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주셔서고맙습니다.
씩씩하게계속가보겠습니다.”
시민에게보내는
어느검사의편지
《계속가보겠습니다》의저자임은정검사는20년이넘는검사생활중절반인10년을내부고발자로서살아왔다.한때‘도가니검사’로도불릴만큼스타검사였던저자는2012년과거사재심사건무죄구형강행으로문제검사로급전직하했다.이후‘막무가내검사’,‘빨갱이검사’,심지어‘꽃뱀여검사’에이르기까지적대와혐오,모멸의꼬리표들이저자를따라다녔다.그러나저자는자신이몸담은조직의부끄러움이무엇인지알고,검사의양심에따라분투했을뿐이라고말한다.
이책은검사임은정이시민에게보내는검찰개혁‘중간보고서’다.저자의눈에비친검찰과검사들에대한기록이자,시민이알아야할검찰의속사정이다.이책의1부〈난중일기〉에는저자가검찰내부게시판인‘이프로스’에쓴글19편과글을쓰게된상황,당시의심정등을전하는뒷이야기가담겨있다.마치성장앨범처럼저자의생각이만들어지고다듬어지는과정의흔적을엿볼수있다.2부〈나는고발한다〉에서는언론에연재한칼럼13편과분량제한으로칼럼에담지못하고행간에묻었던사연과뒷이야기가담겨있다.
“나는고발한다”
진짜‘검찰주의자’임은정의
검찰개혁중간보고서
《계속가보겠습니다》에서는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사건,모해위증교사의혹사건,스폰서검사,별장성접대,내부성추행사건등검찰이정의를외면했던무수한사례가등장한다.지금까지검찰은자기조직만을최우선시하고,검찰의문제는노골적으로외면하는이중잣대를견지하며사법정의를조롱해왔다.검찰이최우선의가치로두었던건진실이나정의가아닌검찰조직그자체였다.
그동안검사들은표적수사,사건은폐,무죄인사건에무죄를구형하지말라는등의위법한업무적지시에맹목적인복종을강요당했다.또한위법한지시에항명하거나문제를제기한검사들이오히려징계를받고,낮은인사평정과표적사무감사등으로각종불이익을받았다.아울러상급자의업무외적인폭언,성추행등갑질에검사들은속수무책으로피해를입었고,이를목격한상당수검사가방관했다.또한상급자시각의논리와소문에피해자들이2차피해를입고집단따돌림을당했다.
저자는이같은문제들이모두검찰의잘못된조직문화와시스템,이에순응한검사들탓이라고일갈한다.이책을통해저자는검찰의여러잘못을고백하면서부끄러운것은검찰의잘못을고백하는것이아니라,잘못을고치지않는것이라고말한다.그런의미에서검사임은정은진정한의미의‘검찰주의자’다.검찰이바로서야국민의신뢰를회복할수있고,그래야만민주주의와사법정의를바로세울수있다고믿기때문이다.중요한것은검찰의유불리에따른검찰권행사가아닌,검사도잘못했을때처벌받는다는법과원칙에따른검찰권행사다.
지난10년간의주저함과흔들림,
그리고선택과결단
“계속가보겠습니다.”이책의제목그대로저자는계속가보겠다는의지를다지고있다.삶은곧길이라고생각하는저자는고장난검찰을바로세우기위한역할을계속해보겠다고다짐한다.《계속가보겠습니다》는시민에게그러한저자자신의각오와다짐을널리밝히고,멈추지않겠다고스스로를채찍질하기위한의지의표현이다.검찰의변화를위한길을계속해서열어가는것,주저함과흔들림속에서도꿋꿋이나아가는것,저자가선택의갈림길속에서택한길이다.
검사임은정은내부고발자로서살아온10년을이책을통해결산하고,다시금새로운출발선에서있다.역사의걸림돌이아닌디딤돌이되어,검찰을바로세운뒤에흐뭇한‘해피엔딩’이담긴결과보고서를하루빨리시민에게내놓기를바라고있다.그러면서시민에게변화된미래를함께꿈꾸어보자고말한다.결국《계속가보겠습니다》는검찰의변화를향해가는역사의힘찬발걸음을함께내딛자는,한검사의동행제안인것이다.
