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과 잠자다 (박방희 시집)

복사꽃과 잠자다 (박방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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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방희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인 {복사꽃과 잠자다]는 연시집이며,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사랑과 이별 또는 고독이라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문제를 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것은 그의 시가 ‘연시’라는 형태를 띄면서도 그 속에 담긴 삶의 미학은 단순히 이성 사이의 감정적 기복을 다루는데 그치지 않고, 사랑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갖는 아름다움과 슬픔의 감정적 무늬를 넘어서 우주와의 합일을 꿈꾸는 시인의 시적 세계는 보다 근원적인 삶의 질문으로 향하고 있다.
저자

박방희

저자박방희(朴邦熙)시인은경북성주출생했고,1985년부터무크지『일꾼의땅』,『민의』,『실천문학』등에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는『불빛하나』,『세상은잘도간다』,『정신은밝다』가있고,이밖에도몇권의동시집과시조집을출간한바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호박꽃 12
낯선,낯설지않은골목 13
한아이가꽃을들여다보다 15
조팝꽃 16
끝나지않은사랑이야기 17
윤시내 19
유등연지에서 20
익어있는물 21
헐티재를넘다 22
이세상에없는곳 23
백내白川 25
복사꽃과잠자다 26
죽어도좋은사랑 28

2부

나비─美대륙北端에서날개를편나비떼는구름처럼자욱이떠올라6,7천킬로미터나되는대륙南端을향하여무리지어날아간다.따듯한곳을향하는힘은그처럼强하다. 30
사과를먹다 31
선주사동백 32
그대에게가는먼길─불국사 33
그대에게가는먼길─무지개 34
그대에게가는먼길─해인사 35
로마스 36
사랑하는순간腦에는불이켜진다 37
접시꽃피어있는곳 38
사이 39
못생긴나무 40
꽃은나무의성기 41
첫사랑 42

3부

기차역에간다 44
우차를탄여자 45
길건너는女子 46
그여자다리붉어졌다 47
운주사와불 48
숲속의식당 49
한때그리고사진 50
산호랑나비한쌍 51
모가지 52
강둑에앉아너를기다리다 53
목신의오후 54
매미사랑 55

4부

남은날들은아름다워야한다 58
버스를타고 59
모르는사람과의인사 60
저녁에는 62
맨발 63
밝은저녁 64
모과꽃을따오다 65
桃李寺에간까닭 66
가을산에오르다 68
장미 69
산불 70
유적 71

해설사랑을사랑하는,그아름다움의동력이승희 74

출판사 서평

모든사랑은오해에서시작되고오해에서끝난다고믿는다.그리고그런오해로인해사랑은아름다워질수도있고끝나지않을수도있으며,하무하게끝나기도한다.사랑한다는것은나에게사랑할어떤대상이있음을전제하고있다.내가사랑하는그대상과나사이에는수만가지로이어진길이있고,수만가지의이유로이어지지못할길도있다.좋고나쁨의문제가아니라무엇이든이어진길을온전히가는것혹은대상과나사이의그길을잇기위하여걸어가는과정이사랑의모습일지도모른다.

그러나내가사랑하는어떤대상은어쩌면실제의그대상이아니라그대상이반영된내마음속의대상이다.모든사랑이오해일수밖에없는것이그때문이다.물론그오해는사랑의다른이름이기도하다.결국,문제는대상과나이기도하지만대상과나사이에서생겨나는일들이다.삶이그렇지만사랑또한그관계성의이야기다.


꽃과나비사이

아침과저녁사이

하늘과땅사이

그대와나사이

사이가없다면

그리움도없겠지

기다림도없겠지

사이에떠오르는

무지개도없겠지
-「사이」전문

어떤완벽한사랑일지라도나와대상이온전히하나로합쳐질수는없다.마음의어떤합일도합일이라고믿는것에서비롯되는것일뿐,실제하나일수는없다.그렇다면우리는그사이에집중해야하고그사이가사랑의존재임을알아야한다.이시는그런성찰을담고있다.그것은우리사람만의문제만이아니다.세상모든만물의이치가그렇기도하다.사랑이끊임없이어떤과정속에서존재할때그것으로지속되는것이지,어떤끝이라는게없다.“그대와나사이/사이가없다면/그리움도없겠지/기다림도없겠지/사이에떠오르는/무지개도없겠지”처럼나와대상사이에‘사이’가없다면사랑은시작되지못한것이거나이미끝난것이다.그러나우리는그런과정을‘과정’으로인식함으로써그것을넘어서는어떤곳에도달하고자한다.‘사이’가과정이라면분명그과정의끝에있을어떤‘합일’에대한마음이다.

과도는멀찌감치치워버렸습니다맨살의합일만이아름다울것입니다먼저매끄러운살갗의감촉과손안가득차오는풍만감을취하고코끝으로전해오는과육의풍미와향기를마시며덥석,한입깨물었습니다

이제사과가나를취할때입니다나도내몸의세포들을열어사과를받아들입니다내입안으로들어와천천히몸속으로퍼져나가며사과가나를먹는동안,사과속에깃든태양과바람,달과별,구름이따라들어와내안의우주가충만해집니다

그순간,내몸은사과의살과즙으로향긋하게차오르며보름달처럼환해졌습니다이제나는,사과와내가내안에서온전한일치를이루어한몸이되었음을깨달으며서서히사과가꾸던꿈을꾸기시작합니다
-「사과를먹다」부분

나는사과를먹고,사과는나를먹는행위를통해,시인은“사과와내가내안에서온전한일치를이루어한몸이되었음을깨달으며서서히사과가꾸던꿈을꾸기시작”한다.여기서의합일은“사과가나를먹는동안,사과속에깃든태양과바람,달과별,구름이따라들어와내안의우주가충만”해지는것으로,“사과와내가내안에서온전한일치를이루어한몸이되었음을깨달으며서서히사과가꾸던꿈을꾸기시작”하는것이다.그리하여같은꿈을꾸는것,시인은사과한알을먹으며그런우주적인합일을이룬다.그러나‘합일’은그것으로서어떤과정의끝이아니다.그것조차도하나의과정이며,‘완성’은그러한무수한과정의연속이다.세상의어떤‘끝’도“끝”에이르는순간이미끝이아니듯이,나의바깥이었던그모든바깥들도내가닿는순간,이미바깥이아니듯이말이다.다만여기서주목할것은대상에대한시인의자세에있다.‘맨살의합일’이그것이다.덧씌어진어떤것도없이대상을바라보고대상에다가가는모습,이것이시인이생각하는사랑의자세라는점이다.덧씌워지거나감춘것이없다는것은그만큼순정하다는것이다.그‘사이’를걷는데있어서이것만큼정직한방법은없을것이다.결과가아니라과정으로충실한것,그럼으로써얻어지는합일이기에시인은같은꿈을꿀수있는것이다.


사랑을느낀수사마귀한마리가

암사마귀에게로다가갔습니다

그뒤는아무도모릅니다

-「죽어도좋은사랑」전문

어쩌면사랑은‘함께망하는것’일지도모른다.아니함께망해도좋다고생각하는것이겠다.어떤결과를미리생각하지않는것,그것은앞서시인이‘맨살’로다가갔듯이그결과또한과정에따른어떤것이든받아들일준비가되어있다는말이기도하다.무모함은때로그래서아름다운게아닌가싶은것이다.그래서어쩌면사랑에빠진자는항상패자일수밖에없다.내가아닌상대가우선되기때문이다.그리고그로부터사랑의숙명적인정체라할기다림이시작된다.그리고기다림은대상의부재로이어지고우리는그속을떠돈다.그속에갇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