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문법

가난의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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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도시에서 가난하게 산다는 것,
그리고 늙어간다는 것-
『가난의 문법』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도시연구자 소준철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구한 결과를 책으로 묶었다. 저자는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여성 도시 노인의 생애사적 특징과 재활용품 수집이라는 일을 통해 가난을 들여다본다. 그들은 어떠한 가난의 경로를 거쳐왔는가? 분기점에서 한 어떤 선택이 그들을 가난으로 이끌었는가? 그들이 살아온 삶, 재활용품 수집을 시작한 이유, 수집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경쟁, 노인들의 지역공동체를 들여다보며 가난의 구조를 배운다. 그 구조는 개인의 노력으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저자는 ‘윤영자’라는 여성노인의 생애경로를 해부하며 노인들의(특히 여성노인의) ‘가난’에서 구조를 찾으려 시도한다. 윤영자는 개인적으로는, 결혼, 3남3녀의 출산, 그들의 대학 진학, 그들의 결혼, 자식들의 퇴직 및 사업 실패와 금전 요구, 남편의 퇴직, 남편의 질병과 같은 사건사고를 겪었다. 사회적으로는 남방개발(남편의 인도네시아 파견), IMF 경제위기, 북아현동 재개발, 2008년 세계경제위기 등의 경로를 거쳤다. 윤영자는 한때 아현동에 단독주택을 구입할 정도의 부를 축적했지만 이런 개인적/사회적 사건사고를 겪으며 자산을 잃고, 지금은 20만원 남짓 하는 연금과 폐지를 주워 판 돈, 노인일자리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을 합쳐 50만원 남짓으로 한 달을 살아가고 있다. 윤영자씨의 가난은 그녀의 개인적인 선택으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국가와 사회와 시대의 변화 과정에 휘말린 결과다. 저자는 이렇게 윤영자의 생애경로를 좇으며 가난의 구조를 해부한다.
지금 노인의 현실은 어찌 보면 지금의 젊은 세대가 맞닥뜨릴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런 우리의 미래를 지금 개인의 선택과 능력에만 맡기는 게 정당할까? 국가는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결과를 마주하든, 그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지 않나? 우리 모두는 존엄하게 늙어갈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지 않은가? 도시에서 가난한 노인들의 뒤를 쫓던 한 연구자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자, 문제 제기다.
저자

소준철

도시사회학연구자.가톨릭대학교에서심리학과국제관계학을,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학대학원에서사회학을공부했다.도시의통치술과하층민의생계사이의관계를연구하며,쓰레기수거-처리체계,수용시설,(해적판)출판물시장에이르는주제를다루고있다.1970년대의월간지〈뿌리깊은나무〉에대한연구로석사학위를받았고,1960~1980년대서울시의쓰레기수거-처리체계변화를다루는박사학위논문을작성하고있다.연구논문으로〈정부의‘자활정책’과형제복지원내사업의변화〉가있다.서울연구원‘작은연구좋은서울’우수논문상(2015)과제1회최재석학술상우수논문계획상(2020)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

13시
도시에서가난한노인으로늙는다는것/넝마주이의후예들/이책의배경-북아현동의지역적특징/이책의주인공-북아현동의,폐지줍는,여성,노인들

13시15분
고령사회진입과노인의가난/통계의역설/노인을위해지금할수있는것은?/가난의구조적요인:생애,쓸모의변화,가족,부양의무자/재활용품수집을시작하는이유

13시30분
재활용품수집노인은몇명이나될까?/재활용품수집이라는일과그산업/제도의바깥,혹은빈틈에그들이있다

14시30분
리어카와카트/재활용품수집이라는생태계

16시30분
재활용품수집이라는일의어려움/고물상과노인의관계-재활용품판매가는어떻게정해지는가/고물상의모순/*재활용품수집노인의소득

17시30분
여성노인이거치는가난의경로-개인의문제인가?/자립(自立)하고,자구(自救)하라는요구/여러가지가난의경로

18시30분
가난한여성노인의가사노동/노인들을위한일자리는/조금이라도더벌기위한노력/수집한재활용품의보관

20시20분
노인을위한공동체는가능한가-공간에대해/노인의정신적·육체적건강문제/*위험한노인의현실

22시00분
재활용품수거원들과의경쟁/재활용정거장이라는대안은제대로기능하는가/제안/*재활용품수집노인을위한지방자치단체의시도

1시25분
새벽의노인들을위협하는것들/위험1.교통사고/위험2.묻지마폭행

5시30분
그들을바라보는몇가지시선/빈곤의쓸모/노인이라는‘밋밋한’규정

6시34분
재활용품수집노인의소득/지원을받기위한경쟁/외로운노인의경우/취로사업에서일자리사업으로/노인의쓸모?/여러가지시도들

10시30분
노인의가족은집에있지않다/결국,그들도재활용품을줍는다/노인의플랫폼으로기능하는경로당/경로당의여가활동/경로당을중심으로한시도들/새로운‘식구’

