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옷깃

바람의 옷깃

$9.00
Type: 현대시
SKU: 9791157283200
Categories: ALL BOOKS
Description
최명률 시집 [바람의 옷깃].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해온 저자의 다양한 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저자

최명률

최명률시인은전남해남에서태어나유년기부터줄곧광주에서살아왔다.조선대학교사범대학국어교육과를졸업한후교직에발을내딛게되었고,교직생활을하면서도창작에대한열정으로주경야독을하여광주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과를졸업하였다.2006년「애지」신인문학상을수상하여문단에등단한후각종문예지나웹진에많은작품을발표했으며,5차례의공동사화집을발간하기도했다.「바람의옷깃」은그의첫시집으로포용과성찰의시학을보여주고있다.그러면서도누구나공감할수있도록우리말의아름다움을살려한국적인정서와가락을노래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직선의몰락 12
원의굴레 14
평행선의고백 15
폐차장에서 16
울돌목별곡 18
카리스마 20
기둥선인장 22
질경이 23
투망 25
계주관계 26
고로쇠나무1 28
고로쇠나무2 29
구강포연가 30
어머니의바다 32
초암산방草庵山房의노래 33

2부

복두쟁이가 36
신수궁가 38
아궁이 40
만화경 41
우문현답 43
반전 44
몰래카메라 46
두꺼비에게 47
생수 48
만성리해변 50
고패에걸린장끼 51
철없는독백 52
쥐라기공원2 53
도무지 54
보리밥철학 55

3부

송광사해우소 58
바람의옷깃 59
인연 60
개금알 61
고인돌 62
만월 64
봄의넉살 65
철쭉제 66
찔레꽃함성 67
사춘기 68
천관산으악새 69
굴목재 71
대숲아래서 72
미라가된겨울 73
청춘에게 75

4부

사리원역에서 78
시외버스터미널에서 80
겨울남광주역 81
즐거운소음 82
충장로,밤깊은 83
석모도밀물 84
칠산도썰물 85
광암터설화 86
삼학도 87
꽃무릇당신 88
능소화질무렵 89
가을에게 91
금강산엘레지 92
인간새 93
세상에서가장쉬운말 95

해설만물의생명력과불이의운명이성혁 98

출판사 서평

앞에서보았듯이최명률시인은식물의이미지로부터사람을기계화하고도구화하는현대문명의삶과는다른대안적삶을찾아내었다.식물의속성으로부터기계가아닌사람다운삶을발견하고자했던것이다.또한그는일련의시편들에서봄에피는꽃을통해민중의집단적인생명력을상징적으로보여주고자했다.그는“삼동의그물망을뚫고나”와자신을펼치기시작하는봄의모습을“거리마다대지마다/주체할수없이뛰쳐나온시위꾼들”(봄의넉살)이라고표현한다.이‘시위꾼들’은초봄에피는꽃을비유하는것일텐데,반대로대지와거리에피는초봄의꽃들이시위꾼들의생명력을비유한다고도말할수있다.다시말해우리를움츠려들게하는겨울의압제를이겨내기위해제생명을세상에펼쳐내는존재,그것은초봄에피어나기시작하는꽃이자겨울세상을바꾸고자하는시위꾼들이다.
이시위꾼들의모습은장엄하지않다.초봄에피는꽃들처럼작고환하며웃는모습이다.시위꾼들의함성은“까르르터져나”오는“섭리의함성”이다.민중의집단적인힘은이러한명랑함을제속성으로가지고있는것,시위꾼들의함성은생명력의자기발현이기때문에기쁨의정동을동반한다.그러나비극을드러내는꽃도있다.5월에피는찔레꽃은80년5월금남로에울린피의함성과죽음을연상시킨다.(찔레꽃함성)하지만그꽃역시부정적인의미를가지진않는다.어떤“복욱한향기”(같은시)를그‘찔레꽃함성’은세상에퍼뜨리는것이다.이향기야말로,비록진압되었지만여전히대기에남아세상을움직이는민중의아름다운힘을표현한다.그아름다운힘은사랑의힘이다.사랑이야말로생명을북돋고확산하는힘을가지고있는바,역시5월에피는붉은꽃인‘철쭉’은,아래의시에의하면바로봄의생명력,그사랑의미칠듯한힘을상징한다.

