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이별 (최덕순 시집)

팽팽한 이별 (최덕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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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밥 묵으러 왔으면 밥이나 처묵고 갈거제 어데다 수작질인겨 엠뱅쳄뱅허다 뒤로 자빠져두 코가 깨질 눔들 같으니라구
니두 냉큼 밥이나 묵고 가라 야
내 나이 열셋이었제 아부진 맨날 술에 휘청거리제 동상들은 많제 달은 밝제 서울 가믄 꼭 딴 시상이 있을 것 같았제 근디 그게 아니드먼

서울역에 내리기는 혔는디 갈데두 없구 집으룬 죽어두 가기 싫구 그때 눈에 들어온 거이 숙식제공여
서울에서의 첫날 밤 사내 둘이 한꺼번에 날 욕 먹였제 지금두 그 때 훤했던 달 그 푸르스름한 체온이 느끼지곤 혀 그날 이후 뭇사내들에게 앵겨 꽃 같은 시절 다 보냈제 젠장
스물다섯인가 늙었다구 다방으루 내몰려 거서 뱃눔을 만났제 첨엔 좋았어 애두 들어서구 말여 근디 뱃눔들이 다 그런지 이 배 저 배 잘두 갈아타더라구 그러니 다른 년헌티 빠진 눔을 어티께 믿구 살겄어 애만 두구 나만 나왔는디 그 애가 가는 디마다 따라 붙어 저 파도소리메냥 말여
시상 별 거 아녀 맥없이 돌아댕기지 말구 어여 집으루 가 어여
- 「파도 소리」 전문
저자

최덕순

최덕순시인은충남논산에서출생했고,2013년『딩아돌하』로등단했다.제12회충북여성문학상을수상했고,청주문협,여백문학회회원,새와나무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최덕순시인은첫번째시집인{팽팽한이별}에서다양한타자들의삶을그려내고있다.그리고그것들은결국우리어머니들의삶이며여성들의삶인동시에현재를살아가는우리의삶과유리遊離될수없는관계로부터비롯된다는것을보여준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눈온아침 12
하늘 13
복사꽃비에젖고 14
비 15
파도소리 16
고등어 17
바람그너머 18
모감주나무 19
폭설 21
여름단편 22
종점다방 23
갱년기 24
오후3시 25
산 26
배롱나무찻집 27

2부
뱀딸기 30
수덕여관 31
굿모닝 32
반야사호랑이 34
구절초 35
구정 36
개기일식 37
쉿! 38
훅 39
비밀번호 40
초승달 41
봄눈 42
내부점검중 43
달빛소나타 44
모란여인숙 45

3부
입하 48
누수 49
봄날 51
헛밥 52
백중 53
도마 54
헛꽃 55
물봉숭아 56
그꽃 57
비갠오후 58
해후 59
아욱국 60
봄동 61
낮달 62
벚꽃 63

4부
이사 66
달저편 67
냉장고 68
팽팽한이별 69
늦가을 71
잣눈 72
묵정밭 73
고향집 74
아들의방 76
그여자 77
회인懷仁 78
버스정류장 79
뜨개질 81
얼굴들 83
시래기 84

해설미적거리와관계의시학임봄 88

출판사 서평

화자는젊은시절화류계에몸담았던한중년여성의삶을다루고있다.그여성은열셋의나이에보다나은미래를꿈꾸며서울로상경했다가뭇사내들에게안겨꽃같은시절을보내고다방으로내몰렸던기억을갖고있다.한창피었어야할스물다섯의나이에이미늙은이취급을받아야했던여성은한때남자를만나결혼도했지만그결혼역시순탄치않았고지금은밥집을운영하는것으로보인다.중년여성이넋두리처럼들려주는삶에는질곡했던개인의역사와함께시대적인상황에서일방적으로내몰려야했던불행했던여성의삶의흔적들이고스란히기록되어있다.이야기를전해주는중년여성과그녀의이야기를듣고있는숨은청자는여성의비밀스러운이야기를이끌어내는매개자가되고있다.
일반적으로비밀을털어놓는다는것은어느정도세상과의화해를의미한다.그화해를이끌어내는사람은시속에명확하게드러나지않지만여성의목소리를온전히들려주는것으로자신의역할을다한것으로생각하는것처럼보인다.그러나이때등장하는청자(聽子)역시“맥없이돌아댕기”는것처럼보이는여성이며인생에서굴곡을겪은여성은오히려청자의안위를걱정하는위치에서있다.이때독자는“시상별거아녀”라는문장과“집으루가”라는말에서또한번생각에잠길수밖에없다.어쩌면화자는청자에게서자신의옛모습을보았을지도모를일이다.
일반적인서사시에는시인의목소리가중심이되고타자의목소리가중간중간삽입되면서안정적인분위기가이어지는것이대부분이다.그러나최덕순의시에는의도적으로시인의목소리가축소되고등장인물이직접자신의생각을자신의언어로말하는형식을띠고있다.화자와심리적인거리를두고접근함으로써미적호소로부터감상자를분리시키는이러한시적방법은마치브라운관을통해한편의드라마를보게될때처럼객관적인시선을유지하게하는효과를얻는다.타자의언어를빌어대신전달할때발생하는화법상의문제들을시인은사투리를활용한기법으로극복하고있는데사투리는시적리얼리티를더욱극대화하는역할을하고있다.
시인은시의밖에서타자의체험을전지적시점이나관찰자시점에서서술하며때론있는현실과있어야할현실의차이를날카롭게의식하는풍자나아이러니의기법을사용하기도한다.이때시인은화자와의동화를통해다양한페르소나로드러나게되는데시적화자,발화내용의주체,발화행위의주체가각각객관적인거리를유지하는사이독자들은그이야기에자신을동화시킬수있는공간을획득할수있게된다.

