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대화 (존중과 치유로 가는 한 사람, 한 시간의 이야기)

공감대화 (존중과 치유로 가는 한 사람, 한 시간의 이야기)

$18.78
Description
오해와 편견을 넘어 이해와 존중으로 가는
한 사람, 한 시간의 이야기

10년간 50여 차례, 300여 명과의 만남을 통해 발견한 공감대화의 힘,
그 해방 체험의 현장을 기록한 최초의 책
나이, 성별, 학력, 직업, 출신지역, 국적 등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한 사람에게 한 시간씩 공평하게 이야기 시간이 주어진다. 누군가 이야기를 하다 멈추면 기다려준다. 끼어들지 않는다. 충고도 평가도 칭찬도 하지 않는다. 대부분 서로 모르는 사이였던 사람들은 어느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북받치는 감정을 어찌 하지 못해 눈물이 터져 나올 때면, 조용히 함께 눈물짓는 사람이 있다. 지난 10년간, 약 50여 차례, 300여 명이 넘게 참여한 ‘공감대화’의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공감대화》는 인류학자, 지리학자, 교육학자, 여성학자, 정치학자 등 여덟 명의 연구자가 함께 쓴 책으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경험한 존중과 치유의 순간들을 포착했다. 다문화 배경 어린이와 청소년, 탈북민, 고려인 청소년, 이주여성, 사할린 동포, 중국 동포, 재일교포, 우즈베키스탄동포, 파독 간호사, 교사, 시민활동가 등 한국사회에서 각자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디에서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참가자들은 자기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인데 “위로를 받고 생애가 확장되는 느낌이었다”, “서로에 대한 편견을 낮출 수 있었다”, “나 자신을 ‘삶의 주인공’ 관점에서 돌아보고 과거의 나와 화해할 수 있었다”며 나만의 ‘해방 일지’를 써내려간다.

《공감대화》는 오해와 편견을 넘어 이해와 존중, 치유의 도구로 ‘공감대화’를 제안하는 최초의 책이다. 한 사람에게 한 시간씩 보장된 평등한 시간과 안전한 공간, 그리고 어떤 이야기라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대화를 열 수 있다. 대화는 공감과 치유의 매개가 될 수 있을까? 대화는 다름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모두가 존중받는, 안전한 대화 공간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다름을 뛰어넘고 나를 발견하는 환희와 치유의 여정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저자

정병호

문화인류학자한양대명예교수.다양한사람들이어울려사는친절한세상을만들고자노력하고있다.현재사단법인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대표다.지은책으로《고난과웃음의나라:문화인류학자의북한이야기》,《극장국가북한(공저)》,《한국의다문화공간(공편)》등이있다.

목차

1부평등한시간,평등한공간:아이들의해방체험
1장한국에서‘다문화’로산다는것:상처를말하며서로연결되다이향규
다문화학생들이한자리에모이기까지|‘솔직토크’를위한질문들|공감의말들|타인이나를부르는말에대하여
2장고려인청소년들의흔들림과어울림:이야기할수록단단해진다김기영
고려인,다문화학생,그리고중도입국청소년|라이프사이클,청소년삶이야기의시작|헤어짐과이산:중도입국청소년들의공통감정|태어난곳,사는곳,살고싶은곳
3장한국,탈북,다문화학생의만남:어떻게함께살수있을까이향규
‘삶이야기’의확대|사람책도서관,타인을향한고정관념과편견돌아보기|내이야기를하는시간:나를행복하게하는것과지금걱정하는것|네이야기를듣는시간:내상처보기|대화는다름을뛰어넘을수있을까|통일한사회,나의삶상상하기|‘타인과의만남’을배우다

2부개인으로이야기하기:국적과이념,가해자와피해자의벽을넘어
4장냉전의한복판을관통해온사람들:다름을이해하고같음을뛰어넘기조일동
온전한개인으로만나다|모든삶이야기의시작점|대화는어떻게화해의도구가되는가|이야기하기,경청하기,묻고답하기|차별의토로는차별의시선을거둔다
5장밀려났다가돌아오고정착했다가떠나는사람들:경계를초월한경험문현아
역사를현실로살아낸사람들|고향의정의|“앉은자리에서세나라를겪은셈입니다”|글로벌이주시대에맞는질문

