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ing (박정옥 시집)

lettering (박정옥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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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함축된 언어의 예술, 시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생각과 창의성을 과감없이 발휘한다. 그 속에 담긴 감성과 사색이 독자를 시의 세계로 끌어들여 문학적 감수성을 깨운다.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저자의 다양한 시 작품을 감상해보자.
저자

박정옥

박정옥시인은경남거제에서태어났고,2011년{애지}로등단했으며,울산대학교에서역사문화학과석사과정을수료했고,시집으로는『거대한울음』이있다.‘변방동인’회원이며,2015년한국출판진흥원우수출판콘텐츠지원금을받았다.
박정옥시인의두번째시집인『lettering』에는기호마다통증이가득하다.문자가통점을지니는순간그것들은시공간의제약없이꿈틀거린다.시인의내면을거쳐새로운명(命)을지닌다는것은“애칭만큼닳고통증만큼닮은/창문을”(「lettering」)만드는것과다르지않다.그러므로‘창문’은타자의고통에동참하는행위이며동시에세상을관조하며느낀통증을공유하려는통로인셈이다.이시집을꿈틀거림으로가득한창문이라말한다면,박정옥시인은그곳을통해살아있음을알리려는사물의몸짓을띄우고자하는것이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꽃의안감 10
그동네이름이아프다 12
lettering 14
말방 15
붉은벽돌집 16
그해읽은책 17
자작나무시간 19
사스레피 20
비의발자국 22
아무도없었던게아닌그밤 23
구덩이 24
적막한집 25
커피생각 26
강도가되겠어요─도서관 28
수상한손금 29
강으로흐르는기차 30
의문의근육 31

2부

月精橋의밤 34
사소한반짝임의알고리즘 35
마다가스카르에가면 37
변산바람꽃 38
난파선발굴보고서 39
토끼야가자 40
풍경한장 41
알제리생각 43
독새둠벙 44
장항사지 45
별이름 46
흔들리다 48
부어오른꽃 49
성남동거리 50
웃음을쏟았다 51
따가운우리동네말은 52
별어곡別於谷 53

3부

무슨큰일이오는것처럼 56
산밭에비 57
학성새벽시장 58
나를멈춰주세요 60
요실금尿失禁 61
달뿌리풀 62
납작한시간 63
맛있는들판 64
담쟁이를넘을수없나 65
등대 67
찬란이뭐라고요 68
떠도는물질위에흐르는말의안녕들 69
오후5시사람 71
거울을끄다 72
안녕,멸치 73

해설통점의서사,그무거운꿈틀거림최은묵 76

출판사 서평

홍대입구역8번출구5분거리/그녀가이곳으로강물처럼흘러왔다//이국의언어는현기증의기슭에닿았다//여자의한쪽어깨가필기체로휘어져번진다/휘청이는몸을가누기에좋은/여행의기억을누른거니//티셔츠처럼나눠입을수없는/네목덜미,/포르투의저녁이만져지는/꿈틀거리는목언저리에/피어나는한송이스위치/숨을들이킬때마다도루강의水泂이덜컥댄다//피할수없는생의요철마다/니들로무늬를짜서/발효되는고통을봉한다/애칭만큼닳고통증만큼닮은/창문을만들까생각하면서//등록되지않은결심이까맣게번진다
----[lettering]전문

요즘부쩍돌담이시끄럽다/안팎의위치에따라/남북으로대치되는돌담//조금씩허물리는담을사이에두고/말이자라나는겹겹의입술이/돌담사이쑤셔박혀있다//쑤셔박힌말은한줌빗물에도/스프링처럼튕겨나간다//저것은풍자를위한계절의과녁/푸름의중심을겨냥하여/곧이곧대로넘어가려는것과/허공에창문을가늠하는것과/서로의세계를누르는압력과/바람의수평과//그러나할말이많은/저많은청개구리들/파랗게질리도록/돌담을갈구어/비가오면/정말/어쩌려고!
----「담쟁이를넘을수없나」전문

“담”은무엇과무엇의경계다.경계는긴장을품고있다.“돌담이시끄”러운까닭은돌담사이에“말이자라나는겹겹의입술”때문이다.몸이없이“입술”만존재하는것들의소란은불분명하다.늘그랬듯이세상은자신만의말만뱉을뿐이다.그럼에도“담”이조금씩허물어진다는건의미있다.무엇과무엇의경계는‘안’과‘밖’의속성을지닌크로아티아의협죽도이고,끝나지않은한국전쟁의분단이고,잔금이많은손바닥이다.결국“돌담”은바닥에서부터쌓아올린인위적인나눔이다.하지만“돌담”은완벽하게막히지않고성긴상태여서“바람”의왕래가자유롭다.사람과사람,사회와사회,이념과이념그리고아직도분단상태인남한과북한의이미지까지연결지어읽어도무리가없다.
박정옥시인이만든‘창문’너머의세계는다양하다.그러나그다양함은아픔을위로하고치유하고자하는커다란주제를지향한다.이때“청개구리”는동질의가치에반대하는,다시말해반대를위한반대의목소리에대한안타까움이다.이제는어루만지는것을넘어통증을치료할수있는방향으로옮겨가야할때이다.

시집『lettering』에서시인이말하고자하는‘통점’은“묵은밭에서수크령을뽑”은자리에생긴“커다란구덩이”(「구덩이」)같은것이아닐까그래서“몸이기억하는반응은슬픔보다빠르고정확”(「나를멈춰주세요」)하다는사실을인지하고있는것은아닐까
하나의세계를건너다른세계로옮겨가는과정에서시인에게고통은도전이며방향이다.모든자극이통증이되는것은아니라는사실을시인도알고있을것이다.‘통점’을극대화시킨삶이시인의걸음이라할때,박정옥시인은이것을거부하지않고순응하고있음을이번시집을통해여실히보여주고있다.그걸음에타자는동반자다.손과손을맞대는것은바닥과바닥이만나는일이다.그때발생하는에너지가시를쓰는동력일것이다.그래서사물을어루만질줄아는힘은결코높은곳에서얻을수없고통점에서꺼낸언어는묵직하다.
“등을대준다는건/서로어긋나있어도/지긋이믿는다는거/어떤무게가와도/그너머를견뎌내겠다는거”(「등대」)라는말처럼한동안‘통점’은박정옥시인이타자와만나는지표가될것이라믿는다.