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림시인은1956년경북청도에서출생했으며1993년『현대시』로등단했다.서울대국문과및동대학원박사과정을졸업했다.시집으로『이서국으로들어가다』,『유토피아없이사는법』,『세상의가시를더듬다』,『구멍』,『버들치』,『물금』등이있고,시론집으로『말의혀』가있다.클릭학술문화상,애지문학상을수상하고,현재서울과학기술대학교교수로재직중이다.
눈물은둥글다하고,눈물처럼썩지않는것이말이라는놀라운발견이시집곳곳에서넘쳐난다.말들이아프게깨어나는시집이다.시편들을읽는내내,바위가금이갈때까지계란같은말을던져보는그는천상시인이란생각이든다.세상물정모르는숙맥같은시인이지만그의영혼속에새겨진말들은우리들의옷깃을여미게한다.
그의시에는진실을말하고도버림받은자의비애(「붉은비애」)가붉게녹슬어있고그의말에는수많은못들이박혀있다.굳은살박인그의시편들로마음이물구나무서는것같고몸집보다더큰눈물집(「아내의눈물」)을보는것같다.그래서고난의총량은마음의완전성과비례한다고했을것이다.
시인은빈하늘과새털구름과바람과별과시를,너무높아서돈으로살수없는것들을자신의재산(「시인의재산」)이라말한다.나는이말이황금의웃음처럼아름답게들리리라믿는다.시의현미경과망원경을갖지않은시인은없을테지만최서림처럼‘時,視,詩’의삼중주를갖춘이도많지는않을것이다.
‘다름속의같음’과‘같음속의다름’이보이는시의향기에마음이먼저젖는다.삶은참으로어려운데오늘은지킬것이자존심하나뿐인(「아카시아」)그의시곁에서마르지않는사랑처럼우리들의마음과마음이길게이어질것이다.내안의죽은말들이살아날때까지.
─천양희,시인
최서림시인은이상낙원을꿈꾸는순수의시인이며,서정시인이다.그는순수해서불온하고,불온해서순수한서정시인이라고할수가있다.순수는[아청鴉靑빛시간]이나[시인의재산]에서처럼티없이맑고아름다운자연과무소유를지향하고,불온은그의비판철학의힘으로[카프카적]이라는연작시들을낳는다.누구도차지할없는빈하늘도내것이고,아무도탐내지않는새털구름도내것이다.하늘과바람과별과시도내것이고,너무높아서돈으로따질수없는것들,돈으로살수없는것들도다내것이다([시인의재산]).
淸道라는아청빛시간에푹젖었다왔다
시인인나를부러워하는,나보다더시인다운농부를만났다
소들이랑한식구처럼살고있었다소를닮아눈망울에
초겨울저녁검푸른물빛하늘이출렁출렁담겨있었다
마들이라는두꺼운시간속에아청빛시인이살고있다
간판들이켜질무렵얽매이지않는말이되어돌아다니고있다
도봉산겨울능선위저녁하늘빛이
노시인의눈에흘러내릴듯가득차있다
광주진월동에는이른새벽부터푸른저녁까지
편백나무로시를짜는목공이있다
총알이스친다리처럼시리지만
옷깃을여미게하는묘한빛깔의시간속으로빠져들고있다
말에찔리고베여갈라터진이땅어디에서도
붕대같은저녁이찾아오듯이
시의순간만큼짧은아청빛시간이왔다간다
----[아청(鴉靑)빛시간]전문
시인인나보다도더시인다운농부,소를닮은눈망울로소들이랑한식구처럼살고있는농부,마들이라는두꺼운시간속에서아청빛으로살고있는시인,광주진월동에서이른새벽부터푸른저녁까지편백나무로시를짜는목공,총알이스친다리처럼시리지만붕대같은저녁이찾아오는시간은순수의시간이며,행복의시간이라고할수가있다.아청빛시간은무소유의시간이고,더없이충만한시인의시간이다.
이러한아청빛시간은누구도차지할없는빈하늘도내것이고,아무도탐내지않는새털구름도내것이다.하늘과바람과별과시도내것이고,너무높아서돈으로따질수없는것들,돈으로살수없는것들도다내것이다.
누구도차지할수없는빈하늘은내것이다.
아무도탐내지않는새털구름도내것이다.
동주의하늘과바람과별과시도내것이다.
너무높아서돈으로따질수없는것들,
돈으로살수없는것들은다내것이다.
----최서림시집,[시인의재산]전문
이에반하여,[카프카적]의시간은빙하기의시간이며,연애도머리로하는얼음의인간들의시간이다.얼음의인간들은옆방에서시체썩는냄새도맡을줄을모르고,외마디신음소리도들을줄을모른다.돈위에다가집을짓고,돈이끼를뜯어먹고산다.흙보다땅을더좋아하고,한자리에서같은언어로말하는데도다른방언으로들린다.소화도흡수도안되는비닐같은말을하고,그들의말은귀로들어왔다가항문으로빠져나가버린다.
최서림시인이가장좋아하는시인중의한사람은프란츠카프카이며,이카프카적시간은순수의세계,즉,그의이상낙원으로가기위한비판철학의시간이라고할수가있다.그는돈보다는땅을,땅보다는흙을더사랑하는동키호테이며,자본주의라는빙벽에다가서정시라는말폭판을던지는레지스탕스라고할수가있다.
이땅에신빙하기가시작된지백년이넘었다.사람과사람사이의빙벽,핸드폰으로도뚫고들어갈수가없다.연애도머리로하는얼음인간들은옆방에서시체썩는냄새조차맡을줄모른다.외마디신음소리조차들을줄모른다.빙하기에도살아남은벌레인간들은돈위에다집을짓고돈이파리를뜯어먹고산다.흙보다땅을더좋아하는신인류,한자리에서같은언어로말하는데서로다른방언으로들린다.알아들으려고도않는다.소화도흡수도안되는비닐같은말,그들의말은귀로들어왔다가곧바로항문으로빠져나가버린다.
아직도돈보다땅을,땅보다흙을더사랑하는인간들이있다.
로시난테를타고빙벽을향해돌진해보는자들이있다.
빙벽에다말폭탄을던져보는레지스탕스들이있다.
말이곧장미가되고돌고래가되던때를꿈꾸는족속들이있다.
----[카프카적-시인]전문
그런데부정적인현실에대해불온하니까역설적으로순수하다할수있다.참으로새로운화해를이루어내기위해선이부정적인현실과의불화가선행되어야한다.너무쉽게화해,동질성에이르러버리면비판적사유는죽는다.살아있는모든것이고통스러운데,가상의아름다움만노래한다는것은기만일수있기때문이다.
패배한자들의중얼거리는침묵으로가득찬,버려진역사의밑바닥까지내려가는새로운서정,그것은순수하기때문에참여적일수가있는것이다.어찌자본의논리에충실한자들이돈도안되는그곳으로내려가겠는가.무모한시인들이나모험을할수있는세계인것이다.사실서정은순수하다.그래서불온할수밖에없다.소월같이,영랑같이,그리고육사와동주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