨?민정씨!
-제가너무예민한걸까요?
-문제없이지내왔다고문제가없는건아니다
-말섞으면길어져요
-좋은말과나쁜말
-일상에서시시콜콜따지는게무슨소용이야?
-우리집은여자들이더존중받는데
-어떻게나를지킬수있을까
-당신은너무예민한것이아닙니다
-바로그게내가사는세상이야
-말하는사람,지워지는사람
-누가침묵하기를명령할수있는가
-한국사회의뇌관을밟아버렸다
-아랫사람이아니라사람이되기위해
-가족은사회의성역일까?
-우리가어떻게사랑할수있을까
-나자신으로살겠습니다
-바깥세상의상식과논리가통하지않는곳
-젊음의권력

맺음말지속가능한일상의정치를위해
추천사노명우,신지영,은하선,최지은

출판사 서평

한국어를연구하는한사람으로서,그리고이사회에서가장필요한것이‘소통’이라고늘생각하고있는한사람으로서이책의출판에대한내감정은‘반가움’과‘고마움’,그리고‘놀라움’으로요약할수있다.그리단순하지않은언어의문제를저자가자신의경험으로설득력있게풀어냈다는점에서이책의의의가있다.아주일상적인삶에서벌어지는언어의문제를통해,우리에게언어가무엇인지를다시한번일깨워준다.저자는호칭문제를둘러싸고갈등을마주하며정확히호칭문제의근원이무엇인지를깊이따져들어간다.그리고그것을피하지않고정면돌파함으로써,자신의개인적경험과우리사회의역사적경험으로거슬러올라가그근원을깨닫는다.수많은숙고끝에불편함의목소리를내는상대에게무지와무비판적태도로기존의관습을그대로따라야한다고강요하는것은성숙한태도라고할수없다.관련지식을갖추고,문제의식에귀를기울여본후에자신의생각을더해서판단하는것이성숙한태도아닐까.

-신지영고려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언어의줄다리기》저자

호칭에대한문제제기는내가불리고싶은호칭을말하는것을뛰어넘어내가서있는자리를넓히고사회에더많은고민을던진다.‘나도같은가족구성원으로대우받고싶다’는당연한주장이이책의시작점이다.유치하게호칭가지고그러냐고말하는사람들에게나는이렇게답하고싶다.호칭은사회적인위치에대한상징이라고.아무도나를존중하지않는다는사실은타인이나를부르는‘호칭’을통해알게된다.가족인줄알았는데알고보니아랫사람이되어버렸다면어떻게해야할까.가족이모여사회를이룬다면가족안에서일어나는일이곧사회를비추는작은거울이나마찬가지다.이책의저자를응원할수밖에없는이유다.싸움을좋아하는사람이어디있겠는가.싸움은피곤하고쉽지않다.평온한삶을원하지않는사람은없다.저자는너만조용히하면아무문제없다고건방지게말하는사람들사이에서또다른나를찾아내고나와나의끈끈한연결고리를만들어간다.내가조용히해도문제는지속될거라는믿음이싸움을지속할수있는힘이된다.참고살지않겠다는다짐은세상을변화시킨다.이책을보고싸움을시작하는더많은사람이생겨나길바란다.존중받기위한싸움은지금부터시작이다.

-은하선《이기적섹스》저자

세상을바꾸려는의지를가진페미니스트에게가장어려운문제는어쩌면내주변과일상을바꾸는것이아닐까.나역시가까이있는문제를일단외면하거나건너뛴채,먼곳을향해서만외치고있다는생각이들때마다내삶에뿌리내린모순을인정할수밖에없었다.결혼후‘아주버님,도련님,아가씨,형님,동서,제수씨’같은호칭사이에서아주오래된차별을깨달은저자는시가족들에게‘호칭을다시생각해보자’고제안한다.그러나자신이‘윗사람’이라믿는남자가‘아랫사람’으로여겨온여성에게“일상에서시시콜콜따지는게무슨소용이야?”라며문제를뭉개고미성숙하게대처하는광경,문화와진보를말하던사람들이가족내위계질서만은금과옥조인양지키려는모습등은생생한블랙코미디처럼쓴웃음을짓게한다.여성에겐주어지지않았던‘사소한정의’를찾기위한길고도외로운싸움을통해저자는가부장제의자연스럽고평온한질서가실은얼마나편협하고우습고하찮은것인지낱낱이까발린다.그리고자신이안고있던모순또한직시한다.

