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Lakes (김문성 시집)

Twin Lakes (김문성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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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추위가 한풀 꺾였다지만/ 바람이 시리다// 길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맞댄 호수는/ 주고받는 대꾸가 쌀쌀하다/ 앰한 토씨가 거슬려서/ 말을 잇지 못하고/ 수면이 할퀸 물비늘은/ 해석이 분분하다// 이파리 벗은 나무들 멀리/ 새소리가 차고/ 계절이 제 이름을 잊었는데/ 움츠린 두 호수 사잇길에/ 바람이 주춤거린다
----[Twin Lakes] 전문

김문성 시인의 [Twin Lakes]는 이방인의 한이 ‘사잇길의 시학’으로 승화되어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추위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지만, 바람은 여전히 차고, 얼굴을 맞댄 호수는 주고 받는 말들이 여전히 쌀쌀하기만 하다. 바람이 여전히 차다는 것은 이주민을 둘러싼 세계의 기운이 되고, 두 호수간의 주고 받는 말들이 여전히 쌀쌀하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불화의 관계라는 것을 뜻한다. 그 이유는 “앰한 토씨” 때문이고, 이 “앰한 토씨” 때문에, “수면이 할퀸 물비늘”이라는 시구에서처럼, 서로가 서로의 멱살을 움켜잡고 한바탕 싸움을 했던 것처럼 보인다. “앰한”이라는 말은 ‘애먼’이라는 말의 시적 변용일 것이고, 전혀 뜻밖에 일의 사태가 꼬여버린 것을 말한다. 이때에 그 싸움의 원인인 ‘토씨’는 다른 말들과의 문법적 관계를 도와주는 품사가 아니라, 서로간의 싸움의 원인을 제공해주었던 불화의 원인에 지나지 않는다.
김문성 시인의 ‘사잇길 시학’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앰한 토씨’이고, 이 ‘앰한 토씨’가 이방인으로서의 그의 운명을 결정해버린다. 두 개의 호수 중, 하나는 미국적일 수도 있고, 다른 하나는 한국적일 수도 있다. 또한, 두 개의 호수 중, 하나는 그의 자아일 수도 있고, 다른 하나는 그의 또다른 자아일 수도 있다. 미국인은 그에게 “여기는 미국이야. 미국에서 살려면 모든 한국적인 가치관을 버려야 돼”라고 말하고, 한국인은 “미국인과 한국인은 다같은 사람이야. 미국의 가치 못지 않게 한국적 가치도 소중하고, 당신들도 한국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돼”라고 말한다. 하나의 자아는 “너의 자존심 따위는 버려야 해. 자존심 따위를 버리면 모든 일이 다 잘 되게 되어 있어”라고 말하고, 또다른 자아는 “하늘이 무너져도 나의 자존심은 버릴 수가 없어. 나는 나 자신만의 길을 가야 돼”라고 말한다. 전자의 싸움은 문명과 문화의 충돌이 되고, 후자의 싸움은 자아와 자아의 싸움이 된다. 애먼 토씨는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 사소한 문제가 일종의 ‘나비효과’처럼, 세계적인 사건으로 변모된다. 애먼 토씨 문제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고, 세계적인 사건이고, 따라서 두 개의 호수는 영원히 화해할 수 없는 원수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