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큰글자도서)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큰글자도서)

$35.00
Description
큰글자도서 소개
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인생은 아이러니하다.
당신은 둔감해지거나 당신 자신이 아이러니가 되는 수밖에 없다.
나는 아이러니가 되기로 결심했다.”

해맑은 체념, 허풍 섞인 비탄,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헛것들,
생의 아이러니 사이를 둥둥 떠다니다 죽음 이후에야
우리에게 발견되는 작가 ‘웃기는 사람’ 김인선의 유고 산문집

김인선은 1980년대 말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 등의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이미 뛰어난 문장으로 두각을 드러냈지만, 가세가 기울어 일찌감치 낙향한 이후 평생 빚에 쫓기며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았다. 지난 2018년 김인선이 급환으로 홀연 세상을 떠나자, 평소 그의 글재주를 알고 사랑하던 이들이 슬픔과 함께 안타까움을 느끼며 이 책을 기획했다. 신간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는 그의 사후 저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된 산문과 그가 온라인에 남겼던 글, 출판을 계획하고 집필하던 괴담 형식의 글을 선별해 한 권으로 엮어 세상에 선보인, 그의 첫 책이자 마지막 책이다.
작성된 시기에 따라 계절별로 엮은 이 책에는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동식물과 어울려 살아가는 즐거움, 농촌의 인간군상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함께 곤궁한 생활을 버티게 하는 허풍, 삶과 죽음에 대한 독특한 철학, 현실과 꿈의 경계를 뛰어넘는 기이한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다. 그리고 그가 쓴 글에는 부적응자이자 아웃사이더인 동시에 자연 속에서 천진하게 살아가는 사색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꾼, 자신마저 웃음거리로 삼는 탁월한 농담가의 면모가 담겨 있다.
평범한 일상을 블랙코미디나 판타지로 각색하는 재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관찰과 탐구, 우리말의 감칠맛을 살린 고유한 문체는 김인선이라는 작가의 진면목을 가늠하게 해, 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저자

김인선

1958~2018

“문득내가잃어버린게오리가아니라나자신일지도모른다는생각이들었다.”

서울에서태어났다.서강대철학과를졸업하고《뿌리깊은나무》와《샘이깊은물》을비롯해몇몇잡지사와출판사에서일했다.사람이많은곳과시끄러운곳을싫어하고아침에일찍일어나야하는것과매일출근해야하는것을불편하게여겼으며‘인스퍼레이션’이없다는이유로회사를금세그만두곤했다.
마흔이넘어집안이쫄딱망한이후경기도산자락마을에서지냈는데,타고난낙천가인지라괴로운생활에서도나름즐거움을찾았다.소일거리로밭농사를지으며남들이하찮아하는개와닭과오리를돌보고새의언어를연구하고곤충의행태를관찰하면서태평할수도,한심할수도있는세월을보냈다.
오페라해설지번역으로푼돈을벌고온라인에서닉네임으로글을썼으나곤궁에서벗어나지못하고무명인채서둘러세상을떠났다.

목차


물귀신의봄011
수선화014
호박꽃향기는바람에날리고017
꽃을꺾지못했다1019
꽃을꺾지못했다2023
나도산동백을보았다029
벚꽃잡음雜吟034
진달래의호출036
쇼핑일기038
돈이좋다044
늙은연인들047
밭이사라졌다051
안주무시고뭐해요055
할머니는시인058
개구리구출기063
홀딱벗고067
의성어론069
까마귀어연구071
똥싸개밭074
거미078
일찍나온잠자리084
저녁085
호랑지빠귀노래하는밤에087
어떤이와음식에관한이야기를나누다가문득089
이승과저승사이의샛길090
올빼미부인096


뜸부기101
북어대가리와고추밭결투103
북어대가리의도발109
백숙에대한명상114
엘리제를위하여117
심소저환생기121
장마에도라지꽃을보다129
광고132
달리기를권유함135
시인의자세142
어떤시인144
첫사랑145
할머니와애호박151
파리와모기152
파리154
혐오156
아이러니157
붓꽃158
영계의아우라160
홍수165
시인의죽음169
고갯마루의염정미스터리177
중음신186


