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원근법 (최용훈 시집)

소리의 원근법 (최용훈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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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청력 손실로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그 소리를 아름다운 시로 표현해내는 최용훈의 시집 『소리의 원근법』. 시인은 체념과 달관 끝에 얻은 깨달음, 즉 고요야말로 지름길이고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고 사실을 속삭인다. 이 긍정은 아름답고 슬프다. 인간 속의 단절의 아픔(벽}을 극복하기 위하여 "이명耳鳴이 이십 년 넘게 이석耳石을 쪼아댄" 그 절차탁마의 소산이라고 할 수가 있다.
저자

최용훈

저자최용훈은서울에서태어났고,2008년{애지}로등단했다.「소리의원근법」은체념과달관끝에얻은깨달음,즉고요야말로지름길이고가장아름다운소리라고사실을속삭인다.이긍정은아름답고슬프다.그가그토록일체소리가사라진‘그림자’세계에몰두하는것,그리고세계에대한비관주의는바로청력손실때문에생긴세계의결손과연관되는것이아닐까?최용훈은몸의결손을통해불가피하게죽음을매우가까운것으로인지한다.죽음은늘삶의지척이다!그는제몸의실존에매우예민하고정직하게반응한다(장석주).
최용훈시인의{소리의원근법}은인간속의단절의아픔(벽}을극복하기위하여"이명耳鳴이이십년넘게이석耳石을쪼아댄"그절차탁마의소산이라고할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접속사의사생활 12
밤을새워비를읽다 14
소리의원근법 16
우기雨期 19
절망을혁명하고싶소 21
카오스모스 23
나무학─숲 25
나무학─이율배반 26
나무학─고욤나무를이식한사내 27
나무학─덫 28
나무학─형용모순 29
꽃의폐관─ㅊ형에게 30
괄호를수태한문장文章 31
몽유병 35
청맹과니 37

2부

검은길 40
입관入棺 41
죽음의시간 42
광복光復 44
발인發靷 46
나무학─무제無際 47
테러리스트 48
시편들 49
신탁神託 50
물의집합방정식 51
상징1─겉과속 53
상징2─가을 54
게눈 55
고향─여우는죽을때왜머리를자기가살던굴쪽으로두는가 57
나무학─그루터기 58

3부

적막 60
그림자혹은마음1 61
그림자혹은마음2 62
그림자혹은마음3 63
그림자혹은마음4 64
쓸개를위무하는노래1─별똥별 65
쓸개를위무하는노래2─중독 66
쓸개를위무하는노래3─입 67
불가사의한동음동의어 68
아我 69
빨래 70
붉다는거 72
우생학 74
어떤새들은골목에둥지를튼다 75
시간이느려지다가잠깐씩멈추는그때 77
장봉도시편 79

4부

나무학─父 84
술고래의유래 85
불가항력 87
굴뚝 89
나무학─동면 91
억기 92
보편성에대하여 93
빙폭,혹은이명을메아리로바꾸는절벽의낙천성 95
동상이몽 97
그러므로꽃이여 99
자메이카아리랑 100
유언비어 102
분홍雰虹 104
동명이인 106
칠흑 107
지지─난독증 108

해설소리없는세계에갇힌수형자장석주 112

출판사 서평

이책에대하여

최용훈은서울에서태어났고,2008년{애지}로등단했다.「소리의원근법」은체념과달관끝에얻은깨달음,즉고요야말로지름길이고가장아름다운소리라고사실을속삭인다.이긍정은아름답고슬프다.그가그토록일체소리가사라진‘그림자’세계에몰두하는것,그리고세계에대한비관주의는바로청력손실때문에생긴세계의결손과연관되는것이아닐까?최용훈은몸의결손을통해불가피하게죽음을매우가까운것으로인지한다.죽음은늘삶의지척이다!그는제몸의실존에매우예민하고정직하게반응한다(장석주).
최용훈시인의{소리의원근법}은인간속의단절의아픔(벽}을극복하기위하여"이명耳鳴이이십년넘게이석耳石을쪼아댄"그절차탁마의소산이라고할수가있다.
최용훈은‘그림자’라는득의의이미지로세속세계에서의의미가고달된삶을보여준다.최용훈의‘그림자’는이육사의‘초인’의역상(逆像)이다.초인이「그림자혹은마음」연작시들은본원적인실체를잃은채떠도는그림자들을묘사한다.그림자는자아영역에서추방된비자아의표상이다.그림자로사는자들은존재의희박함,존재의비활성화영역에머문다.그림자가끝내자기전화(轉化)에이르지못할때그림자에갇힐때내면에불행은응고하고어두운삶의단초가싹트는것이다.최용훈은그림자를집요하게탐색하며의미있는에피그램을남긴다.그림자는“바닥에납작엎드려직립을경배하면서도/부단히수평을지향하”(「그림자혹은마음1」)고,“빛의반대방향으로옮겨가며“어둠의반대방향으로가야/존재를증명”(「그림자혹은마음2」)할수있으며,“발바닥에붙어걸어온행적을말끔히훔치며따라오”(「그림자혹은마음3」)고,“기립의최하부에서무게중심을잡고있”(「그림자혹은마음4」)는그무엇이다.존재하지만실체가아닌것!그자체로는완전한존재가못되는것!그림자는실체의부재,잉여,부속물이다.그것은현존이없이,실제와의미라는두겹에서거세된실존이자물리적직접성이나실체적부피가없는존재의도플갱어,헛것,유령이다.

