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묘잡기, 오묘한 고양이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 한문학자가 들려주는 옛 문헌 속 고양이의 흔적들

묘묘잡기, 오묘한 고양이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 한문학자가 들려주는 옛 문헌 속 고양이의 흔적들

$21.40
저자

김 경

저자 : 김 경
여수 어느 섬에서 태어났고, 우연히 접한 오래된 옛글을 읽으며 지내고 있다. 고려대학교 한자한문연구소 연구 교수로 있으며, 조선 후기 한문학을 연구한다. 지은 책으로 《조선문인, 기이함을 추구하다》, 《조선 시대 과시 문헌과 문체》(공저), 《종간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시선》(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고양이의 모든 것을 기록하다 묘원》, 《과거급과문》(공역), 《조선 과시 법전》(공역) 등이 있다.

목차

책을 펴내며: 고리타분한 한문학자가 고양이를 만났을 때

1부 알려진 고양이들

1장 고양이는 왜 고양이일까
1. 고양이라는 이름
2. 고양이의 별명
눈동자와 울음소리: 오원 | 매와 나비를 문 입: 함선, 함접 | 야생 고양이: 리노, 소리노, 가리 | 가르랑 소리: 불노
3. 종류에 따른 이름들

2장 어느 곳에서 왔는가
1. 신계에서 인간계로
2. 이국에서 온 고양이
3. 곁으로 온 고양이

3장 인간과 고양이 사이
1. 관계 맺기
2. 관심 갖기
3. 다가서기
4. 함께하기

4장 고양이를 바라본 시선들
1. 기특한 존재
2. 무서운 존재
3. 영험한 존재

2부 만들어진 고양이들

5장 시에 등장하는 고양이들
1. 관념적 시선
인자한 고양이 | 겉과 속이 다른 고양이
2. 필요에 의한 시선
능력 있는 쥐 사냥꾼 | 무능력자이자 약탈자
3. 친근한 시선
너는 내 아들 | 깔개 덕후

6장 그림과 시와 고양이들
1. 실화존시(失?存詩), 시만 남은 작품
2. 시화상응(詩?相應), 시와 그림이 함께 남은 작품
3. 시화동필(詩?同筆), 한 사람이 시와 그림을 함께 남긴 작품

7장 고양이 화가들
1. 오련
2. 변상벽
3. 마군후

8장 산문에 등장하는 고양이들
1. 설, 고양이를 통해 말하다
2. 전, 고양이에 대해 말하다
무사 고양이 | 고양이의 일생

글을 마치며: 거듭된 우연의 힘
본문의 주

출판사 서평

한문학자의 아주 특별한 고양이 사랑법

한문학자만이 쓸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고양이 사랑법을 표현한 책이 출간되었다. 《묘묘(妙猫)잡기, 오묘한 고양이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라는 긴 제목의 이 책은 ‘한문학자가 들려주는 옛 문헌 속 고양이의 흔적들’을 담고 있다. 사랑하던 고양이를 떠나보낸 한문학자 김경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자신이 전공한 고전 문헌 속에서 고양이의 흔적을 찾으며 애도와 위로의 시간을 보낸다. 저자는 수많은 한문 고전 속 고양이에 대한 기록들을 보면서 ‘나만 고양이를 좋아했던 건 아니네’, ‘나만 고양이를 좋아하면서도 무서워한 건 아니네’라는 깨달음을 얻고 행복해진다. 이렇게 쌓아온 내용을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집필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한문학자가 그 마음을 주체 못 해 쓴 책이라 하겠다.

고리타분함의 대명사 한문에서 찾아낸
오묘하고 재미난 고양이 이야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문을 인간 중심의 기록이라 생각하지만, 세심히 들여다보면 인간 곁에 머물던 작은 생명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고양이에 대한 흔적들을 따라간다. 저자는 청나라 때 쓰인 《묘원》을 번역하기도 했는데, 그에게 동료들이 물었다. “한문학에서 고양이를 연구해서 무슨 의미가 있어?” 저자는 말한다. “오묘한 고양이가 한문을 더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그만큼 이 책에는 고양이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가 많다.

저자가 살펴본 기록은 《시경》, 《예기》, 《장자》처럼 널리 알려진 문헌뿐 아니라 《광아》, 《비아》, 《설해문자》, 《유양잡조》 등의 중국 문헌과 《계림유사》, 《훈몽자회》, 《지봉유설》, 《성호사설》, 《이재난고》, 《동의보감》, 《어우야담》 등의 수많은 고려·조선 시대의 기록, 그리고 일본의 서적까지 다양하다. 농경 시대에 쥐를 잡는 ‘귀하신 분(몽귀)’이라고도 불렸던 고양이라는 이름의 유래와, 입에 매미를 물고 있는 듯 보여서 ‘함선’, 나비를 물고 있는 듯 보여서 ‘함접’이라고 불렸으며, 가르릉 소리가 불경 외는 소리 같아서 ‘불노’라 불렸다는 등 전근대시기에 고양이에게 붙었던 별명 이야기는 지금 시점에서도 흥미롭다.

