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은 블랙홀이다 (남상진 시집)

현관문은 블랙홀이다 (남상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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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남상진의 시집 『현관문은 블랙홀이다』. 이 시집은 남상진의 시 작품을 엮은 책이다. 크게 4부로 나뉘어 있으며 책에 담긴 주옥같은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을 시인의 시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

남상진

저자남상진은1967년경북상주에서출생했고,경남대학교를졸업했으며,2014년{애지}로등단했다.‘시흥문학상’,‘민들레문학상’을수상했으며,마산문협회원,시산맥회원,영남시동인,애지문학회회원으로활동을하고있다.{현관문은블랙홀이다}는그의첫번째시집이며,그의비극적인세계는두가지차원에서전개된다.첫번째는실존적차원이고,두번째는사회적차원이다.그어디에도비상구는없고어렵고힘든삶뿐이지만,그러나그는“어둡고깊은곳엔/늘/단단한뿌리가자란다”([뿌리는닫힌문이다])라는시구에서처럼,삶의지혜로서모든역경을극복해나가고자한다.남상진시인의첫시집{현관문은블랙홀이다}는‘지혜의시인’이자‘의지의시인’의예사롭지않은‘서광’의총체라고하지않을수가없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현관문은블랙홀이다 12
수장水葬 13
그림자그뒤편에서면더듬이가자란다 14
갈참나무아래에는사슴벌레가산다 15
키큰나무에대한애상 17
채널,그미혼모같은손 19
망가진나사산 21
몽유夢遊 22
새들의집 23
모래비 25
경계를깁다 26
사막의내력 27
의림사 29
봄,설익은그맛 30
삼가,외계인 31
거미의손금 32
중력은없다 33

2부

잎말이딱정벌레의방 36
얼음둥지 38
뿌리는닫힌문이다 40
청자상감매죽수금문매병 42
목어 43
접接 44
돌섬 46
입맛 47
두부 49
나무의손금 50
돼지머리에관한고찰 51
엽낭게 52
칡즙과블랙홀의상관관계 53
연필을깎으며 54
바람의직조술 55
먼지를털다 56

3부

해바라기서비스센터 60
어시장 61
진전우체국 63
구두 65
가을 66
별에대한오해 67
먹을갈다 68
제삿날 69
낡은트럭 70
낫 72
적우赤雨 73
수직상승과계단의상관관계 75
이화공원 76
일몰 77
반딧불 78
운동화 79

4부

출항 82
안쪽,그안의풍경 83
골목,섬이되다 84
다림질하는여자 86
비밀 87
죽방렴멸치 88
깨를털다 89
입산 90
묵언의계절 91
푸른발부비새 92
오후다섯시삼십분 93
뿔 94
탈피 95
등대 96
낙엽 97
노을처럼 98

해설캄캄한몸안에
등불하나켜고가는사람이형권 100

출판사 서평

세상이비극적이라는인식은이시집에서빈도높게나타난다.거친세상과고달픈인생에대한인식은이시집의많은시편들에서도드라지는특징에속한다.시인이보는세상은“눈덮힌솔가지뭉텅한붓자루/바람의방향을분주히적는데/세상은바람따라눕기만하는”(『불이선란도』)곳이다.이처럼진정성과주체성을상실한세상에서“산다는것은/견고한조임으로누수를막는일”(『망가진나사산』)이라고할정도로“누수”처럼빈틈이많을수밖에없다.가령“장삼자락끄트머리매달린/티끌같은생애여”(『면벽좌선』)에서는삶의허무감을드러내고,“구겨지고상처나기일쑤인삶”(『다림질하는여자』)에서는“상처”투성이의삶에대해노래한다.시인이보는세상은“눈덮힌솔가지뭉텅한붓자루/바람의방향을분주히적는데/세상은바람따라눕기만하는”(『불이선란도』)곳이다.
더구나오늘날인간이라는존재는하루하루를허공에매달려살아가는존재이다.현대인은뿌리뽑힌존재로서그어느곳에도정착하지못하고노마드적삶을살아가고있다.첨단문명이인간의정체성을위협하고,자본이인간의진정성을넘어서는시대인것이다.인간이외의외적인요소들에의해인간의실존적가치가위협을받는시대인것이다.이와같은인간의정체성을시인은허공에서살아가는거미에빗대어드러낸다.

그가등을구부려침묵의밀도를재는동안
나는허공에문을내고어둠의모서리를당겨
밤새젖은세상에혓바닥을대본다
공중에부침하는것으로도
삶의의미는충분하지만
입술을열어도말이되지못한생각들은
햇살이비치는아침에도캄캄하다

따로문이없는세상에서
바람의방향을읽지못한내걸음은
훤한낮에도절뚝거리고
높이걸린눈동자들
밤이되면지상으로내려와
이슬방울로거미줄에걸린다
반짝이며몰려온것들이
허공에손금으로박히는하루
돌아서면식어버릴온기로
고독을뽑아허공에걸고
공중에발자국을남기는
저깊고선명한허공의손금(『거미의손금』전문)