12시30분
도시에서늙는다는것/죽는다는것

에필로그
후기

*붙임1윤영자라는‘가상’인물의생애
*붙임2윤영자의가족이야기
*붙임3윤영자의일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가난에도문법이있다
도시의길거리에서보이는폐지줍는노인들은
이문법의대명사다

이제는가난의문법이바뀌었다.도시의가난이란설비도갖춰지지않은누추한주거지나길위에서잠드는비루한외양의사람들로만비추어지지않는다.(28쪽)

거리에서폐지와박스가산더미처럼쌓인리어카나카트를끌고가는노인들의모습을보는사람들의반응은대충다음의세가지정도로나뉜다.(세가지반응이혼재되어나타나기도한다.)외면하거나,동정하거나,두려워하거나.
세가지반응을나타내는무리중각자의사정은이렇다.첫째,외면하는사람들의경우다.아스팔트에서김이나게뜨거운날,혹은언덕길이빙판이된날,폐품을잔뜩쌓아수백킬로그램은될리어카를끌고그길을힘겹게걷는그들을바라보고있노라면불편한마음이절로든다.하지만그들의처지를직면하면생각이꼬리에꼬리를문다.젊었을때저축을별로안한사람들이겠지,자식농사를잘못지어서자식이생활비도안주나보네.나는지금열심히일하고있고연금도붓고있으니저런노인이될일은없을거야.외면하는이들은그들의처지가‘내일’은아니라고결론을내리고는고개를돌린다.
둘째,마음에불편함을느끼는어떤이들은동정하기를택한다.폐지줍는노인들은연민의대상이된다.두번째경우에속하는이들은가끔노인들의리어카를뒤에서밀어주기도하고,어디에폐품이많이쌓여있다고알려주기도하고,집에모아둔폐품을노인들에게건네기도한다.이들은늙어서도,몸이아픈데도,푼돈을위해거리를쏘다녀야하는그들의처지를안타깝게여긴다.
세번째경우의사람들은극도의두려움을느낀다.그노인들의처지가언젠가‘내일’이될지도모른다고생각하는경우다.이들은현재의사회보장제도가충분하지않다고생각하며,자신이노인이되었을때사회보장제도의혜택을받지못할수도있다며걱정한다.정년을보장받지못하여일찍은퇴하거나,질병으로모아둔재산을병원비로소진할경우,자식이없거나자식에게노후의부양을기대하지못하는상황등을구체적으로고려하며냉정하게미래를계산한다.하지만남는것은실질적인대비보다는마음한구석에자리잡은커다란두려움이다.나도저런처지가되면어쩌지.난무엇을어떻게해야할까….

어느도시연구자가
골목길에서목격한우리시대‘가난의표상’

이책의저자인소준철은어느날한무리의노인들을목격했다.“2015년3월의어느날,가양역근처에서마을버스를타고작은골목을지나가는데,1km가채안되는거리에서재활용품을줍는노인여럿을보게됐다.그녀들은함께다니는게아니었다.그녀들은어떤갈림길에다다르자뿔뿔이흩어졌다.”(271쪽)소준철이본노인들의모습은어떤소설의묘사와도맞아떨어진다.“고물은[고물줍기는]타이밍이중요했다.먼저발견한사람이임자였다.물건이나올시점을잘잡아때맞춰돌아다녀야했다.”(《소각의여왕》,이유,23쪽)즉,소준철이본것은폐지를비롯한재활용품을주워파는노인들의무리였다.소준철은이들을외면하거나,동정하거나,이들의처지를자신에빗대두려움을느끼기보다는이들을연구하기를택했다.《가난의문법》은그가2015년부터2019년까지현장을조사하고연구한결과물이다.
리어카나카트를끌며폐지를줍는노인들의모습은지금,우리시대가난의표상이다.가난의표상은시대의변화에따라바뀌어왔다.전후시대에누더기를입고맨발로미군들에게껌을구걸하는모습에서,경제성장기달동네의판잣집좁은부엌에서연탄불을때는모습,IMF경제위기이후도심을차지한노숙인의모습으로.“가난의모습은늘바뀔것이다.다음에올‘가난’이어떤모습인지그누구도알지못한다.”(9쪽)