“나는결혼을통해서내가얻게될것을생각했다.양가에서분배되는재산,신혼부부에게주어지는주거혜택,‘가족’을이루었다는안정감.(중략)나만큼은결혼한여자들이걸려넘어지는허들을모조리피할수있다고생각하며,나는자신만만하게미소지었다.”(본문23쪽)

바다를떠다니는한장의널빤지에서작은뗏목의일원이된것같다는안도감을얻으며결혼이라는제도를향해걸어들어가던순간의자신을,저자는누구보다냉정하게돌아본다.이러한솔직함과더불어그가가진또하나의미덕은집요함이다.가부장제가지닌거대한기만에눈감은결과‘그깟호칭’문제로자신의존재가흔들리는경험을하면서,그는불의를참지않고참을성있게전진한다.물론이책에‘고부갈등완전해결’이나‘형님-동서기싸움’같은막장드라마식‘사이다썰’은등장하지않는다.‘사전’과‘언중’사이지워진여성들의존재와언어를탐구하는그의싸움은“기존의가부장적호칭문화를해체하려면또다시가부장의권력이필요한걸까?”,“왜대등한개인이가족관계로만났을때는권력자와피권력자로나누어지는걸까?”처럼끝없이던져지는질문의답을찾는과정으로이어진다.무엇보다적당히타협하지않는여성,자신의상처에서눈돌리지않는여성,자신이분노를잃어버리는것을두려워하는여성의목소리가뜨겁게담겨있다.그의이야기가나에게그러했듯다른누군가에게도용기가될거라믿는다.

-최지은《괜찮지않습니다》저자

가족구성원이‘아래’와‘위’로나누어져있다는믿음,
호칭을바꾸면가족의위계가무너질거라는허상.
우리는과연평등한개인으로만나고있을까?

《나는당신들의아랫사람이아닙니다》는2018년한해동안한국사회의차별적인가족호칭을바꾸려고싸워온저자의자전적기록이다.시가에서‘아주버님’,‘도련님’,‘형님’등의호칭을바꿔보려말을꺼내자마자저자는곧바로‘가족서열’이라는문제에부딪히게된다.서로를행복하게부를수있도록평등한가족호칭을찾아보자는제안은‘윗사람에대한아랫사람의도전’으로받아들여지고이를통해저자는가족서열과나이서열이가부장제와긴밀하게뒤엉켜있음을알게된다.

저자는자신의가족호칭투쟁기를한국여성민우회독서모임회원과공유하면서응원을얻고자신의분노가정당하다는생각을지키게되었다고고백한다.그리고더는가족내에서해결할수없는문제라는인식에가족이라는담장밖으로나가가족호칭이라는계단을부수기위해웨딩드레스를입는다.남편형으로부터들은모욕적인폭언중가장가슴아팠던두문장을100개의컵에새기고,컵아래쪽에는‘MenTalk’라는글자를새긴뒤,그간의호칭투쟁기록을편지로써서100개의컵박스안에담고광장으로나섰다.

“2018년3월.광화문에서'세계여성의날'기념대회가열렸다.전날밤나는옷장을뒤져서결혼식피로연때입었던하얀드레스를찾았다.(…)아주버님,도련님,아가씨…나는당신들의아랫사람이아닙니다.국립국어원은여성차별적인<표준언어예절>가족관계호칭을개정하라.(…)지금사회적으로가장큰이슈는미투운동인데,내가다른이야기를얘기해도괜찮을까?'화력'을분산시키지는않을까?사람들이너무나댄다고생각하지않을까?(171쪽)가족호칭은지금말하기에는너무사소한주제가아닐까….성폭력이아닌다른주제로1인시위를계획하자니신경이쓰였다.더중요한일을해결해야할에너지가흩어질까봐.혹은이런호칭이야기엔누구도관심을가지지않을까봐.”(171쪽)

피켓을들고서있는동안많은사람들이저자의목소리에귀를기울였고,공감했다.저자는그들과이야기하면서오랫동안자신안에머물던한가지생각이조금씩옅어지는것을느꼈다.말해봤자아무소용없다는생각.누구도듣는사람은없다는생각.이후저자는자신의호칭개선투쟁기를한국여성민우회홈페이지에4회에걸쳐연재하는데,이글이오마이뉴스에노출되면서수많은이들로부터질타를받게된다.댓글창에는죽여버리겠다는협박까지서슴지않을정도로가족호칭개선에대한사람들의분노는들끓었다.많은사람들이가족호칭의문제를건드리는것을자신이속한가족집단을해체시키고파괴하는행위로받아들였다.

이책은한국여성민우회에연재했던글을바탕으로,더욱자세한가족호칭투쟁의기록과그이후의이야기를담았다.서사의속도감과등장인물들에대한촘촘하고세밀한묘사는스토리의흡입력을한층강화시킨다.이책은여전히우리내면에깊게박힌가부장의질서를언어라는차원에서숙고해볼수있다는점에서그의미가있다.