시의화자인“나”는“거미”의생리에인간의실존적의미를투사한다.“허공에문을내고어둠의모서리당겨”살아가는“나”는“밤새젖은세상에혓바닥을대보”지만결국은“공중에부침하는”생애의주인공일따름이다.“나”는또한“입술을열어도말이되지못한생각들”로살아가는“침묵”의생애를살아가기에“아침에도캄캄하다”고한다.“바람의방향을읽지못한내걸음은”정서적불안감으로“훤한낮에도절룩거리고”살아갈뿐이다.다만하늘에반짝이는별들이“높이걸린눈동자들”처럼“이슬방울로거미줄에걸린다”.그러나거미는거미줄에내려앉은별빛에도불구하고“돌아서면식어버릴온기로/고독을뽑아허공에걸고”살아가야한다.중요한것은“나”가거미를통해그러한고독과허무한삶의실존적의미를깨달았다는사실이다.“나”는거미의생리처럼거미줄이라는“깊고선명한허공의손금“과함께살아갈수밖에없는것이다.이처럼허공을삶의터전으로살아간다는것은지상에서의안정감을상실한것을의미한다.그것은“허공에서뜬삶을산다는것은중력이없는삶과같”기에“살아가는것은/허공의한귀퉁이엉성하게밟고앉아/이슬에젖은새벽과/허기에젖은생각을말리며/깊은우주로추락하는일이다”(『중력은없다』).인간의한계상황이다.
세상에대한비극적인식은사회적인차원에서도이루어진다.매일매일신문의사회면을장식하는기사들은아직도우리사회가비극으로가득차있음을증명해준다.

어제는불을끄다가블랙홀에빠진
어느가장의이야기가신문의헤드라인을장식했죠
도심속행성으로소방차를몰고나간그가
우주의미아가된이야기말이에요
집을나서는일은은하계를벗어나
안드로메다어디쯤떨어져
까맣게애를태우다돌아오는일이죠
밤하늘에반짝이는별은

모두집을나선사람들이에요
아이들은베란다,혹은마당에둘러서서
엄마아빠의무사귀환을빌기도해요
현관문을나서면우리는모두별이되지요
어두운밤길을걸어본이들은알아요
얼마나많은별이길을잃고
둥근절벽에서혜성으로추락하는지
미처빠져나오지못한새벽의그물에갇혀서
여명의이마에낮별로박히는이들은말하죠
인생은블랙홀을통과하는일이라고
이좁은행성에서별의모습으로줄타기하는당신
당신의별은
오늘도무사하신가요?
----『현관문은블랙홀이다』전문

이시집의표제작인이작품은상상의진폭이매우넓다.이시의모티브는화재의현장에서“불을끄다가”희생된“어느가장의이야기”를전하는“신문의헤드라인”기사이다.소방관의희생과관련된이기사의내용을보면서시인은“블랙홀”을상상한다.“블랙홀”은우주의죽음을의미하는물리학적개념으로서,주변에존재하는모든것들을흔적없이빨아들여소멸시키는존재이다.화재현장에서화마가모든것을불태워버리는현장에서블랙홀이우주의모든것을빨아들이는현상을연상한것이다.그래서소방관의희생과관련된사연은“도심속행성으로소방차를몰고나간그가/우주의미아가된이야기”이고,소방관이“집을나서는일은은하계를벗어나/안드로메다어디쯤떨어져/까맣게애를태우다돌아오는일”이라고보는셈이다.이런의미에서소방관이출근을위해통과하는“현관문”을블랙홀이라고보는것은,현관이위험이가득한세상과연결되는통로라는인식때문이다.아무튼그가“현관문”과그밖의세상이라는“블랙홀”에빨려들어가지않고살아남는다는것은,어둠을밝히는하나의“별”처럼저만의삶을온전히살아내는일이다.그리하여시인은“인생은블랙홀을통과하는일”이라고정의하는것이다.

남상진시인의{현관문은블랙홀이다}에서사회적차원의비극을노래하는시구들을찾아보기는어렵지않다.그가운데특히우리사회를한동안슬픔의블랙홀에빨려들게했던세월호참사를호명하는시구는주목할만하다.즉“유리창의안쪽에서/이승의발자국을/옷소매로닦았지만/유리속얼굴은지워지지않았다/두른거리던팽목항목소리들은/발자국보다먼저집으로돌아갔다/…중략…/속도를줄이지못하고질주하는/이팅팅불은슬픔이/꿈이었으면좋겠다”(『몽유』)고노래한다.극단적인슬픔의장면을두고차라리“꿈”이었으면좋겠다는염원을하고있는것이다.또한어느유흥주점화재사건을두고“푸른희망이/안구속으로타들어가며/화면을채우는세상/비.상.구/미처피하지못한/굵은고딕의절규가/가슴에못을박는다“(비상구는없다』)고하여”비상구”조차없는사회적소외자의비극을노래하기도한다.뿐만아니라노동현장의소외자에대해서는”정리해고통지를받은지일곱달//한평남짓한방안에갇혀서/벼룩시장구인란을헤엄치는김씨/출구도없는벽을향해/몸말리며누운등이/멸치처럼휘었다“(『죽방렴』)는비극적이미지로형상화하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