노름빚에쫓겨댕기면서두뭔정신에돼지괴기둬근들구왔드라아부지헌티절이나허구가랬더니허연낮달처럼일어서길래고쟁이속다털어옆구리에찔러?는디그길로거그또가는건아니것지

지두사람인디또그럴라구유그나저나제수씨는어찌지낸대유아무리연락끊구산다혀두새끼들있는디오늘은오것지유

그아나가못오게혔다새끼들생각혀믄그러구나갔것냐쓰잘때기없는야그는그만허구눈이올랑가부다뼈마디가쿡쿡쑤시는걸보니께펑펑쏟아졌으면좋것다아니다아녀니올라가는길맥히믄안되자녀
-「구정」전문

흩어졌던가족들이모두모이는명절에는그동안소원했던가족들의안부를묻기마련이다.그러나그안부들이모두좋은것만있는것은아니다.시에서화자는노름빚에쫓겨다니는아들과자식들을두고집을나간며느리를둔홀로된어머니이다.시에서어머니는언제나자식을위해걱정하는존재로그려진다.명절이라고돼지고기를사온아들이성급하게일어서자비상금을털어아들에게건네주면서도또다시노름판에가지않을까걱정이끊이지않는노모의마음을시인은구구절절표현하지않고그저노모의말을전달하는데그치지만이것은어떤미사여구보다더큰울림으로다가온다.모처럼찾아온가족이집나간며느리얘기까지물어오자화제를눈으로돌리는노모는그런‘쓰잘때기없는야그’대신펑펑눈이쏟아졌으면좋겠다는말로자신의심경을에둘러전하면서도이내남은가족들의귀경길을걱정하는천생우리네어머니의모습을절절하게재현해낸다.
이시에서표현하고자하는것은시인이생각하는전형적인어머니의모습이라고볼수있다.시인이생각하는어머니는늘자식을위해희생하고걱정하는어머니이다.욕을자주하고느닷없이손매질을하면서도먼저죽은남편을그리워하는어머니이고(「여름단편」),고등어만보면죽은남편의친구로부터겁탈당할위기에처했을때가떠오르면서도그고등어덕분에자식들을가르칠수있었다고위안하는어머니(「고등어」)이다.또한딸을여섯이나낳았지만아들을낳지못해남편의여자와그여자가낳은아들을떠올리며아픈마음을삭혀가며뜨개질로밤을새우는어머니(「뜨개질」)이다.최덕순이그리는어머니의모습에는전통적인여성들이처해야했던운명적인모습이자주등장한다.그것은개별적인어머니의삶이기도하지만한편으로는그어머니로부터생명이이어지고있는시인과도유리(遊離)될수없으며나아가우리의역사속에서대부분의여성들이공동으로맞이할수밖에없었던운명이기도하다.

곧떠날그녀는배시시웃기만하고
갑자기나는등이가렵다

등긁어줄남편한테가서
좋겠다좋겠다하는데
응응,대답하는그녀는
환한국화꽃

가슴어딘가
눈물이우물처럼고여있는
노모를애써외면하며
기차에오르는그녀

갑자기새들은떼지어날아가고
배웅나온사람들도그허공을등으로
하나둘사라진다

기우뚱기운하늘이팽팽히당겨지는
그녀와나사이
천만송이국화꽃이
피었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