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맑다 (이복규 시집)

슬픔이 맑다 (이복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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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슬픔이 맑다』에서 시인이 내보이는 슬픔은 대개 시인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슬퍼하는 슬픔이 아니라 이처럼 세상의 고통과 슬픔에 슬픔으로 반응하는 슬픔이다. 세상의 슬픔을 슬퍼할 줄 아는 것. 시인은 우리에게 이러한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세상의 슬픔을 슬퍼하기 위해 먼저 필요한 것은, 세상에 슬픔이 많이 있다는 것을 보고 아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여러 편의 시에서 슬픔을 보라고 말한다. 슬픔이 있다는 것을 보고 알아야 비로소 그것에 슬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이복규

저자이복규시인은경남산청에서태어났고,고려대학교국어교육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했으며.2010년{서정문학}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는{아침신문}이있고,현재거제도에서고등학교국어교사로재직중이다.
이복규시인은그의두번째시집인{슬픔이맑다}에서슬픔을노래하면서동시에슬픔을탐구한다.슬픔의탐구를통해시인은우리가살아가는이곳세계의진상을알아내려하고,삶을살아가는데필요한기술들을배우려한다.슬픔을스승으로모신시인은,슬픔이이심전심으로알려주는지혜의말씀들을받아마음의석판에새긴다.
이복규시집『슬픔이맑다』는슬픔의시집이다.시집에실린61편의시에는‘슬픔’이나‘슬픈’이라는단어가51번이나반복되어나온다.제목과?시인의말?까지포함하면그횟수는56번으로늘어난다.시인이슬픔에얼마나많은관심을지녀왔는지보여주는숫자이다.그런데슬픔에대한시인의이러한관심은서정의차원에만머물지않는다.시인은슬픔을노래하면서동시에슬픔을탐구한다.슬픔의탐구를통해시인은우리가살아가는이곳세계의진상을알아내려하고,삶을살아가는데필요한기술들을배우려한다.슬픔을스승으로모신시인은,슬픔이이심전심으로알려주는지혜의말씀들을받아마음의석판에새긴다.이시집의슬픔관련시들은상당부분그석판의내용을바탕으로한것이다.이것이,그시들이자주서정의노래가아니라교훈을담은잠언적사설의형식을띠는이유이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퇴근 12
우화羽化 13
시詩 15
슬픔이투명하다 16
교통사고 17
아이러니1 19
아이러니2 21
식물인간 22
수업시간 23
무단결석 24
등교 25
슬픔의교과서를읽고싶다 26
새옹지마塞翁之馬 27
가을하늘 28
나는자주운다 29

2부
퇴근무렵 32
주고받다주고받다 33
등돌리다 34
밥그릇에대한예의 35
외할아버지 36
외할머니 38
주말부부의추억 39
황학동벼룩시장 44
아홉개의닫힌문과달 45
세상을아름답게하는것 47
문득 48
각방角房 49
은어銀魚 50
교통사고2 52
출근 54

3부
청량리풍경 56
눈내리는날 58
마태복음18장3절 59
나무안바람 60
청계천전태일다리 61
몽고반점 62
상처를만든다 63
시詩2 65
삭발 66
2cm 67
후유장애 69
우리에게슬픔이필요한거죠 71
무덤이무덤에게 73
추억이운다 74

4부
벽을긁다 76
새벽3시 78
거가대교에서 79
2017년4월12일 80
‘하나’님 82
거지가되는법 84
2000014년봄 85
세월호 86
명明 88
이쁜내새끼 89
살인교사敎唆 90
숟가락 92
낮잠 94
슬픔바라보다 95
나는매일사라진다 96
교사의기도 98
해설슬퍼할줄아는마음홍기정 102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에서시인은『성경』의「마태복음」에나오는<애통하는자는복이있나니,그들이위로를받을것임이요>라는예수의말씀을옮긴다.이말씀은이생에서의불행이천상에서의축복이되는종교적위로의역설을보여준다.이러한믿음에따르면,불행한사람은불행하다는그이유만으로신으로부터위로를받는특별한행운의자격을얻는다.그러므로지금의불행은나쁘기만한것이아니라나중을위하여서는오히려좋은것이되기도한다.
그런데「마태복음」의이말씀에대해서조금다른해석을시도해볼수도있다.<애통하는자>는슬퍼하는자곧슬픈일에슬픔으로반응하는자이다.인간세상에는늘슬픈일들이존재한다.그슬픈일들에대하여정직하게슬픔의감정을느끼고,그감정에머리와몸을따르게하여반응하는자.예수가복이있다고말한<애통하는자>는이러한의미에서슬퍼할줄아는사람을의미하는것일수있다.그는예수와마찬가지로커다란연민을가지고세상을살아가는사람이다.
슬퍼하는것은감정의일중에서도고되고힘든일이다.세상을위하여슬퍼하는것은더욱그러할것이다.이것이그가신으로부터특별히위로받을자격을얻는이유이다.그는세상을위하여슬퍼함으로써마음이고난을겪는것을감내하는사람이다.세상누구도그의마음속고통을알지못하지만,신은그것을알아보고사람들사이에서고독과외로움속에더욱더커나간그의아픔을감싸고어루만진다.세상을위해슬퍼하는것을소명으로여겨이에충실한그는,오직신에게서만어떠한인간에게서도받지못한깊은위로를얻는다.그위로는자유와합일의감정을수반하는완전한은총의위로이다.
『슬픔이맑다』에서시인이내보이는슬픔은대개시인자신의고통과슬픔을슬퍼하는슬픔이아니라이처럼세상의고통과슬픔에슬픔으로반응하는슬픔이다.세상의슬픔을슬퍼할줄아는것.시인은우리에게이러한능력이필요하다고말한다.그런데세상의슬픔을슬퍼하기위해먼저필요한것은,세상에슬픔이많이있다는것을보고아는것이다.그리하여시인은여러편의시에서슬픔을보라고말한다.슬픔이있다는것을보고알아야비로소그것에슬퍼할수있기때문이다.

