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가톨릭 7교구 30성지 (이방인의 1,300km 순례일기)

냉담하면서 N잡러로 바쁘게 살아왔던 내가 어느 날 대만행을 결심했다. 보수적인 부모님이 허락해 주실 리 없지만 농담처럼 대만에 가면 매일 평일 미사에 참석하고 「주님의 기도」는 꼭 중국어로 외워 오겠다고 약속드리고, 2015년 11월 30일에 3개월 놀러 온 계획이었는데 곧 대만 생활 9년이 된다. 그렇게 나는 대만에서 제2막의 인생을 살고 있다.
대만에 온 첫날부터 지금까지 국적을 막론하고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왜 대만에 왔어요?’였는데, ‘그냥 놀러 왔어요~’라는 내 답변은 의아한지 진짜냐고 되묻는 경우가 많았다. 진짜 3개월 과정의 평일은 어학연수와 주말은 여행하는 계획이었다. 그러다 시간표에 맞춰 공부만 하는 생활이 다시 대학생 새내기로 돌아간 것만 같아서 게스트 하우스 청소 알바를 하며 대만살이를 연장했다. 물론, 중국어가 3개월 만에 끝날 언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이 지나서 중국어를 활용해서 일하고 싶어 찾은 직업이 모양새나 수입 면에서 훨씬 그럴싸한 한국어 투어 가이드였다. 평소에 생각해 보지 않은 직업으로 돈을 버는 게 신기했지만, 일주일에 하루 집에서 잘 만큼 바쁘게 지내던 언젠가부터 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또 이렇게 바쁘게 살아?”, “왜 대만에 온 거야?”, “나, 가이드하려고 대만에 왔니?” 그 답을 찾아보자는 호기심으로 43살에 학부 과정으로 가톨릭을 가르쳐주는 보인대학교 “천주교학과”의 새내기가 됐다. 물론 대만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가톨릭을 배울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신학원 과정에 있고, 학사학위 과정으로 바티칸의 승인 받은 것은 보인대학이 유일하기에 중국어도 배우고 이곳에 부르시고 살게 하시는 주님의 뜻이 무엇일지? 그 해답을 찾길 바라는 오춘기의 마음으로 진학했다. 다행히 신학원보다 덜 어렵고, 다른 학부의 학과들보다 학생도 적고, 학업적 스트레스도 많지 않았다. 그렇게 일과 학업을 병행하다가 나 역시 누구도 예측 못 한 코로나 백수에 처했다.
전 세계가 자국민을 돕고자 정부에서 많은 지원 정책을 펼쳤지만, 나는 한국과 대만, 어디에서도 코로나 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고, 상황상 어디서도 알바할 수도 없었기에 코로나 1년은 모아 놓은 돈으로 버텼고, 전혀 수입이 없던 코로나 2년에 학위가 중요하지 않기에 학업을 중단하려고 했으나, 천사들의 도움과 용케 받은 성적 장학금으로 무사히 졸업했다. 왜 그렇게 저를 붙잡으셨는지? 이방인의 삶으로 신비의 체험을 했음에도 허전함과 특별한 결과물이 없기에 염치없게도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 갈증을 채우고 연구 방향 밑 자료조사가 필요했으며, 매일 아침 6시 반, 미사에 참여하는 신앙적 매너리즘을 극복해 보고자는 마음으로 홀로 떠난 대만 성지순례 일주로 이 책이 탄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