책속에서
한숨을돌리고,새로운7년을이제시작합니다.검찰이진실로법과원칙에따라엄정하고공정하게검찰권을행사하기를간절히바랍니다.그날을위해계속씩씩하게가보겠습니다.함께꾸는꿈의힘을믿습니다.나아가는역사의힘찬발걸음을믿습니다.저는지금저벅저벅다가오는발소리들을듣고있습니다.오늘도가고내일도갈우리의길,계속함께가주시기를부탁드립니다.
-〈10만부기념스페셜에디션을펴내며〉중에서
내부고발자로팍팍하게살게되면서,‘내인생의전환점이어디였을까’를더러생각하곤했습니다.과거사재심사건무죄구형강행으로소위‘잘나가는검사’에서문제검사로급전직하한2012년을전환점으로볼수도있겠지만,사실무죄구형을해야해서무죄를구형한것에불과하니전환점이라고보기어렵지요.실질적인전환점은2009년이아닐까싶습니다.만약그때법무부에가지않았다면,저는여전히정신을못차리고개인적일탈을저지르는검사들이왜이렇게많냐고투덜거리며,주어진일만묵묵히하고있을것같으니까요.
-〈프롤로그〉중에서
많은분이‘검사는공소장으로말한다’고합니다.하지만검사의법정최종의견진술인논고가사건당사자들과우리사회에어떤의미인지를깨달은후저는‘검사는공소장과논고로말한다’고고쳐생각했습니다.그래서상품정가표처럼혈중알코올농도,동종전과횟수에따라양형이거의정해진음주,무면허운전사건조차구체적으로논고했습니다.판사와검사,변호사에게야양형기준이정해진전형적인사건이지만,사건당사자에게는인생이걸린,그가족에게는생계가걸린중요한사건이니까요.
-〈공판검사의다짐〉중에서
제가느끼고깨달은법의정신은36.5도의체온이담긴인간에대한신뢰와연민입니다.공판검사에게는피해자의고통과절망,우리사회의분노와자책,피고인에대한연민과충고등을모두를대신하여법정에서말할의무가있지요.판사,피고인은물론방청하는피해자와그가족들,더러는법정을떠돌고있을가여운영혼에게설명한다는마음가짐으로,제진심을논고문에담아내려고노력하고있습니다.
-〈논고문에대한생각〉중에서
상명하복이지배하는조폭과우리검찰이본질적으로다른것은,우리에게상명하복에우선하는‘정의로서의법과원칙’이있기때문이아닙니까?검사개개인이고유의법적양심에따라‘정의로서의법과원칙’을고민하고상급자에게이의를제기할수있을때,상급자가끝내불의한지시를거두지않으면최소한그지시를거부하고불의에가담하지않을때,진실로검사가검사일수있고,검찰이검찰로서자리매김합니다.
-〈검사가무엇인지를다시묻습니다〉중에서
거칠게항의하던그검사들상당수가추미애법무부장관재임시절부터검사게시판에맹렬하게글을쓰고댓글을달았습니다.그검사들은검찰과검사에대한전제개념,검찰위기의원인진단과처방등에대한견해가저와는상당히다를것이고,이제라도제진심을알아주지는않을겁니다.저혼자목소리를높이던시절,이프로스로굳이말을걸어‘임검사님의진심을믿지않는다’고항의한모후배에게‘누가검찰을위하는가는역사가판단할거다.검찰이이렇게될동안침묵하고있는건옳지않다고생각한다’고답했습니다.
-〈사표수리에대한해명을요청합니다〉중에서
법무부국정감사가끝난후기획조정실에서‘국회의원들과의술자리에여성검사들필참하라’는업무연락을돌리기도했던황당한시절이었습니다.검찰간부들의추행,성희롱따위가문제될리없고,피해자들과목격자들역시침묵해야했습니다.문제를제기하면꽃뱀으로,참으면헤픈여자나불륜녀로몰리던시절이었지요.
