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하찮고사랑스러운누에와집사의
여름한철동거일기
기자출신안은영작가,숲해설가로변신한후우연한기회에누에나방을키운다.‘누워있는벌레’인아홉마리누에애벌레가든종이상자를받아들였을땐지우개똥같은우스꽝스러운생김새에잠깐귀여움을느꼈을뿐.하지만같은시공간에서‘양육’의책임을지면서‘무해하고최소한의삶’을사는애벌레누에에무장해제당하고서서히스며들듯사랑에빠진다.
이책은누에와집사의합작품을읽는듯한느낌을선사한다.작가가누에에빙의해전지적누에시점의글을쓰고직접누에그림을그린덕분이다.누에에빙의한작가와달린독자들은작고하찮은데너무도사랑스러운누에에게싱싱한뽕잎을공급하기위해고군분투하는작가에빙의하며누에집사의입장에서이들의한살이에동참하게된다.뽕잎만먹던애벌레가어렵게집짓기를마치고고치가되었다가누에나방으로진화해본능에충실한삶을살다떠나는50일간의‘누에의사생활’에직관하듯이함께하게된다.
누에의한살이가이렇게감동스러울줄이야!
―아홉개의단정한생이전해준소소한위로와생의교훈
탈피와변태과정을거치며전혀다른두가지형질을나타내는생명체를처음접한작가에게누에한살이는매순간이흥미진진하다.오로지뽕잎만먹는애벌레시기의누에는잠을자듯네번의허물벗기,즉탈피과정을거친다.이어금식하며제집을짓고들어가는고치단계를지나마침내성충이된누에나방은본능에충실하듯짝짓기와알낳기에몰두한다.비록날개가달렸지만날지못하는누에나방은야생성을잃고가축화되어자연환경에놓인다면곧멸종해버릴만큼연약하다.
지켜보면사랑하게되고사랑하면보이게되나니,작가는아홉마리누에에게눈맞춤을하며성격에따라이름을선사하는지경에이른다.수컷토마스,해보,몽쉘,막냉이,회오리와암컷술래소피,흰둥이,동백이.누에집사는애벌레시기까지는뽕잎을제공하며양육의시간을,고치시기부터는지켜보고응원하는시간을거쳐야한다.양육과정에서는오로지뽕잎하나에의지하며아무렇지않게자라주는이들에게감사하는마음을가지게되며,눈한번마주치는것만으로도감동한다.작고하찮은미물에게매혹된집사는애벌레들의둥지를묵상과기도의공간으로삼고,빛을좋아하는나방에게지구본램프를선물한다.무심하게둥지가있는방에누워아이스크림을먹거나낮잠을즐기는누에집사의모습에독자들은소소한일상의위안을받는다.
그러나만남이있으면이별이있기마련.행복한파티가끝나고사람들이쑥빠져나간것처럼소멸의시간을맞이하면서마음에구멍이뚫린다.그럼에도생의준엄한명령속에서뚜벅뚜벅살다간아홉개의단정한생이주는삶의교훈이다시금작가로하여금숲으로나아갈힘을준다.과연그힘의비밀은무엇일까.
40만독자를사로잡은안은영작가의첫자연에세이
아홉누에의고유성에감탄하며그들의이야기를흡입력있는글과그림으로담아낸이책은숲해설가로변신한안은영작가의첫자연에세이다.40만독자의지지를받았던안은영작가는기자생활중번아웃을경험하고퇴직하기에이른다.이후책과글쓰기강의에서다시삶의의미를찾아가던어느날,숲에서는자연스레숨을쉬는자신을발견하고숲해설가가되었다.그리고어느덧7년차.귀엽고사랑스런꼬마악마들이숲에오면목젖이보일만큼웃어대며신나게노는모습을사랑하는유아전문숲해설가의삶을살던중우연한기회에누에집사가되었다.그리고마침내누에와사랑에빠지며누에광인으로진화하며그들의여름한살이를기록하기에이른다.
작고여린것들에애정어린시선을보내는작가는누에를통해자신의일상과변화한삶의가치관을고스란히내보인다.그런점에서이책은누에관찰일기인동시에안은영작가자신의일상에대한기록물이다.이전과는전혀다른삶을살아가는그의이야기는생은언제나변화무쌍하게우리를새로운곳으로이끌어간다는사실을새삼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