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의 그늘 (김명이 시집)

모자의 그늘 (김명이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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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명이 시집『모자의 그늘』. 이는 외로움이 새겨진 유년의 이야기, 아버지 이야기, '엎질러진 집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희생했던 이야기 등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페르세포네 이야기를 연상하게 한다. 또한 칠공주라는 것, 버림을 받는다는 것, 부모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는 것 등은 우리 신화 속의 바리이야기와 일치한다. 이에 시 속에는 우리나라의 딸들이 지니고 있다는 바리 콤플렉스가 드러나 있으며, 이것이 모든 딸들의 운명임을 시인은 말한다.
저자

김명이

저자김명이시인은전북오수에서태어났고,한남대학교사회문화대학원문예창작학과를석사졸업했다.2010년{호서문학}과{문학마을}로등단했고,시집으로는{엄마가아팠다}가있으며,2016년대전문화재단및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창작지원금을받았다.
{모자의그늘}은김명이시인의두번째시집이며,여성들의사랑과고통의이야기라고할수가있다.첫시집{엄마가아팠다}가이세상의모든어머니들을위한진혼가라면,{모자의그늘}은이세상의모든인간들의영혼을위로하는‘바리공주이야기’라고할수가있다.안네프랑크,다섯살제제,물위에뜬한스,테스의모자(모자의그늘])등이이함축하고있는의미는뿌리뽑힌자의삶이며,그영혼들을위로하는것이시인의사명이자의무이기도했던것이다.딸과어머니,어머니와아들,아버지와어머니의중심축은여성성이며,대지의여신인데메테르는그녀의이상형이라고할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사과이야기 12
대화한적있었을까 14
어떤식탁 16
우화 17
실험인간 18
칠월의석양,그리고유리의새들 20
잠들기전에눈은내리고 22
낙원잃어버린 24
원형탈모 25
변두리의백야 26
얼음왕국 27
원시의정수 28
가냘픈신념 29
연애도없는 30
벌레들의그림자 32
배려의문 34
붉은저녁 36
멸치식물 37
모자의그늘 38
푸념 40

2부

지금은두개의요일 42
지금은두개의요일-빨간슬픔 44
지붕의재해석 45
눈이먼베개 46
만년고참,직업을대하는방식 48
초보외판원 50
중년워킹맘 51
종일현관문에소리가들리고 52
분리수거장 53
행복가득한e편한궁전아파트 54
대代 56
바닥의기류 58
불편한진실 59
언감생심 60
두개의요일-새들의비상구 61
외곽의힘 62

3부

담벼락 64
그녀들의동굴 66
엄마의성 68
다듬이소리 70
외로운숨바꼭질 72
겨울문 74
시간의자세 75
후광 76
월화수목금 77
여름함백산 78
연인 80
사탕,그리고빈봉지 81
비밀의방 82
타인들 84
천국의그늘 86
겨울소네트 88
흰벽 89
화석 90

4부

망초의내력 92
참가벼운 94
구멍의섬 95
허수의아버지 96
늦가을-아버지처럼 98
최고의돌을깨기로한다 99
푸른쪽창 100
중독 101
오래된경험 102
꿈의연구소
-내게적절한시간이란걸알게되면나는시냇물을건널거예요 104
간판 106
인도 107
가면놀이 108
적과의동침 110
느티나무그림자 112
또다른삼경三經 114

해설페르세포네의편지안서현 116

출판사 서평

아버지는제삿날제주를서둘러비웠다.줄줄이꿰어진계집아이,수심으로패인새벽마루에앉아우산대를당겼다.나는반죽덩어리같은백일아기가늘어진옷을물고,등에서딱딱해질때까지마당을돌았다.띠를풀고골목으로튀어나오면,담벼락에붙은땅거미가좁쌀볕마저감으며나를따돌리곤했다.오촉전등이밤하늘로속절없이빨려가고떨어지는꼬리별따라조등밝히던새벽,물긷다가손마디에엄마의눈금이흔들렸다.달이차올라붉은빛이슬이비쳤다

외할머니는옥양목조각을접어엄마입에물리고
울음꼬리가문고리붙잡고멈출때까지나는또조마조마쭈그러질것이었다

등굣길에삘기를뜯어껌이되도록씹었다.채변봉투에빨간고추수두룩걸린금줄을그린종례시간,내가깎아놓은지시봉이머리를겨냥했다.버짐핀낯을달구며깨진창문으로쏟아진땡볕,짝꿍은원기소를굴린후아깝게깨물었다.하굣길에전설의능력자처럼오디를따서입가에무더기로발랐다.뛰어나온엄마의무릎이땅에닿으며,짚은날보다먼저태어난사내같은계집아이,그날꽃고무신한짝이냇가에떠내려갔다.해저물도록물속에서뻐끔거렸으나지느러미는생기지않았다