가난한여성노인에대한상징은여기저기서찾을수있다.대개는재활용품을줍는모습으로사람들에게인식된다.〈빨래〉라는뮤지컬에서빈곤층여성노인은폐지가실린작은손수레를끄는모습으로재현되는데,꽤나상징적이다.국민연금관리공단의광고공모전에서최우수수상작을받은한포스터는더노골적이다.“65세때,어느손잡이를잡으시렵니까?”라는문구가적혀있고,아래에는여행용캐리어가,위에는신문이쌓인카트가그려져있었다.국민연금에가입하면“노년에폐지를팔아생계를잇지않고,‘품위있게’여행을다닐수있다는의미가담긴”셈이다.(125쪽)

달동네가재개발되고판잣집이사라지면서,넝마를입고고물을주우러다니던넝마주이들의모습이보이지않게되면서,사람들은우리사회에서가난이사라진줄로만알았다.하지만아니었다.가난은모습을바꾸었을뿐,그자리에그대로있었다.판잣집대신쪽방살이를하는사람들이생겼고,넝마주이대신폐지를줍는노인들이나타났다.산업화와도시화가이루어지면서,그옛날의공동체는사라지고한낮의동네에는일할곳없는노인들만남았다.도시의노인들은각자도생하며폐지를줍는다.참이상한일이다.우리사회는65세언저리를은퇴연령으로정해놓고그연령이지나면미래세대에게일자리를넘기기를,이제는쉬면서사회의복지제도라는혜택을누리기를‘강요’한다.그런데왜폐지를주워파는노인들이있는걸까?젊은날에저축을못한것이,연금을부으며노후대비를하지못한것이,자식이있어도그들에게부모의생활비를댈능력이없는것이,과연노인들의잘못일까?

자립自立하고,자구自救하라는주문
죽어야만끝나는‘노오력’-

거리에서폐지를줍는노인들중에는여성이많다.남성보다평균수명이긴여성노인의빈곤은심각한문제다.여성은남성보다평균수명이긴만큼빈곤함도길게겪는다.게다가여성노인은남성노인에비해체력이달리고,숙련된기술이없는경우가많고,특별한직업경력도없다.소준철은‘폐지줍는도시의여성노인’을주인공삼아사회와제도사이의빈틈에서연구를이어나간다.

남성노인의경우,젊은시절부터쌓아온기존의경력을이어가는경우가많은편이지만여성노인의경우는숙련된기술혹은장기적인경력이없는경우가많고,경력이있다하더라도낮은취업문에막혀나쁜환경과조건의서비스업으로전환하거나진입하게되는경우가있다.(57쪽)

이러한문제가발생하는이유는여성과남성의생애경로에차이가있기때문이다.조사에서만난노인들을돌아보면,남성노인은‘출생’에서‘진학(초등-중등)’에서‘취업’과‘결혼’과‘은퇴’로이어지는사회적경로를거쳐나이들지만,여성은‘출생’에서‘진학(초등)’이후잠깐의‘취업’과‘결혼’과‘육아’를거쳐‘자녀와의분리’로이어지는개인화되는경로를거친다.여성노인들은남성인파트너와그의임금에의존하는방식으로생활이재편되었고,그렇지않은경우라면제도에서벗어난‘시장’의변방에나가직접생계를꾸려나가야했다.현재의여성노인들은직접임금노동자가될기회가별로없었고,이로인해경력과숙련이없는상태였다.다시말하자면,가난한여성노인은이전의한국사회가만들어낸결과물이다.여성생애의목표를남편에대한내조와자녀의양육으로삼게하고,따라서교육을받고직업을가질기회를갖지못하게했던결과인것이다.(12쪽)

소준철은《가난의문법》에서‘윤영자’라는여성노인의생애경로를해부하며노인들의(특히여성노인의)‘가난’에서구조를찾으려시도한다.윤영자는소준철이현장조사과정에서만난여러노인을합해만들어낸가상의인물이다.

