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호일 (이혜선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운문호일 (이혜선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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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혜선 시집 『운문호일』은, 1135년 경에 만들어진 고전적인 선학의 문답 공안집 《벽암록(碧巖綠)》의 제6칙에서 가져온 말이다. 운문화상이 대중들에게 설법하기를 15일 이후의 일에 대해 묻고는, 스스로 ‘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이라고 말했다. 날마다 좋은 날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은 이 구절을 그대로 옮겨오면 ‘운문일일호일(雲門日日好日)’이 될 것이나, 시인의 그 약어로 축약한 ‘운문호일’을 자신의 화두로 선택했다. 날마다 좋은 날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삶의 가르침은 올곧은 종교가 마땅히 개진할 중생 교화의 길일진대, 시인이 이를 시의 화두로 삼는 일은 종교적 사상성과 삶의 실상을 두루 연계하여 그 깨우침의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려는 의도를 포괄한다.
저자

이혜선

저자이혜선李惠仙시인은경남함안에서태어났고,동국대학교국문학과와세종대학교대학원을졸업(문학박사)했다.1980년~1981년월간『시문학』2회추천으로등단했으며,시집으로는『神한마리』,『나보다더나를잘아시는이』,『바람한분만나시거든』,『새소리택배』,『운문호일』이있다.이밖의저서로는『문학과꿈의변용』,『이혜선의명시산책』,『NewSproutswithinYou』(영역시집(공저))등이있고,윤동주문학상,한국현대시인상,동국문학상,문학비평가협회상(평론부문),한국시문학상등을수상했고,2016년도에는‘세종도서문학나눔’에선정되기도했다.동국대외래교수,세종대,대림대,신구대강사,한국현대시인협회부이사장,한국시문학문인회회장,강동문인회회장을역임했고,현재동국문학인회회장,한국문인협회이사,국제PEN한국본부이사,한국여성문학인회이사.한국시인협회,문학의집?서울회원등으로활동하고있다.
이혜선의{운문호일雲門好日}시세계는과거와미래,우주자연과세속적인인간의삶,일상의경물과깨달음의세계,대승적승급과구체적서정의자리를대칭적으로또는포괄적으로통합하여보여주고있으며,이시집을관류하는중심줄기는정신과영혼의조화로움을지향하는언어의통어력으로요약될수있다.특히불가의법문에서그의미를얻은‘운문호일’은,이와같은시정신이한갓도상圖上의언어유희로그치지아니하고실제적인삶의처소에탄력적으로작용하는효율성을꿈꾼다.시가삶의힘이되고삶이시로풍요해지는하나의표본이기도하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코이법칙 12
날마다가봄날 13
숲속마을에는 14
흘린술이반이다 15
아라홍련꿈밖의꿈 16
디오게네스달팽이 18
걷는남자를위한연가 19
운문호일雲門好日,정화수 20
운문호일雲門好日,마른닭뼈 21
해돋이 23
해넘이 24
다랑논식구들 25
타인능해他人能解 26
구보씨의허기증 27
수탄장 28

2부
흰눈푸른눈 32
명왕성이뜬다 33
간월看月 34
붕정만리鵬程萬里 35
동그라미가되고싶다 36
와해,그리고 37
마고할미 39
유혹,그시작 40
불이不二,트리나포올러스의애벌레기둥 41
미륵사절터 42
색色을먹고공空을낳다 43
신발한짝품에안은게르트루트 45
운문호일雲門好日,풍경소리 46
운문호일雲門好日,겨울나무 47
운문호일雲門好日,꿈너머꿈 48

3부
2월,꽃샘을파다 50
텔레파시 51
상사초,나의별에게 52
벚꽃첫사랑 53
벚꽃탄환 54
꽃무릇강물 55
은하의충돌 56
초록초록오월 57
무지개공장 58
새싹이돋는이유 59
화음 61
불이不二,끌어당기는 62
꽃피우기 63
사람의마을 64
벽 65
검정고무신 67

4부
새우젓사랑 70
가시연꽃 71
새세상열어갈너에게 72
저산에강물에 73
질마재기다림 74
마른새우등 76
14세안소저 77
사투리로운다 79
지동댁셈법 81
아바타를만들다 82
사람이됐는데요 83
보름달의이사 85
찌륵찌륵개골개골 87
별로꽃으로 88
휘파람의집 89
클림트를기다리며 90
돈키호테일기 91