3부공감의연결고리를찾아서:여성,이주,가족
6장젠더와가족:경계를넘어차별과억압경험을나누다최은영
타인의이야기를통해자신과화해하기|가족이라는아픈속살을드러내다|결혼이주여성에게안전한공간은어떻게만들어지나|가장이된여성들,국경을넘다
7장다시만난코리안여성들:사적이고작은이야기로이산의역사를꿰다이해응·윤은정
첫만남,마음의벽을허무는장치들|100년의역사를가로지르는삶의여정|여성의언어로여성의삶을말하다|진행자는어떻게공감의조력자가될수있는가

4부공감대화란무엇인가
8장공감대화의이론과방법정병호
공감의위기|공감능력과대화|공감대화프로그램|삶이야기의힘|존중과화합을위한공감대화
9장공감대화프로그램가이드정병호
참가자|진행자|프로그램진행|시간과공간구성|통과의례|진행주체와비용

부록공감대화사례:여섯번의1박2일,‘시민’이란이름으로연결된사람들김기영
후주

출판사 서평

“다른사람의이야기속에서너를발견할수있을거야”
대화는어떻게공감과치유의도구가되는가

이책을엮은문화인류학자정병호는2000년대초,한국에온탈북청소년들이겪는어려움을목격한것을계기로공감대화의필요성을느꼈다(5쪽).남북청소년이교류하는행사에서도탈북청소년은늘‘편견이담긴’질문을받고‘듣고싶어하는’대답을하는입장에놓였다.그는이한계를극복하고자남북청소년들이서로자기이야기를하는모임을기획했고그것이‘공감대화’의시작이되었다.이후‘공감대화’는이주민,남북한주민을대상으로한프로그램으로이어졌고,2012년부터한양대학교글로벌다문화연구원을중심으로다양한배경의남한사람들이참여하는‘한민족다문화삶의역사이야기’와‘경계를넘는삶이야기’로확장되었다.
아홉살어린이부터아흔살노인까지,지난10년간300여명의사람들과이야기모임을진행하면서,‘공감대화’는점차진화했다.공감대화는“다른집단구성원들이서로이해하고,다른위치에있는사람들과평등하게만나며,정당한사회적존재로서소수자들의의미를확인하고참가자개개인의존중과치유”를목적으로한다.그러기위해서토론과비판을삼가고판단을유보하며상대방의삶이야기를있는그대로존중하며경청한다.
태어나서처음으로,30분이상온전히자기이야기를들어주는사람들을만나자평소편견과차별,가부장제에눌려지내던이주여성이당당하게자기목소리를낸다(6장).자식들을먹여살리기위해국경을넘나들며경제주체로살아온사할린동포여성의이야기에탈북할머니와조선족할머니가고개를끄덕이고,누군가는자신의삶에서가장아팠던순간을떠올라팔로자신을감싸안고‘애썼다’고토닥인다(6장).‘다문화’라고놀림받던아이들은그동안의차별경험을마음껏털어놓고맞장구치다보니마음이한결가벼워진다(1장).

자기이야기를하고다른사람들의이야기를조용히들어줄뿐인데어떤이는“위로를받고생애가확장되는느낌”이었다고했다.충고와조언과평가로부터자유로운안전한공간에서자기이야기를하고진지하게들어주는사람들을만나는외롭지않은시간,다른사람들의이야기에공감하며자신을돌아보는시간,고정관념을떨치고새로운눈이열리는시간그리고그시간을함께하며느끼는해방감!!그렇게대화모임을거듭하며우리는이프로그램을‘공감대화’라고부르기로했다.-10쪽

공감대화는화해의도구이기도하다.분단과전쟁,이념대립의당사자이자피해자였던이들이만난첫모임에서는긴장감이맴돌았다.하지만냉전의한복판을관통해온서로의삶이야기를들으며,각기다른체제나이념을넘어마침내서로를온전한개인과개인으로마주하기시작한다.국군출신할아버지와인민군출신할아버지가만나서로총부리를맞대고살아온삶을이야기하면서“절대로전쟁은일어나서는안된다”며술잔을기울인다(4장).민간인을학살한군인의딸과학살피해자유족이대면한순간서로이야기를들으며자신을아프게한이도또다른아픔과슬픔을경험했음을깨닫는다(4장).가해와피해의시시비비를가리거나,특정이념과체제의옳고그름을따지기위한자리가아닌오로지‘삶’에주목하는공감대화모임에서는서로의상처를알아봐주는것만으로도화해의가능성이열린다.

