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난의 저녁식탁 (홍산희 시집)

야난의 저녁식탁 (홍산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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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홍산희의 시집 『야난의 저녁식탁』. 이 시집은 홍산희의 시 작품을 엮은 책이다. 크게 4부로 나뉘어 있으며 책에 담긴 주옥같은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을 시인의 시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

홍산희

저자홍산희시인은충북청주에서태어났고,2002년《문학마을》로등단했다.시집으로는《바구니속의아침》이있고,기행에세이로《기억속의담채화》가있다.홍산희시인의두번째시집인{야난의저녁식탁}은존재의기원을거슬러올라가자아의정체성을확립하고,이세상의삶과죽음의의미를성찰해보는대단히깊이가있고감동적인시집이라고할수가있다.회고적인시선은인간의감성을자극하고,성찰적인시선은인간의사유를자극한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톱 12
‘데려가네’라는말 13
가족사진 15
봄,라르고Largo 16
나비잠속의순례―바라나시트라우마 17
타임캡슐연대기 18
염습 19
활동심전도일기 21
간절기 22
TK0091번기로시차의사막을걷다 23
복분자소사이어티 25
목탄화 26
저어새 27
엄마의일몰 28
정글숲을헤쳐나가자
엉금엉금기어서가자 29
산희표장조림 30

2부
야난의저녁식탁 34
그믐달 35
맨틀대류설 36
수선화어린싹을자르다 38
맨발내비게이션 39
자라를심다 40
일시적전반기억상실증1 41
일시적전반기억상실증2―휘인벽앞에서 43
정글의아침 44
밀림의정오뉴스 45
참나무화장火葬 47
마티네즉흥콘서트 48
청바지기지국 50
사천가는길 51
산동양반 52
양파야양파야 53
산희횟집 54

3부
고리 56
자전거여행 57
자전거여행―베짜기놀이 58
자전거여행―밤나무집 60
봄비크로키 61
담채화―당신은누구십니까 62
야단법석베란다 63
맨발로서다―품밟기 64
붕붕 66
꽃댕강나무는빈집 67
판넬민박집 68
처녀별자리 69
신新장화홍련전 71
이소離巢 72
옛날옛적귀시미 73
산희가산희에게쓰는편지 74

4부
비밀의방 78
이산離散 79
양철연어 81
백년동안의지각 82
누구없어요? 83
커브스 85
지붕없는창고 86
자폐증후군 87
은보라빛아기사마귀태어나다 88
밥짓는나무 89
피거산避居山돌탑 90
턱 91
판화1950 92
남북적십자회담―이산가족 93
밥 95
철로 97
휴보HUBO의정원 98

해설‘비밀의방’에서‘존재가능’까지김석환 100

출판사 서평

난야난*,난세상의모든엄마
도마위에서지느러미를빳빳하게세운다쏨뱅이목쥐노래미과바닷고기한마리,금방이라도튀어오를기세다촘촘히세운비늘득득긁어내면퍼덕퍼덕튀는놈,커다란접시는차가운동북해,노릇하게구워져서도등뼈를한껏늘린다

난야난,난세상의모든할미
아가,얘이름이임연수란다,이면수라고도하고,새치라고도하지,옛날,옛날,강원도한부자는새치껍데기쌈싸먹다논밭까지팔아먹었다는구나,검은등뼈쭉떼어내고밥숟갈에척올린살점,날아갈듯탱탱하다말놀이에신이난아이눈빛이반짝,할머니최고,할머니최고,엄지를들어보인다

난야난,난세상의모든아이
새치라고요?얘가그럼날아다니겠네요?아이가쏨뱅이눈으로바라본다그럼할머니는여치로시금치나물을만들수있어요?멸치랑가물치랑결혼하면갈치낳아요?나는커서내친구넙치곰치날치다데리고고래잡으러가야지,나는야,할머니의할머니의할머니의후예

