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 39년생 김동훈의 파란만장 해방일지

나의 살던 고향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 39년생 김동훈의 파란만장 해방일지

$17.54
저자

김동훈,김형민

저자:김동훈

1939년여름,식민지조선함경북도온성군남양면에서태어났다.그해제2차세계대전이발발했고,만두살때태평양전쟁(1941)이터졌으며,여섯살때해방을맞이했고,열한살때6·25전란에휘말리는등그야말로격동기속에서어린시절을보냈다.국립수산대학졸업후농림부소속의중앙수산검사소공무원을거쳐고려원양판매과장,동원산업부산지사장을지낸다음부산에정착했으며,멀미나도록변화하고눈부시도록발전한대한민국사회의일원으로,한가족의가장으로치열하게살았다.

피난민의자식으로먹고살기위해눈치를익혔고,텃세와구박을무찌를깡도있지만,남을짓밟으며내몫을챙기겠다는두꺼움은모자랐으며,누군가를박정하게대하면오래도록마음이쓰이는‘새가슴’을지녔다.

그의가장특출한‘달란트’는일제강점기만주와해방이후북한에서의생활,흥남부두탈출기와피난살이등평생의파노라마를유장하게읊을수있는기억력이다.팔순의어느날지금까지살아온이야기를글로남기고싶어워드프로세서를익히고독수리타법으로2년넘게자신의이야기를기록했다.돌이켜보니지금까지고향없이타향살이를해왔다고생각했는데,살아온곳모두가이미자신의고향임을깨달았으며,스스로‘복많은놈’이라생각한다.



저자:김형민

1970년서울에서태어나부산에서자랐으나대학입학후줄곧서울에서살고있다.방송PD인본캐보다필명‘산하’로유명하다.〈리얼코리아〉,〈특명아빠의도전〉,〈긴급출동SOS24〉등시민의삶과풍경을그리는프로그램을만들었으며,《한겨레21》에‘김형민의노땡큐’,‘응답하라1990’을연재했고,《시사IN》에‘딸에게들려주는역사이야기’를연재하는등여러매체에칼럼을썼다.저서로『사랑도발명이되나요?』,『역사를만든최고의짝』,『딸에게들려주는한국사인물전』(1·2),『딸에게들려주는역사이야기』(1·2),『한국사를지켜라』(1·2),『양심을지킨사람들』,『접속1990』,『그들이살았던오늘』,『마음이배부른식당』,『썸데이서울』등이있다.

아버지의‘살아온이야기’를다듬으면서아버지를재발견하고,나아가식민지에서태어나전쟁과분단을경험한후정치적·경제적측면에서‘한강의기적’을이룬‘분투의세대’일원과만나면서아버지세대를좀더이해할수있게되었다.이책이하나의본보기가되어‘내인생을책으로묶으면대하소설감’이라생각하는분들이각자의작은역사를기록해나가기를바란다.

목차


책을펴내며:어느‘복많은놈’의이야기
39년생김동훈의‘나의살던고향들’

1평온했던내어린시절:만주벌과두만강이남
함경북도남양에서태어난이유|아버지의유학과슈퍼우먼어머니|옥자누나의죽음,그리고다시만주로|달속십자가의조짐|내가마지막으로본만주

2눈보라휘날리던바람찬흥남부두
내세우자인민의대표|내가교사를평생싫어한이유|그해여름은뜨거웠다|내생애최고의한달|흥남부두의통곡|구사일생,흥남의방주|흥남부두를떠나며

3남도의끝섬들에서
남녘땅의나그네가족|회중시계와동해남부선|거지들의재회|두만강소년제주도가다|열살기억여든까지간다|내평생의찰떡|오이의비극|거제도의졸업식

4밀양과대구의악동,부산의대학생이되다
밀양친구수봉이|대구에서의봄날과치욕|행운과액운의쌍곡선|날아간파일럿의꿈|수산대학생이맞은태풍사라|큰형을떠올리며|대한민국의격변,그러나바빴던대학생

5가난한날의행복과슬픔
당당함에대하여|큰형결혼대작전|하늘은스스로돕는천재를돕는다|노총각의세가지원칙|처갓집이야기|가난한날의행복과슬픔|나쁜이이상한이좋은이

6거인의어깨위에서놀던시절
고려원양판매과장이되기까지|황태덕장앞에서|거인과의만남|동원산업부산지사장이되어다시부산으로|거인의어깨위에서|주먹과개밥|안타까운죽음들|이제는말할수있는일들|한국에서참치통조림을처음먹은사람은|동원참치의신화와홀로서기의꿈|나의달란트

7디아스포라우리가족
다섯남매이야기,그리고중국에서온편지|중국으로가는길|간도에서만난주현미
강건너고향|피는물보다진하고돈은피보다진하다

글을마치며:화살같은여든네살의돌아보기
아들의후기:자서전쓰기,우파아버지세대를이해하는또하나의방법

출판사 서평

이야기꾼산하김형민PD가다듬고정리한아버지의자서전

이야기꾼산하김형민PD가아버지가쓴살아온이야기를다듬어한권의책으로펴냈다.50대아들김형민이본80대아버지의가장큰‘달란트’는예전이야기를파노라마처럼유장하게읊을수있는기억력이다.수십년전만난사람의이름과스친사연을생생하게되살려흥미진진하게풀어내는아버지의이야기를들을때면경이롭기까지하다.그런아버지가팔순잔치즈음말씀하셨다.“내살아온이야기를글로남겨보고싶다!”80대아버지와50대아들의합작자서전은이한마디에서시작됐다.