서글픈타령199
박꽃203
쓸데없는궁금증205
꽃밭의학살206
태풍‘나비’가불어오던날210
추석날214
아직초록이많이남아있는가을산을오르며218
꼬리박각시220
잠자리가내머리꼭대기에와앉았다225
열정227
환멸228
민달팽이229
먼길가는동무에게232
어떤신선233
미자의계곡235
엉덩이에대한추억238
까마귀와사내246
참외장수251


《토정비결》을읽는밤257
입동일기260
착각261
흑염소와낙엽262
달빛아래산책266
어제시장에김치를사러갔다269
물오징어와의불화272
이백원274
할머니의향기279
ㅅ형과달리아284
여행299
직박구리를아시나요302
죽은강아지이야기304
고라니309
겨울근황313
미루나무316
오리318
샤갈의닭323
사라진사내327
잘가라똥순이334
아버지의임종336
부엉이351
공동묘지에가보셨나요?353
송운357
박새358
생강나무359

해설
내친구김인선김대현363

출판사 서평

현실과꿈사이,도시와자연사이,
이승과저승사이를떠돌며
끊임없이마음에굴러떨어지는문장들

김인선은1980년대말《뿌리깊은나무》와《샘이깊은물》등의잡지사에서기자로일하면서이미뛰어난문장으로두각을드러냈지만,가세가기울어일찌감치낙향한이후평생빚에쫓기며일정한직업을갖지않았다.지난2018년김인선이급환으로홀연세상을떠나자,평소그의글재주를알고사랑하던이들이슬픔과함께안타까움을느끼며이책을기획했다.신간《세상에서가장느린달팽이의속도로》는그의사후저자의컴퓨터하드디스크에서발견된산문과그가온라인에남겼던글,출판을계획하고집필하던괴담형식의글을선별해한권으로엮어세상에선보인,그의첫책이자마지막책이다.
작성된시기에따라계절별로엮은이책에는시시때때로변화하는자연속에서동식물과어울려살아가는즐거움,농촌의인간군상에대한생동감넘치는묘사와함께곤궁한생활을버티게하는허풍,삶과죽음에대한독특한철학,현실과꿈의경계를뛰어넘는기이한이야기들이뒤섞여있다.그리고그가쓴글에는부적응자이자아웃사이더인동시에자연속에서천진하게살아가는사색가,현실과환상의경계를넘나드는이야기꾼,자신마저웃음거리로삼는탁월한농담가의면모가담겨있다.
평범한일상을블랙코미디나판타지로각색하는재담,살아있는모든것들에대한애정어린관찰과탐구,우리말의감칠맛을살린고유한문체는김인선이라는작가의진면목을가늠하게해,그의죽음을더욱안타깝게한다.

“맘대로하라그래!난더잃어버릴것이없어!”
모든것을잃고떠나온곳에서발견한자연의원초적인힘
이책에수록된글들은대개2005년이후십여년집필되었으며,경기도의전원마을을배경으로한다.서울토박이였던김인선은마흔무렵집안이쫄딱망한후산자락마을에서지내게되면서뜻밖에자연이주는즐거움을알게되었다고회고한다.
도시의바쁘고시끄러운일상을견디기어려워하던그는산과들에핀온갖식물의이름을불러주고새들의울음소리에귀기울이면서자연을재발견한다.자연에대한그의연민은지나치다싶을정도여서,병상에누운어머니가보고싶다는꽃한송이도꺾지못해망설이고,버려진개며닭과오리들을보살피는것은물론,거미줄에걸린잠자리며길가의죽은고라니까지그냥보아넘기지못한다.
그의글속에서자연은정다운존재일뿐아니라때때로천연덕스럽게말을걸어오기도하는데,까마귀는“맘대로하라그래!난더잃어버릴것이없어”하고울고,붓꽃은“이승의바깥은이승이더라구요”하고선문답처럼비밀을털어놓는다.물아일체의경지일까,느리게흐르는시간속살아움직이는것은무엇이든,심지어징그러운벌레들까지도그에게사색의대상이된다.
그밖에소일거리로오이며고추를기르는나날,밭농사를지으면서벌어지는동네사람들사이의신경전,산길을달리는기쁨,장을보거나버스를기다리면서만난낯선이들과의정담도김인선의독특한프리즘을통과하면서정적이면서도우스꽝스럽고,소박하면서도신비로운한편의수필로탄생한다.

