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쇠를 당기는 아침 (박은주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방아쇠를 당기는 아침 (박은주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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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은주 시인의 [방아쇠를 당기는 아침]은 임전무퇴의 소산이며, 제일급의 저격수의 작품이라고 할 수가 있다. 방아쇠는 총알을 장전하고 총알을 쏠 수 있는 장치이며, 따라서 방아쇠를 당긴다는 것은 누군가를 향하여 무차별적으로 총을 쏜다는 것을 뜻한다. 총을 쏜다는 것은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것이며, 타인의 생명을 빼앗지 않으면 내가 살해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뜻한다. 총을 쏘고 총을 맞는다는 것, 비로 이것이 생존경쟁의 진면목이며, 모든 생존경쟁은‘제로 섬 게임’이라고 할 수가 있다. [방아쇠를 당기는 아침]은 임전무퇴의 아침이며, 그만큼 살기가 가득차고 피가 튀는 저격수의 아침이라고 할 수가 있다.
“아침 여섯시/ 낯익은 탄환이 장전된다”는 것은 그가 출근 준비를 한다는 것을 뜻하고,“어제와 같은 과녁을 향해 총구가 세워”진다는 것은 어제와 똑같은 일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용수철 따라 화약을 토하는 눈알”은 용수철의 힘에 따라서 화약을 터뜨려야 한다는 것을 뜻하고,“침대 아래 구겨진 그림자가/ 발바닥까지 기어 나오면/ 비로소 사람처럼 일어선다”는 것은 나는 나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나는 출근하기 싫고 그 어떤 싸움도 싫어하지만, 그러나 나는 타인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타인의 명령에 복종하는 사람이며, 타인의 명령에 따라서 방아쇠를 당기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나의 주인이 되고 싶지만, 그러나 그림자는 그 주인이 되고 싶은 나를 감시한다. 나는 내 속의 타자, 즉, 그림자를 한 방에 쏘아죽이고 싶지만, 그러나 내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는 상상”만으로 그 살해욕망을 잠 재운다. 왜냐하면 내가 내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는 상상의 시간은“밑바닥에 깔린 온기를 긁어모아/ 이를 악물고/ 이제 내게 복수해야 할 시간/ 태어난 죄를 묻고/ 너의 거짓말을 믿은 죄를 심판”하고 싶은 시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주인이 되고, 내가 나의 일을 통하여 그 모든 것을 다스리고 싶었지만, 그러나 그 꿈의 실현은 영원히 가능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나는 타자, 즉, 악마에게 나의 영혼을 팔았고, 그 영혼을 팔아버린 댓가로 저격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거짓말로 숨쉬고, 거짓말로 밥을 먹는다. 이 후회와 자책감이 “이를 악물고/ 이제 내게 복수해야 할 시간/ 태어난 죄를 묻고/ 너의 거짓말을 믿은 죄를 심판”하려고 하지만, 그러나 어느덧 출근시간이 되면 곱디 곱게 단장을 하고, 내가 나의 주인이 되고 싶은 욕망과 타자의 노예가 된 나를 살해하고 싶은 욕망을 잠 재우고 일터로 나가게 된다.

방아쇠를 당기는 아침이다. 나도 총을 쏘고, 너도 총을 쏜다.
모든 일터는 전장이며, 우리는 모두가 다같이 저격수의 삶을 살아간다.
나는 총을 쏘는 사수이면서도 총알을 맞은 희생자이기도 한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싸움은 밥그릇 싸움이고, 이 밥그릇 싸움에서 총성이 울려퍼지고 시체가 즐비하게 된다. 밥그릇의 권력, 밥그릇의 명예, 밥그릇의 돈, 밥그릇의 육탄전, 밥그릇의 핵전쟁, 밥그릇의 논쟁, 밥그릇의 발차기, 밥그릇의 배신, 밥그릇의 안면몰수, 밥그릇의 십자가, 밥그릇의 고문, 밥그릇의 전쟁, 밥그릇의 살인, 밥그릇의 음모, 밥그릇의 사랑, 밥그릇의 자비----. 요컨대 밥그릇은 밤하늘의 별보다도 더 많고, 밥그릇은 그 어떤 우주보다도 더 많은 생명들을 품어 기른다.

밥그릇이 방아쇠를 당기게 하고, 방아쇠가 밥그릇을 사수하게 만든다.
저자

박은주

저자박은주
충남당진에서태어났다.2016년애지신인문학상에당선되면서작품발표를시작했다.한남대학교사회문화대학원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
총을쏘고총을맞는다는것,비로이것이생존경쟁의진면목이며,모든생존경쟁은‘제로섬게임’이라고할수가있다.박은주시인의첫시집{방아쇠를당기는아침}은임전무퇴의아침이며,그만큼살기가가득차고피가튀는저격수의아침이라고할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오늘도물오른연기를펼친다
신데렐라의티타임 12
AM08:52 13
영화찍는사회 14
피규어랜드 16
개다래나무 18
주사위게임 19
영정影幀 20
범죄의현장 22
버려진주문 24
별똥숲 26
먼지다듬이는책을읽지않는다 28
지나가는비 29
새벽산책 30
꽃다발 32
숙취 34
저녁시장에서온자화상 35
모퉁이중고책방 36
노하우 38

