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세계의 여성 17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삶을 이야기하다)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세계의 여성 17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삶을 이야기하다)

$18.00
Description
세계의 여성 17명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삶을 이야기하다.
* 이 책의 판매 수익 일부는 우크라이나에 기부됩니다.

우크라이나, 폴란드, 벨라루스, 라트비아, 카자흐스탄, 몰타, 튀르키예, 러시아, 영국, 미국…… 다양한 처지에 놓여 있는 세계의 여성 17명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붕괴된 일상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아직 보통 사람들이 치르고 있는 전쟁을 완전히 알지 못한다.

난민이 된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러시아의 타깃 리스트에 오른 전장의 저격수, 작은 가방 하나만을 들고 급히 탈출한 직장인, 생판 모르는 난민에게 집을 제공한 싱어송라이터, 독재에 맞서다가 고향을 떠난 반전 시위자, 러시아 문학을 경계하는 유명 작가이자 전 정치인, 우크라이나의 장애인 선수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라트비아 올림픽 위원회 임원, 조국 러시아에 맞서 반전 시위를 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우크라이나를 위한 전시를 열어 화제를 모은 아마추어 화가, 조부모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리우폴 출신 애널리스트, ‘꽃 밀수꾼’ 할머니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재창조한 예술가, 피난하는 와중에도 예술에 헌신한 우크라이나 갤러리의 관장들 등, 전쟁의 비극 앞에 선 여성들의 고통, 슬픔, 의지, 용기, 연대를 엿볼 수 있다.

훗날 우리는 이 전쟁을 어떤 식으로 기억할까? 자극적인 보도와 프로파간다와 가십 속에서 어떤 이들을 놓쳤고 어떤 것들을 외면했고 어떤 점들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했을까? 생생한 역사적 기록물인 이 인터뷰집이 그 어려운 질문들에 답해야만 하는 순간이 올 때 하나의 가이드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윤영호

서울대학교외교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국제정치학을공부했다.오랫동안증권과자산운용업에종사했다.15년간러시아어를쓰며살았다.러시아어는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조지아,러시아에서일할때쓴효율적인언어였다.이제는더이상그렇지않다.현재영국런던에서지내며글을쓰고있다.저서로는《옵션투자바이블》,《유라시아골든허브》,《그러니까,영국》이있다.

목차

머리말

1부일상이무너진순간

1)손녀의드레스를구하다
우크라이나·폴란드/다리야마르첸코
조부모의안위를걱정하는마리우폴출신애널리스트

2)프로세코의굴욕
영국/아만다그리토렉스
난민에게집을내준싱어송라이터

3)햄퍼바스켓의위로
우크라이나/나탈리아쉐레메타
작은가방하나만들고영국으로피난한직장인

4)우리에게형제가둘뿐인것이얼마나다행인가?
우크라이나/리디아비노그라드나
난민이된전리듬체조국가대표

5)낯선곳을향한백일간의여정
우크라이나/루드밀라홀로디
자포리자에서온변호사지망난민

6)방아쇠에감상은없다
우크라이나/올레나빌로제르스카
전장에서저격수로활동하는전직기자

[칼럼1]여성은약할수도,포기할수도없다?

