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함께 춤을 (아프다고 삶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질병과 함께 춤을 (아프다고 삶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16.00
Description
세상 그 누구도 아픈 것 때문에 또 다른 아픔을 얻지 않기를
“건강 약자들에게 구원의 책이며 여성 공동체의 의미와 글쓰기의 모델이 아닐 수 없다”
정희진(여성학 연구자,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저자)

아픈 몸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질병 경험을 담은 책 《질병과 함께 춤을》(푸른숲 刊)이 출간되었다.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를 쓴 조한진희 작가가 엮은 이 책은 각자 다른 질병을 가진 여성 4명이 질병과 더불어 살아가는 고유한 삶을 온몸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로, 건강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아픈 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관찰하고 탐구해온 분투기다. 《질병과 함께 춤을》은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와 진보적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에 ‘질병과 함께 춤을’이란 이름으로 연재, 많은 독자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은 글들을 수정, 보완해 묶은 것이다. 이 책을 기획한 ‘다른몸들’은 2020년 아픈 몸들을 공개 모집해 제작한 연극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이 연극은 온오프라인 누적 2만 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 2021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많은 화제를 낳았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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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다리아

장거리출퇴근직장인(현재재택근무중).난소에혹이생겨제거했지만재발과회복을반복하고있다.몸관리를하고싶지만,하루왕복3~4시간통근하는일상에‘규칙적인식습관,충분한수면,적절한운동’이끼어들자리는없었다.그외식도염,위염,치질등으로고생하고있지만,더이상‘내탓’은하지않는다.누구나조금씩은아프며살아갈수밖에없다고생각한다.

목차

추천의말
들어가는글_아픈몸으로산다는것,그고유한삶의연결
1장.나는내질병이부끄럽지않다_다리아
2장.조현,그이상의삶_박목우
3장.정상이라말하는몸과‘다른몸’_모르
4장.나는결코사라지지않는다_이혜정
나가는글_아픈몸들의공동체,질병과함께춤을
부록_아픈몸선언문,함께만들어가는지도

출판사 서평

자책감과고립감으로밤을헤매던이들을위해
질병과함께살아가는여성들이몸으로써내려간이야기

누구나조금씩은아프다.무리하면입술에염증이생기거나몸에두드러기가나기도하고,스트레스로위가자주쓰리기도하다.소화불량은일상이며,과중한업무와장거리출퇴근으로거북목증후군,허리디스크,만성피로를달고산다.하지만어딘가아프다고말하면‘몸관리좀해라’‘운동부족이다’‘잘챙겨먹어라’‘너무예민한거아니냐’등의핀잔을듣기십상이다.살면서크고작은질병하나쯤안고사는것이필연임에도사회에서‘건강’하지않은몸은부족하고열등하다는취급을받는다.만성질환이나중증질병이있는사람들은특정질병에대한편견,사람들의동정과시선,‘아픈게죄’라는자책감등을감내해야한다.질병의끝은언제나‘완치’이며완치되지않으면‘망한’인생이된다.그렇게질병은불행과실패의상징이되었다.
《질병과함께춤을》은질병극복기도,질병을통해삶의소중함을깨달았다는감동수기도아니다.그동안‘절망’또는‘희망’으로양분된질병서사의경계를가뿐히무너뜨리고아픈몸으로살아가는기쁨과슬픔,분노와안도,설렘과긴장,통증의과정을섬세하게담아낸,아픈몸들의연대기다.각각난소낭종,조현병,척수성근위축증,류머티즘을안고사는저자들은몸속혹을발견했을때의당혹스러움(31쪽),장거리출퇴근과만성피로(48쪽),‘수치스러운’질병에대한성찰(67쪽),10년넘게이어진망상(95쪽),평범한일상을사는기쁨(113쪽),가족과의갈등과화해(123쪽),병명을알기위해전국의병원을전전했던어린시절(155쪽),통증을줄이기위한루틴(163쪽),노동에대한갈망(185쪽),연민또는혐오의시선(207쪽),직장에서증상을설명해야하는고충(225쪽),의사와환자사이의정보불균형(234쪽)등아픈몸이통과해온경험과성찰의기록을통해질병이전과이후의삶을긴밀하게연결한다.
이책은질병을안고살아가는여성들이자책감과불안감에휩싸여있을누군가에게조용히,그러나포기하지않고끊임없이말을거는책이기도하다.저자들은누구든아플수있다고,네탓이아니라고,아픈건수치스러운일이아니라고,병이낫지않는다고해서삶이끝나는건아니라고말한다.더많은사람들이자신의질병이야기를세상에꺼내놓는다면,질병은불행과실패가아닌,함께겪어나가는일상이될것이다.이책의부록으로실린〈아픈몸선언문〉에서제안하듯,“잘아플권리가보장되며아픈것때문에아프지않는사회,아픈몸이기본값인사회,질병이수치와낙인이아닌사회”를기대해본다.

