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이동재 시집 | 양장본 Hardcover)

파주 (이동재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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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동재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인 {파주}는 유랑민도 정착민도 아닌, 탈영토화와 영토화 사이, 또는 자유와 구속 사이에서 한 지식인으로서의 삶의 애환과 고뇌를 노래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지금 우리의 삶의 양식에서 한 곳에서 오래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어딘가로 흘러가다 지금 여기 잠시 머물러 있는 존재로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어딘가에서 정착하고 살며 안정을 꿈꾼다. 그것이 우리를 구속하고 부자유하게 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 모두는 그 안온한 그러나 쉽지 않은 정주를 꿈꾼다. 시인 역시 그러한 정주를 위해 새집을 마련한다.
저자

이동재

저자이동재
강화교동도에서태어나화동국민학교와교동중학교를졸업했다.시집으로『민통선망둥어낚시』『세상의빈집』『포르노배우문상기』『분단시대의사소한너무나사소한』등이있으며,산문집『작가를스치다』『침묵의시와소설의수다』,저서에『20세기의한국소설사』등이있다.여러학교에서강의를했으며,현재파주에서근근이살아가고있다.
이동재시인의다섯번째시집인{파주}는유랑민도정착민도아닌,탈영토화와영토화사이,또는자유와구속사이에서한지식인으로서의삶의애환과고뇌를노래하고있다고할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창만리겨울소묘 12
새집 13
신묘년식목행사 15
마당 16
알고나있으라고 17
개구리 18
어머니의콩밭 19
기적 20
시골생활 21
국제시골 22
낙상,반비상 24
앵두 25
황폐한날들의봄 26
저녁의숲 27

2부
전원생활 30
독백수다 31
세기의숲 32
자화상,쉰하나 34
반성 35
어떤정신 36
장례의미학 37
마을인심 38
동네한바퀴―심상현형 39
청안淸眼―잡농雜農박순례(1931∼)여사 40
두근두근네인생 41
살다보면 42
찰나 43
파주적군묘지 44
오후의소묘 45
좋은친구들 46
파주 47
이쯤 48
우주적고독 49
그건 50

3부
SEPTEMBER 52
가을배추 53
왜 54
헐거워지면 56
저녁거미 57
들꽃 58
도토리의심사숙고 59
가을밤 60
벌초 61
마당의저녁 62
저녁시 63
가을이왔다갔다 64
추석이후 66
마당별곡 68
마당농사 69

4부
분리독립을꿈꾸다 72
시골버스 73
자본주의 74
분비물糞飛物 75
우리동네 76
구제역방역 77
나무주치의 78
봄마중 79
마당에서서성이다 81
다시변방의마당에서 82

해설뿌리내리지못한것들의노래황정산 84

출판사 서평

새집에선소리가난다
모든게낯설어
벽과벽
벽과천정
가구와가구
그리고바닥이만나는부분에서
자기자리를잡느라삐걱거리는소리
밤새수인사하는소리

새집에선냄새가난다
미처마르지않은나무
그나무가살던숲과공기
새들과계곡의물이끼
산짐승들의발정난냄새와진달래철쭉
이름모를약초냄새까지
채석장의화약냄새와
골재트럭이훑고간강바닥의기름냄새마저

이합과집산고통과환희
이모든것의접합부분에선
밤새소리가난다
냄새가난다
--「새집」전문

새집을짓거나산다는것은이주와정착의경계에서하게되는경험이다.그것은새로운희망과안정을상징하는것이기도하지만반대로두려움과어색함을수반하기도한다.시인은그것을소리가나고냄새가난다는것으로표현하고있다.그소리와냄새는시인이꿈꾸는새집에서의안정을뒤흔드는것들이다.그것들은새집을마련하기위해포기해야하는것들이시인에게은근히가하는압력과거부이기도하다.시인은새집을마련했지만스스로거기에들어가기를두려워하는아이러니를경험한다.집이주는안정이곧억압과구속으로변하리라는것을시인은너무도잘알기때문이다.뿐만아니라나의정주를위해만든이집하나를위해많은것들이희생되었다는사실도시인을예민하게만든다.집을위해산짐승의터전을망가뜨렸기에시인은집에서“채석장의화약냄새”를맡고있는것이다.시인은그래서이모든냄새와소리들을“이합과집산고통과환희”의접합부분에서발생한다고생각한다.

외박이잦아
마당에매화꽃이폈다
지는줄도몰랐네

외박이잦아
늙은노부모지친어깨가기진해가고
다자란자식들집밖을
헤매고있는지도몰랐네

외박이잦아
내영혼이나가서돌아오지않고
계절이또지나가는것도
아주몰랐네

외박이잦은어느날
봄꽃이마당에왔다가고
사람들이왔다가고
먼산이짙어져눈앞에또다가온것을
객지를떠돌다우연히알았네
--「황폐한날들의봄」전문

외박은집을두고밖에서자는행위이다.그것은정주가주는안정을거부하고스스로방랑을택하는상징적인행위이다.파주에집을마련했다는것은스스로방랑을할수있는기회를주는일이기도하다.술을핑계로교통수단이끊김을기회로시인은많은외박을했을것이다.시인이이렇게헤매고다닐때안정을꿈꾸고지켜오고자한가족들도함께무너지고있다.노부모는병들어가고아이들역시집밖을헤매고있다.그런데시인은이런방랑중에도자신의집에피어있을봄꽃과매화를생각한다.거기에행복과기쁨이남아있으리라는기대를포기할수없기때문이다.
이시집의표제작이기도한다음시는이런파주의삶을아주간명하게말해주고있다.

파주에서산다는건/어디멀리도못가고/주말이면임진강물빛이나/보러가는것//나이들어가며여기에서산다는건/아주멀리달아나지도못하고/돌아와오랜아내와/철따라임진강물빛이나/보러가는것//그물매운탕에끓는속이나푸는것/그리고아무렇지도않게/제자리로돌아오는것
--「파주」전문

파주에서의삶은유랑도정착도아닌,탈영토화와영토화사이또는자유와구속사이의모호한지점에놓여있다.이렇게방랑과안정사이에서헤매고있는시인은다음시에서자신의삶의위치를이주와정주사이의갈등하고모순으로규정한다.

서울오가는데두시간삼십분/혹은세시간/왕복다섯시간은예사/아이래서사람들이기를쓰고/서울에살려고하는구나/알게되는시간/유배도전원생활도아닌/원주민도이주민도되지못한/농부도제대로된월급쟁이도아닌/참거시기한세월/애매한서울변두리/국경아닌국경
--「시골생활」전문

시인은이렇게파주에서의삶을정주와이주,안정과방랑사이에서의아이러니로파악하고있다.“원주민도이주민도되지못하고”“유배도전원생활도아닌”이애매하고모순적인입장이바로파주의삶이다.하지만이는시인자신의특수한경험만을말해주는것은아니다.이모두는지금여기이땅에사는사람들의삶과의식을비유적으로말하는것이기도하다.우리모두는사실이주민이거나이주민이었거나이주민이될것이다.그럼에도우리는조금먼저정착하여이주민들을배척하고차별하고더러내쫓는다.파주는이렇게정착할수없는이주민,아니면정착에실패한이주민그것도아니면접경에놓여있어더이상이주할수없어어쩔수없이정착에들어간사람들이사는이상한곳이다.그런데다시생각해보면이는파주에게만해당되는것은아니다.우리가살고있는모든곳이다파주이다.우리모두는따져보면이주도정착도하지못한채어설픈삶을살고있다.뿌리도없고그렇다고자유도없다.이것은지금이곳의현실이고또한정착생활을택한이후인간의운명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