자,
여기
봄,일어선다
동토를뚫는다,
숙수그레한맹아들
화란춘성을쌓는다,
다물다물아지랑이들
오월초입에들자마자
화르르밑불달아오르고

꽃샘잎샘툭툭분지르며
소용돌이치는홍염들이여
지칠줄모르고꽃샘사르는
벌건접낫같은몸뚱아리여
그대얼마를더살라버려야
그광기가수그러들겠는가
천방지방으로뛰어다니며
온산을붉게물들이다가
한세상못다한사랑
목청껏쏟아내다가
스스로의무게로
함지에갈앉은
노을

-철쭉제전문

이시는“동토를뚫는”봄의생명력이결국저봄의절정인철쭉을피어내고는그철쭉이지기까지의과정을그리고있다.(이와함께시인은이파리의시각적형상까지실제로그래픽하게그려냈다.)“다물다물아지랑이들”이“오월초입에들자마자”무리지어피어나는철쭉으로변모하고,그철쭉의기세는“소용돌이치는홍염들”처럼거세다.온세상을살라버리며붉게물들이는기세에대해시인은광기라고도표현하는바,이는사랑으로피어오르는생명력의극한이라고하겠다.사랑이야말로생명이자기힘을다하는가장뜨거운열정인것이다.오월의봄은“한세상못다한사랑”을이번에야하겠다는듯이철쭉을“목청껏쏟아내”는것,이철쭉의모습에서도찔레꽃함성에서보았던80년5월광주를연상하는것은나뿐일까최명률시인의비유체계에서볼때그러한연상은무리한일이아니다.민중의봉기는억눌린생명의힘,결국은사랑하고자하는힘이철쭉이흐드러지게피듯터져나오는것이라고할수있는것이다.
허나위의시가80년광주의5월을‘철쭉제’로비유하고있다고도볼수있지만,철쭉이핀모습이80년5월광주를비유한다고도할수있다.즉5월이펼쳐낸붉은‘철죽제’에서80년5월광주의재현을시인이읽어낸다고도할수있는것이다.그재현은결국끝이날것이다.철쭉도시간이지나면지기때문이다.철쭉역시결국“스스로의무게로”노을처럼가라앉는다.민중의사랑이미치도록아름답게피어난후가라앉는시간이오는것.이시간의사람들은어떻게살고있을것인가일상의시간에서삶을꾸려나가는사람들의모습말이다.시인은이들의모습을몇몇시편들에서보여주는바,이때는상징적인비유를구축하기보다는리얼한묘사를통해그모습을조명한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라는시는일상을관찰하고자하는시인의태도를잘보여준다.그는이시에서“내고향해남에내려갈때”설렘의마음으로자신이하는행동을나열하고있는바,시의마지막부분에서“세상만사둥글둥글돌아봅니다/정말이지정말이지할일없이/오가는표정들죄다읽어봅니다”라고말하고있다.이시의특색은시인이비록관찰자의입장에있지만사람들과의거리를좁히고자하는태도를보이고있다는데있다.앞에서본질경이나선인장,그리고봄에피는꽃들에대한시는대상과거리를두고놀라움을동반한어떤발견을보여주었다.하지만이시에서시인은고향에간다는들뜬마음으로사람들의모습을‘둥글둥글’돌아보면서‘할일없이’읽어보고있다.아래의시경우에는관찰하는대상에섞여시인자신이흥겨운마음이되고있는바,묘사대상과시인의거리가아주가까워진다.