더많은사람이자신의아픔과불편에대해말할수있는용기를가지기를바란다.지금도질병에대한글을써내려가면서또다른누군가의손을잡아주고있는느낌이다.질병세계라는공동체안에담길수있는빗금처럼반짝이는관계들을본다는것은눈물겨울정도로아름다운일이라고이제는말할수있기때문이다.당신의약함이힘이될수있다고어깨를도닥여줄수있기때문이다.-148쪽


“아픈몸으로살아가는삶은반쪽이아니다”
고유하고,사소하고,아름다운질병세계의이야기

이책을엮은조한진희작가는저자들과질병서사쓰기작업을하면서“질병과함께사느라고통스러웠던시간과경험이쓸모없는게아님을확인”했다고말한다.이책의저자들은“나는왜이렇게아플까”“왜나에게이런질병이왔을까?”“아픔을끝내려면어떻게해야할까”라는질문에서시작해,“나는아픈몸과어떻게함께살것인가”“정상적인몸은무엇인가”,“무엇이아프고다른몸을만드는가”로질문을확장해나간다.

1부를쓴다리아는“질병이생긴건내탓이아니며,수치스러운질병은없다”는결론에도달한다.난소에혹이생겨제거했지만자꾸재발한다.처음에혹이생겼을때는‘왜나에게이런일이생겼을까’라는분노,‘몸관리를못한내탓일까’라는자책,혹이다시생길거라는불안에휩싸였다.

나자신과세상,모든것에화가났다.왜혹이생겼는지끊임없이생각했다.예민한성격탓일까.아니면만병의근원이라는스트레스때문인가.벗어나고싶어도벗어날수없는지긋지긋한가족관계,가기싫어서아침마다울음을삼키면서도먹고살아야하니다녀야했던회사,몸을돌보지않은생활습관이문제였을까.하지만나는최선을다해살았는데왜이런일이생겼을까.-33쪽

다리아는인터넷에서난소낭종관련글을찾아읽고,치료법을검색해도불안과강박이사라지지않는자신을들여다본다.그는자신의질병경험을글로쓰며비로소“몸에서벌어지는일을있는그대로받아들일준비를하게되었다”고말한다.재발에대한막연한두려움과불안에휩싸이지않게된것이다.그는또한자신의건강보다도‘아이를낳지못할까봐’걱정하는가족들의태도,기혼여성에게출산을강요하는사회를날카롭게비판하고,장거리출퇴근이어떻게몸과마음을병들게하는지자신의경험과여러연구사례를토대로제시한다.실제“OECD는웰빙을측정하는지표로통근시간을쓰며,미국워싱턴대학교연구팀은출근거리가24킬로미터이상이면지방과다와비만,운동부족상태일위험성이높다”고밝혔다(52쪽).

아프면서내관심은자연스레내몸으로향했다.나에게는몸을잘돌보는것이무엇보다중요하다.몸돌보기는마음돌보기와다르지않다.나는몸과마음을돌보며,여유롭게편하게살고싶다.이것이나라생각일랑은하지않는이기적인바람이라면,차라리나는애국자가되지않겠다.그러니누구도내난소를위해기도하지말라.-47쪽

2부의저자박목우에게는“내삶에분명히있지만없는것으로여긴것중하나가질병”이었다.20대에조현병이발병해환청과망상때문에5년동안작은방에서나오지못했던그는질병당사자가아닌‘정신병자’라는낙인을견디며살아야했다.이책에서그는실제환청과망상이어떤증상으로나타나는지,우리가잘알지못하는조현병당사자의세계를잔잔한목소리로들려준다.

그때는혼자있어도바람소리가들렸다.비난하고비웃고욕을하는바람소리.여름날내리는빗방울소리도,아침새들이지저귀는소리도,누군가의고운피아노반주도,하나다를것없이수치스러웠다.모든소리들이고통스러웠다.그러나내게는도움을요청할사람이없었다.언제까지나내가만든망상들속에서고통받고괴로워할뿐이었다.-96쪽

증상과더불어겨우살아갔던그는세상바깥에서처음환대받는경험을했고(103쪽),조현병당사자동료들을만나면서,“조각케이크에아메리카노를곁들여마시며수다를떨고헤어질때면잘가라고포옹할수있는일상”을살기시작한다(120쪽).그의이야기는질병이아닌있는그대로의‘사람’으로대한다는것만으로도얼마나삶이달라질수있는지보여준다.현재그는정신장애인동료들을상담하는일을하고있다.

사회의따가운시선에지쳐있던내게이곳은출구와같았다.몸상태와망상과환청등이자연스럽게대화의주제가되고소통의도구가되어다정하고깊은관계를맺을수있다는것이놀라웠다.늘너는이상해서무슨소리를하는지모르겠다는말을듣던내게이들이주는위로는감미로웠다.-116쪽

3부의저자모르는‘정상’이라말하는몸과‘다른’몸이겪는질병경험을이야기한다.어릴때부터걷지못해전국의병원을다녔지만의사가내리는병명은늘‘원인모를장애’였다.그는서른살이넘어서야자신의질병이희귀난치성질환인‘척수성근위축증’임을알게되었다.“근육이약해져운동발달이결여돼나이를먹을수록상태가나빠지는진행형질병”으로이질병이장애를동반한것이다.질병으로인한통증은해가갈수록심해지지만그는“병명을알게되니마음이편안해졌”다고말한다.그의경험을통해질병명과증세를아는것만으로도두려움과원망에휩싸이지않을수있음을배운다.

