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하며 산다 (이영순 시집)

절하며 산다 (이영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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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영순의 시집 『절하며 산다』. 이 시집은 이영순의 시 작품을 엮은 책이다. 크게 4부로 나뉘어 있으며 책에 담긴 주옥같은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을 시인의 시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

이영순

저자이영순시인은대전에서태어났고,2001년월간{문학세계}로등단했으며,2010년첫시집{길은어디에}를출간했다.‘꿈과두레박동인’회장을역임했고,현재(사)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사)대전문인협회이사,꿈과두레박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이영순시인의두번째시집인{절하며산다}는삶의공포와죽음의공포를극복하고,이세상의삶을찬양하는‘생명사상의개화’라고할수가있다.삶도두렵고죽음도두렵다.절을한다는것은그의이웃들과모든생명체들과태양과달과별들과,물,불,바람,흙에게도경의를표한다는것이며,이세상의삶을찬양한다는것이다.“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날마다,날마다절하며산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부화 12
밀알속으로 14
사랑은 15
그남자를보며 16
그때봄날처럼 17
그입다물라 18
음습한동굴이연못에 20
절하며산다 22
그리움이란 23
성자의말씀 24
겨울자작나무 25
소주병 26
무궁화단심 27
문소리 28
변명 29
불립문자 30
사람의발작 31
조팝꽃필때면 32

2부
징검다리 34
할망단지 35
동짓달의벌금자리꽃 36
땅의눈물 37
밥통 38
빗줄기속의불 39
인연 40
가슴없는여자 41
걸레의분노 42
내마음에게 44
못빼는여자 46
밀가루 47
안수정등 48
장아찌와할머니 49
전등불언저리에서 50
거꾸로선나무 51
고무장갑을버리며 52
공갈빵 54

3부
구름동아줄 58
나비가된꽃봉오리 59
납작한소리 60
눈멀어야사랑이다 61
외발까치를보며 62
사내,길아닌길을낸다 64
파도의길 65
거품 66
누렁잎단상 67
눈사람 68
능금이먹고싶다 69
똑똑한다람쥐 70
뱀에게쓴반성문 71
사랑을모른다면 72
살아간다는것 73
석류꽃 74
석류를먹다가 75

4부
그녀의붉은편지 78
나도무섭다 79
내가무슨짓을 80
뚱딴지처럼 81
뜨끈한마음 82
滿則溢 83
모래성놀이 84
不安이佛眼이될때 86
바람기 88
어느날의대화 89
입술들 90
가을벤치에서 91
달그림자 92
또운다 93
새때문이아니었다 94
새똥의말씀 95
어떤조가弔歌 96