최용훈이“우리들의가계를끝끝내잇는것은오직그림자뿐이다”(「우기(雨期)」)라고쓸때자아에통합되지못한채소외된자아의원천이가계(家系)내력과상관있음을넌지시이른다.‘그림자’는소리를듣지못한채적막의세계에거한다.「적막」이라는시는“아버지와아버지아들과아버지아들의아들까지/연혁(沿革)이퇴적되고있는내가계는/보청기가동시통역을해주지않으면소통이불가하다”라고‘그림자’의가계내력을드러낸다.소리를듣지못하는‘그림자’는“시끄럽고번잡한세상”의변방으로밀려난다.“세상의변방으로갈수록소리는침묵을모방한다”라는시구는시인의직접적인체험을반영한다.난청과이명으로소리를듣지못한채적막속에그토록오래유배된이유는“적막은가족력”(「적막」)이라는시구에암시되어있다.

이세계는빛과사물들로이루어진다.아침햇살이잎이무성한나뭇가지사이로날카롭게뻗어올때새들은지저귄다.해가공중으로불끈솟는다.자기가언젠가죽을것이란사실을잊은사람들이부지런히움직인다.세계의이곳저곳은그들이내는소리들로채워진다.어디그뿐인가.자동차가질주하는소리,주방의가스렌지위에서주전자물이푸푸거리며끓는소리,불행한여자가내쉬는한숨소리,도란대는음성들,소녀의웃음소리,저녁무렵동네에서제아이를부르는어머니의외침,개가행인의발걸음소리에놀라짖는소리,골목에울려퍼지는발정기고양이의날카로운울음소리,종탑에서울려오는종소리,바람결을타고들려오는흘러간유행가소리……빛과사물들로이루어진세계는이런다채로운소리들이더해짐으로써하나의세계로완전해진다.이세계에생동감을더하는것은소리들이다.이소리들이사라진다면,세상은생동을잃고칙칙한적막에잠기고말것이다.

몸을관통한구급차경광등소리가원근법으로사라졌다
몸을통과해도상처를내지않는것은소리밖에없다
두귀가몸의외곽에달려있는이유와
잠을잘때도열려있는까닭이설명됐다
때때로어떤소리들은통과하지못하고몸에박혀상처가됐다
귀가따가운까닭이이해됐다

광릉수목원숲속에서착암기소리가들렸다
까막딱따구리가서서죽은사이프러스나무상부에소리의길을내고있었다
까막딱따구리는소리가지름길임을어떻게알았을까?
새들이수시로우는까닭과
울음이아름다운이유가설명됐다

모년모월모일
등과배가서로붙은‘자살’과‘살자’는
우울에게서태어난샴쌍둥이……억장이무너져
이석(耳石)이소리의길에굴러떨어진걸어떻게알았을까
이명이이십년넘게이석을쪼아대고있다
소리의길이끊겼으므로
귀가우는걸아무도몰라몸에박힌소리들이덧나갔다
상처가덧나면소리에침묵이고이는까닭이이해됐다

소리의길이끊어진곳은어디거나
보이지않는방음벽이사방에둘러쳐져있었다
그벽에가로막혀소리들이주저앉았을때
눈이실체를축소시키는원(遠)을동경하는까닭을이해한귀는
사실을과장하는근(近)에친숙한근시안,
동시에눈과귀로상황을포착해야하는이유가설명됐다

소리의길을이탈한당신들의수화는시끌벅적조용했지만
고요는선명해멀리서도보였다
고요가가장빠른지름길인이유와
가장아름다운소리인까닭이설명됐다
「소리의원근법」

최용훈은소리를듣지못한다.그는“이명이이십년넘게이석을쪼아대고”있음을고백한다.그는보청기에의지해소리를듣지만,청력은점점약해지고있다.이제는보청기를끼고도잘듣지못한다.소리의길이끊기자소리들은몸에박혀상처로덧난다.그의청각손실은그가고백하고있듯가족력탓이다.“소리의길이끊어진곳은어디거나/보이지않는방음벽이사방에둘러쳐져있었다”.마치사방에방음벽이둘러쳐진세계속에사는것과마찬가지다.활동적삶의위축은불가피하다.반면듣지못하자오히려소리에예민해진다.소리가부재하는세계를형상화한「소리의원근법」에서시적화자는소리에예민해지는자신을발견한다.소리에예민해지는것은듣지못하는귀와관련이있다.소리의세계와단절되자그럴수록소리쪽으로촉수가뻗어간다.물론그런다고소리를잘들을수있는것은아니다.

우리는서로이름을부르고그부름에부응하는소리들로소통하며산다.소리의길이끊긴세계에서있는자는그부름에응할수가없다.혼자고립되고유폐될수밖에없다.삶은답답하고제한적이다.그제한적삶에분노하고그불편부당한세계에저항하던그는이제체념에이른듯하다.듣지못하면서들어선고요의세계를긍정한다.「소리의원근법」은체념과달관끝에얻은깨달음,즉고요야말로지름길이고가장아름다운소리라고사실을속삭인다.이긍정은아름답고슬프다.그가그토록일체소리가사라진‘그림자’세계에몰두하는것,그리고세계에대한비관주의는바로청력손실때문에생긴세계의결손과연관되는것이아닐까?최용훈은몸의결손을통해불가피하게죽음을매우가까운것으로인지한다.죽음은늘삶의지척이다!그는제몸의실존에매우예민하고정직하게반응한다.“폐관하지못하는마음은나비꿈으로어지”(「꽃의폐관」)러운것은욕망때문이다.산다는것은그욕망으로매순간다가오는죽음을생명의충일로바꾸는일이다.나날의삶을생명의충일이라는춤사위로바꾸는동안,죽음은우리곁에서저멀리로떠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