소문난 애묘인으로 유명한 서거정과 성종, 숙종, 이규보, 박세당 등이 고양이의 생태를 관찰하고 남긴 기록들을 비롯해, 성호 이익, 지봉 이수광, 박지원, 허준 등 실험 정신 투철한 수많은 선인의 이야기 또한 생생하게 다가온다. 특히 성호 이익은 서역에서 넘어온 고양이는 코가 늘 차가우며 하지 때만 따뜻하다는 옛글을 보고 진짜 그러한지 하지 때 고양이 코를 실제로 만져보고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고양이가 귀 부분을 넘어서 얼굴까지 씻으면 손님이 온다거나, 과거를 보러 갈 때 고양이가 앞을 가로질러 가면 반드시 합격한다, 고양이가 세수할 때 고양이 발이 귀를 넘지 않으면 날씨가 맑다는 등의 처음 접하는 속담과, 고양이를 들이는 ‘납일’도 날짜를 잡아서 했다거나 거세하는 방법 등의 실용적인 지식도 함께 들려준다. 고양이 눈을 보며 시간을 가늠했다는 옛 기록에 대해, 고양이는 지구를 넘어 태양계 어디에 가서도 쓸모 있는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는 저자의 고양이 찬양글처럼, 옛글에 덧붙인 저자의 생각들을 엿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그림과 시로 읽는 고양이,
고양이를 사랑한 조선의 화가와 문인들

이 책에는 고양이에 얽힌 이야기뿐 아니라 고양이를 소재 또는 주제로 삼은 문학 작품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 또한 가득하다. 주로 한시와 한문 산문에서 선별했고, 그림은 한시와 결합된 제화시(題?詩)를 다루고 있다. 시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인자하게도 그려지지만 겉과 속이 다른 존재로도 그려지며, 능력 있는 쥐 사냥꾼으로 그려지는가 하면 무능력한 약탈자로도 표현된다. 이규보의 시 〈책묘〉에서는 쥐를 잡으라고 데려온 검은 새끼 고양이가 성묘가 되자 쥐는 안 잡고 주인의 고기를 몰래 훔쳐 먹은 뒤 침상으로 들어와 ‘골골송’을 부르며 잠만 자는 태평스러운 모습이 해학적으로 등장한다. 김시습의 〈묘아〉에서는 쥐 떼를 소탕한 후 따뜻한 꽃무늬 담요 위에서 배불리 자다가 횃대에 걸린 옷자락을 가지고 까불거리며 장난치는 천진난만한 ‘깔개 덕후’ 고양이가 나온다.

저자는 고양이 그림을 특히 잘 그린 세 명의 화가를 다룬다. 먼저, 선조 때 고양이 그림을 잘 그려 석성군에 봉해졌던 오련이다. 숙종이 그의 그림에 감명받아 시에 이름을 적어 남겼다고 하는데, 애석하게도 그에 그림은 남아 있지 않다. 두 번째는 ‘변고양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영조대의 화가 변상벽이다. 정극순의 기록에 따르면 변상벽이 그린 고양이는 생기가 넘쳐 지나가던 까치가 지저귀고 개가 짖어대며 쥐가 훔쳐보다 구멍 속으로 숨을 정도로 사실적이었다고 한다. 그의 그림 중 〈묘작도(猫雀圖)〉는 고양이 그림 중 백미라 할 수 있다. 변상벽의 전통을 계승한 조선 후기 화가 마군후의 〈군후필묘도(君厚筆猫圖)〉의 고양이 또한 매우 정교하다. 정오의 햇살에 일직선이 된 눈동자, 분홍빛 코, 그루밍할 때만 드러나는 발톱 등 집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세밀한 생태적 디테일이 담겨 있다. 바로 이 책의 표지에 실린 고양이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한문 산문(‘설’과 ‘전’)으로 소개된 최연의 〈묘포서설〉, 고양이를 의인화한 유본학의 〈오원전〉 등 고양이에 빗댄 교훈 넘치는 이야기도 매력적이다. 이 책은 어려운 한자어를 알아가는 소소한 즐거움도 함께 준다. 예를 들어 그림과 시가 함께 들어간 작품을 ‘제화시’라고 하며, 시만 남은 작품을 ‘실화존시’라 하고, 시와 그림이 함께 남은 작품을 ‘시화상응’이라 하며, 한 사람의 시와 그림이 함께 남은 작품을 ‘시화동필’이라 한다는 것, 그리고 옛 역사적 사실이나 경전, 유래가 있는 고사와 어휘를 시나 문장에 끌어와 인용하는 한문학의 전통적인 작법인 ‘전고(典故)’가 오늘날로 보면 표절이 아닌 오마주라는 것 등이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