해설불안不安과불안佛眼의
경계를나는한마리나비오홍진 98

출판사 서평

태풍이지난후
서있는나무들부르르떨이를한다

생으로넘어져
시뻘건뿌리하늘로뻗친채
창백한얼굴로흙더미끌어안고
보내오는싸늘한침묵

쭉쭉뻗던가지들,오늘은
어깨를낮춰고개를숙이고
누운나무위에후두둑뿌리는눈물

마르겠지,또내일이면
천지를흔들던바람도잊고
오늘죽어간이웃도잊고

하늘향해손을뻗을나무다
삶에신들린가여운몸짓이다
-살아간다는것전문

태풍에뿌리가뽑힌나무가있다.시뻘건뿌리를하늘로뻗친채쓰러진나무앞에서,하늘을향해쭉쭉가지를뻗던다른나무들이어깨를낮춰고개를숙이고있다.누운나무위로후두둑눈물이떨어진다.더불어생을보낸나무하나가죽음의문턱을넘고있다.창백한어굴로흙더미를끌어안은저나무는지금“싸늘한침묵”에빠져있다.죽는걸기뻐하는존재는없다.때가되어죽는것도아니고태풍에생목숨이뽑혀죽는것이다.당연히죽은나무를향한애도가따를수밖에없다.“태풍이지난후/서있는나무들부르르떨이를한다”라고시인은적고있다.부르르몸을떠는나무는그래도살아남은것이다.살아남은자들이죽어가는나무를위해몸을떨고,눈물을뿌린다.
이시의제목에드러나는대로,시인은이시에서살아가는일에대해묻고있다.죽어가는친구앞에서눈물을흘리는것도살아가는일이다.살아가는일이삶과이어져있는것만은아니라는말이다.누군가는살고,누군가는죽는게살아가는일이다.살아간다는것은한손에는삶을,다른한손에는죽음을쥐고있는것과같다.거센바람에뿌리가뽑힌나무를보고도다른나무는눈물한방울떨구고제자리를지켜야한다.오늘하루는슬프지만내일이면“천지를흔들던바람도잊고/오늘죽어간이웃도잊”어야한다.그래야나무는하늘을향해손을뻗을수있다.산자가가야할길이있고,죽은자가가야할길이있다.산자는하늘로가지를뻗쳐야한다.그것이죽은자를향한최소한의예의이다.
시인은죽은자를애도하는산자들의삶에서“삶에신들린가여운몸짓”을읽어내고있다.살아있는모든존재들은사실가여운생명들이다.언젠가는죽음과대면해야하기때문이다.살아간다는것이죽어가는것의다른이름이라면우리는왜살기위해이토록“가여운몸짓”을해야하는것일까??못빼는여자?에서시인은공사장한편에퍼질러앉아못을빼는여자에게주목하고있다.농을치는사내들틈에섞여그녀는“푸르죽죽한고달픔잠시풀어내고/또못을빼는”일을계속한다.못을빼는게그녀에게는살아가는일이다.못을빼지않으면그녀는그살아가는일마저지속할수없다.살기위해그녀가벌이는“가여운몸짓”은노동하지않으면살수없는사람들의일상=비극과맞닿아있다.죽은자는노동할필요가없다.죽었기때문이다.산자는못빼는여자처럼끊임없이못을빼야한다.살아있기때문이다.

산더미같은해일에
마을이온통쓸리던날

자동차들바람의낙엽처럼몰리고
집채들이휴지처럼꾸겨져부서질때
나무토막에매달려울부짖는소리

그날이후

천지신명님!
굽어살펴주십시오
할머니처럼빌면서산다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날마다,날마다,절하며산다
-?절하며산다?전문

이번에는산더미같은해일이마을을온통쓸어버렸다.자동차들은바람에낙엽처럼내몰렸고,집채들은휴지처럼구겨졌다.나무토막에매달려누군가울부짖는소리가들리기도한다.삶의풍경이아니다.죽음이지배하는풍경이다.인간은만물의주인이아니다.그렇게착각할뿐이다.만물의주인인인간이해일하나에이리뒤흔들릴수는없다.시인은해일이마을을쓸어버린그날이후할머니처럼천지신명에게빌면서산다고고백한다.할머니는두손모아천지신명에게빌고또빌었다.밤이면장독대에정한수를올려놓고천지신명을향해진심어린기도를올렸다.미신이라고말하지말자.지금우리는미신이냐아니냐하는그런문제를따지려는게아니다.천지신명께비는할머니의그마음을우리는어느새잊고살았다는걸말하고싶은것이다.
천지신명은자연이다.인간은자연을정복해야할대상으로생각했다.할머니들의기도를미신으로내몰고과학이라는이름으로자연을잔인하게난도질했다.자연을천지신명으로생각한다면결코할수없는일을우리는너무쉽게저질렀다.자연이라고가만있을수있겠는가?자연의입장에서보면인간은수많은생명들가운데하나일따름이다.자연의한부분인인간이자연전체를파괴하려고한다.산더미같은해일은자연이인간에게내보이는본보기이다.지구곳곳에서펼쳐지는자연재해는자연이더이상인간의손아귀에서놀아나지않을거라는선언과다름없다.말그대로“천지신명님!굽어살펴주십시오”라는간절한기도가필요해졌다.시인은“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라고외친다.“날마다,날마다,절하며산다”라는간절한외침을통해시인은우리가자연앞에서취해야할근본적인태도가무엇인지새삼강조하고있다고하겠다.
?뱀에게쓴반성문?에서시인은인간과자연의관계를되묻고있다.외진샘터에서시인은똬리를틀고있는뱀을만났다.그녀는움칠뒷걸음치다털썩주저앉는다.나뭇잎한장이손에잡힌다.뱀은아무짓도안하고가만히있다.시인이지레놀라넘어져서는나뭇잎한장을집은것이다.“감탄사하나적어놓고”시인은흘낏뱀을바라본다.“그말똥말똥한눈속에/내가고요히갇힌다”.순간시인은생각한다.“소름돋도록징그러운것은/뱀이아니었다”.뱀이징그러운게아니라,그뱀을징그럽게보는시인의마음이징그럽다.뱀은뱀일뿐인데,우리는뱀을항상인간의시선으로본다.시인은뱀에게반성문을쓴다.뱀을뱀으로보지못한미안함을시로표현한다.뱀이라는자연을‘인식하는’인간이성의문제점을이시는정확히보여주고있는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