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비폭력으로 꿈꾸다 (유혜영 시집)

치마, 비폭력으로 꿈꾸다 (유혜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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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유혜영 시집 [치마, 비폭력으로 꿈꾸다]. 신여성들에게 있어서 의복이나 헤어스타일, 악세서리들은 근대인으로서의 자각을 보여주는 행위인 동시에 교육의 혜택을 받은 “신여성”들의 남녀평등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대의 남성 시인들의 경우, 사회적으로 과소비 성향을 띄는 여성의 옷차림은 개성이나 신분의 구분 전략으로 보기보다, 여성의 어리석음과 소비와 허영을 지적하는 여성폄하의 시선으로 치부되곤 했다. 이처럼 여성 복식에 관한 담론은 당대의 문화적인 상황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동시에 여성에 관한 사회 인식의 정황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유혜영 시집에서 시적 주체가 기존의 가부장적 사회질서를 극복하고 나아가는 과정은 “바람”과 “댄스”이다. 시집에서 “바람”은 치마로 상징되는 사회적 타자인 여성의 일상에 균열을 내거나 전도시키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치마가 온전하게 가부장적 질서 속으로 편입된 전통적인 여성상을 유지하는 세계라면, 바람이 불어 들춰지거나, 길이가 짧아진 치마는 곧 여성 존재의의를 인식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댄스’ 역시 피 흘리고 상처투성이 세계를 끌어 안아주고, 닦아주어 소통이 원활한 세계로 전환하고 있다.
저자

유혜영

저자유혜영시인은2001년≪미네르바≫로등단이후시집?풀잎처럼나는?(2009)과?통증클리닉?(2012)을출간하며왕성한시창작활동을펼치고있다.이번출간하는세번째시집『치마론』은총4부로구성되어있는데,그중“치마론”연작15편과소리꽃연작시편이이목을집중시키고있다.시집제목에서도알수있듯“치마론”을통해기존의남성중심의가부장적제도를날카롭게비판하고있다.특히,“치마”와“꽃(소리꽃)”은시적주체의자각을통해새로운세계로나아가게하는상징물로기능함과동시에,여성성의자각을통해주체의의지발현과정을보여주고있다.

목차

1부치마
13│치마1―명작
15│치마2―웨딩드레스
17│치마3―저,비폭력주의
18│치마4―모반
19│치마5―하늘
20│치마6―누가사랑을쏘았나
22│치마7―어떤시집
23│치마8―응답하라1968
25│치마9―푸른신호등
26│치마10―트랜스젠더
27│치마11―다문화아리랑
28│치마12―길이
29│치마13―추운여자
30│치마14―치마걸이
31│치마15―부활

2
35│운명사용설명서
36│시집사용설명서
37│밀밭광시곡
39│별밤광시곡
40│아버지의불
42│모나리자의미소를뽑다
43│매직사랑
44│시한폭탄
46│댄싱위드더스타1―함박눈부르스
48│댄싱위드더스타2―빗방울왈츠
49│댄싱위드더스타3―휠체어차차차
50│무서운꽃
51│열두번째선수
52│천국여행
54│이리날아오너라

3
57│우는아이
58│침몰해버린약속
60│유니세프
62│이별에고합니다
63│유목민
64│정전
66│모태의자
68│섬집아기
69│눈오시는날
70│어머니
71│사랑
72│기다림을예보하지않는집
74│내고향에봄은가고
76│맨처음에게때늦은참회를
77│홍진
78│맞습니다,맞고요
80│매직달빛

4
83│소리꽃1―수화手話
84│소리꽃2―그리운소음
85│소리꽃3―사랑해
86│소리꽃4―웃음소리
87│소리꽃5―울음소리
89│소리꽃6―박수소리
91│소리꽃7―벌레소리
92│소리꽃8―파도소리
93│소리꽃9―어머니
95│달타령
97│밥꽃
99│신토끼전
101│과속스캔들
102│그꽃은늦어도꼭오리라믿는다
103│설마가사람잡는대도