한사람의삶을넘어시대가보이는개인기록물의탄생

아버지는이후워드프로세서를새로익히고독수리타법으로천천히기록을남기기시작했고,그기간이2년이넘는다.이기록물을무심히흘려보냈다면아버지의기억은방대한세월의창고속에서부스러져먼지가될수있었을것이다.“그렇게는만들지말아야겠다!”고다짐한아들은아버지원고를다듬고매끄럽게만드는작업에돌입한다.

켜켜이쌓인아버지의글들을정리해다듬던아들은아버지의삶속에서역사적사실을발견한다.단순히개인의회고록이라생각했던글속에는한사람의삶을넘어시대의역사가보인다.이책본문곳곳에는종종‘주’가등장하는데,이는아버지개인의삶에서역사적맥락의갈피를잡아보는재미에빠진아들이아버지의역사를구체화하기위한‘오지랖’의결과물이다.

여느역사소설보다재미난우리조부모세대의한국근현대사

이책의주인공김동훈은1939년토끼띠로대한민국80대라면누구라도그러하듯이일제강점기와해방,한국전쟁,그리고‘한강의기적’등해방전후의굵직한역사적사건을온몸으로겪는다.한반도최북단에서태어나어린시절을만주와북한을오가며살았던그는만열한살때6.25전란을겪으며가까스로남으로내려와이후부산,제주,거제,밀양,대구,포항,서울등수많은도시를오가며파란만장한삶을살아냈다.

특히그가경험한극적인흥남부두탈출기는영화〈국제시장〉을방불케한다.부산과제주,거제에서의피난살이는당시의풍경이눈앞에펼쳐진듯선명하게그려지는데,특히배고픈아이들이찬송가가사를개사해“내평생의찰떡”노래를부르는장면은웃음을자아내면서도울컥하는감정을함께느끼게한다.피난생활중에도학업을이어거제장승포국민학교에서마침내졸업식을치르는모습에서는교육열가득한대다수한국인어머니의모습이겹쳐보이고,부산과밀양,대구를넘나들며보낸학창시절이야기에서는악동의성장기를읽는재미가쏠쏠하다.

태풍사라호를직접경험한이야기,그리고우여곡절끝에수산대학을나와시작한공무원생활,고려원양을거쳐동원산업부산지사장을지내는등1970~80년대대한민국경제부흥의최전선에서활약하며‘거인의어깨위에서놀던’리즈시절이야기는개인의살아온이야기를넘어한국현대사의한단면을입체적이면서도흡입력있게그려냄으로써,여느역사소설못지않은흥미진진함을선사한다.

글쓴이의성찰과더불어
우파아버지세대를이해할수있게한자서전글쓰기의힘

이책의주인공은살아온이야기를글로남기면서자신을돌아볼기회를갖는다.돌이켜보니부모님과형제자매의보살핌속에서어린시절을보내왔다는것을,전쟁의비참함을알기에더이상그런비극이없기를바라는마음이크다는것을,비록거인이되지는못했지만그들의어깨위에서신나게일하면서그런거인과함께하는행운을누렸다는것을,자신은고향없는‘삼팔따라지’인줄알았는데지금까지살아온모든곳이자신의‘고향들’이었으며,‘복많은놈’이라는것을.

80대아버지의이야기를정리한50대아들과그가족에게도변화가있었다.아래세대는위세대의영향을받는동시에부정하면서성장한다.이책의주인공과그아들의관계또한마찬가지다.아버지세대의꽉막힌반공이데올로기에고개를절레절레흔들던아들은아버지의살아온이야기를하나하나다듬으며그동안몰랐던아버지의모습을재발견하게된다.더불어일제강점기와분단,한국전쟁을거쳐한강의기적을이룬‘분투의세대’를만난다.아들은아버지의반공이데올로기에는동의할수없지만,아버지와그세대가왜그러셨는지,왜그렇게생각하게되었는지를넉넉히짐작하게되면서사고의확대를경험한다.

말로는세밀하게담을수없었던아버지의살아온이야기가글로정리되는순간,글쓴이의성찰에더해그간우파아버지세대와거리두기해온아들세대가서로교감할수있게된것,이것이바로자서전글쓰기의힘이라하겠다.

‘내인생을책으로묶으면대하소설감’인분들을위한자서전쓰기의모범

“나와는한세대차이인데어떻게이렇게다른나라,다른시대사람처럼,완전히다른삶을살수있었을까?”아버지의글을본가족의반응은이한마디로응집할수있다.소용돌이치며급변해온이나라역사를온몸으로살아낸아버지세대는그역사의물줄기속에서도짱돌이되고징검돌이되고초석이되고디딤돌이되면서오늘을일구어왔다.개인의역사와한국사가한호흡으로읽히는것이비단이책의주인공의삶만은아닐것이다.오늘날대한민국의조부모세대라면누구나한편의대하소설을가슴에품고살고있을것이다.이책의주인공과그아들은부디이책이하나의본보기가되어이분들이스스로의일생을정리해보거나,또는후대가나서서선대의지난날을각자의작은역사를기록해나가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