이어지는14개의장은가상의인물인윤영자의하루중일부와이에대한해석으로이뤄져있다.1945년생인윤영자는실제로존재하지않는다.그녀의이름은1945년에출생등록을했던이들의이름가운데가장많았던것을골라지은것이며,그녀의남편이나자녀들의이름역시같은방식으로지었다.(16쪽)

글에나오는윤영자와가족의학력,출산(출생),결혼등의여부와때에있어서는,1945년생이‘일반적인생애주기’를거쳤다고여겨지는사건들을반영했다.예를들어우리는윤영자가의무교육으로국민학교에입학했으리라는가정을할수있다.그리고결혼시기,첫출산의나이와자녀의수,그리고자녀들의독립시기등에대해서는1945년생노인들생애의평균치라고생각되는것을반영했다.그러므로윤영자는그들의대표가아닌‘평균의노인’이며,이이유때문에그어디에도없는존재다.(16~17쪽)

우리는살아가면서갖가지개인적/사회적사건사고를맞닥뜨린다.윤영자는개인적으로는,결혼,3남3녀의출산,그들의대학진학,그들의결혼,자식들의퇴직및사업실패와금전요구,남편의퇴직,남편의질병과같은사건사고를겪었다.사회적으로는남방개발(남편의인도네시아파견),IMF경제위기,북아현동재개발,2008년세계경제위기등의경로를거쳤다.윤영자는한때아현동에단독주택을구입할정도의부를축적했지만이런개인적/사회적사건사고를겪으며자산을잃고,지금은20만원남짓하는연금과폐지를주워판돈,노인일자리사업으로벌어들이는돈을합쳐50만원남짓으로한달을살아가고있다.윤영자씨의가난은그녀의개인적인선택으로인한것이라기보다는국가와사회와시대의변화과정에휘말린결과다.저자는이렇게윤영자의생애경로를좇으며가난의구조를해부한다.

도시에서가난하게산다는것,
그리고늙어간다는것-

물론,집을팔아자녀의사업자금을대는것같은개인적인선택이현재의가난을초래한것이니,가난이란개인의책임이라고주장할수도있다.특히지금의노인세대는,1970~1980년대의경제성장기를거치며개인의자립(自立)과자구(自救)라는삶의태도를무엇보다최우선으로두는데익숙해져있다.그때는개인이‘노력’만하면누구나잘살게될수있다고생각하던시대였다.사회적인경향또한,개인의노력과능력에따라부를축적하는게당연하며,부를축적하지못하는것은개인의‘게으름’이나‘능력부족’의탓이라여겼다.

2011년,유력한정치인이었던박근혜는자신의어머니인육영수의추도식에서이렇게말한다.“(어머니는)힘들고어려운분들을도와주실때(그들의)자립과자활을중요하게생각”했다.한국사회는오랫동안힘들고어려운사람들에게‘자립’하기를요구해왔다.박근혜의추도문에는다음과같은내용이있다.가난한주민들이육영수에게찾아와양돈사업을하겠으니돼지를사달라고요청했고,육영수는“사료값이비싸돼지를키우는게어려우니아이들이뜯는풀로도키울수있고번식력도강한토끼를키우라.”고답했다한다.그리고토끼키우기를계기로이마을은번성했다는내용이다.(128~129쪽)

정부가최소한의지원을통해개인이‘자립’하여곤궁한처지에서벗어날것을요구하고있는모습말이다.국가는헌법에서개인이가지는인권을보장할의무가있음을밝히고있다.그렇지만지금까지국가는자신의의무를개인에게전가한면이있으며,개인은스스로살방법을강구하며(自救),스스로일어서야했다(自立).(131쪽)

“우리는‘늙는다는것이역사상처음으로정상적인것이된’사회에살고있다.”(27쪽)이전에는이렇게늙은세대가경제적책임을져야할필요성이없었다.농촌사회에서는마을공동체와가족공동체가노인을부양했고,노인의지혜와경험은공동체의자산이되었다.하지만공동체가해체된지금의도시에서노인은예전의지위를잃었다.국가와사회는이들을위해여러가지제도를마련했지만현실과제도사이에는빈틈이있게마련이며,이빈틈이개인의어깨위에짐을지우고압박하는상황이다.지금노인의현실은어찌보면지금의젊은세대가맞닥뜨릴미래의모습일지도모른다.그런우리의미래를지금개인의선택과능력에만맡기는게정당할까?국가는개인이어떤선택을하든,어떤결과를마주하든,그들을보호해야할책임이있지않나?우리모두는존엄하게늙어갈수있는권리를갖고있지않은가?도시에서가난한노인들의뒤를쫓던한연구자가던지는묵직한질문이자,문제제기다.

재활용품수집노인,그중에서도여성노인에대한책을쓰는이유는단순하다.‘가난’을박멸할수있다는정치적선언도,‘가난’을무조건긍정해야한다는낭만도아니다.정책을구상할수있는능력이없는필자의처지에서,이책은가난한삶의경로와우연하지만필연적이었던구조들을가시화하는역할을할뿐이다.그렇기에독자들에게할수있는말은단순하다.재활용품을수집하는노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