2부보통사람들의전쟁

1)어디서도우리를반기지않는다
벨라루스/소피아마로자바
고향을떠날수밖에없었던반전시위자

2)메달을가지고돌아갈곳이없다
라트비아/자네스쿠지나
패럴림픽에참가한라트비아올림픽위원회장애인분과직원

3)그들과함께자리하고싶지않다
카자흐스탄/알리야쿠르만바예바
우크라이나인과러시아인을친구로둔글로벌기업직원

4)승리할수있는전쟁은없다
몰타/스테파니밋지
〈우크라이나를위한예술가들〉전시를기획한아마추어화가

5)뿌리가없어야국경을넘을수있다
라트비아·에스토니아/디아나타마네
'꽃밀수꾼'할머니의이야기를작품으로재창조한예술가

6)침묵할자유가없다
러시아·영국/안나오브샤니코바
반전시위를하고있는로열오페라하우스바이올리니스트

[칼럼2]'이것은전쟁이아니다'라는생각

3부야만의세계를넘어서

1)푸틴이말한그런약속은없었다
미국/메리엘리스사로티
화제작《NotOneInch》를쓴존스홉킨스대학교수

2)문제는매력적이지못하다는것이다
튀르키예·카자흐스탄/아나르소문쿨루
국제정치전문가이자한국에대해잘아는하제테페대학교수

3)조각가가전쟁용바리케이드를만들고있다
우크라이나/리자게르만과줄리아볼로시나
피난중에도예술에헌신한더네이키드룸과볼로신갤러리의관장들

4)도스토옙스키에게신비한영혼은없다
우크라이나/마리아마티오스
러시아문학을경계하는우크라이나의유명작가이자전정치인

[부록인터뷰]악을먼저계획하면선에도달할수없다
우크라이나/루브코데레쉬
러시아문학을전쟁의공범이라고말하는젊은작가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전쟁이시작되고나서일주일이지났다.러시아친구들의이야기톤이달라지기시작했다.휴대전화에“이건우크라이나국민을상대로한전쟁이아니야”,“우크라이나정부는왜이것을러시아의침략이라고하지?”와같은메시지가오기시작했다.
_밀라(자포리자에서온변호사지망난민),우크라이나

러시아측은내가민간인을죽였다고반복적으로공표하고있어요.그들은내친구가러시아인시체에나치문양을새겼고,그것을소셜미디어계정에서자랑했다고주장하고있어요.나와내친구는절대로그런일을한적이없습니다.
_올레나(전장의저격수),우크라이나

지난수십년동안러시아는전례없는돈을투자하여금융,정치,문화등의다양한구조를통해러시아문학의고유성을알리고러시아문학에보편성을부여하려고노력했습니다.러시아문학과관련한신화를만들려고노력했지요.
당신은'러시아의신비한영혼'에대하여묻고있는것입니까?톨스토이와도스토옙스키에게그해독코드가있다고하는'러시아의신비한영혼'에대해묻고있는것입니까?그런것은없어요.그런신비는없습니다.
_마리아(러시아문학을경계하는유명작가이자전정치인),우크라이나

더슬픈것은우크라이나선수들을보는것이었어요.우크라이나선수들은모두슬픔에잠겨있었습니다.그들은좋은성적을냈고메달도많이땄어요.그러나올림픽이끝나고돌아갈곳이없었어요.
_자네(라트비아올림픽위원회장애인분과직원),라트비아

카자흐스탄언론은우크라이나전쟁에대해크게보도하지않는다.주요국내뉴스를다루고나서지역뉴스를전하기전에우크라이나전쟁소식을잠깐다룬다.카자흐스탄언론은중립을지키려고노력하고있고,감정을싣지않고사실위주로짧게보도하고있다.짧게보도하면보도내용이객관적이된다고착각하고있는지도모른다.
_아나르(우크라이나인과러시아인을친구로둔글로벌기업직원),카자흐스탄

●우리는아직
보통사람들이치르고있는전쟁을
완전히알지못한다

우크라이나의자포리자는바로돈바스옆에위치해있다.자포리자출신난민여성밀라는러시아군이고작20킬로미터떨어진곳까지진격해왔을때,근무중휴식시간에커피를마시는일조차매우싫어졌다고털어놓았다.내일을알수없다는초조함과커피의평온함이가져오는극명한대조를견딜수없었던것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아이폰을쓰고영화관에가거나카페에서한가롭게커피를즐기던이들이순식간에삶의터전을잃고급히떠나야만했다.난민생활은상대적으로가난하고,다른종교와기후를갖고있고,정세가불안정한나라에사는극도로불운한사람에게만닥치는것이아니었다.

이인터뷰집은인간삶을밑바닥으로끌어내리는전쟁의비참함을직시할뿐더러,혼란하고비극적인역사속에서서로점점이떨어져있지만,타인의고통에공감하여각자의방식으로돕고있는평범한위인들의목소리를담았다.또한그들의매우사적인이야기와감정까지함께기록해서,전쟁이후전세계개개인에게도래한변화는무엇인지,혹은변하지않은공통점이있다면그것은무엇일지짐작해볼수있다.

동시에심리적인거리에관한주목할만한경험담들도다루고있다.세계시민들은전쟁에어떻게반응하고,어떤감정을느끼고있을까?난민의처지에공감하여물심양면으로돕는사람이있는가하면,난민에게호의를베푸는것을매몰차게거절하는사람도있다.감정적으로견디지못해전쟁을외면하거나거리를두는사람이있는가하면,트위터등에서전쟁에쓰인무기와전략에대해열을내며토론하는사람도있다.이러한다양한인간군상을통해우리시대가최고로여기는가치란무엇인지,양심과인간성을지키는일이란어떤것인지를정확히짚어볼수있을것이다.

