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보이는 날 (이병연 시집)

꽃이 보이는 날 (이병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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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마음 상하는 말 한 마디에/ 어떻게 지내야 할까/ 오직 그 생각이/ 떠나지 않던 날입니다.// 주지스님이 마당 한가운데 큰 원 그려 놓고/ 원 안에 있으면 하루 종일 굶어죽을 것이고/ 원 밖에 있으면 절에서 내쫓을 것이라고 하자/ 동자승은 원을 지워버렸답니다.// 한 번 생긴 원을 지워버리는 일/ 어찌 쉬울까마는/ 그 날 이후,/ 원을 지우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희미하게 남아 있다가/ 불쑥불쑥 진한 형상으로 나타나는 원을/ 생각날 때마다 지워내는 일/ 선물에 대한 보답이겠지요.
---이병연 [귀한 선물] 전문
저자

이병연

이병연李秉姸시인은1959년충남공주에서출생했고,학창시절선생님과함께한용운의시[님의침묵]을낭송한것이계기가되어시를좋아하게되었다.그리고한용운의시를여러번읽는동안시의맛에매료되어,일상의마음을시로표현하고자하였다.
1982년공주사범대학국어교육과를졸업하고,2001년공주대학교대학원에서‘시에있어서의은유교육방법연구’로문학석사학위를받았다.1982년부터중등학교국어교사로학생들을가르쳤고,현재부여중학교에서교감으로근무하고있다.2016년계간지{시세계}에[장미꽃비누],[콩나물],[해바라기]로등단하였고,금강여성문학회장,공주문인협회,세종시마루,문학세계문인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귀한선물
꽃이보이는날 12
부부 13
귀한선물 14
봄길 15
개나리꽃 16
카멜레온 17
너와나 18
이별의순간 19
병病과의동침 20
작약 21
어느모란의일기 22
꽃비 23
송별회 24
동료방문기 25
선유도에서 26
매미 27

2부녹보수를만나다
시작노트 30
양파 31
녹보수를만나다 32
장미꽃비누 33
가지치기 34
콩나물 35
해바라기 36
일체유심조 37
자목련 38
산그늘 39
울금의독백 40
늙은나목 41
주름살 42

3부귀뚜라미의절규
흔들거리다 44
오글거리는저녁 45
귀뚜라미의절규 46
로드킬roadkill 48
분재 50
외톨이 51
목마른계절 52
마음이있을자리 53
비수 54
따뜻한손수건한장 55
비속어 56
그녀 57
잉여칼슘 58
버려지는것들 59

4부푸른곰팡이
새의귀향 62
산다는것 63
푸른곰팡이 64
엄마 66
반죽동145 67
지붕이샌다 68
뒤늦은대답 69
백자이야기 70
수수께끼 71
봉황동골목길 72
반죽동퍼즐놀이 73
겨울여행 74
나이테1 75
나이테2 76
작별인사 77
잘가시게나 78
첫눈오는날 80
바람에게듣는다 81

5부그늘씻는소리
은행나무아래서 84
꽃에게안부를묻다 85
사랑초 86
장미꽃바이러스 87
채송화 88
상사화 89
다육이 90
가을의문턱에서 91
그늘씻는소리 92
산막이옛길 93
물한계곡에서 94
코스모스 95
십이월 96

해설‘웃음’과‘행복’의‘꽃’이‘마음’에서
만발하는세상을꿈꾸며권온 98

출판사 서평

“당신은돈이많아서걱정이없지요.”“아니,늘도둑이들까봐걱정입니다.”“당신은먹고살걱정이없어서행복하지요?”“아니,날이면날마다무료하고할일이없어서걱정입니다.”“당신은최고의지식인이니까걱정이없지요?”“아니,날이면날마다더많은지식을얻지못해서걱정입니다.”“당신은아들딸이많아서걱정이없지요.”“아니,날이면날마다자식들이속을썩여서걱정입니다.”
어느다리밑에혼자살고있는거지에게물었다.“당신은진정으로행복한지요?”“그러믄요.내가이세상에서제일행복합니다.도둑걱정없고,자식들이속도썩이지않고,깡통하나만있으면밥걱정도없고,어느누구와다툴일도없습니다.”
그렇다.산다는것은이병연시인의말대로,계율(원)을파괴하는것이며,계율을파괴한다는것은자기자신이주지스님이되고새로운가치의창조자가된다는것이다.“주지스님이마당한가운데큰원그려놓고/원안에있으면하루종일굶어죽을것이고/원밖에있으면절에서내쫓을것이라고하자/동자승은원을지워버렸답니다”라는시구가그것이다.원안에서의삶도가난뿐이고,원밖에서의삶도가난뿐이다.이출구도없고,희망도없는노예의삶,즉,그가난과구속과비참뿐인삶에서의탈출은주지스님의목을비틀어버리고,그계율을파괴하는것밖에는없는것이다.
마음을상하게하는일도지워버리지않으면안되고,돈을벌어야겠다는생각도지워버리지않으면안된다.날이면날마다주색잡기에빠져있는권태로운삶도지워버리지않으면안되고,더많은지식들을얻겠다는생각도지워버리지않으면안된다.자나깨나아들딸들걱정뿐인마음도지워버리지않으면안되고,좀더오래살고싶다는욕망도지워버리지않으면안된다.어차피인생은빈손으로왔다가빈손으로가는것,어차피인생은선악을초월해서자기가하고싶은일을하다가죽는것,요컨대모든행복은마음먹기에달려있는것이다.
이병연시인의[귀한선물]은동자승의지혜이며,크나큰깨달음의선물이라고할수가있다.마음을비우면선악을초월할수가있고,선악을초월하면상처받을일도없다.이세상에서가장‘귀한선물’은‘깨달음의선물’이며,이‘깨달음의선물’을받게되면자기자신의주인이되고,영원한행복의주인공이된다.

