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수족관 (이희은 시집)

밤의 수족관 (이희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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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감추어졌던 빛이 드러났다// 나는 부력이 사라진 옥상에 걸터앉아/ 손가락 끝으로 불빛을 이어갔다// 빌딩 끝에서 시작하여 가로수 길을 이어가다가 요양병원에서 꺾어 천변 도로를지나 골목으로 들어섰더니// 물고기 한 마리 물살 위로 떠올랐다// 꼬리지느러미가 잘린, 토르소를 닮은, 애초부터 어둠이었던 것처럼 눈이 퇴화한, 비늘에 십자가의 낙인이 찍힌,// 휘어진 몸으로 수초에 걸려/ 아가미엔 늘 모래가 서걱거렸을 물고기// 짧은 순간, 수면 속에서 솟구쳐 올라와/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자신의 별자리를 찾아 떠나갔다
----[밤의 수족관] 전문

화석이 된 일기를 꺼냈다// 부장품으로 구석에 있던// 서랍을 닫을 때 밀어 넣었던 글자들/ 조각 그림처럼 맞추어 보았다// 뒤집힌 주머니 같은, 찢어진 지폐 같은, 짝 잃은 장갑 같은,// 당신 일기 속, 내 이름을 불러보았다/ 굳어버린 어제가 떨어져 내렸다// 아무에게도 손 내밀지 못했던 글자들/ 이제야 내게 왔다// 일기를 이어 써야 할 시간이다
---[서랍 무덤] 전문

붉은 물고기들 지느러미 흔들며 벽 속을 떠돌고, 웅크린 주택의 창문 불빛도 꽃잎처럼 떨어진다, 단풍나무 마른 이파리 몇 개 축축한 바람이 슬몃슬몃 핥으며 지나가면, 집 나간 엄마의 얼굴에는 이끼가 자라나고, 길고양이 한 마리 다리 절뚝이며 구름을 밟고 다닌다 하늘 한쪽엔 해먹 같은 초승달 떠 있지만, 눈코 없는 졸라맨은 민들레 대궁을 꺾어 들고 씨앗처럼 날아갈 준비를 한다, 알코올 클리닉에 다녀온 아빠는 벽 속에서도 아직 비틀비틀, 해님 그리려는 순간 분필이 뚝, 부러진다, 그림들은 점점 시들어 짙어진 어둠과 함께 아이의 눈 속으로 빨려들고, 아이의 눈동자가 파문을 일으킨다, 바닥에 뒹구는 분필로는 이제 별 하나 그려 넣을 수 없다
― 『골목을 그리는 아이』 전문
저자

이희은

저자이희은
충북청원에서태어났고,2014년{애지}로등단했다.『밤의수족관』은그의첫시집이며,한여성시인의내면의감성과시적성찰로쓴일기라고할수가있다.
오래된서랍무덤속에서이미화석이되어버린일기를꺼내고통스럽지만잃어버린자기모습을찾아다시일기를이어쓰면서자신과의화해를이루고자하는소망을나타내주고있다.
‘밤의수족관’이라는무의식상태에서바라본자신의모습또한일그러진물고기모습이라도그것이진정한자신의모습이고,그모습그대로를껴안으면별자리로승화되어세상을바라보는새로운지표가될것이라고꿈을꾸고있다.
시집『밤의수족관』은어린시절의무의식적소망을표현하는어느추운밤의길고긴꿈에대한기록이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손금 12
사막을짓는여자 13
월식 14
팽팽한저녁 15
손바닥을읽다 16
헐렁한등고선 17
구름과거품 18
한방울사람 20
단조가번지는방안 21
문밖에서뒤돌아보네 22
짜다만나비 24
물속의돌 25
그늘도마른 26
고양이문신 27
발톱속의달 28

2부
꽃잎의통화 32
한밤중빨래를널면 33
한가닥비를나눠먹었네 34
장미가취했다 35
바다를준비하세요 36
장미의방 38
달콤한브런치 40
창백 41
직지사는없다 42
달의파문 43
얼룩의얼굴 44
빗방울은사라지고 45
기시감 46
건너편의오후 48
알알이새기다 49

3부
옷장 52
위험한휴전 53
접시돌리기 54
비가읽는책 56
건조소녀 58
청춘─어느저문바닷가에서 59
애도 60
진맥 62
늙지않는여자 64
검은목구멍 65
굳어진말 66
정전 67
별빛화병 68
질문 69
다시클리닉 70

4부
화장花葬 72
밤의수족관 73
종이컵이하는말 74
요절 75
들판가득 76
일회용 77
말풍선 78
골목을그리는아이 80
가지치기 81
돌을쌓다 82
달빛무도회 83
모로누우면 84
서랍무덤 85
그림자를심다 86
오카리나부는여자 87

해설어미없는물고기들의질문ㆍ박성준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