105│해설_서안나
치마론―치마,비폭력을꿈꾸다

출판사 서평

이번시집에서{치마,비폭력을꿈꾸다}는단순한의복을넘어서서여성성을대체하는기호로자리하고있다.치마를입은여성은남성지배담론에의해타자화되어주변부화한다.마치“꽃”처럼관음증의대상으로전락하는여성의신체는남성의성적시선에포획되어위계화된다.여성의타자화역사는여성의복식사와도일맥상통한다.김주리에의하면,(김주리「근대적패션의성립과1930년대문학의변모」)“30년대조선의경우,신여성의새로운복식형태는‘신여성’과‘구여성’사이를구별짓는전략인동시에,단지외양의차이만이아닌,개성의차이와의식의차이가전제되고있다고강조하고있다.또한“‘모던걸’의등장은곧새로운의복의등장,새로운신체의등장,새로운관념의등장이라할수있다.(중략)무언가과거와는다른복식이출현했으며,이는상당히급격한변화를수반했고,그복식속에어떤상징과차별화의기능이수행되었으며,그복식에대한어떤동경이집단적으로형성되고있었던것이다.”
즉,신여성들에게있어서의복이나헤어스타일,악세서리들은근대인으로서의자각을보여주는행위인동시에교육의혜택을받은“신여성”들의남녀평등에대한욕망을드러낸다고할수있다.그러나당대의남성시인들의경우,사회적으로과소비성향을띄는여성의옷차림은개성이나신분의구분전략으로보기보다,여성의어리석음과소비와허영을지적하는여성폄하의시선으로치부되곤했다.이처럼여성복식에관한담론은당대의문화적인상황과밀접한연관을갖는동시에여성에관한사회인식의정황을유추할수있게한다.
유혜영시인의시“치마론”연작역시기존의가부장적가족중심주의담론에복속된여성현실의레토릭이다.그의작품에서치마는남성중심주의담론에비판을가하는동시에,수동적존재로만멈춰있지않고전이되어삶과죽음의경계를초월하여생명의장으로확장되고있다.이때“치마”는다양한프리즘으로형상화하고있는데,여성의삶을은유화하는동시에비폭력적이며상처입고피흘리는세상을닦아주는위무의기능을하고있다.또한,치마는가부장적전통질서에서벗어나려는여성의욕망을상징하기도한다.유혜영의시에서는가부장적질서에온순하게길들여진시적주체는이를자각하고자신의욕망을발현하는과정을보여주고있다.이과정에서시적주체가어떻게억압된질서를깨트리고이를극복해나가는과정또한이목을집중시킨다.
유혜영시집에서시적주체가기존의가부장적사회질서를극복하고나아가는과정은“바람”과“댄스”이다.시집에서“바람”은치마로상징되는사회적타자인여성의일상에균열을내거나전도시키는기능을수행하고있다.치마가온전하게가부장적질서속으로편입된전통적인여성상을유지하는세계라면,바람이불어들춰지거나,길이가짧아진치마는곧여성존재의의를인식하고새로운세계로나아가는의지를드러내고있다.또한‘댄스’역시피흘리고상처투성이세계를끌어안아주고,닦아주어소통이원활한세계로전환하고있다.

‘영원히당신손목을놓지않겠어.’
예물시계를채워주며남편이약속했다.그날,그에게완전히돌아버린나는손목시계를머릿속에차고시계바늘을그에게맞추었다.
‘아는?’하면뱅그르르돌려아를낳았다
‘밥줘’하면뱅그르르돌려밥상을차렸다
‘자자!’하면뱅그르르돌려옷을벗었다
행여멋진시계를누가탐낼까,
그가약속을못지키는것은나의책임이다.
‘그것도하나딱딱못맞추나.’
그의시계는12진법이어서,모든지구인처럼10진법을쓰는나는하루에두번외계를다녀와야했다.내가지구를잠깐씩떠나있는동안,그가무얼하는지미루어짐작이되지만,그와딱딱맞추기위해나는한쪽눈을질끈감았다.대기권을통과할때의극심한공포로인해나는시계바늘을더욱단단히잡았다.
돌아돌아시계바늘은한시의오차도없이5주년,10주년,25주년을돌아은혼식날,나는그와손을잡고감격스러운기념사진을박았다.