*엘리자베스M.토마스의소설『세상의모든딸들』의주인공
---[야난의저녁식탁]전문

시「산희가산희에게쓰는편지」에서상처받은발의주인인‘당신’이아버지임을보여주고있다.화자는가을에섬진강변을달리는완행열차를타고여행을한다.그것은곧“1950년6월”의아버지발을만나러가는시간여행이자“나를잠시내려놔보곤”하며이미있었던또다른‘나’를만나기위한자아탐색의길이다.어릴적부터“맨발의환영”이무의식속에각인되어있었는데누구의발인지모르면서“복숭아뼈에칠해진빨간색”을“등불”이라여긴것이다.그런데그발그림을엄마에게내보이니자신을“처음안아본아버지의발”이라고일러주었다.엄마는아버지가없는“가파를절벽”같은지난한현실속에서도형제들을보살피며살아왔다.이제“우리의등불”이되었던“아버지의아픈발”에대한기억이점점흐릿해지지만아버지께보내드리고싶은것이다.
이처럼화자는아버지의발을떠올리고외롭고힘들게살아온어머니를그리며열차를타고여행을한다.그여행은곧자신의존재의기원인부모를환상함으로써자아를정립하는성찰의과정이다.홍시인은시「비밀의방」에서도비극적가족사의출발지인“낯선여관방”으로되돌아가어머니와아버지와함께머물던“소리도움직임도없는시간”의상황을매우섬세한필치로그리고있다.화자가“박꽃처럼환하던무덤속”같은그방으로“혼자숨어드는”까닭이무엇일까.그것은이념의대립으로전쟁을하고같은민족이남북으로분단된현실에서이산가족으로살아야하는비인간적인환경세계에던져진홍시인의실존론적고뇌때문일것이다.홍시인은부모라는자기존재의기원으로되돌아가불안한자신의존재를세우고어두운현실을초월하여삶의본래성에가까이다가가려한다.또한‘비밀의방’에서환상으로나마다시부모를만나서존재의거울로삼아참된자아를되찾으려는무의식적노력을보여주고있다,

가을이깊어가고있어.섬진강변을달리는완행열차에서너를생각해.저강물여울여울저물어가네.어릴적우리가함께숨어들던크고하얀맨발의환영(幻影),화인처럼무의식속에각인된그림,그때우리는알수없었지.그발이얼마나아픈발이었는지,누구의발인지도모르면서,복숭아뼈에칠해진빨간색을우리는등불이라며따듯해했지.

나마흔살이되던날,품고만있던발그림을엄마에게내보였어.고름처럼차오른,엄마와나의울음주머니를터뜨렸어.엄마는말했지,“그발은환영이아니란다.1950년6월,비가억수같이오는밤,너를처음안아본아버지의발이란다,복숭아뼈에난그상처를네작은손이가만히만져본……무릎에앉아처음이자마지막으로만져본……그래,그발은왼쪽발이었지……”

우리아직다자라기도전,내가너를놓아버렸어,넌참하고싶은말도,가고싶은곳도많은아이였지,엄마는우리형제들을안고가파른절벽을걸었고,나는착한딸이고싶었어.이명으로들리는울음소리따라,이제야길을나선다.

우리의등불이자꾸흐릿해지네,이열차가간이역을들르듯,마음닿는곳에나를잠시내려놔보곤해,낯선사람처럼,기차가멈추면우리스쳐가지나않을지,미안해,사랑해,1년후,또1년후,서로에게조금씩다가와,늦기전에아버지의아픈발을함께보내드릴수있기를……
----[산희가산희에게쓰는편지]전문

흑백필름팽팽히감기는소리이명으로들릴때
항라치마빛불이켜진방문이열린다

소리가차단된낯선여관방,어머니는찢어진누런군복바지의
올을짜고있다아버지의크고하얀맨발이보인다무릎에어린
내가앉아있다곰실곰실복숭아뼈에빨간색을만지는작은손

기억일까상상일까꿈일까소리도움직임도없는시간이낙화(烙畵)
될때,옹알거리는소리와문풍지떨리는소리,자욱한그을음사이
로맴도는환청일까

반공방첩포스터가붙은대문이바람에덜컹거리면,어머니는등잔불
훅불며이불속깊이우리들을묻어버렸다그런밤,나혼자숨어드
는깊은방,

박꽃처럼환하던무덤속
----[비밀의방]전문

홍시인은자신의내면에잠재된무의식적욕망으로독자적인시세계를구축하려한다.그언어의집에는일상을벗어나소외된채밀쳐둔자기의참된욕망을찾고진정한주체가되어창조적인삶을살고자하는시정신이숨어있다.그것은실존론적측면에서볼때일상에몰입하여비본래적인삶을살다가본래적존재로자기를돌려놓으려는노력이다.그리고홍시인은종종‘존재가능’이끝나고완결되는죽음으로미리앞질러가서자기의전체존재를이해하여일상을초월하여새로운삶을시도하려한다.또한어머니또는아버지에대한기억을떠올리고그리움을보여주는시들이많다.특히민족사비극으로아버지가부재하는가운데살던홍시인은자주부재하는아버지를환상한다.그렇게부모를환상하는것은그들이상징하는존재의기원이요최초의거울앞에서자아의정체성을확립하고참된주체로서창조적인삶을살려는욕망때문일것이다.
----홍산희시집,도서출판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