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흘리다 (권혁재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안경을 흘리다 (권혁재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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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에서의 사고로 손가락을 잃은 ‘시레세나’에 대한 서사는 서정시의 본질 안에서, 이주 노동자의 현실이 보여주는 비극적 인식과 전망의 부재를, 인고해야 하는 비애를 안고 있다. 마치 1980년대 박노해의 「손무덤」과 같은 이러한 정서가 마냥 새롭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쟁점과 문제의 핵심은 그 너머에 있다. 시인은 서정시의 본질을 정서의 생생한 현실감에 두고 있는 듯 하다. 정서의 현실감은 ‘시레세나’의 한국 삶에 대한 압축적 제시에서 시작해 시골집을 찾아가는 “눈에 익은 길”에서 “몇 번이나 발을 헛”딛는 모습을 통해 극에 달한다.

문학의 다양한 장르 중에서 특히 시는 정서 혹은 감정의 표현과 밀착된 양식이다. 따라서 시의 국면에서 서정적 요소와 서사적 요소는 그저 정도의 차이이고 이 둘은 늘 삼투현상을 빚게 마련이다. 시인은 이때 무모하고 과장된 서정주의를 경계하면서도 ‘재현’보다는 오히려 ‘반영’에 무게 중심을 두게 된다. 시인은 ‘시레세나’의 삶과 그 아내의 마음에 스며들어 ‘시레세나’에 대한 특수성을 통해 형상화된 이주노동자의 보편적 현실을 드러낸다. 그에게 ‘시레세나’라는 시적 인물은 시인의 창의력이 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고, 시인의 절대적 영향권에 있는 특별한 개인이지만, 이는 일종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참으로 어둡고 긴 밤길이었다”는 마지막 시행은 시적 주체의 진실성이 진정한 삶과 긴밀히 관련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어둡고 긴 밤길’이 손가락 잘리고, 온몸에 화상을 입고 스리랑카로 돌아간 ‘시레세나’만의 길이었겠나. 시인은 내면 세계를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풍경을 매개로 한 비유적으로 표현에 주력하면서 사회현실의 문제에 순하면서도 강렬한 대응을 시도한다.
저자

권혁재

저자권혁재
경기도평택에서태어났고,2004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등단했다.시집으로는{투명인간},{잠의나이테},{아침이오기전에},{귀족노동자},{고흐의사람들}이있고,2009년‘단국대학교문학상’을수상했다.권혁재시인의여섯번째시집인{안경을흘리다}는‘이백만이주노동자들’에게바친시집이며,인간의실존적의관점에서이주노동자의삶을서정적풍경과능숙하게결합시키고있다.티앤이흘리고간보랏빛안경,이안경은노동력착취와성적착취와함께,이주노동자의미래를착취한범죄의증거라고할수가있다.{안경을흘리다}는‘이백만이주노동자도인간이다’라는권혁재시인의너무나도인간적인양심의소리라고할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흐엉1 12
흐엉2 13
풍등風燈1 14
풍등風燈2 16
치앙마이의달 17
파이어하우스 19
귀향1 20
귀향2 21
소금쟁이 22
워킹홀리데이 24
신례원 25
키아마의고래 26
보령여자 27
청진여자 28
복무원동무 29
타이누들하우스에서 30
물끄러미 31
하노이의순대국밥집 33
수난이대 35
율리아는없다 37
불심검문 38
농카이에서오다 39
파라마타 40
물양귀비 41

2부
우체국의새1 44
우체국의새2 46
눈물이떠나갔다 47
공기는차갑다 49
화살무덤 51
국화도菊花島에서국화도菊花圖를보다 52
어쩌다 54
나나피신기 56
루카가되다 58
저비스베이의능소화 59
다낭의목마 60
도라지꽃 61
타인의미로1 62
타인의미로2 63
나이키처럼 65
올리체류기 66
게스트하우스 67
간도間島1 68
간도間島2 70
팽목항풍경風磬 71
거진다방 72
통리재 73
지문 74

3부
안경을흘리다 76
줌아웃 78
부재중 79
오늘도, 80
블랙스완 81
바닷가세관 83
부석사다원에앉아 84
한톨의쌀들 85
마지막때밀이 87
하버브리지를걸으며 88
미아같은너에게 89
나무의날개 90
노크도없이 92
첫, 93
맷돌포에서울다 94
평택여자 96
간월도 98
마지막가이드 99
애월, 100
카페고흐 101
달의집 102
때늦은유산 103
산골散骨 105
환절통 107

해설ㆍ서정의순수한의무ㆍ김병호110

출판사 서평

주머니를털어꺼낸/
뚜이의구겨진삼만동/착한한국사장님,/국밥한그릇주세요/겁먹은표정으로말하는/뚜이의목소리에서/물소의울음소리가들린다/애야,육만동이더있어야/국밥한그릇값이된단다/착한사장님,그래도/국밥한그릇만주세요/돈벌러한국갔다/프레스에손목이잘리고/돌아온아버지가/저래도한국,음식이좋은지/순대국밥을찾아요/순댓국을먹으면아버지의손목이/한국을용서해준만큼/어쩌면조금씩돋아날지도몰라요/착한사장님,여북하면아버지가//손목을자른한국을잊지못하고/순댓국이먹고싶다하겠어요/뚜이의애틋한눈망울속으로/순댓국물이펄펄끓으며/소란,소란거리는하노이의순대국밥집.
-「하노이의순대국밥집」전문

스리랑카의‘시레세나’는베트남하노이에도있다.언뜻김종삼의「장편(掌篇)2」가떠오르기도하는작품이다.이주노동자로한국에갔다가손목을잃은아버지가“손목을자른한국을잊지못하고/순댓국이먹고싶다”고하자,그의아들‘뚜이’가하노이순대국밥집에와순댓국을사정하고있다.시적자아에과중한비중을부여할필요는없다.다만시인의온갖쇄사에걸러지고감수성혹은세계관으로집약되는이풍경은시인의삶에서자연스럽게우러나온시적주체가아니라면작위성을노출할수밖에없는장면이된다.신분의차원을넘어시적주체의진실성을확보하면서시인은,시적주체를온전히감당해내고자하는자세를취한다.
한국사장님앞에서겁에질린표정으로국밥한그릇을사정하는“뚜이의애틋한눈망울”은시적화자와세계현실사이의긴장관계를보여주는하나의단면이다.시인은시적주체인‘뚜이’가지닌주관성이나정서의일방적통행을허용하지않고철저하게현실에대한창작적대응으로‘뚜이’와그의아버지가맞서고있는피폐한현실을보여준다.따라서‘뚜이’를시적주체로전면에부각시키기보다는진퇴의정도를조절하면서세계현실과의상관관계를형성한다.이러한상관관계에서형성된긴장은시구에배어있는호흡이나기운으로뿜어져나오기마련인데,“순댓국을먹으면아버지의손목이”,아버지가“한국을용서해준만큼”“돋아날지도몰라요”고말하는‘뚜이’는시적주체로서자신의배역을완벽하게소화해낸다.즉현실과의상관관계를더욱긴밀하게형성해내는힘을보여주는것이다.이때시인은‘뚜이’의호흡을급박하게하거나세차게이끄끌지않고,오히려현실에대해은근하면서간절하게대응하게함으로써,시의주제적효과를배가시키는전략을구사한다.바로이러한점이권혁재시인의시적가능성의근거라고할수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