“둥둥떠다니는수밖에/허공의뒷골목으로
달빛으로누더기를깁는/길잃은귀신들과어울려“
이토록낭만적인괴담이라니
각부의뒤쪽에는저자가‘괴담’이라고이름붙인기이한이야기들이수록되었다.말년에그는현대판《금오신화》를염두에두고괴담집을집필하고있었는데미완성으로남게된원고의일부를추려이책에실은것이다.〈물귀신들의봄〉〈중음신〉〈시인의죽음〉〈고갯마루의염정미스터리〉〈참외장수〉〈엉덩이에대한추억〉등이그에해당하는데,공포를자극하는내용보다는환상적이고비일상적인경험이주를이룬다.
저자는느닷없이일상에출현한불가해한존재들과부조리한상황,미스터리한장소들에대해자못진지한말투로눙치며현실과몽환,실재와헛것의경계를어렴풋하게만든다.낯설면서도일상적인새로운경지의판타지를보여주는괴담이라는형식은당혹과함께웃음을자아내기도하고씁쓸한뒷맛을남기기도한다.
특히흥미로운것은김인선의괴담속에서는선녀나신선,잡귀같은기이한존재들도인간과다를바없이고통을겪는다는사실이다.수영선수처럼자유형과접영을섞어하던물귀신들은겨울이되어저수지가얼면수면아래갇히는신세가되고,기억을잃은중음신은자신이누구인지도모르는채괴로움에자학한다.그래서그들은그저죽은채로살아가는것처럼보인다.

“보람없는죽음보다더서글픈건세상에없다.”
자기실현적인예언과죽음의그림자
김인선은남의자서전을대필하는일로돈을벌기도했지만평생신용불량자처지를벗어나지못하고지속적인생활고에시달렸다.글에서도그런모습이종종위악적으로,또는실없이해학적으로묘사된다.
그는아무도보지못하는나무꼭대기나낡은슬레이트지붕위에열렸다가썩어버린호박이나값이떨어져수확되지못한채얼어버린배추를보고자신의모습을연상하며,한바탕울고싶은데눈물마저마음대로나오지않음을한탄한다.반대로생활고에시달리며친구에게음식과연탄을청하는내용을마침표없는타령조로우스꽝스럽게늘어놓기도하고,현실을외면한채전래동화나무협지에서나볼법한상상의세계에서터무니없이행복한공상을펼치기도한다.
한편,이상하게도김인선의글에는마치자신의급작스러운죽음을예감하기라도한듯시종죽음의그림자가서성이고있다.그는살아있는것들에대해알고싶어하지만그것들은계속해서달아나고,사라지는것들에홀린그는그것들이어디로가는지를궁금해한다.실제로책곳곳에서죽음이라든가영혼,사후와내세에대한생각이드러난다.여러편의글에서그가가장사랑했던어머니,동네에서마주치던노인들,함께뒷산을산책하던충성스러운개들,정성스레돌보던닭이나오리들이떠나가며죽음이항상가까이있음을환기시킨다.특히아버지의죽음은상당한분량으로서술되었는데,영면하는순간에대한묘사는저자가가진죽음에대한생각을극적으로드러낸다.
김인선은작품속인물의입을빌려“한시인이진정한시인으로사는것은첫시집을내기직전까지”라고말하며,요절한시인에게“그대의저렴한단명을설워마소.시의완성은무명無名이려니”하고직접위로의말을건네기도하는데,이제그위로를그자신에게돌려줄수있지않을까.부디이책을읽은독자들이‘작가’김인선을오래기억해주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