나의신탁은들통났지만뒤늦게본효험
마침내엄마는담벼락에칠공주파를꽂은지팡이로강력한보스가되었다
----[담벼락]전문

「담벼락」이라는시를읽어보자.“줄줄이꿰어진계집아이”들의삶속으로독자들은초대된다.백일된아기를등에업고마당을돌다가,땅거미가내리는저녁에서야풀려나곤하는한소녀의모습을본다.아들을기다려엄마가출산을할때마다“조마조마쭈그러”진채로집밖에서서성거려야했던그녀,혹은그녀‘들’의그야말로조마조마한성장이야기다.그녀들은,삶이라는것이담벼락근처를서성이는일임을자연히알게되었을터다.「모자의그늘」에서도비슷한에피소드가변주되고있다.

안네프랑크를읽고눈물흘리지않자,넌독해
내의지상관없이피가떨어지는곳
비극의시절만난운명이라고생각했어요

다섯살제제의뒤를따르며
내게도자라는슬픔
작아질수없다는것을
이해는누군가마치인심을쓸때만가능하여
홀로쓰다듬기로했어요

한스가물위에떠서
하늘의꿈을품었는지의문이었지만
그날벗어놓은내신발떠내려간것이
손뼉치고좋아할일인것을
아버지의목청이커지고서알았어요

통과의례의피를본듯
테스가쓴챙이모자쓰지않겠다고했지만
누가만들었는지모를거대한힘굴복하며
모자를몇개씩고르고
질적으로다른안네프랑크와마주쳤어요

그런거예요그런거예요
태생적한계에맞선다는것
저기단상의빛나는이름의그늘들이
해지기도전에늘어만가는
캄캄한골목의아이와
여인이란순결의악재를즐기고있어요

독서를통한성장담을그린시다.그런데이모종의독서담에,또하나의여성성장담이오버랩된다.『안네의일기』를읽고“내의지상관없이피가떨어지는곳”즉전쟁의상황에마주해야했던안네의운명을추체험하는화자‘나’에게,「담벼락」에서“달이차올라붉은빛이슬이비쳤다”고쓰던초경의소녀이미지가겹쳐진다.「수레바퀴아래서」를읽으며권위적인아버지와의갈등끝에물에빠져죽게되는한스를읽는‘나’에게,「담벼락」에서칠공주를낳은어머니의아들출산을기원하며자신의신을냇가에흘려보내던소녀의이미지가겹쳐지는것이다.“캄캄한골목의아이”역시“담벼락에붙은땅거미”에게마저따돌림을받던‘나’(「담벼락」의변주가아닌가.결국그러한성장은『테스』를읽고그녀와같은삶을살지않겠다고맞섰지만결국그“모자의그늘”속으로들어갈수밖에없는“태생적한계”로일단귀결되고마는것이다.
위두편의시들에서엿보이는‘칠공주’이야기,「실험인간」이나「외로운숨바꼭질」등에서엿보이는외로움이새겨진유년의이야기,또「허수의아버지」,「늦가을―아버지처럼」등에서의아버지이야기,그리고「푸른쪽창」속“엎질러진집안”의기대에부응하기위해“여상에입학”하고“상행선막차에”오르는이야기등은우리로하여금페르세포네이야기와는또다딸이야기를연상하게한다.칠공주라는것,버림을받는다는것,부모를위해먼길을떠난다는것등이그야말로우리신화속의바리이야기와일치하는것이다.우리나라의딸들이지니고있다는바리콤플렉스가드러나있다고읽어볼수있을것이다.결국“질적으로다른안네프랑크”혹은바리,그것이바로여성의,그리고모든딸들의운명임을김명이시인의시들은말하고있다.
한국시의맥락에서바리공주이야기는거듭재해석되어왔다.김혜순시인에의해,생명을구해내는모성적몸이되는바리의이야기로다시읽히기도했고,또김선우시인에의해열정적사랑의여인인바리의이야기로되풀이되기도했던것이다.이와같은바리공주이야기에대한또다른다시쓰기가앞으로김명이시인의시세계를통해이루어지지않을까기대해본다(안서현해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