“한국의가족호칭이차별적이라고말하는순간,너무나
많은사람이평정심을잃었다.나는나도모르게한국사회의
뇌관하나를밟아버린것같았다.”(192쪽)

■이야기의시작
자신을바다에떠다니는한장의널빤지에불과하다고생각했던민정.파도가치는대로이리저리휩쓸리는외롭고무력한존재라스스로를여기던민정이결혼을했다.삶의풍파를함께감당할사람을찾았다는안도감,내삶을나눌이를찾았다는기쁨에부풀어서.가장이라는이름으로어떠한폭력도서슴없이행했던민정의아버지.아버지의독재가드리운자신의성장배경과달리,진보적이고평등한대화가가능하리라보인두현의부모님을만나며민정은자신도그들의구성원이되고싶다는어렴풋한희망을품는다.결혼한여자들이으레겪는명절이며제사,출산등의허들은거뜬히넘으리라자신만만하게여기면서.그렇게민정은두현의식구들과가족이라는울타리로묶인다.민정은그울타리에속하고나서야비로소그속에각자의계단이있었음을깨닫는다.그계단의가장아래층에는민정의자리가있었다.

민정은결혼을하고나서야시가집단안에서무언가를제안하거나의견을말하는행위가언제나‘위에서아래’라는방향으로만가능하다는걸알게된다.민정의제안이타당하건그렇지않건결국형님인수진(형의부인)에게사과하게되는것.이것이한국가족안에서작동하는서열이라는구조의힘이다.호칭을바꾸자는제안에재현(형)과수진이이토록격분한이유는,이호칭이가족안에서서로의위치를확인하는장치이기때문이다.우리는윗사람과아랫사람이구분된호칭으로서로를부르면서위계에대한인식을형성하고,그인식은곧가족의서열구조를지탱하는뼈대가된다.

서로에대한괘씸함과모멸감으로무장한채마주하게되는이계단.자신은자신의계단에서있었을뿐이라는억울함.이계단에서는누구도평등한개인으로만날수없다.모두가행복한호칭을찾아보자는제안마저도,자신의자리를위협하는도발이자도전으로여겨지는기이한관계를무어라정의할수있을까.

“한해가시작되던무렵그말을꺼냈을때,시가구성원들이놀라고,분노하고,밤새잠을이루지못하리라고는조금도생각하지못했다.특히배우자의형과그의아내,나아가그아내의부모님까지충격을받고근심에휩싸일거라고는,그리고그중몇몇은눈물까지흘리게될거라고는전혀예상치못했다.이사람들을분노와상심으로몰아넣은그말은무엇이었을까?내가어떤극악무도하고패륜적인이야기를했기에,그들은입을모아사과하기를요구했을까?

“우리모두‘아주버님’,‘형님’,‘도련님’이라는호칭대신이름에‘님’자를붙여서불러보면어떨까요?”

모든것은나의이한마디에서시작되었다.”(11쪽)
■시대착오적인가족호칭
결혼을한다수의여자들이겪는고충중하나는호칭문제다.입에붙지않는도련님,서방님이라는존칭으로상대를지칭하다보면잘잤어?밥먹을래?별일없니?등등의의례적인말조차꺼내기가쉽지않다.결혼전만해도누나,동생처럼자연스러웠던시동생과의관계는결혼과동시에수직적인구도로바뀌고마치조선시대의신분제문화로돌아간듯한분위기가된다.그래서대부분의기혼여성은이러한언어관습때문에결혼전만해도친했던시동생과어색해지고거리가멀어졌다고토로한다.

현재우리가익숙하게사용하는호칭의어원을따져보면시대착오적이라는것을알수있다.우선손위형수가손아래시남동생을부르는말인도련님은조선시대에하인이양반집아들을부를때사용하던말이다.‘아가씨’역시종이주인집아씨를부를때쓰던말이었다.“왜여자들은배우자의형제자매를부를때왜이렇게시대착오적인호칭을사용해야하는걸까?”(27쪽)국립국어원에따르면,오빠나남동생의아내를부르는말인‘올케’의어원역시역시오라비의계집을뜻한다고한다.

‘도련님’과‘형수님’의경우모두끝에‘님’이붙는다고대등하게볼수는없다.“‘형수님’이라는호칭에는형의아내를높여이른다는것말고는어떤의미도없는반면,‘도련님’에는과거신분이낮은사람이높은사람을부를때사용했던호칭이라는역사적맥락이들어있기때문이다.그런의미에서한쪽에서사극에서나나올법한‘도련님’이라는호칭을쓴다면,상대편은‘마님’이라는호칭정도는써야형평성에맞지않을까?게다가아내의형제자매에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