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하녀 :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철학자와 하녀 :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18.00
Description
현실을 바꿔나갈 힘을 얻는 ‘현장의 인문학’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하녀’는 권력의 테두리 속에서 ‘법’ 없이 사는 것을 자랑삼아온 소시민, 즉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생존해야 하는 마이너리티를 뜻한다. 당장 오늘과 내일, 나와 가족의 생존이 걱정되는 하녀의 처지에서 철학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문학이 무슨 소용일까? 철학은 ‘참 한가한 일’ 아닌가? 그러나 《철학자와 하녀》의 저자 고병권은 “철학은 지옥에서 가능성을 찾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철학자라면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철학을 해야 한다. ‘하녀’도 철학을 통해서 자기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비정규직, 장애인, 불법 이주자, 재소자, 성매매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의 곁에서 철학을 함께 고민해온 현장 인문학자 고병권은 ‘위로와 도피의 인문학은 끝났다’며 현실을 바꾸는 힘을 주는 ‘현장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강조한다.
저자

고병권

저자:고병권
현장인문학자.저자는철학을공부하는목적이‘박식함’에있지않고‘일깨움’에있다고말한다.‘철학하기’란불가능과무능력,궁핍과빈곤을양산하고규정하는모든조건에맞서분투하는것이다.그는절망을느끼는곳에서도철학은가능하며오히려그곳이야말로철학의장소가되어야한다고생각한다.우리삶을바꾸고우리가속한세계를바꾸는일은거기서시작될수있기때문이다.
현재노들장애인야학철학교사이며독서모임읽기의집집사로도활동하고있다.그동안지은책으로는니체의사유를섬세히펼쳐낸《언더그라운드니체》《다이너마이트니체》마르크스의《자본》을깊이있게읽어낸〈북클럽《자본》〉시리즈(전12권),현장의운동과사건을다룬《“살아가겠다”》《점거,새로운거번먼트》《추방과탈주》그리고산문집《묵묵》《사람을목격한사람》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철학자와하녀그리고별에관한이야기

1장철학은지옥에서하는것이다
천국에는철학이없다/‘곁에있어줌’의존재론/초조함은죄다/갈림길과막다른길/머리에타는불을끄듯공부하라

2장배움이전에배움이일어난다
힘을보라/바로잡아주는사람과깨뜨려주는사람/공부를준비할필요는없다/우리는모르는것을가르칠수있다/구경꾼의맘속에서일어난혁명/배움이전에일어난배움

3장사소한것은사소하지않다
한켤레의실내화/소유와빈곤/사소한것들은상상을초월할정도로중요하다/영혼에남겨진신체의흔적/금욕과탐욕/지금이대로라도시작할수있다

4장함부로무릎을꿇어서는안된다
곤경에서자유를본화가/길잃은양이되라/철학자의파문/멋대로원망하라,나도용서하지않겠다/굴복보다는커피를택한이들/저항의가치
5장우리는자본주의수용소에살고있다
해석노동과공감의능력/원자력으로부터의전향/고흐의발작과죽음사이에서/수익모델로서의인간수용소/우리는시설사회에살고있다

6장야만인이우리를구한다
당신의놀람과나의놀람/저항하는존재는말소되지않는다/어느게이활동가의정치적장례식/한국인이아니라고할수없는사람/너는애국시민을원하니나는야만인을기다린다/역사를향해쏜총탄

에필로그-옳은말은옳은말일뿐이다

출판사 서평

위로와도피의허무한달콤함이아닌삶의현장을일깨우는철학
철학은지옥에서가능성을찾는일이다!

10년전출간돼오랫동안독자의사랑을받았던고병권의『철학자와하녀』가새로운옷을입고돌아왔다.고병권은‘개정판을내며’에서10년전‘내가사랑하는철학은내정신에찬물한바가지를끼얹는그런것’이라고적었지만이제는‘철학에도찬물한가지를끼얹는것으로철학에대한지금의사랑을표현하고싶다’고말한다.저자는이책에서‘위로와도피의인문학’은끝났음을선언하며‘철학은지옥에서가능성을찾는일’이라고말한다.말랑말랑한인문학책이주는위로와도피의허무한달콤함과달리고통스런삶의현장을일깨우는저자의철학은이책을읽는우리에게그야말로찬물한바가지를끼얹은듯정신이번쩍들게한다.

철학은‘새로움’의공부다.자기계발과위로의인문학이체제에편입하기위한공부라면,철학은우리의생각을점거했던체제와이데올로기를부수는공부다.준비가필요없는,당장시작하는공부다.“공부를위한공부는필요하지않다”고저자는강조한다.이책은36꼭지글을통해서,철학으로개인과사회의삶을어떻게바꿔나가야할지제시한다.그리스신화부터현대철학의중요한개념들,형제복지원을통해본‘시설사회’문제등당대사건들까지아울렀다.개인적인경험과일상적인에피소드속에철학적인질문과명제들을자연스럽게녹여낸인문학자고병권의필력과통찰이돋보인다.

