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2021 개정판)

개 (2021 개정판)

$15.00
Description
인간의 아픔과 기쁨, 그리움을 함께하는 세상의 모든 ‘보리’에게
소설가 김훈이 2005년에 쓴 동명 소설 「개」의 2021년 개정판. 댐 건설로 수몰을 앞두고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진돗개 ‘보리’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개정판에서는 이야기의 뼈대는 유지하면서 내용의 상당 부분을 손보았다. “이번에 글을 고쳐 쓰면서, 큰 낱말을 작은 것으로 바꾸고, 들뜬 기운을 걷어내고, 거칠게 몰아가는 흐름을 가라앉혔다.”(「군말」에서) 지난 몇 년간 작가는 매일 공원을 산책하며 다가오고 지나가는 사람과 개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때 떠오른 생명의 이야기들이 「개」에 스며들었다. 덕분에 모진 매를 견딘 보리 엄마와 가혹하게 죽어간 흰순이의 삶이 다르게 변주되고, 보리의 눈에 비친 세상엔 온기가 더해졌다.
저자

김훈

1948년5월경향신문편집국장을지낸바있는언론인김광주의아들로서울에서태어났다.돈암초등학교와휘문중·고를졸업하고고려대에입학하였으나정외과와영문과를중퇴했다.1973년부터1989년말까지한국일보에서기자생활을했고,[시사저널]사회부장,편집국장,심의위원이사,국민일보부국장및출판국장,한국일보편집위원,한겨레신문사회부부국장급으로재직하였으며2004년이래로전업작가로활...

목차

개정판서문_군말
초판서문_작가의말

1.보리
2.마을
3.갯벌
4.흰순이
5.배추

출판사 서평

“한자한자다시쓴이야기”

작가김훈이2005년에쓴동명소설<개>를고쳐다시펴냈다.이야기의뼈대는유지하면서내용의상당부분을손보았다.

이번에글을고쳐쓰면서,큰낱말을작은것으로바꾸고,들뜬기운을걷어내고,거칠게몰아가는흐름을가라앉혔다.글을마음에서떼어놓아서서늘하게유지하려고애썼다.이야기의구도도낮게잡았다.가파른비탈을깎아내려서야트막한언덕정도로낮추었다.편안한지형안에이야기가자리잡도록했다.2005년의글보다안정되고순해졌기를바란다._?군말?에서

1인칭시점으로이야기를끌고가는소설의주인공은댐건설로수몰을앞두고주민들이하나둘떠나는시골마을에서태어난진돗개‘보리’이다.보리는주인할머니부부와살던곳이물에잠기면서바닷가에사는작은아들네로옮겨가고,그곳에서새주인가족과행복한한때를보낸다.그러나어부인주인이풍랑에휩쓸려목숨을잃고가족마저도시로떠나면서,옛주인할머니와남아새날들을앞둔얼마간의시간을보낸다.
초판출간당시작가는언론인터뷰에서개를주인공으로삼은이유를이렇게설명했다.

인간과세상의직접적관계,그러니까‘생에대한직접성’을설명하고싶었다.관능과직관과몸의율동을보여주면서삶의비애나고통을바로들여다보는존재를상정하다보니개가인간보다유리할거라고판단했다.개의후각은인간의200배나되고,청각도더발달했다.그처럼감각이발달한개의내면에는인간보다풍요로운삶의정서와인상이축적되어있을것이다.개는언어가없기에짖어댈뿐이지만,그내면은인간보다풍요롭고다양할것이다.그것을인간의언어로짖어댄다는불가능한일을해보려고했다.
-2005년<조선일보>인터뷰에서

지난몇년간작가는매일공원을산책하며다가오고지나가는사람과개들을들여다보았다.그때떠오른생명의이야기들이<개>에스며들었다.덕분에모진매를견딘보리엄마와가혹하게죽어간흰순이의삶이다르게변주되고,보리의눈에비친세상엔온기가더해졌다.

