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사람들 (권혁재 시집)

고흐의 사람들 (권혁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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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권혁재의 시집 『고흐의 사람들』.이 시집에는 아름다운 사랑의 시편들이 곳곳에 바둑알처럼 박혀 있다. 수록된 시 중「붉은 주름」에는 매운 맛을 잃어버리고 희나리로 변해가는 고추와 늙으신 어머니의 사랑을 그리고 있으며「산골(散骨)2」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저자

권혁재

저자권혁재는권혁재시인은경기도평택에서태어났고,2004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등단했다.시집으로는{투명인간},{잠의나이테},{아침이오기전에},{귀족노동자}가있고,2009년‘단국대학교문학상’을수상한바가있다.권혁재시인의다섯번째시집인《고흐의사람들》은사랑을통하여타자와의소통과교감,그리고찰나와영원의경계를무너뜨리고자했던구도의의지가실현된순간을보여준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대평리 12
절필絶筆 13
항구모텔 14
변기가깨졌다 15
포스트시론 17
참깨꽃들에게 18
해맞이마트 19
프롬프터여자 20
요술꽃 21
손톱이죽다 22
이브가아닌이브의소설 23
낙법 25
쇼케이스속의여자 27
누드모델 28
미스리햄버거를먹으며 29
마두금소리 30
좌측을잃어버렸다 31
해피마트 32
시작노트를바꾼날 33
허밍의시대 35
알리바이 36
하얼빈에가고싶다 37
저속행위금지구역 39
탱자꽃 40

2부

성판악 42
어머니도여자였다 43
한찰나, 44
신기료장수는애인이많다 45
은적암 46
수양딸 47
바람목탁 49
어지러운아침 50
삼우제 51
해국海菊 52
산골散骨2 53
낮술 54
이사 55
물의뼈 56
리허설 57
미선나무앞에서 58
초겨울새벽 59
붉은주름 60
갈매못성지를떠나며 61
아침전등사 63
함양휴게소에서─양은창시인에게 64
청룡사대웅전기둥 65
해월에지다 66
타르쵸 67
바람의사원 68

3부

자목련카페 70
겨울비 71
그녀를만났다 72
안궁리 74
겨울공세리성당 75
광천교차로 77
은행잎 79
찔레꽃 80
첼리스트J 82
산벚꽃 83
낮잠 84
아를에서 85
스치다 86
다시시월애에들어 87

성불사돌계단에앉아 88
외포리 89
환절기 90
뱀딸기 91
인연 92
시집을읽는여자 93
천북여자 94
군산여자 96
모슬포여자 97
목계木鷄 98
천안여자 99

해설차안과피안의변증법,
사랑에이르는길황치복 102

출판사 서평

단한번의울음으로
당신심장을멎게할것같아
횃대에오르지않는닭
바람이든나무의기억때문에
펴지지않는날개가
자꾸만푸드득거린다
독수리처럼회를치고싶은본능이
하늘을향할때마다
울수없는언어들이목젖에잠긴다
죽도록날아가는빈날갯짓
당신에게가는길이있다면
부리에피가나도록싸우는
눈이먼투계가되어도좋아
몸속가득당신이라는호칭을
결결이쌓아놓은채
울지않고도부르는닭
바람에흔들린나무의문장이
영겁으로대답하는사랑인듯
붉은동공을빠져나간다.
―「목계(木鷄)」,전문