대재난속에서도곁에있어주는당신이있기에‘가능성’은있다

국가나사회의시스템이무너졌을때,가난한이들은‘별수없이’하지만또한‘놀랍게도’삶의공동체를일구어냈다고저자는말한다.철학은인간안에자기극복의가능성이있다고가르친다.모든것을잃어버린지옥같은현장에서도그것은사라지지않는다.세상이낙원이라면철학은존재할이유도없을것이다.저자의생각을좇다보면,세상을안정적인대상으로놓고개인의처세만강조하는철학을다시바라보게된다.인문학자고병권에게있어서철학은‘박식함’이아니라‘깨달음’이다.힘들고힘든시절,적잖은사람들이‘이젠지쳤다’며운명의줄을놓아버린다.저자는뭔가줄수있는게없을까고민했다.그어느때보다우리가가진원초적선물이필요했다.곁에있어주는것이다.철학은거창한게아니다.‘초조함이죄악’이라고말한카프카의말뜻처럼,곧바로반응하지않고주변과옆사람을충분히살펴보자는것이다.

영리한노예,성공한노예가되지않는길-철학에서만난다

저자가안양교도소에서철학을강의하게됐을때,한재소자는“왜우리가지금여기서철학을공부해야합니까?”라고물었다.그때저자는그리스철학자탈레스를조롱했던트라케의하녀를떠올렸다.탈레스는땅만보는(현실문제만잘해결하는)하녀를무시했고,하녀는하늘만보는(현실에서동떨어진)탈레스를조롱했다.그러나둘다옳지않다.탈레스는하녀에게의미있는학문을해야한다.하녀도눈을들어밤하늘의별을바라봐야한다.다른세상을인식하게되면,그간물질과권력에순종했던태도가전혀달라질수있다.불가능과무능력,궁핍과빈곤을양산하고규정하는모든조건에맞서분투할수힘이자라난다.

니체는“철학은자발적으로,얼음이덮인높은산정에서살아가는것이다”라고말했다.이는많은학자들이품고있는도피욕망,즉번잡한현실을피해조용히공부하고싶다는말을뒤엎는다.사람의길을제시하는인문학이라면,지옥같은일상에서함께고민해야하지않을까?참된철학은현실이중단된곳,즉누구도뛰어들고싶지않아하는지옥으로걸어들어가는것이다.왜냐하면거기에지금의현실과다른현실을만들어낼재료가있기때문이다.그속에서철학하는사람은성공에성마르지않고,영리한지름길이아닌우직하지만에두른길을걸어간다.세상의기준에맞추느라앞만바라보며사는이들에게필요한것이철학이다.

사회적약자들,형제복지원같은시설,“지금여기의문제다”

저자는우리사회에서소외된사람들을가장많이만난학자중의한사람이다.장애인들의시위현장에서,성매매여성의쉼터에서철학을강연했다.파업현장의목소리를들으면서‘해석노동’의문제를생각하는등고병권은현장에서철학의‘소재’들을만났고,그로인해그의철학에의미가더해졌다.더나아가저자는‘5장우리는자본주의수용소에살고있다’에서형제복지원등의시설문제를제기한다.이미형제복지원문제는표면화되었다.많은이들이이시설내에서벌어진인간이하의행동들에격분했고,이런일들이버젓이행해졌다는데경악했다.그런데저자는‘시설’을민주화과정에서벗어난예외공간으로보아서는안된다고말한다.사회적약자등의문제를‘여기’의문제가아니라‘거기’의문제로보는시각은아무런변화를가져오지못한다.누군가를어떤식으로든격리하고별도로관리통제해야하는사회는,미셸푸코가말한시설사회이다.그런시설을통하지않고서는‘함께’사는방법이마련되지않은사회이다.시설사회에대한문제제기까지나아가야한다고저자는말한다.시설과수용소에더많은사람을가둘수록민간운영주체는돈을벌어들인다.거기서가장추악한자본주의의민낯이드러난다.

철학공부를위한준비란필요하지않다

위대한철학자인데카르트와스피노자가서로이견을보인지점이있다.데카르트는진리탐구를하기전에‘방법’부터배워야한다고했지만,스피노자는그런식이면무엇을알기위한방법,또그방법을위한방법등계속준비만하다가끝나버린다고반박했다.저자는스피노자에게동의한다.앎을생산하기위한선행조건같은것은없다.수영법을배우기전에물에들어가조잡하게라도수영을시작한뒤에우리는수영법을알게된다.가진것이자갈과나뭇가지뿐이어서아직공부를,철학공부를할수없다고생각하는것은잘못이라고저자는지적한다.그것은공부를늦추는핑계일수는있어도공부에대한참다운인식은아니다.공부란,어떤방법을알아내서단번에도달할수있는게아니다.철학에대해서막연하게두려움을가진이들에게힘이되는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