한편,왜우크라이나의주변국들은'다음은우리다'라는걱정과불안을안고있을수밖에없을까?강대국러시아가가까이있다는것은어떤의미인지,러시아가문화및언어면에서가까운나라임에도불구하고왜이국가들은러시아적가치가아니라유럽적가치를지향하는지에대한답이각인터뷰에드러나있다.유럽과중앙아시아시민들의솔직한고백과성토를통해유럽과중앙아시아의지리적조건이정치,경제,문화,역사에미치는영향을확인할수있다.튀르키예의명문대인하제테페대학교수아나르는유럽과맞닿아있는우크라이나에게러시아는경제적,문화적으로매력을어필하지못한다고설명한다.러시아는서구의대안이될수없는것이다.하지만주변에중국이라는또다른초강대국이있는중앙아시아국가들에게러시아는매력적인대안이된다.

이렇게각국여성들이들려주는전쟁과관련된생생한경험들과현상황에대한분석은,비인간적인전쟁의먼뿌리와시발점,전쟁에따른비극을총체적으로자세히이해하고공감할수있게해준다.

●우리에겐침묵할자유가없다

국제관계에관해해박한지식을가진인터뷰어윤영호와윤지영은유럽과중앙아시아의다양한나라에거주한경험이있고,러시아어와영어를유창하게사용하며,현재는영국에살고있다.이들은온갖난관을뚫고다양한상황에처한세계여성들의생생한목소리를채집해섬세한인터뷰집으로엮어냈다.윤영호와윤지영은수많은사람이어려운환경속에서도인터뷰에응해준이유는침묵으로는표현할수없는이야기,반드시해야만하는이야기가있었기때문이라고밝혔다.

□햄퍼바스켓의위로
평범한직장인이었던나타샤는급히조그만가방하나만챙겨폭격을당하는고향에서탈출했다.싱글맘인아만다는넉넉하지않은형편에도불구하고나타샤에게흔쾌히자기집을내주고,나타샤의망가진일상이회복될수있도록돕는다.한집에서함께보조를맞추며살아가게된두여성에게과연무슨일이일어나고,어떤기쁨과괴로움이이들을기다리고있을까?영화〈나,다니엘블레이크〉를떠올리게만드는묵직한감동의이야기를들을수있다.

□방아쇠에감상은없다
현재전장에서저격수로활동하고있는올레나는전직기자다.2014년러시아의침공때부터복무해온올레나는이미러시아의타깃리스트상단에올라있다.그래서얼굴을가리지도,정체를숨기지도않는다.인터뷰에서올레나는자신이민간인을죽였다고주장하는러시아의공표에대해절대로그런적이없다고반박한다.올레나는적을향해방아쇠를당길때어떤감정을느낄까?올레나가들려주는저격수로서의활동과전쟁터의여군에대한이야기는읽는이의만감이교차하게만든다.

□어디서도우리를반기지않는다
벨라루스인소피아는반전시위를하다가감옥에갇혀혹독한일을겪은뒤조국을떠났다.소피아는이제벨라루스여권은일종의낙인과도같다고토로한다.벨라루스인은모두어떤식으로든이전쟁의공범자가되었기때문이다.현재벨라루스는내부독재자와외부독재자에게지배당하고있고,전쟁에반대하는벨라루스인들은자국에서나타국에서나안전하지못하다고느낀다.소피아는항상감시당하고있다는공포에휩싸인채타지에서새로운삶을꾸려간다.소피아가바라는평범한일상은과연무엇일까?

□도스토옙스키에게신비한영혼은없다
러시아문학과전쟁간의상관관계가이슈로떠오르고있다.우크라이나의유명작가이자전정치인인마리아는도스토옙스키의작품에는전쟁숭배,큰힘에대한숭배,외국인혐오,작은나라비하가녹아있다며그의작품을거부한다.그리고러시아가막대한자본을들여자국의문화를선전한지난수십년동안,톨스토이,도스토옙스키,러시아발레를야만과연결할수있는사람이얼마나있었겠냐고묻는다.마리아의말에의하면,야만은잘감춰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