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의 전승과 문화담론

옛이야기의 전승과 문화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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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옛이야기의 문학 장르는 무엇인가
현전하는 한국 옛이야기는 적어도 100~200년, 길게는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반도 거주민들의 기억과 구술을 통해 전해왔다. 구전설화는 삼국시대 이래 역사가나 문인들에 의해 문헌설화, 야담집에 일부 기록되기도 하였지만, 본격적으로 조사·기록되어 출판된 시기는 19세기 말 이후이다. 19세기 말 한국을 방문한 서양인의 시작으로, 20세기 전반 일본인과 한국인이 옛이야기를 조사하고 책으로 출간하였다. 이때부터 전근대의 수많은 설화 중 의미 있는 민담을 작가가 선택해 자신의 문장으로 표현한 옛이야기 작품들이 나타났다. 이 작품들이 주로 아동을 대상으로 구연되거나 아동도서와 교과서로 전해져 오면서 우리가 아는 옛이야기로 서승(書承)되었다.
옛이야기의 문학 장르는 민담인가, 아동문학인가, 동화인가 아니면 민담을 다시쓰기한 상업적 출판물인가?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여러 시대를 거쳐 형성된 옛이야기는 여러 문학 장르 위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옛이야기를 ‘작가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설화를 선택해 독자의 취향과 수준에 맞게 가공·재화(再話)한 이야기문학’이라고 정의한다. 옛이야기의 실질적 독자가 어린이라는 점을 반영해 표현한다면, 현재의 옛이야기는 ‘작가가 어린이가 읽을 만한 설화 작품을 선택해, 원작의 핵심 요소를 새로운 문장으로 재현한 이야기문학’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설화, 어린이가 읽을 만한 설화 작품’이란 어떤 것일까? 서사문학 면에서 답을 찾는다면, 그것은 재미있으며 감동을 줄 만한 요소가 있는 작품, 서사성이 잘 갖춰진 작품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재미있는 서사가 깨달음 및 인생의 의미 있는 교훈으로 이어질 때 감동이라는 미적 작용은 활성화된다. 짧은 분량일지라도 인물의 내면이나 정서적 측면이 잘 표현될 때에도 감동의 미적 작용은 활성화된다.
옛이야기 쓰기의 첫 번째 요건은 ‘서사성 높은, 또는 문학적 감동을 내재한 작품을 발굴해 레퍼토리를 구성하는 것’이다. 원작의 발굴 및 선택은 옛이야기 쓰기의 시작이다. 옛이야기 쓰기의 두 번째 요건인 ‘새로운 문장 표현이란 원작의 서사에서 핵심 요소가 되는 화소(話素), 그리고 단어 및 문장 표현을 살린 다시쓰기’를 말한다. 작가는 원작에서 서사의 핵심 요소가 되는 화소와 고유한 단어와 표현을 잘 이해하고 살려서 맛깔나는 현대 한국어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저자

권혁래

용인대학교 용오름대학 교수로,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고전소설 및 설화, 아시아옛이야기, 문학지리와 콘텐츠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교육부 학술·연구지원사업 우수성과상(2017, 2021)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용인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 소장, 한국고전문학회 회장을 맡아 학술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저서로 『조선후기 역사소설의 탐구』, 『고전소설의 다시쓰기』, 『일제강점기 설화·동화집 연구』, 『필리핀 국민동화 바샹 할머니 이야기』, 『문학지리학의 이론과 해석』, 『아시아 생태설화』, 역서로 『조선동화집』, 『조선전래동화집』, 『해학과 미학의 한국 옛이야기』 등이 있다.

목차

책머리에 5

여는 글 옛이야기의 장르적 정체성 / 17

제1부 옛이야기집의 편찬과 문화인식

1장 19세기 말~20세기 전반 옛이야기집 / 63
1. 옛이야기 수집과 한국문화 인식 / 65
2. 서양인이 편찬한 옛이야기집: 호머 헐버트, 『마법사 엄지』 / 71
3. 일본인이 편찬한 옛이야기집 / 86
4. 한국인이 편찬한 옛이야기집 / 106

2장 해방 이후~1980년대 옛이야기집 / 126
1. 해방 이후~1960년대: 선집과 소화집의 시대 / 126
2. 1970~1980년대: 정전화 작업과 민족문화 인식 / 133

3장 1990년대~21세기의 옛이야기집 / 158
1. 1990년대: 다양화 주제 출현, 그림책의 시대 / 158
2. 2000년대 이후: 문화인식의 다각화, 대형화·세계화 / 165

제2부 옛이야기와 문화담론

1장 옛이야기 연구에 나타나는 식민주의 유산 / 179
1. 다카하시 도루의 사회관찰자론과 『조선이야기집』 / 181
2. 다나카 우메키치의 동심론과 『조선동화집』 / 187
3. 《대동아권동화총서》에 나타난 제국의 시각 / 203

2장 옛이야기의 교과서 수록과 문학교육 활용 / 220
1. 옛이야기의 교육적 가치 / 220
2. 초·중등교육: 정체성과 가치교육의 매개체 / 222
3. 유아교육: 상상력과 정서 발달의 기반 / 224
4. 통일교육: 문화적 공감과 평화 감수성 형성 / 225
5. 외국인 대상 한국문화교육: 문화 코드의 해석 도구 / 226
6. 옛이야기 활용 교육의 유용성 / 227

