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의 자유 (권선옥 시집)

감옥의 자유 (권선옥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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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권선옥 시집『감옥의 자유』. 시인은 시 속의 '아이러니'나 '역설'의 상황을 통해 오히려 삶의 진실과 시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시인은 시의 주제가 반드시 거창할 필요가 없음을 수록된 시들을 통해 잘 보여주었다. 작고 사소하지만 충분히 유의미한 성격을 갖는 시를 통해 비근한 일상에서 남다른 발견을 길어 올리는 능력을 보여준다.
저자

권선옥

저자권선옥시인은1976년『현대시학}으로등단하였고,1985년창비신작시집『그대가밟고가는모든길위에』에참여하였으며,1985년부터1988년까지『현대시학』에〈떠도는김시습〉을연재했다.시집으로는『풀꽃사랑』,『떠도는김시습』,『겨울에도크는나무』,『사람의밤하느님의밤』이있다.동인지활동과지역문학운동에대한공로를인정받아충청남도문화상을수상했고,건양대학교문창과겸임교수와충남문인협회회장을역임하였다.연무고등학교교장으로정년하고지금은고향사람들과어울려농사를지으며환경단체에서봉사하고있다.
권선옥시인의다섯번째시집인『감옥의자유』는시력詩歷40년을결산하는역작力作이다.‘감옥’은자유를제한하는곳인동시에자유를생산하는곳이다.대부분의인간들은‘감옥의자유’앞에서‘양가감정兩價感情’또는‘모순감정’을느낄수도있겠지만,그러나이러한‘아이러니’나‘역설’의상황이오히려삶의진실과시의진실을있는그대로보여주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감옥의자유

적송赤松 12
가죽나무 13
석문石門에서 14
먹골양반 15
묵은장맛 16
감옥의자유 17
보석사에서 18
겨울소나무 19
마음을베다 20
물이나되어 21
강 22
낙타 23
마을이어둠에묻히면 24

2부매미날개
분꽃 26
가을 27
석류꽃 28
어머니마음 29
매미날개 30
할머니 31
고추잠자리 32
냄새 33
끈 34
성묘 35
땡감―시인박용래 36
혼자노는아이―채운역彩雲驛 37
당구장집곰순이아빠 38

3부적막한세상

남원칼 42
마늘씨 43
빨래줄 44
북한산고사리 45
촌놈생각 46
논산평야 48
적막한세상 49
늙은낙타 50
열쇠 51
사람 52
참사람 53
칼잡이 54
갑사甲寺동종銅鐘 56
호랑이굴 58

4부몽당연필
몽당연필 60
싹 61
석문石門스님 62
베개 63
풀매미 64
저절로,혼자서 65
부여왕릉원홍련 66
산은바다를낳는다 67
무쇠가마 68
먼지맛 69
너럭바위 70
슬픔 71
가을사과밭에서 72
사랑,괜찮아 73
나무는밤에자란다 74
가을비 75
땅 76
그때그사람 77

5부그리움에대하여
봄날 80
홍시 81
조약돌 82
진달래꽃 83
봄밤 84
궁남지연꽃 85
수선 86
그리움에대하여 87
식물같은사람 88
영등사 89
옛사랑그사람 90
무게 91
편지 92
나무의밥 93

해설사랑과접속하는역설의시권온 96

출판사 서평

나는너무갇혀살았다.
나는수없이많은감옥을짓고
아내를가두고자식들을가두고
그안에나도갇혀살았다.
더러는울을넘어헤매고다녔지만
그때마다감옥이그리워
나는다시돌아가곤했다.
감옥은나에게가장편안한곳,
그곳에서나는
안식을얻을수있었다.
나의어린것들도이젠
감옥밖에서편안하지못하리라.
감옥이그리워돌아오리라.
감옥속에서나서자란아이들은
형벌처럼감옥을안고산다.
그아늑함,감옥의자유를잊지못한다.
―「감옥의자유」전문