-〈검찰개혁을위한고언〉중에서
마음을단단히먹고있었지만,그래도겁이나뭘먹어도체하고,잠이잘오지않는다.아침에도그냥눈이번쩍뜨인다.겁이나지만어제로시계를돌린다고하여다르게행동할게아닌데견뎌내야지.겁이나지만,오늘하루도축복임을믿는다.역사는행동하는사람들에의해쓰인다.당장바뀌지는않더라도결국바뀔터.내의지가그시기를앞당기리라고믿는다.난검찰이역사의걸림돌이되지않기를바랄뿐인데,왜이렇게비장해져야하는가.
-〈‘과거인권침해사건에대해검사직권재심청구’보도를접하며〉중에서
포기하지않고부딪쳐가다보면,철옹성그철벽에미세한균열이생기고,역사의물꼬가결국트이는걸봅니다.과거사재심사건에서백지구형이최선인양주장하고무죄판결에불복해온검찰이무죄구형을하는것을우리는지금보고있습니다.그간도가니사건등이런저런참혹한사건들을담당하며,‘세상은물시계와같구나,사람들의눈물이차올라넘쳐야초침하나가겨우움직이는구나,사회가함께울어줄때비로소역사가한발을떼는구나’하는생각을했었습니다.우는자들과함께우는,불의를외면하는사람들을깨우는죽비소리가불협화음이아니라아름다운합창을위한하모니로인정될때,우리사회는비로소따뜻한정의가넘치는사회가되겠지요.
-〈아이캔스피크1〉중에서
검사는임관할때‘오로지진실만을따라가는공평한검사,스스로에게더욱엄격한바른검사가되겠다’고선서합니다.수사의무와공정의무는법적의무입니다.현실적으로스스로에게더욱엄격한잣대를들이대는것까지차마기대하지않습니다.하지만검찰이시민에게요구하는잣대와동일한잣대로검사들의잘잘못을가리지않는다면,누가검찰의결정에승복하겠으며,사회질서가바로설수있겠습니까.검찰구성원인검사가검찰을믿지못해시민에게직접호소하고있는현실은대한민국은물론검찰에게도비극입니다.
-〈나는고발한다〉중에서
홍길동이아버지를아버지라부르지못한것은그당시의법과제도때문입니다.현행법상무죄를무죄라말하고지난날과오를사과해야할검찰이그렇게하지않는것은법에우선하는관행과조직이기주의때문입니다.조직논리에도불구하고과거사반성논고를결행했을경우,이는되돌릴수없는단독관청인검사의유효한논고입니다.검찰과거사반성의물꼬를트기로결단하고결행했지요.
-〈용서받지못한자들〉중에서
“경찰송치사건이나처리하는형사부검사로남을것인지,변호사들에게뒷돈받고소소한사건들은좀봐주더라도수사비로거악을척결하는특수부검사가될것인지,잘선택하라”고초임검사에게조언하던황당한선배도있었습니다.그선배가큰거악으로보여무서웠지요.덮고싶으면소소한악으로단정하여눈감고,죽이고싶으면거악으로규정하여파헤치는막무가내검찰의전횡을봐버린듯아찔했습니다.십원짜리사건과천원짜리사건,멋지게수사할거악과덮어도되는소소한악,양질의사법서비스를받을시민과문제검사에게수사받아도되는시민.그런구별이정당하고,검찰의잣대는과연공정할까요.
-〈공정한저울을꿈꾸며〉중에서
이제그검찰총장은사퇴후정치권으로바로투신하여대권을거머쥐어그동안그가지휘해온검찰수사의공정성에대한불신을자초했습니다.검찰수사를통한철권통치시도가우려되는현실이참으로참담하네요.공익신고자인검찰구성원으로서주권자시민에게검찰의과거와현재를고발합니다.이런검찰이과연검찰권을감당할자격이있는지를판단해주십시오.
-〈길모퉁이에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