사랑과희망,그리고싸움―‘보리’의삶

노부부가사는집에서태어난수컷보리는젖먹이시절엄마품안에서따스하고편안한날을맞는다.하지만“완벽한평화속에는본래슬픔이섞여있”듯,그행복의시간속에태어날때다쳐젖먹기경쟁에서뒤처진맏형의죽음이겹쳐진다.온몸으로세상을살아내야하는개의운명을다리부러진맏형이감당하기어렵다는것을직감한엄마는따스한봄볕이내리던날,눈도뜨지못한형을삼키고만다.본능에가까운엄마의행동으로맏형은죽지만보리의눈에그것은한편으로엄마의따스하고축축한몸속,“제자리로돌아간”것이었다.
그런엄마의행동을오해한노부부는자식잡아먹은재수없는개라고매타작을해댔다.하지만그들이나쁜사람인것만은아니다.살아있는것들은그것이개이든고추모종이든귀하게여길줄아는심성으로새끼낳은엄마에게미역국을,보리밥잘먹는새끼들에게는된장국에따뜻한보리밥까지말아먹였다.수몰이임박해서까지집을떠나지못했던것도그런마음씀씀이와무관하지않을것이다.
2톤짜리목선으로서해의가까운바다에서잡아올린생선을팔아살아가는주인의둘째아들네로갈때까지보리는신바람나게산과들을뛰어다니며자랐다.“앞다리와뒷다리와벌름거리는콧구멍의힘”으로세상과맞부딪치는동안그를이끌었던것은“냄새”였고,자랑거리는세상을인식하는풍향계인“수염”이었다.눈위에,가슴에,주둥이와턱밑에난여러수염과그수염각각의역할로보리는세상을자신의몸처럼“정확히이해할수있었다”.
태어나서넉달만에보리가수몰직전의고향을떠날때엄마는개장수에게팔려가고형제들도뿔뿔이흩어졌다.그것또한슬픈일일테지만개는지나간날들에사로잡히지않는다.닥쳐올날들에대한근심도없다.
바닷가새주인네에서보리는밤일마치고돌아오는주인배의밧줄을선착장말뚝에거는일을도왔다.동네저학년들을데리고아침등교하는큰딸영희를따라나서길가의뱀을해치우는든든한보디가드가되기도한다.영희의학교에서이웃동네암캐흰순이를만나마음설레는날들도생겼다.돼지우리지키는사나운개악돌이와는한바탕싸움도벌인다.
그런일상과사건의연속이던보리의삶을한순간에바꿔놓은건조업중폭풍에휩쓸린주인의죽음이었다.생계를잃은가족은도시의아파트를구해떠나지만아파트에서키울수없는보리는그들을따라갈수없다.집안뒤처리를위해남았던할머니마저떠나면보리는“어디론가가야할”형편이다.고향을떠나올때도그랬지만그렇다고두렵지는않다.“어디로가든거기에는산골짜기와들판,강물과바다,비오는날과눈오는날,새벽안개와저녁노을이나에게말을걸어”올것이고그런“세상의온갖기척들”을맡으며“달리고냄새맡고싸”울것이기때문이다.고향에서이미다졌던발바닥“굳은살”의탄력이있기때문이다.

돋을새김된생의명암―‘보리’가본인간세상

사람들은오직제말만을해대고,그나마도못알아들어서지지고볶으며싸움판을벌인다.늘그러하니,사람곁에서사람과더불어살아야하는개의고통은크고슬픔은깊다._16쪽

전지적개시점으로쓰인이소설은개이야기지만개의시선으로인간사를반추하는대목이여운을남긴다.노부부가엄마때린이야기를하며“사람들은남의눈치를잘보는사람을치사하고비겁하게여기지만그건아주잘못된일”이라고보리는생각한다.개처럼눈치보라는것은비굴하게처신하라는게아니다.“남들이슬퍼하고있는지분해하고있는지배고파하고있는지외로워하고있는지사랑받고싶어하는지지겨워하고있는지를한눈에척보고알아차릴수있는마음을지녀야한다”는이야기다.
“남의눈치전혀보지않고남이야어찌되건제멋대로하는사람”이대접받는것은“지나가는개가웃을일”이고그야말로“개수작”이다.개는“사람들의기쁨과슬픔을나의것으로만들줄알아야”할뿐아니라“세상의모든나무와풀과벌레들의눈치까지도정확히읽어내야한다”며“그게개의도리고,그게개의공부”라고한다.사람의경우라고달라야할까닭이없다.
바닷가주인네둘째인두돌배기영수가싼똥을먹어야단을맞고도보리는그“똥을먹은일이조금도부끄럽지않다”고생각한다.“똥을먹는다고해서똥개가아니”라“도둑이던져주는고기를먹는개가똥개”라는대목은인간세상에던지는촌철살인이다.
“되도록이면싸우거나달려들지않고,짖어서쫓아버림으로써문제를해결하”는것이“사람들의동네에서살아야하는개의도리”다.“쓸데없이싸우다가다치지말고,기어이싸워야할때를위해서몸을성히유지하면서힘을모아두”는것도필요하다.다만“사람들은개처럼저혼자의몸으로세상과맞부딪치면서,앞다리와뒷다리와벌름거리는콧구멍의힘만으로는살아가지를못한다”는것을보리는좀더커서알게된다.그것이인간의아름다움이고불쌍함이며모든슬픔의뿌리라는것을.인간의그모든순간에‘보리’가함께한다.

<개>는작가의생명에대한깊은애정과통찰을흥과위트넘치는문체에담아낸소설이다.오직네발바닥으로세상속을달리며제생을받아들이고힘차게살아내는진돗개보리의삶과보리의눈에비친사람들의모습속에세상모든존재가감당하는삶의빛과어둠이돋을새김되었다.
인생은다시쓸수없지만소설은다시쓰인다.처음읽는독자라면새이야기를,이미읽은독자라면작가가걷어내고매만진,소설속생명들의또다른삶을만나는시간이될것이다.

표지그림소개

화가김호석이작품표지를위해그림세점을그렸다.화가는작품의보리같은두돌된진돗개와보름가량집과호수,바닷가를오가며살피고화폭에담았다.인간곁에서아픔과기쁨을,생의빛나는순간과비루한때를묵묵히함께하는‘보리’를생각하며그렸다고한다.표지그림은바다로떠난주인을기다리며,작은기척도놓치지않으려한껏귀를세운보리의이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