이시의시제(詩題)인‘감옥의자유’는이질적인속성을갖는두개의단어곧‘감옥’과‘자유’의조합으로구성된다.권선옥은“죄인을가두어두는곳”을뜻하는감옥과“외부적인구속이나무엇에얽매이지아니하고자기마음대로할수있는상태”를의미하는자유를연결함으로써부조화의조화를노린다.
시의화자‘나’는“수없이많은감옥을짓고”‘아내’와‘자식들’과스스로를가두고살았다.“더러는울을넘어헤매고다녔지만”이라는표현에나와있듯이,‘나’는‘감옥’의구속이나제한또는속박을벗어나고자노력했다.하지만아이러니하게도‘나’에게감옥은“가장편안한곳”이자‘그리움’과‘자유’와‘아늑함’으로기억되는공간이다.
권선옥시인이말하는‘감옥’은자유를제한하는곳인동시에자유를생산하는곳이다.‘집’이나‘가정’이라는말로이해할수도있는그곳은‘기억’과‘추억’과‘시간’이지배하는공간이기도하다.독자의입장에서는권선옥의역설적인표현인‘감옥의자유’앞에서‘양가감정(兩價感情)’또는‘모순감정’을느낄수도있겠다.하지만이런‘아이러니’나‘역설’의상황이오히려삶의진실,시의진실을있는그대로보여줄지도모른다.

아침에면도를하다가
턱을벨때가있다.
면도기를죽죽밀어대다가
뜨끔하게베고나서야
번쩍,정신이든다.

누가많이밉거나서운할때
마음속에분노가도사리고있을때
어김없이내살을내가도린다.
살을벤것이아니라마음을벤다.
―「마음을베다」전문

시인에게는비근한일상에서남다른발견을길어올리는능력이필요하다.권선옥의시적통찰은시「마음을베다」에서빛을발한다.앞에서살핀시「감옥의자유」에서보았듯이시인은작품의제목을정할때에도남다른노력을기울인다.이번작품역시범상치않은제목이돋보인다.이시가‘턱을베다’나‘살을베다’또는‘몸을베다’가아니라‘마음을베다’라는이름을달고있다는사실이긴요하다.
살아가다보면타인에게‘미움’이나‘서운함’또는‘분노’의감정을느끼는경우가종종있다.식사를하면서식사에집중하지않고다른생각을하면사레들리는확률이높아진다.면도를하다가도마찬가지이다.면도를할때면도에집중하지않고누군가를향한미움,서운함,분노의감정을되살린다면살을베게될확률이높아지는것이다.권선옥은시의주제가반드시거창할필요가없음을잘보여주었다.이시의발견은작고사소하지만충분히유의미한성격의것이기때문이다.

나는낙타를보지못했다
그래서낙타는밤마다내게로온다
등불을켜들고절뚝거리며
모래밭을지나자갈길에피를칠하며
가끔씩쓰러졌다다시일어나
느리게느리게내게로온다
물항아리에물을채우려고
쭈그러진빈물통을들고온다
물을채웠다가갈라진내목을적셔주려고
잠자는나를싹트게하려고
바위산을넘어,진흙벌판을건너온다
짧은다리장님낙타는쉬지도않고
더듬더듬내게로온다
―「낙타」전문

이시의제목이기도한‘낙타(駱駝)’는사막(沙漠),오아시스(oasis)등과긴밀하게어우러지면서답답한현실을뛰어넘는상상력을생성한다.“나는낙타를보지못했다”라는1행에드러나듯이시의화자‘나’또는시인권선옥은현실에서‘낙타’를본적이없다.중요한점은한번도본적이없는‘낙타’가‘나’에게로온다는사실이다.
이시에서‘낙타’가‘나’에게오는행위는5회반복된다.곧낙타는2행의“밤마다내게로온다”,6행의“느리게느리게내게로온다”,8행의“빈물통을들고온다”,11행의“바위산을넘어,진흙벌판을건너온다”그리고12행~13행의“쉬지도않고/더듬더듬내게로온다”등의다양한방식으로쉼없이지속적으로‘나’에게다가온다.특히2행들머리에놓인부사‘그래서’의역할이크다.1행의‘~보지못했다’와2행의‘그래서’의연결이대단하다.부정(否定)이긍정으로전환되는이대목이야말로논리로이해할수없는시의존재감을과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