3장 옛이야기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 / 229
1. 옛이야기 그림책 읽기의 시각 / 229
2.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 방식 / 232
3. 글의 개성과 특징 / 247
4. 그림의 표현과 개성 / 251

4장 아시아 옛이야기와 문화소통 / 258
1. 이주민들이 안고 들어온 아시아 옛이야기 / 258
2. 다문화동화로서 옛이야기 읽기 / 260
3. 한국 및 아시아 옛이야기의 유형분류 제안 / 265
4. 문화소통과 정서 공유의 매개, 옛이야기 / 274

제3부 문화융합시대 한국옛이야기학의 전망

1장 생태문학 관점에서 본 아시아 옛이야기 / 279
1. 옛이야기에서 발견하는 생태담론 / 279
2. 인간과 자연의 화해, 생태미학에 관한 논의 / 284
3. 아시아 생태 이야기의 연구방향 / 288
4. 아시아 생태 옛이야기의 연구 과제 / 300

2장 아시아 옛이야기 비교연구와 문화소통 / 303
1. 아시아의 보편적 옛이야기, 선악형제담 / 303
2. 선악형제담의 서사적 특징과 문화요소 / 306
3. 옛이야기의 선악관념 비교 / 334

3장 옛이야기 캐릭터에 관한 해석과 스토리텔링 / 341
1.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체, 캐릭터 / 341
2. 근대 옛이야기의 주요 캐릭터 / 342
3. 현대에 사랑받는 옛이야기와 캐릭터 / 346
4. 재해석된 옛이야기 캐릭터 / 355
5. 아시아 캐릭터의 발굴과 활용 / 365

4장 옛이야기에 담긴 상상력과 문화수용력 / 376
1. 욕망충족의 서사와 자아확장 / 377
2. 옛 문화 이해와 공동체 감수성 고취 / 379
3. 확장된 시공간 체험과 지구적 상상력 기르기 / 381

닫는 글 옛이야기, 세계인과 소통하는 민간서사문학 / 382

자료목록 / 388
미주 / 406
참고문헌 / 443

출판사 서평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옛이야기,
민간서사문학으로 정의하다

근·현대 130여 년 동안 민담의 다시쓰기와 출판·미디어 작업을 통해 옛이야기는 인기 있는 구전서사와 전근대의 문화·정서를 현대로 전승하였으며, 그중에서도 아동의 감수성과 상상력 함양, 교양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이러한 출판·문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책은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핵심 논점을 들어 한국옛이야기학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의 여는 글에서는 옛이야기의 개념과 정의에 대한 논의를 살피며, 옛이야기 유형과 분류사를 검토하고 분류 방안을 논의하였다. 제1부에서는 옛이야기집의 편찬사와 편찬 시각에 대해 고찰하였다. 1장에서는 1890년대부터 1945년까지 서양인, 일본인, 한국인 저자가 출간한 옛이야기집 간행을 검토하면서 한국문화 인식에 대한 시각을 살펴보았다. 2장에서는 1945년부터 1980년대까지의 옛이야기집 간행을 조사하여 옛이야기집에 나타난 민족문화 인식을 검토하였다. 3장에서는 1990년대부터 2010년대 말까지 간행된 옛이야기집 양상과 그림책 시대의 도래, 다각화되는 문화 인식에 대해 검토하였다.
제2부에서는 한국 옛이야기의 시대별 출판물과 옛이야기의 문화담론을 고찰하였다. 1장에서는 일제강점기 일본 제국의 시선으로 조사·편찬된 한국과 아시아 국가의 옛이야기에 나타난 식민주의적 요소를 분석하고 비판적 시각에서 논의하였다. 2장에서는 옛이야기의 교과서 수록과 문학교육 활용에 대해 고찰하였다. 3장에서는 그림책을 분석하면서 옛이야기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의 특징과 상호작용 방식에 대해 고찰하였다. 4장에서는 다문화동화로서 옛이야기 읽기를 통해 아시아 옛이야기의 유형 분류 제안과 문화소통의 매개로서 옛이야기에 대해 논하였다.
제3부에서는 문화융합시대 한국 옛이야기학의 전망에 대해 논의하였다. 1장에서는 생태문학과 아시아 생태 옛이야기의 연구과제에 대해 제시하였으며, 2장에서는 한국과 아시아 국가 간의 선악형제담을 비교 연구하여 문화소통 방안을 제시하였다. 3장에서는 옛이야기 캐릭터의 해석과 스토리텔링 방안에 대해 제시하였다. 4장에서는 옛이야기의 상상력과 문화수용력에 대해 논의하며 확장된 시공간 체험과 지구적 상상력 기르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하였다.
옛이야기의 원천은 몇백 년 넘는 시간 동안 민간에서 구전되어 온 민담이기 때문에, 옛이야기가 지닌 문화경험과 문화수용력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크다. 이는 민담이 오랫동안 지역 공동체의 경험과 지혜, 역사와 신앙, 환경에 대한 적응력, 생활과 문화를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가 전해 왔기 때문이다. 21세기 현재 옛이야기는 아동을 주 독자층으로 하여, 읽기책과 그림책, 아동문학교육을 위한 텍스트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더해, 모든 연령대를 위한 이야기문학, 옛이야기 동화 쓰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이 실제 창작 및 글쓰기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지 시도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옛이야기 자산을 읽고 즐기며, 현재와 미래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연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