2부비우지못한말이주머니에달라붙는다
커티삭號 40
환승지 42
얼굴을기다리며 43
오아시스는나그네를기다린다 44
베려하는마음 45
톱밥은어떻게밥이되는가 46
부적 47
야식동물 48
인어공주 50
하이테크빌딩복도에서 52
성냥팔이모녀의새벽커피 53
종이문패 54
규화목 55
갈라테이아의소원 56
기념식수 57
바다를옮기는사람 58
희망봉 59

3부언젠가라는시간은오지않고
암호명얼룩고양이 62
실향민 64
배웅 65
마리오네트 66
널죽이고싶어 67
액자속풍뎅이 68
제멋대로흐르는시간 69
목요일오후의대청소 70
현기증 71
하트의귀향 72
갯벌 74
날파리증 75
말풍선의이동경로 76
운석 77
장승 78
살마키스 80
블랙홀의미스터리 82
동백숲 83
얼룩무늬사과 84

4부아직태어나지않은네가되고있어
그루잠 86
夢鏡 87
모의법정 88
방아쇠를당기는아침 90
잡어의이름값 91
종합시험 92
날개의가치 93
친절한불면증 94
거품대륙 96
물방울무늬의방문 98
지수리여울 100
배경이되다 102
비무장지대 104
지붕에서보는별은젖어있다 106
만찬 107
폐경 108
피터팬의상식 109
유목인 110
대왕고래의영가靈歌 111

해설삶을견디는마약,시길상호 114

출판사 서평

네버랜드에는규칙이있어요/규칙을어긴사람은피터팬이처리하죠,소리없이//볼펜과계산기를지나/이름보다숫자가가까워지면/망막에잉크를칠하고문밖을상상하지않아요/지키지않을약속에손가락걸고/가짜이름에도설탕가루뿌리며/서랍마다자물쇠를채우죠//저녁마다가슴에불지르지만한번도라이터를켜지못해요/악어가아니면서악어인척/의자에붙어속임수를재단하는취미가생겼다면/규칙을어긴거예요//안개가깊숙이차오르는새벽/흉터뿐인거울을들여다보며/나는피터팬을기다려요
---[피터팬의상식]전문

네버랜드는볼펜과계산기를지나존재한다.볼펜으로는네버랜드를적어야하고,계산기로는네버랜드에다가갈수있는공식을두들겨보아야한다.불펜으로네버랜드를적고네버랜드에다가갈수있는공식을계산기로두들겨보면네버랜드는이름보다숫자에가까워진다.따라서이름보다숫자에가까워진네버랜드는거의100%의믿음이라는확률로다가오게되고,바로이때쯤이면그이상의신봉자들은망막에잉크를칠하고그이상밖을상상조차도해보지않게된다.예수를위해살고예수를위해죽는다는광신도들의무리들처럼,“지키지않을약속에손가락걸고/가짜이름에도설탕가루뿌리며/서랍마다자물쇠를”채운다.모두가다같이자유롭고모두가다같이행복하다는네버랜드는하나의신기루이고말장난에불과하지만,그러나그상징조작에현혹된자들에게는그얼마나달콤한설탕과도같은이상낙원이란말인가?믿음은보이지않는것의구체적인증거이자그실체이기때문에,모두가다같이자기자신의믿음에대한자물쇠를채우게된다.
만인의평등과만인의행복----.그러나이이상낙원의세계는단한번도존재한적도없고,어느누구도가본적이없다.“저녁마다가슴에불지르지만한번도라이터를켜지못해요”라는시구는그믿음에대한회의가생겼지만,그러나그믿음을버릴수가없다는것을뜻한다.왜냐하면그믿음을버리는순간광신도로서의자기자신의생애와존재의정당성을확보할수가없기때문이다.“악어가아니면서악어인척/의자에붙어속임수를재단하는취미가생겼다면/규칙을어긴거예요”라는시구는네버랜드라는상징을물어뜯고그상징조작자들을처형하고싶지만,그럴수가없다는것을뜻하고,오히려,거꾸로피터팬과도같은상징조작자들의권력앞에서복종을하게되었다는것을뜻한다.
상징은설탕과도같이달콤하고,상징조작에는무서운피비린내가배어있다.피터팬의네버랜드는피터팬이있기때문에행복하고,또한피터팬의네버랜드는피터팬이있기때문에,자기가자기자신의음모를고발하는복종의자유를누리게된다.
예수도,부처도존재하지않는다.천국도,극락도존재하지않는다.피터팬도,네버랜드도존재하지않는다.다만,최고급의문화적영웅들이자기자신의존재와그통치술의정당성을합리화시키기위한상징의세계만이존재한다.
상징은환영이며마약이고,이상징에대한믿음이생겨나면누구나다같이광신도가되어버린다.
피터팬,피터팬,상징조작자----.피터팬,피터팬,머리에서발끝까지사기꾼의피가흐르는상징조작자----.
오오,우리들의가짜영웅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