나는너희에게자유인의삶을권한다.날이면날마다선악을초월하지않으면안된다.

길가에꽃이보이지않는날은/그대가가까이있어도/먼산같은날//길가에꽃이보이는날은/그대가멀리있어도/내곁에있는날
---이병연[꽃이보이는날]전문

이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것은‘부부꽃’이다.사랑하는아내를얻은남편이가장행복하고,사랑하는남편을얻은아내가가장행복하다.이행복한남녀가만나서사랑의씨를뿌리고,생사를함께하는영원한하나가된다.
길가에꽃이보이지않는날은그대가미워지는날이고,그러니까그대가가까이있어도먼산과도같아진다.길가에꽃이보이는날은그대가더욱더사랑스러운날이고,그러니까그대가멀리있어도내곁에있는것과도같아진다.
사랑은서로서로떨어져있거나,서로서로가까이있거나시간과공간을초월하여늘함께한다.
사랑은‘부부꽃’이고,이‘부부꽃’은영원히지지않는다.

?꽃이보이는날?은“길가”에서“꽃”을볼수만있다면아무리“그대가멀리있어도”‘그대’는이미“내곁에있는날”일수있다는놀라운반전(反轉)을보여준다는점에서기억할만한시이다.?부부?는‘백년해로(百年偕老)’를꿈꾸는이세상모든부부의본질을파헤친수작(秀作)이다.?병(病)과의동침?에서‘웃음’이‘행복’으로이어질때,“너와의이별”곧‘병의치유’가이루어질거라는이병연의해석은옵티미즘(optimism)의구현이다.?양파?는‘양파’에관한시이자‘삶’을이야기하는시이다.시의화자‘나’는‘양파’라는대상에몰두하면서‘삶’의본질을파악한다.이병연은?일체유심조?에서“가만히눈감고두손모은”후듣는마늘장사의외침은관세음보살의그것과다를바가없다는깨달음에도달한다.시인은이세상모든일이마음에서비롯된다는소중한인식을독자들에게전달하고있다.
이병연의?오글거리는저녁?은‘오글거리다’의의미를확장하고변주하면서두개의‘오글거리다’가서로만나는대목을설정한점이돋보이는시이다.?로드킬roadkill?의“엄마가아무말없이나에게손짓을한다.”와“엄마가나에게돌아서가라고손짓을한다.”라는진술에는‘나’를향한‘엄마’의사랑이그득하다.아직은때가아니라는엄마의손짓은자식을향한무한한애정일게다.?마음이있을자리?에서시인은독자들에게마음이있어야할곳은‘안’이라는사실을,지금그대로의모습을인정하는일이평상심(平常心)을유지하는길임을알려주고있다.?산다는것은?에서의이병연의진술처럼“모든돌아가는것들은언젠가는멈추어/처음정지된순간으로돌아가는것을”감안할때,우리는산다는것을다시생각해야겠다.?푸른곰팡이?에서우리는“산다는것은/무덤으로걸어가는과정”이라는‘나’의깨달음이거부할수없는진실임을안다.?십이월?의5연은이병연의시세계를압축적으로보여주는대목이다.“밑바닥으로부터차오르는기다림이여”라는진술은‘밑바닥’또는‘십이월’에내재된가능성을극대화한다.이곳에는절망의심연에서도희망을기대할수있다는믿음이존재한다.
이병연은긍정적인시선으로세계를바라보고삶을설계한다.시인은이세상일이뜻대로되지않는다고해도마음을가다듬으며평상심을유지하려고노력한다.삶이죽음으로걸어가는과정이라고해도늘희망을신뢰하고기다리는이가이병연임을우리는기억해야겠다.‘웃음’과‘행복’의‘꽃’이‘마음’에서만발하는세상을꿈꾸는독자라면시인의다음행보를기꺼이기다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