결혼식사진옆에나란히걸린은혼식사진.
‘너폭탄맞았니?’친구가웃었다.
사진속,시계는멈추어있고,나의얼굴은왕창날아가버렸다.
그날나는두번도생각안하고손목에서시계를풀었다.
-「시한폭탄]전문

영원한사랑을꿈꾸는웨딩드레스를입었나요

쉬지않고곁눈질하는사랑을꽁꽁묶었지요
치마폭에그리는대로모두가사랑이에요
행복이치마속에서알까고알까고영원으로가요
웨딩드레스의신비한능력이지요

‘자웃어요.찍습니다.’
여러분앞에서물기있게꼭꼭인증샷을박아요
사진속에사랑은수십년이지나도그대로에요
그날의모든여러분들이증명해요
사랑은언제나그자리에있어야변하지않아요
결혼사진은집에서제일중요한벽에국기처럼걸려요
바라볼때마다웨딩드레스가국기처럼펄럭이고
결혼행진곡이애국가처럼울려퍼져요
느슨한마음이다시가슴에손을얹고경건하게묵념해요
외출할때는껌딱지처럼벽에붙어있는
결혼을뚝떼어질겅질겅씹고다녀요
돌아오면뱉지않은결혼에감사하며다시벽에붙여요

결혼은사랑과관심을먹고계속자라지요
잘자란결혼은25년,50년만에다시태어나요
그때는웨딩드레스에‘참잘했어요.’은빛금빛도장을받아요
집집마다가정마다웨딩사진이벽에걸려있어요
오늘도무사히벽에걸리기를간절히기도해요

「치마2-웨딩드레스」,전문

시의제목이「시한폭탄」인것처럼,“나”역시시한폭탄처럼폭발하기일보직전의억압적인상황에부닥쳐있음을알수있다.그원인은시적주체가자신의의지와욕망을추구하는대신“남편(그)”을중심궤도삼아살아왔기때문이다.때문에“나”는남편인“그와딱딱맞추기위해나는한쪽눈을질끈감”고,“시계바늘을그에게맞추”는삶의방식을취해왔다.“그”의시계에내삶을맞춘이유는결혼식때남편이나에게고백한사랑의전언때문이다.“영원히당신손목을놓지않겠어”라는남편의약속을믿었기에“나”는가정을위하여출산과양육에헌신하고가족을배려하는삶을유지해왔다.그러던어느날“나”는기존의삶의방식속에서문득나의얼굴이사라졌음을인식하고있다.얼굴의사라짐은‘그’의삶에편입되어존재감이사라진나를응시하는행위이다.이를자각한시적주체는과감하게“손목에서시계를풀”고있다.왜냐하면나의삶은동작이멈춘시계에불과하기때문이다.
“손목시계”와마찬가지로“웨딩드레스”역시시적주체의삶을기존질서로유지하고이에편입하게하는대상이다.의복중에서“웨딩드레스”는여성에게특별한의미를지닌다.결혼이라는의례에서가장중요한상징적인의복이기때문이다.의복자체가의례를시각적으로보여주는옷이기에,웨딩드레스를입은결혼식사진은시적주체로하여끊임없이헌신과희생을요구한다.이처럼손목시계나결혼식사진등은시적주체로하여기존의질서에서이탈하기를주저하게하고있다.그런데“오늘도무사히벽에걸리기를간절히기도해요”라는시적주체의역설적진술에서시적주체의내면적갈등을읽을수있다.이러한내면적갈등은자신을얽어매고있던“손목시계”풀기와다름없다.시적주체의내면갈등은곧“시한폭탄”처럼기존의억압된질서에균열을내는동인으로작동하고있음을알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