해설운문호일雲門好日의시와언어의통어력김종회 94

출판사 서평

코이라는비단잉어는
어항에서키우면8센티미터밖에안자란다
냇물에풀어놓으면
무한정커진다

너의꿈나무처럼,

-「코이법칙」전문

‘8센티미터’와‘무한정’사이의상거(相距)는기실한개인의작은가슴과광활한우주의범주만큼먼것이지만,그것은모두이시인의눈길이도달할수있는곳에있다.물리력의눈이아니라심경의눈으로보는까닭에서다.그리고그와유사한거리재기의규범을가진삶의양식이무슨느낌표처럼던져져있다.곧‘너의꿈나무’다.어느누군가그마음밭에서가꾸는꿈을나무의형식으로,이처럼간결하고압축적이며명징하게언표하기란실로용이한일이아니다.‘해돋이’와‘해넘이’의형용을남자의눈짓이나여자의한숨에결부하는시어의용법도이러한묘사의기량과닮아있다.

그인사동포장마차술자리의화두는
‘흘린술이반이다’

연속극보며훌쩍이는내눈,턱밑에와서
“우리애기또우네”일삼아놀리던그이
요즘들어누가슬픈얘기만해도그이가먼저눈물그렁그렁
오늘도퇴근길에라디오들으며한참울다가서둘러왔다는그이

새끼제비날아간저녁밥상,마주앉은희끗한머리칼
둘이서로측은히건네다본다

흘린술이반이기때문일까
함께마셔야할술이
반쯤남았다고믿고싶은눈짓일까
안보이는술병속에,

-「흘린술이반이다」전문

노년의부부가마주앉은식탁은쓸쓸하다.둘이서로측은히건네다본다.그런데그중한사람이없고보면이와같은쓸쓸함은더운날마른바닥의물기처럼증발할것이다.그러한정한(情恨)의감정이응결한여지조차증발하기때문이다.노년의의지(依支)와위로가남아있을때‘흘린술이반이다’는그동안의인생에대한성찰이요위무(慰撫)다.이러한삶의경륜과시적표현은그야말로오랜세월을대가로지불하고얻을수있는수확이다.이시인의세월이그연한을이루었고,동시에원활한문필의조력으로그소출을함께공유할수있게되었다는뜻이다.

닭튀김을먹고남은뼈를
뒷마당에널어말린다

맑은가을볕손가락이뼈들을바짝바짝말린다
길고짧은뼈들을속속들이말린다

제자들과길을가던석가모니는
길가의마른뼈무더기를보자그앞에절했다지
몇생전부모의뼈인지도모른다고

검은뼈흰뼈삭은뼈덜삭은뼈에공손히절했다지

나도오늘
말라가는닭뼈에마음으로절한다
몇생전부모님뼈,
몇생후의나의뼈,

굽이굽이휘어지는강물의흰뼈가보인다
산비탈오르며미끄러져주저앉는뒷모습
굽어진구름의등뼈가보인다

바람든이승의무릎꿇고다시금
마른닭뼈에절한다

-「운문호일,마른닭뼈」전문

‘운문호일(雲門好日)’은,1135년경에만들어진고전적인선학의문답공안집『벽암록(碧巖綠)』의제6칙에서가져온말이다.운문화상이대중들에게설법하기를15일이후의일에대해묻고는,스스로‘날마다좋은날(日日是好日)’이라고말했다.날마다좋은날이되도록해야한다는가르침을담은이구절을그대로옮겨오면‘운문일일호일(雲門日日好日)’이될것이나,시인의그약어로축약한‘운문호일’을자신의화두로선택했다.날마다좋은날이되도록해야한다는삶의가르침은올곧은종교가마땅히개진할중생교화의길일진대,시인이이를시의화두로삼는일은종교적사상성과삶의실상을두루연계하여그깨우침의눈으로세상을관찰하려는의도를포괄한다.
이사유와표현의방식은지금까지일관해온시인의시적행보,깊이있는정신의힘이나우주의시공을넘나드는통어력과조화롭게악수한다.일찍이석가모니가마른뼈무더기앞에서절을했다는고사가오랜세월저편이야기의갈피에묻힌과거사로끝나지않는다.시인은오늘에이르러여름날맥고모자처럼흔한닭튀김먹고남은뼈를말리고그앞에마음으로절한다.그숙배의의미가무엇이든,옛날과닮은꼴이든그렇지않든,시인은‘강물과구름과바람’의뼈를적시(摘示)하는눈을얻었다.그처럼새롭고경이로운개안(開眼)이없고서,날마다좋은날이기는어려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