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한국은 사상통제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왔나
한반도의 남북한 두 국가는 상대의 국가성을 부인하면서 70년 이상 준전쟁 상태에 있다. 남한에서 분단이란 1945년 이후 탈식민 독립국가 건설이 실패하고, 국가정체성이 민족성을 전면 부인하도록 강요한 상황이다. 그 이전 시기인 일제강점하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제 비판을 금기시하는 세상에서 살았고, 1948년 이후 남한 사람들은 북한 체제에 공감·지지하거나 미국을 비판하는 것도 불온시되는 세상에서 살았다. 결국 20세기 내내 한국인들은 중세 유럽 로마 교황청이 과학적 사고를 금기시하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을 파문, 처형한 역사, 조선시대에 주자학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생각을 하는 사람을 사문난적으로 몰아서 탄압했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는, 반공·반미주의 도그마와 사상검열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았다. 21세기 초입인 지금도 남북한 모든 한국인은 여전히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사상’이라는 말은 거의 금기어 혹은 피해야 할 용어에 가깝다. 즉 사상이란 사회주의 혹은 반체제 사상, 국가의 공식이념을 비판하거나 거부하는 사상을 주로 의미했다. 한국에서 특정 사상을 견지한다는 것은 언제나 위험한 일로 간주되어 왔고, 불이익과 탄압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일반화되어 있다. 지난 시절 한국의 비판적 지식인들은 책을 읽거나 일기와 메모를 남기는 일도 조심했다. 한국인들은 체제비판적인 이론이나 사상을 학습하거나 정치적인 생각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다가 수사 당국에 걸려 곤욕을 치르거나 심지어 법적 처벌까지 받게 되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보았고, 교육·언론·출판·학술 영역에서의 제재는 물론 단순한 문화·예술적인 표현, 사적인 대화까지도 감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공주의가 거의 준종교적인 도그마로 작동해온 한국에서 군사정권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세대에게 사상통제는 거의 공기와 같이 익숙한 일이었다. 한국의 오랜 민주화운동은 바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이기도 했다. 그러나 군부독재가 종식되고 민주화가 성취되어도 사상의 자유를 옥죈 법과 제도, 각종 수사 사찰 조직은 그대로 남았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한국 정치 퇴행의 주요 원인은 바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정치체제에서 기인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국가폭력’, ‘사상통제’와 같은 한반도의 고질적 병폐를 규명해온
사회학자 김동춘 교수의 학문적·실천적 ‘증언’이다.
청년기였던 유신체제하에서 ‘반공주의’의 폭력성을 경험한 필자는, 이후 1990년대 비전향 장기수들과의 만남, 반사회안전법 투쟁, 2000년대 진실화해위원회 피학살자 진상규명과 조사활동 등을 통해 한국에서 정치사상범 대상의 전향공작과 ‘의심되는 국민’에 대한 사찰과 감시, 연좌제 등은 모두 냉전과 만성적인 전쟁체제의 산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확인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필자는 사상통제를 의도한 법과 명령이 나타나게 된 배경과, 비판적 사상이나 활동을 통제하고 그런 인물을 강제로 국가에 순응, 복종시키기 위한 정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분석하며, 국민이라는 단일한 생각을 가진 실체를 유지하기 위한 문화정책을 담론 분석으로 밝힌다. 그리고 이러한 법, 제도, 교육을 일제강점기, 그리고 냉전 초기의 다른 나라의 경우와 비교한다.
필자가 모은 수많은 국가폭력과 사상통제 관련 사례, 이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은, 현재 한국 사회의 지배구조, 법치의 내용, 정치적 갈등의 기반, 사회통합 원리에 대한 통찰이다. 또 21세기 한국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려면 어떤 점을 청산,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망이다.
한반도의 남북한 두 국가는 상대의 국가성을 부인하면서 70년 이상 준전쟁 상태에 있다. 남한에서 분단이란 1945년 이후 탈식민 독립국가 건설이 실패하고, 국가정체성이 민족성을 전면 부인하도록 강요한 상황이다. 그 이전 시기인 일제강점하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제 비판을 금기시하는 세상에서 살았고, 1948년 이후 남한 사람들은 북한 체제에 공감·지지하거나 미국을 비판하는 것도 불온시되는 세상에서 살았다. 결국 20세기 내내 한국인들은 중세 유럽 로마 교황청이 과학적 사고를 금기시하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을 파문, 처형한 역사, 조선시대에 주자학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생각을 하는 사람을 사문난적으로 몰아서 탄압했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는, 반공·반미주의 도그마와 사상검열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았다. 21세기 초입인 지금도 남북한 모든 한국인은 여전히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사상’이라는 말은 거의 금기어 혹은 피해야 할 용어에 가깝다. 즉 사상이란 사회주의 혹은 반체제 사상, 국가의 공식이념을 비판하거나 거부하는 사상을 주로 의미했다. 한국에서 특정 사상을 견지한다는 것은 언제나 위험한 일로 간주되어 왔고, 불이익과 탄압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일반화되어 있다. 지난 시절 한국의 비판적 지식인들은 책을 읽거나 일기와 메모를 남기는 일도 조심했다. 한국인들은 체제비판적인 이론이나 사상을 학습하거나 정치적인 생각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다가 수사 당국에 걸려 곤욕을 치르거나 심지어 법적 처벌까지 받게 되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보았고, 교육·언론·출판·학술 영역에서의 제재는 물론 단순한 문화·예술적인 표현, 사적인 대화까지도 감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공주의가 거의 준종교적인 도그마로 작동해온 한국에서 군사정권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세대에게 사상통제는 거의 공기와 같이 익숙한 일이었다. 한국의 오랜 민주화운동은 바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이기도 했다. 그러나 군부독재가 종식되고 민주화가 성취되어도 사상의 자유를 옥죈 법과 제도, 각종 수사 사찰 조직은 그대로 남았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한국 정치 퇴행의 주요 원인은 바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정치체제에서 기인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국가폭력’, ‘사상통제’와 같은 한반도의 고질적 병폐를 규명해온
사회학자 김동춘 교수의 학문적·실천적 ‘증언’이다.
청년기였던 유신체제하에서 ‘반공주의’의 폭력성을 경험한 필자는, 이후 1990년대 비전향 장기수들과의 만남, 반사회안전법 투쟁, 2000년대 진실화해위원회 피학살자 진상규명과 조사활동 등을 통해 한국에서 정치사상범 대상의 전향공작과 ‘의심되는 국민’에 대한 사찰과 감시, 연좌제 등은 모두 냉전과 만성적인 전쟁체제의 산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확인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필자는 사상통제를 의도한 법과 명령이 나타나게 된 배경과, 비판적 사상이나 활동을 통제하고 그런 인물을 강제로 국가에 순응, 복종시키기 위한 정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분석하며, 국민이라는 단일한 생각을 가진 실체를 유지하기 위한 문화정책을 담론 분석으로 밝힌다. 그리고 이러한 법, 제도, 교육을 일제강점기, 그리고 냉전 초기의 다른 나라의 경우와 비교한다.
필자가 모은 수많은 국가폭력과 사상통제 관련 사례, 이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은, 현재 한국 사회의 지배구조, 법치의 내용, 정치적 갈등의 기반, 사회통합 원리에 대한 통찰이다. 또 21세기 한국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려면 어떤 점을 청산,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망이다.
권력과 사상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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