목계(木鷄)란『장자(莊子)』의「달생편(達生篇)」의투계우화에서유래된용어로나무로만든닭처럼상대가아무리도발해도평정심을유지하며진정한힘을발휘하는단계를말한다.즉목계란싸움닭중에서교만함과조급함,성냄의눈빛을극복하고어떠한도발에도평점심을잃지않고대응하는닭으로서마치나무로조각한듯한닭이된투계를말한다.목계는주변의상황을장악하여어떠한변화에도흔들리지않기에그의눈만보면모든닭이도망치듯달아나게하는투계로서절대적평정의상태에도달한경지를상징한다.시인은이러한목계를빌어절대적사랑의경지를노래하고있다.
서정적자아의분신인목계는“당신에게가는길”을찾는투계라고할수있는데,앞서말한목계의경지에도달해있다.그리하여그것은“단한번의울음으로”도“당신의심장을멎게할”수있을경지에도달해있지만,“죽도록날아가는빈날개짓”으로그대에게가는길을자신의내면에서발견하고자한다.사랑은상대방의태도와상황에달려있는것이아니라주체의내면에서생성되는에너지에달려있는셈이다.그리하여그는“몸속가득당신이라는호칭을/결결이쌓아놓은채/울지않고도부르는닭”의경지에이른다.당신을향한사랑이시적자아의내면의결들을만들고,그러한결들로인해서시적자아는자신의내면에서사랑하는당신을온전히받아들였기에외부에서사랑의대상을찾지않아도되는경지에이른것이다.
이러한사랑의경지는주체와객체의구분이사라지게한다.그대가내안에있고,내가그대안에있기에나와그대의경계와분별이사라지고마는것이다.시의마지막부분에서시적자아는목계의“붉은동공”을“영겁으로대답하는사랑”이라고묘사하고있는데,이러한표현은유한한시간의한계를초월한사랑의모습,천지가한번개벽한뒤부터다음개벽할때까지의시간이라는겁의무한속에스민사랑의모습을보여준다.그영겁의시간속에서무한히응답하는사랑의모습을아름답게형상화하고있는것이다.이러한사랑의모습은주체와객체의경계와구분을무화하고,순간과영원이라는시간의경계또한벗어나있다는점에서시인이진실로추구하고자했던타자와의소통과교감,그리고찰나와영원의경계를무너뜨리고자했던구도(求道)의의지가실현된순간을보여준다.사랑이야말로에로티즘과구도의수행을통해도달하고자했던타자와의교감,그리고차안과피안의구분이무너진영원의순간에도달하게하는심급인셈이다.
이시집에는이와같은아름다운사랑의시편들이곳곳에바둑알처럼박혀있다.「붉은주름」에는매운맛을잃어버리고희나리로변해가는고추와늙으신어머니의사랑을그리고있는데,갈래갈래접혀있는고추의잔주름과“고추를더검붉게어루만지는/어머니의주름가득한손”이중첩되면서시간에의해파괴되어가는존재자들의교감과공감의순간이아름답게펼쳐지고있다.또한「산골(散骨)2」에서는돌아가신아버지에대한그리움과사랑을노래하고있는데,“천근같은시간사이로/희뿌옇게불어대는골바람/훌쩍이며국을한술뜬다/간이잘맞는아버지/아버지를맛있게먹는다.”라고표현하면서사랑이야말로이승과저승사이를넘나들며차안과피안을잇는고리라는사유에도달하고있다.“천근같은시간사이로/희뿌옇게불어대는골바람”은돌아가신아버지가계신산등성이와자식들이국밥을먹고있는계곡을연결하고있다는점에서이승과저승을넘나드는바람이라고할수있으며,아버지를먹는시적자아의모습은이승과저승이둘이아니라하나라는깨달음을체현하고있는사랑의실체를보여준다.
결국우리는지금까지권혁재시인의귀결점인영원과불이(不二)의속성을지닌사랑에이르는길을밟아온셈이다.시인이새로운시란포스트모던적주체와환상의주체를벗어나고강의실을벗어난현실에서있어야한다는생각의이면에는이러한사랑이자리잡고있었다.그리고꽃과자연물들을통해서에로티즘의향연을펼칠때도그이면에는타자와교감과공감을지향하는사랑의열망이숨어있었다.불교적사유를통해세상의진리를더듬을때도결국궁극적으로시인의마음속에는진정한사랑을향한갈망이들끓고있었다.그리고권혁재시인이이러한시적구도(求道)의작업을통해서도달한사랑의모습은자아와타자의무화로서의사랑,그리고순간과영원,차안과피안을잇는고리로서의사랑이라고할수있다(황치복,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