본격적인대화에앞서간단하게자기소개를듣고긴장하던,심지어적대적인시선을보내던이들은서로가냉전속열전의희생자였음이드러나는삶이야기를들으며각자겪은일이자신만의고통이아니었다는걸깨달았다.자신을아프게한이도또다른아픔과슬픔을경험했음을알았기때문이다.공감대화과정에서모든갈등은상대적이었다.-132~133쪽

다문화어린이,탈북민,고려인청소년,이주여성,사할린노인…
어디에서도들어보지못한생생한삶이야기,
글로벌이주시대를살아가는우리에게필요한대화지침서

사람과사람을진정으로이해하려면상대방의삶의경험을알고공감하는것이가장중요하다.하지만대개는그과정을생략하고지역,직업,학력,가족같은단편적인정보만가지고상대방을규정하거나판단한다.심지어다른나라의언어를쓰거나,다른문화를가진사람들과만나면서도그최소한의이해과정을생략하기도한다(257쪽).사할린동포인참가자의“한국에와서벌써14년을살았는데,뭐〜‘어데서왔느냐’하는말은있지만‘어떻게살았느냐’하고물어보는사람들은거의없었습니다”는말은우리사회가이주민을대하는태도를단편적으로보여준다.
한국사회는전체인구에서이주민이5%를넘는다문화사회에진입하고있다.우리는다른언어를쓰거나다른문화를가진사람을어떻게대해야할지,미디어와가짜뉴스에서퍼뜨리는다른집단을향한경계심과혐오감정을어떻게걸러내야하는지,상대방을편견없이대하려면무엇부터해야하는지에관해배우고싶다.그런점에서《공감대화》는글로벌이주시대를살아가는우리에게꼭필요한새로운대화지침서가될것이다.‘어디서왔고,몇살이고,결혼은했는지’대신‘어떻게살아왔는지’를물어본다면관계의질이한단계높아지지않을까.
이책은총4부에걸쳐대화는어떻게화해와치유의도구가될수있는지,‘타인과의만남’을배운다는것은무엇인지참가자들의역동적인대화를통해생생하게전달한다.

1부,‘평등한시간,평등한공간:아이들의해방체험’에서는다문화배경초등학생들이상처를말하며서로연결된이야기캠프,고려인중학생들이이산과이주의어려움을나눈이야기모임,통일교육과다문화교육을연결하고자시도한한국,탈북,다문화배경고등학생들이나눈공감대화를소개한다.“다문화여서주목받거나놀림받은것을솔직히말해서좋았다”,“속이뻥뚫리고마음이후련해지는경험을했다”“다양한사람들의이야기를들으며여러아픔이있는걸알게되었다”등이야기를통해상처를치유하고서로공감하는장면들을포착했다.또한‘다문화’라는명칭을당사자들은어떻게생각하는지(37쪽),고려인청소년들의한국적응에서어떤어려움을겪는지(52쪽),글로벌이주시대에어떻게함께살아갈수있는지(98쪽)등생각할거리들을던진다.

지영:솔직히요,다문화라는말뜻자체는좋은데놀릴때애들이“넌다문화니까안돼”라던가“너는다문화니까이상해”그런말을많이쓰잖아요.사람머리에,아예다문화라는말이머릿속에부정적으로박힌것같아요.
성식:다문화가혼혈이면혼혈이아닌일반학생을단문화학생이라고해야되는거아니에요?-40쪽

신잔나:반명함판사진.그거뭔지몰랐어요.그리고교복에이름표새기는거요.그거선생님이해오라고했는데엄마도모르고계속그냥다녔어요.그랬더니선생님이왜말안듣냐고했어요.-59쪽

초희의질문에혁진이는선선히대답했다.전혀아무렇지도않게대답해서한참망설이고질문했을초희의마음이가벼워졌을것이다.두번째로이야기를시작한윤정이는너무떨려서머리가하얘지는것같다고했으나,일단이야기를시작하자오랫동안성찰해온것같은여러경험과생각을들려주었다.그중하나는자신이‘북한사람’이라는낙인을어떻게극복했는가하는점이었다.-89쪽

2부,‘개인으로이야기하기:국적과이념,가해자와피해자의벽을넘어’에서는냉전시대를살아온사람들이체제,이념,국적이규정한적대관계를어떻게극복하고가해와피해의경계를허물었는지밝힌다.평생대화를나눌수없으리라여겼던,심지어존재만으로도치떨리는분노를일으켰던사람의삶속에서‘나와공감할지점’이있음을발견하고온전한개인으로만나는장면에서는‘이야기의힘’을확인할수있다(113쪽).일제강점기,한국전쟁,산업화과정에서자발적혹은비자발적으로이주를선택한사람들의삶이야기는역사가다담지못한한민족이주의역사의한조각을채워넣는다(148쪽).나아가국민,국적,고향이다른사람들이겪는문제를소개하고그경계에대한본질적질문을던진다.