장날은새벽을열어땅거미가내릴때까지만국기펄럭이듯소음들로흥성거린다
좌판위생선들은와불처럼누워먼저팔려간제붙이의극락왕생을기원한다
더러지탱할뿌리와기댈가지조차없는청과물들은뿌리가지뽑힌자신의신세를한탄한다
우시장한쪽에서는차력사가호각을불듯가쁜숨을내뿜으며타오르는불꽃에희망의기름을끼얹는다
훅,벌건불꽃잎들이사방으로날아가자흩어진사람들이모여든다
유리병속에갇혀있는술취한뱀들도이내관심을끌어보려고정지된혓바닥을날름거린다
아낙들은종일장바닥을쓸고다니며싱싱한물건을내놓아라,또다른성기를내놓아라,그렇지않으면구워먹겠다고으름장을놓는다
파장이되자종일바쁘게돌아다닌소음들도즐거운신새벽을만나기위해깊은잠에빠져든다
-즐거운소음전문

‘즐거운소음’이라는시제목은소음이즐겁다는의미와함께시인역시즐겁다는의미가중첩되어있다.시인의즐거움은흥겹게풀려가는리듬으로도나타난다.그리듬은소음으로가득한장날의흥겨움을표현한다.(시인은펄럭이는만국기의모습을통해그‘흥성거’리는소음의리듬을절묘하게시각적으로이미지화하고있기도하다.)장날좌판에올라간먹거리들은사람처럼살아있다.“제붙이의극락왕생을기원”하는생선들,“뿌리가지뽑힌자신의신세를한탄”하고있는청과물들….뱀술속의뱀도자기를봐달라고“혓바닥을날름거”리고있지않은가.장날시장의모든것들은제각각자신의처지에서자신의삶을살아가면서공존한다.인간은어떠한가.이곳의인간들은장날의북적이는생명력의발현에직결되어있는모습이다.차력사는불꽃을내뿜으며생명력을현현하고있으며아낙들은노골적으로“싱싱한성기”같은“싱싱한물건”을내놓지않으면구지가에서처럼“구워먹겠다고으름장을놓”고있다.이생명으로흥청거리는장소에서시인역시들림의경험을하게될것인데,저장날의시장에서공존하는모든것들이생명의소음으로연결되듯이시인역시시장속에있는한구성원으로서저대상들과연결된다.그는저장날이보여주는광경에서떨어져있는관찰자가아니라저생명의축제에동참하면서눈에띄는대상들에대해흥겹게진술하고있는것이다.
이시집의표제작인바람의옷깃의심오하고철학적인진술은장날의시장에서겪었던흥겨운경험과밀접한관련이있는것아닐까.왜냐하면저렇게세계에섞이는경험은세계의모든존재자들이둘이아니라는,즉불이(不二)라는불교적깨달음을줄수있기때문이다.

스쳐지나가는바람은아닐진대

그것은경이로운것

단단한보습으로파낼수없는

날카로운환도로도자를수없는

아,불이(不二)의운명
-바람의옷깃전문

최명률시인이위의시를표제작으로삼은것은이유가있을것이다.이시집이전달하고자하는궁극적의미를위의시가보여주고있기때문아니겠는가.바람도그냥스쳐지나가는것은아니라는깨달음.바람이지나가면서시인의몸과맞닿은‘바람의옷깃’은“파낼수없”고“자를수없는”‘불이의운명’을시인으로하여금깨닫게만든다.그운명은시인에게‘경이’를가져다주는바,모든존재자들이운명적으로둘이아니라는진리는경이롭다.이러한경이로운깨달음은그냥얻어질수없다.만물에대해마음을쏟고세심하게바라보며그만물의생명력이펼치는장속에자신을놓을수있을때,만물하나하나의생명이모두자신의생명과공존하고있으며운명적으로연결되어있다는진리를깨달을수있었을것이다.이진리위에서최명률시인의길은다시열릴터,그가그길을앞으로어떻게걸어나갈지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