세상은우리가모르는슬픔이가득하다
우리가배우는교과서에는눈물이없다
가령‘참매미는6년간땅속에서유충으로살다가
성충이되어탈피를거쳐약14일을생존한다’이다
어둠속에서의기다림이라든가
죽음으로부터의공포
희망에대한설렘

기다림에대한눈물이없다
아이들의매미채에단몇초만에
모든삶이덮여지는백과사전처럼,
매미의눈물을기억해라아이들아!
깊은어둠에비해너무도짧은빛들에대한열망
그것이소리가되었단다

우화되기전어둠속에묻혀버린
날개없는애벌레들의꿈앞에
슬픔을위해눈물흘리며
종을울렸던권정생을생각한다

우리가모르는슬픔이세상에가득하다
눈빛을깊고부드럽고그윽하게슬픔을향하여
응시하라
사물에깃든깊은슬픔들이우리에게
지혜를줄것이다
우리는결코슬픔의바다에빠지지않고
퇴화된날개를펴서유유히
슬픔의바다를건넌다

오늘도슬픔이맑다
-「우화羽化」전문

「우화(羽化)」에서시인은우리에게슬픔을응시하라고말하면서,그리하면슬픔이우리에게지혜를가져다줄것이라고말한다.시인이말하는지혜는일차적으로,우리가슬픔을두려워하지않고바라보게되면슬픔이그렇게두려운것이아님을깨닫게되고,그리하여슬픔을이겨낼힘을얻을수있게된다는의미로이해된다.슬픔을제대로보게되면슬픔이세상에가득하다는것을알수있게도되는데,그러한앎역시도슬픔을이겨내는데도움이된다.슬픔이세상에흔한것이라면,나에게찾아온슬픔은흔한것중의하나일뿐이므로,그야말로대수롭지않은것으로여길수있기때문이다.
그러나좀더깊은의미에서,슬픔이가져다주는지혜는슬픔을이겨낼수있게도와주는지혜일뿐만아니라,우리를더나은사람으로만들어주는지혜이기도하다.왜냐하면그지혜가우리를슬퍼할줄아는사람으로만들어주기때문이다.세상의슬픔에슬픔으로반응하는것은,우리를인간적으로만들어주는고귀한마음의하나이다.맹자가그것을‘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부르고인간의네가지본래적인마음의하나로간주하였듯,그것은인간을인간답게만들어주는큰지혜의하나이다.
시인은오늘날우리가그러한슬퍼하는마음을잃어버렸다고말한다.시인이말하는<퇴화된날개>란마음이가진슬퍼하는능력을말한다.그마음의날개가있어야,우리는인간다움의영역으로날아오를수있다.시인은그날개를회복하라는뜻에서,우리에게슬픔을보라고말한다.슬픔을봄으로써슬퍼하게되고,그럼으로써본래적인슬퍼하는마음을회복할수있게되기때문이다.따라서슬픔을보는것은슬픔의지혜를얻는시작점이된다.

이시집의제목이기도한[슬픔이맑다]는‘슬픔이많다’는의미와‘슬픔이지혜롭다’는두가지의미를동시에갖는다.‘맑다’가‘많다’로이해되는것은두단어의발음과생김새상의유사성에서비롯되는것이고,‘맑다’가‘지혜롭다’로이해되는것은두단어의의미맥락상의유사성에서비롯되는것이다.세상의슬픔을보고세상에슬픔이많다는것을아는것으로부터,우리는슬퍼하는본래의마음을회복할수있다.시인은그렇게기대한다.

뇌가마음대로
명령할수없는
장기가심장입니다

온몸이잠들어있지만
쉬라고해도
멈추라해도
박동을멈추지않고
살아있는사람

오로지당신만을위해
살아있는식물
인간

꽃처럼키우는
아내가있다
---[식물인간]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