둥글게자리한여섯명의노인은얼굴만봐서는영락없이평범한동네할아버지,할머니다.깔끔한테이블보와꽃이핀나뭇가지로장식한무릎높이의낮은테이블을두고둘러앉은그70대노인들은진행자가인사를건네기전까지서로통성명을자세히나누지도않았다.카메라와진행자가노인들을둘러싸고있어서인지,아니면다른참가자가낯설어서그런지모르겠지만서로눈도마주치지않고테이블중앙에놓인마이크와프로그램안내리플릿만보고있는이들사이는어딘지서먹하다.-112쪽

공감대화모임은한국전쟁과냉전이만든뾰족한‘빨갱이’이야기를뭉툭하게만드는평등한시간을함께하며다양한차원의질문과대화를이틀동안이어갔다.이과정에서한국전쟁을전혀다른세가지시점(남한,북한,중국)으로바라보는삶이야기들이하나씩더해지며참가자각자가확신했던자신의정체성을뛰어넘어과거의경험을새롭게생각해보는기회가만들어졌다.한국전쟁을남측입장으로설명할수도,북측입장에서이해할수도,중국입장에서받아들일수도없는단지슬프고아픈대립의기억으로만새롭게의미화한것이다.-134쪽

오성희:사람들이다고향,다한곳이지요.그런데저는고향이세곳이에요.(웃음)제가난고향은일본이거든요.그다음은두번째제청춘시절,가정시절거의반년산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그다음에마지막으로제가다시태어난고향이대한민국이에요.그래서저는세개고향가지고있습니다.-164쪽

그들은부모나조부모세대의한국생활경험을이야기했다.또한삶의어떤시기에든한국을방문했거나한국에서살고있는경우그이야기도공유했다.이때표준한국어를잘하느냐못하느냐는상대적으로덜중요한고려사항이었다.약간어색하고이상한,소위표준어와다른한국어로이야기를해도“저런한국어표현을쓰니저분은한국사람이아니야”라는사람은없었다.-172쪽

3부,‘공감의연결고리를찾아서:여성,이주,가족’에서는여성과남성이공감하며연대의파트너로연결되는순간과공식적인삶이야기시간이끝난뒤오히려더욱활발하게이어진비공식적대화에서의자매애를소개한다.6장에서는젠더,이주,가족과관련된기존의대화프로그램과시도하지않았던,결혼이주가정의자녀와재외동포남성등이주경험이있거나소수자로서차별받은경험이있는남성의이야기도포함한다.덕분에참가자들은젠더와세대,국적을가로질러각자의삶이야기를털어놓음으로써서로에게공감하고그안에서자신을돌아볼수있었다(182쪽).북한,중국,일본,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동포들로구성된여성단체조각보의대화모임에서들려주는삶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유라시아지도가그려진다(215쪽).나아가7장에서는배려와환대로시작하는조각보모임이동창모임과새로운진행자양성으로,차별사회를바꾸기위한연대활동으로이어지는과정도소개한다.

김미숙:저,질문하나할게요.가정불화때문에많이힘드셨던것같은데,부모님의이혼이아이들에게많이도움이됐나요?
이한수:어우,도움이됐어요.저는크게도움받았어요.저는무슨생각을했냐면,아버지가만약에그집에있었다면[…]어머니하고도연을끊으려고했어요.-192쪽

김미숙은국가간경계를넘으며잃었던자신의꿈을되찾을기회로생각하고이중언어강사양성프로그램에열심히참여했다.그런데김미숙이꿈을찾아신나게배울때남편이찬물을끼얹었다.그는국가정책이바뀌면금방없어질직업이니들어서지도말라며“이거는정책적으로이용하는거야.니네미끼야미끼.다니지마”라고했다.교육받는7개월동안은월급이없었는데남편은“돈한푼이급한데쓸데없는곳에가서시간을쓴다”라며매일잠도못자게하면서잔소리를했다.그래도김미숙은결혼이후처음으로뜻대로밀고나가7개월간의교육도마치고이중언어다문화강사로서학교도배정받았다.-196쪽

우즈베키스탄동포:할아버지,할머니는블라디보스토크에서살았고엄마와아빠도러시아에서태어났어요.블라디보스토크쪽에서.[그후]우즈베키스탄와서결혼했어요.왜냐면우리언니가ㅜ41년때태어났어요.37년때우즈베키스탄에들어가니까.
북한동포:제조상으로부터이야기한다면,제증조할아버지[고향은]함경북도○○군이래요.왜정때살기곤란해서중국만주에가서자리잡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