30대가되어장애의원인과병의예후를알게되니난제를해결한것같았다.서서히또는갑자기몸이둔해지거나움직일수없게되어도‘왜이러지?’하고의아해하거나두려움에휩싸이지않게됐다.‘이젠이동작이안되는거구나’하고받아들일수있었다.몸에서일어나는질병의과정을나이듦의과정으로받아들여도되지않을까하는생각이들었다.어차피장애의흐름으로사는것과별반다르지않기도하고.-200쪽

그의몸은꾸준히변형되고,장애도점점더진행되었다.모르는변형된몸으로앉고,자고,옷을입고,출근을하고,혼자사는일상을전하며이렇게말한다.“나는통증에서완전히해방되는것은생각하지않는다.그래서조금이라도덜아프게살방법을찾으려한다.아직은견뎌낼수있는통증.난오늘도그렇게‘통증맞이’중이다.”

잘때는눕는대신폴더폰처럼몸을접어토끼잠을잔다.양반다리자세에서벽에기대어세운상체를앞이나옆으로하체에포개엎드리거나,베개를안아엎드리며머리를베개에얹고자는것이다.-164쪽

4부를쓴이혜정은류머티즘진단을받은후일상이완전히달라졌다.발을바닥에디딜때마다뼈가으깨지는듯하고,문고리를돌리기어려워집안의모든문을열어둔다.이렇게고통스러운질병이지만,겉으로잘보이지않기에직장에서는“아픈거맞아?”라는의심을받기일쑤였다.처음만난사람에게질병이있다고얘기했다가‘몸관리좀잘하지그랬냐’는핀잔,류머티즘이라고하면소스라치게놀라는사람들의반응등을통해그는질병에대한편견과낙인을경험했다.

기지개를켤때마다온몸관절의마디마디가다부서져내리는것같았다.문고리를돌리기가어려워져서집안의모든문을열어두었다.너무아파서변기레버를내릴수없는아침에는변기뚜껑을덮어두고퇴근후에한꺼번에물을내렸다.통증은새벽에서오전까지,적지않은시간들을내게서빼앗아갔다.-208쪽

그의질병경험은성폭력사건과데이트폭력을제외하고는온전히설명되지않는다.실제류머티즘은원인이없는병이라고알려져있지만,그는류머티즘환우회카페에서극심한스트레스를경험한후에진단을받은사례들을이야기하며폭력피해경험과질병의인과관계가긴밀히연결되어있음을시사한다.

그러나내가질병을안고살아야한다는사실은오랫동안직면하지못했다.성폭력경험으로1년6개월동안심리상담치료를받았는데,그때도온전히이야기하지못했던것이바로질병에관한사실들이었다.실제로심리상담치료를받고공황발작이나자살충동이거의사라지다시피했다.하지만그후로도도무지감당하기어려운순간들이찾아오곤했다.나의이야기는일부가채워지지못한채였다.성폭력경험과질병,이둘은매우긴밀하게연결되어내삶을구성하고있음에도나는그런점을제대로직시하지못했다.-250~251쪽

질병을인정하기까지오랜시간이걸렸지만그는이제자신의몸에‘낫는다’는단어가적용되지않는다는것을인정하게되었다.오히려느려진속도에일의속도를맞추고,몸상태를적극적으로주변에알리고,아프다고말하기를포기하지않기로했다.한때몸을없애고싶었던그는이제자신의몸을잘안아주려노력한다.

나는나의안전한공간을하나더찾았다.우리는힘든것들을극복하길강요하지않는다.그저기다리고지켜봐주며함께눈을맞춰줄뿐이다.그렇게나는아주오래전질병이시작되던시점에서뚜벅뚜벅걸어나왔다.나는아주오래화해하지못한나와화해했다.그리고질병은마침내내게삶이되었다.-257쪽

“당신의약함이힘이될수있다”
n개의질병서사가쌓아올릴‘잘아플권리’

각자다른질병을가진사람들이질병경험을읽고,쓰고,말하는것은어떤의미가있을까?《질병과함께춤을》의저자들은“서로의경험을공유하며새로운세계를알게되기도했고,상대의목소리로자신의이야기를만나기도했다.”아픈몸으로사는경험을털어놓을안전한공간도,설명하는것도너무나어려웠기때문이다.이책은‘아프다는것만으로도연결될수있으며’‘약한목소리가모이면힘이될수있음’을보여준다.‘관종’또는‘나약하다’라는편견이생길까봐아파도아프다고말하지못했던시간,질병의원인을자기탓으로만돌렸던시간에서벗어나“아픈몸으로도꽤괜찮은삶을살수있음을”깨닫는과정인것이다.

정신장애에대한편견과맞선경험들속에서나처럼우울과공황발작을만났고,평생알지못했던질병의이름을비로소알게된순간안도했다는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